이 말을 하며 침서는 붓과 종이를 가져와 앉아서 그리기 시작했다.그는 신속하게 그려 낙청연에게 건넸다.“이 모양이다. 마음에 드냐?”낙청연은 쳐다보았다. 몸통은 가늘고 몹시 가벼워 보였으며, 검 자루 근처에 ‘낙’자가 새겨져 있었다.낙청연이 물었다. “이런 검 하나를 만드는데 얼마나 걸립니까?”침서는 웃으며 말했다. “보름 안에 꼭 만들어 주마.”낙청연은 의아했다. “보름 안에 가능하단 말입니까?”침서는 입꼬리를 올려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가능하다. 그러나 네 도움이 필요하다.”“뭘 도와주면 됩니까?”“내가 필요한 재료를 반드시 3일 안에 구해 산으로 옮겨야 한다.”이 재료들은 암시장에서 구하기 그다지 힘들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 낙청연은 바로 대답했다. “문제없습니다!”뒤이어 침서는 진지하게 도면을 완성했고, 낙청연은 잠시 옆에서 지켜보았다.한편으론 침서의 천부적인 주검 기술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오직 검을 만들 때만, 그는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진지했다.낙청연도 더 이상 방해하지 않고 방에서 나갔다.뒤이어 집으로 돌아온 낙청연은 우화응을 만났다.우홍은 이미 그녀를 찾아왔다.우화응은 정원에서 낙청연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낙청연을 보자, 그녀는 바로 낙청연을 향해 걸어왔다.“일전에 있었던 일은 미안합니다.”“그리고 저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낙청연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때 당신은 우경성에게 통제되었던 겁니다. 그러니 미안해하지 않아도 됩니다.”“예전에 저에게 했던 말은 모두 진실입니까?”우화응은 다급히 말했다. “모두 진실입니다. 한 마디의 거짓도 없습니다.”“다만 그때 저는 당신에게 숨기는 게 있었습니다.”“저의 오라버니가 우단봉에게 접근한 일을 숨겼습니다.”“다른 건, 다 진실입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웃으며 말했다. “그럼, 더 이상 사과하지 않아도 됩니다. 당신이 돌아왔다는 건, 이미 성주에게 해명했다는 뜻 아니겠습니까?”“우경성이 한 짓은 당신과 상관없으니, 마음에
“당신은 먼저 가서 말을 준비하십시오. 저는 구십칠에게 할 말이 좀 있습니다.”“알겠다.”뒤이어 침서는 말을 준비하러 갔다.낙청연은 마침 큰길에서 구십칠과 뒤에서 따라오는 기옥을 만났다.“내가 보름동안 자리를 비워야 할 것 같으니, 네가 암시장을 좀 돌봐주거라.”“그리고 나 대신 오라버니에게 말 좀 해줘.”구십칠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마침 말고삐를 끌고 오는 침서를 보더니 구십칠은 걱정하며 물었다. “침서와 함께 가시는 겁니까? 위험하지 않겠습니까?”“괜찮다.”“제호가 죽었으니, 앞으로 암시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잘 지켜보도록 하거라. 만일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이곳에 와서 불꽃을 터뜨리도록 하거라. 그럼, 내가 볼 수 있다.”낙청연은 말을 하며 구십칠에게 지도 한 장을 건넸다.구십칠은 열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이었다. “알겠습니다. 당신도 조심하십시오.”낙청연이 돌아서 막 가려고 하는데, 문득 기옥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기옥의 얼굴에 흑기가 뒤덮여 있었다.낙청연은 이를 보고 저도 몰래 깜짝 놀랐다.“왜 그러십니까?” 기옥은 낙청연의 이상해하는 눈빛을 보더니 궁금해하며 물었다.낙청연은 기옥을 한쪽으로 끌어당기더니 말했다. “요즘 집안 식구들은 괜찮으냐?”기옥은 잠시 멍해 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평안합니다. 왜 그러십니까?”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의 얼굴에 흑기가 뒤덮인 걸 보아하니, 가족의 운세가 그다지 좋지 않은 모양이다. 아마도 혈광지재가 있는 듯하니, 시간이 있으면 집에 돌아가 보거라.”기옥은 이 말을 듣고 약간 놀라더니,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이때, 침서의 재촉하는 소리가 들렸다. “청연, 출발해야 한다.”“지금 가지 않으면 어둡기 전에 도착할 수 없겠구나.”낙청연은 기옥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스스로 조심하거라.”이 말을 끝내고 그녀는 몸을 돌려 가버렸다.침서는 말 두 필을 끌고 와서, 한 필을 낙청연에게 건넸다. 두
낙청연은 침서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제호가 침서의 손에 죽었다는 소식은 분명 널리 퍼질 것이다.설령 원수가 있더라도 운주영의 사람은 아닐 것이다. 필경 제호의 죽음은 그들에게 좋은 점만 있을 뿐 나쁠 건 없다. 이 통솔자의 자리는 분명 많은 사람이 다툴 것이다.만일 누군가 이 원한을 암시장에 품고 있다고 해도, 우홍을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어젯밤 그 전투에서 제호조차 우홍의 상대가 못되었는데, 그 누가 감히 또 제 발로 찾아오겠는가?잠깐 휴식을 취한 후, 낙청연은 시간을 보더니 말했다. “먹을 걸 좀 찾아오겠습니다.”침서가 그녀를 불렀다. “내가 같이 가 줄까?”낙청연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대답했다. “아닙니다.”“당신은 당신 볼일 보십시오.”낙청연은 숲속으로 걸어갔다. 침서가 따라 나와, 멀리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여기는 천궐국과 가장 가까운 곳이다.그녀는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모르겠다.침서는 따라가 보고 싶었지만, 생각해 보더니, 그만뒀다. 혹여라도 낙청연이 발견하면 분명 화낼 것이기 때문이다.곧 침서는 물건을 정리하며 분주히 움직였다.그는 방안의 침대도 다시 정리했다.낙청연은 조용한 숲속을 걸었다. 날은 점점 저물어 갔고 어둠이 숲을 뒤덮는 모습을 보며 처음 이곳에 왔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그때의 그녀는 어떻게 여기서 도망갈지 매일 생각 했다.그런데 어느 날 주동적으로 침서를 따라 이곳에 오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앞길은 낯설고도 익숙했다.제월산장은 어떻게 되었을까?이미 재건되었겠지?주위는 여전히 사냥감이 보이지 않았다. 낙청연은 계속해서 찾으러 갔다.전방 풀숲에 드디어 움직임 소리가 들렸다.낙청연은 허리를 굽히고, 허리춤에서 비수를 뽑아 살금살금 다가갔다.풀숲에 꿩 한 마리가 있었다.낙청연은 민첩한 행동으로 즉시 비수를 내던졌다. 꿩은 날개를 퍼덕이었지만, 낙청연의 비수에 날개가 찔렸다.낙청연은 즉시 달려가 꿩을 붙잡아 들고 만져보았다. 하지만 너무 야위여서 두 사람 먹기에는
이치대로라면, 벙어리는 이곳을 알 이유가 없다.벙어리는 손짓으로 그녀를 따라 함께 산에 올라왔다고 했다.“당신은 나를 따라온 것이오?”벙어리는 고개를 끄덕이었다.“혹시 진익이 시킨 것이오?”벙어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 또 고개를 흔들었다.낙청연은 그의 긴장한 표정을 보더니,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됐소. 당신을 나무라지 않았소.”“마침 잘 됐소. 나도 아직 식사 전이니, 함께 먹기오.”벙어리는 고개를 끄덕이었다.곧 두 사람은 주위에서 토끼 한 마리를 잡아, 시냇가에서 깨끗이 씻은 후 불더미 위에 올려놓고 굽기 시작했다.정리하고 나니, 이미 밤이 되었다. 밤바람은 차가운 기운을 불어왔다.낙청연은 추위에 불더미 옆으로 바짝 다가갔다.벙어리는 일어나 바람받이에 앉았다. 그는 몸으로 그녀를 위해 밤바람을 막았다.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계속 고기를 구웠다.낙청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세심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진익이 당신에게 또 새로운 명령을 내렸소?” 낙청연은 그가 갑자기 떠났던 그날이 떠올랐다. 아마도 진익이 그를 불렀을 것이다.벙어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뭇가지로 썼다: 침서를 지켜보라고 했소.“침서를 지켜보라고? 그런 거였군!”낙청연은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벙어리는 벙어리만의 임무가 있다. 그건 그녀와 상관없다.“그럼, 당신은 줄곧 산에 있을 생각이오? 우리는 산에서 보름은 묶어야 하오.”벙어리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들이 언제 하산하면 그도 언제 산에서 내려갈 거라고 뜻을 표했다.낙청연은 이 산의 밤바람을 느껴보더니, 속상해하며 말했다. “이 산의 밤은 너무 춥소.”“잇닿아 있는 이 몇 개의 산에는 동굴이 없소. 오직 숲이요. 밤을 어떻게 보낼 셈이요? 불을 피우겠소?”“아니면 나와 함께 저쪽에 있는 집으로 가는 게 어떻소?”그러나 벙어리는 고개를 흔들며 승낙하지 않았다.“침서를 만날까 봐 그러는 것이오? 하긴, 당신이 우릴 따라온 걸 침서가 알게 되면 그는 절대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깊은 밤.부진환은 급히 돌아가 명령했다. “지금부터 모든 사람은 십 리 후퇴한다. 내 명령 없이는 경거망동하지 말거라.”침서가 갑자기 산에 올라왔기 때문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행동을 멈춰야 했다.그리고 부진환은 또 다급히 다리를 건너 제월산장으로 돌아왔다.잠에 들었던 송천초는 낙청연의 소식을 듣더니 벌떡 일어나 옷을 걸치고 달려 나왔다.“무슨 일입니까? 좋은 소식입니까? 나쁜 소식입니까?” 송천초는 매우 긴장했다.부진환은 무직한 어투로 말했다. “낙청연과 침서 두 사람 모두 산에 있소. 낙청연은 아마 이틀 안에 올 거 같소.”이 말을 들은 송천초는 감격해 마지않았다. “정말입니까?”“정말 온단 말입니까?”“드디어 낙청연을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그러나 부진환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들은 반드시 나의 신분을 비밀로 해야 하오.”“절대 낙청연이 나의 신분을 알게 해서는 안 되오.”이 말을 들은 송천초는 약간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입니까?”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일 낙청연이 나의 신분을 알게 되면, 내가 그녀 곁을 따라 따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오.”“게다가 이미 이렇게 오랫동안 그녀를 속였는데 인제 와서 진실을 알게 되면 틀림없이 화를 낼 것이요.”이 말을 들은 송천초의 마음은 비록 씁쓸했지만 그래도 응했다. “알겠습니다. 말하지 않겠습니다.”부진환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여러분께 부탁하오.”비록 지금 용삼으로 연명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살 수 있는지는 그도 모른다.그는 단지 남아 있는 자신의 생명을 더욱 가치 있게 보내고 싶다.그녀의 용서를 받을 수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는 그저 그녀를 안전하게 지켜주고, 그녀의 남은 인생 다시는 고통받게 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이른 아침, 산속은 여전히 약간 싸늘했다.낙청연은 일찍이 잠에서 깨어나, 방문을 열어보니, 침서가 검을 주조하는 헛간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그는 이불을 덮고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낙청연은 천천히 앞으로 걸어
그물을 들춰보니, 적어도 일곱여덟 마리는 되었다.낙청연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이틀 동안 사냥을 하지 않아도 되겠소.”“가져가서 키워야겠소.”벙어리는 고개를 끄덕이었다.“여기서 잠깐 기다리시오. 이걸 갖다 놓고 나와 함께 어디 좀 가 주시오.”벙어리는 고개를 끄덕이었다.곧이어 낙청연은 다급히 돌아갔다.침서는 이미 음식을 먹고 있었다. 그렇게 많은 꿩을 들고 오는 그녀를 보고 그는 매우 놀라 했다.“아요가 이렇게 대단했느냐? 이런 재주가 있었다니!”낙청연은 목판을 찾아 정원 모퉁이에 큰 울타리를 만들어 꿩을 가둬 놓았다.“키워서 천천히 먹읍시다.”침서는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면서 몹시 만족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아요, 모든 일이 끝나면, 우리 여기서 지내는 게 어떠하냐?”“그때 내가 이 정원을 좀 더 크게 가꿀 테니, 너는 네가 좋아하는 화초와 풍을 심고, 작은 동물을 키우거라.”“한가할 땐 그들과 놀과, 먹고 싶으면 죽여 먹는 게 어떠하냐?” 침서의 머릿속엔 이미 그런 아름다운 그림을 상상하고 있었다.이건 그가 꿈에 그리던 생활이다.낙청연은 어이없다는 듯 그를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 “정말 멀리도 내다봅니다.”“일단 눈앞의 일부터 잘하십시오.”“저는 다시 나가봐야 합니다. 먹을 걸 더 찾아봐야 합니다.”“그럼, 일찍 돌아오거라.” 침서는 한 마디 당부하더니 일어나 검을 주조하러 헛간으로 가서 다시 바삐 보냈다.낙청연이 돌아갔을 때, 벙어리는 과연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갑시다요.”낙청연은 벙어리를 데리고 그 익숙한 방향으로 걸어갔다.벙어리는 말없이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그러나 그는 그녀가 가는 쪽을 알고 있었다.역시, 그녀는 그 벼랑으로 가고 있었다.먼 길을 걸어, 점점 그 벼랑에 가까워지자, 낙청연은 벅차오르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그런데 벼랑 끝에 이르렀을 때, 눈앞의 광경에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 다리! 이미 고쳤다니!그녀는 그저 여기 와 보
“자, 올라갑시다!” 송천초는 감동한 나머지 낙청연을 끌고 절벽을 올라갔다.뒤에서 벙어리도 따라 올라갔다.송천초는 그를 힐끗 쳐다보며 일부러 물었다. “이분은 당신 친구입니까?”낙청연이 대답했다. “응, 여국의 친구다.”낙청연은 벙어리가 이 일을 진익에게 알려줄까 봐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함께 생사를 겪었던 사람은 믿을 수 있다고 그녀는 믿기 때문이다.게다가 진익이 이 길을 알아도 아무 소용이 없다. 이 산 아래는 전부 침서의 사람이기 때문이다.진익이 무엇을 하려고 해도 침서의 눈을 벗어나기란 어려운 일이다.송천초는 낙청연의 손을 잡고 흥분해서 말했다. “보십시오. 우리 산장은 이미 재건되었습니다. 큰불에 탔던 흔적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낙청연은 속으로 매우 흐뭇했다. 확실히 예전의 웅장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산에 사람도 많았고 호위도 많이 늘린 것 같았다.“그 다리를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고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구나.”“그동안 다들 고생이 많았겠구나.”송천초는 웃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다 초경 덕분입니다.”“초경이 도와줬기에, 이렇게 빨리 고칠 수 있었습니다.”“이번에는 침서에게 들키지 않게 조심하십시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침서는 일단 속여야 한다.이 다리는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다.그래서 날이 어둡기 전에 그녀는 돌아가야 한다.송천초는 낙청연을 끌고 산장으로 왔다. 산장에서 낙청연은 초경과 진소한을 만났다. 뜻밖에도 두 사람은 광장을 쓸고 있었다.그녀가 오는 것을 본 초경은 빗자루를 홱 던져버리고 헛기침으로 난처함을 감추더니 다시 도도한 표정으로 돌아왔다.“이게 얼마 만이냐? 다리를 고친지 이제 며칠 안 됐는데 네가 벌써 찾아오다니!”“너를 구하러 여국까지 가지 않아도 되니, 참 다행이구나.”초경은 뒷짐을 짊어지고 느긋하게 말했다.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놀라운 표정으로 송천초를 쳐다보며 물었다. “나를 구하러 여국으로 갈 셈이었느냐?’송천초는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
그래서 미리 병력을 파견하여 미연에 방지한 것 같다.“천초, 약속해 줘! 설사 양국이 정말 교전한다 해도, 너는 일단 너부터 지키겠다고.”“절대 거기에 연루되지 말거라.”제월산장이 처한 위치는 매우 특별하기 때문에 만약 그 속에 말려들면 매우 위험하다.송천초는 낙청연이 걱정할까 봐 고개를 끄덕이었다.“알겠습니다. 어쩌다 왔는데, 이런 속상한 얘기는 하지 맙시다.”“제가 가서 맛있는 간식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송천초는 즉시 일어나 주방으로 달려갔다.초경이 옆에서 느릿하게 일어서더니 물었다. “바둑이나 한판 둘까?”“그래, 좋다.”화원의 정자에 이르니, 산들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약간 시원한 기운을 띠고 있었다.두 사람은 천천히 바둑을 두었다.낙청연이 물었다. “혹시 부진환의 시신을 어디에 묻었는지 아느냐?”이 말을, 그녀는 오직 초경에게만 물어볼 엄두가 났다.이 이름을 떠올리면, 낙청연의 가슴은 바늘로 찌르는 듯이 아팠다.초경은 잠시 멍해졌다.그리고 낙청연 뒤에 벙어리가 서 있었다. 그도 순간 온몸이 굳어 버렸다.초경은 잠시 멍해 있더니, 바둑돌을 올려놓으며 대답했다. “경도에 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경도로 돌려보내긴 해야 한다.”“이미 황릉에 묻었겠지?”“이젠 평생 그에게 향을 피워줄 기회가 없겠구나!”그녀는 이제 경도는 돌아가지 못한다. 궁은 더욱 돌아가지 못한다.듣고 있는 초경은 마음이 괴로웠으며,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말들을 할까 말까 고민하다 다시 삼키고 말았다.“침서는 마음이 흉악하고 수단이 악랄한데 네가 그의 곁에 있으면 위험하지 않느냐?”초경은 말머리를 돌려 물었다.낙청연은 계속해서 바둑을 두며 대답했다. “그는 나에게 상처 주지 않는다.”“너는 송천초를 좀 말리거라. 함부로 다리 그쪽에 못 가게 하거라.”초경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염려하지 말거라. 나야 당연히 천초의 안전을 위주로 할 거니까!”“그럼, 됐다.” 이 점을 낙청연은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아주 빠르게 송천초는 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