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청연은 마음속으로 깜짝 놀랐다. 침서가 왜 왔을까?“내가 나가 볼게.”낙청연은 즉시 하산했다.낙청연이 하산 했을 때, 침서가 마침 산을 태워버리려고 했다.멀리서 내려오는 사람을 보더니, 그는 성난 목소리로 협박했다. “당장 낙청연을 풀어주거라! 그렇지 않으면 이 산을 전부 태워 버릴 것이다!”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번엔 그래도 때맞게 왔네.“침서! 멈추십시오!”낙청연의 목소리를 들은 침서는 깜짝 놀라더니, 즉시 앞으로 달려왔다. 그녀를 본 침서는 감격해마지 않았다.“괜찮으냐?”이 말을 하며 침서는 낙청연의 손을 덥석 잡아 그녀를 자신의 등 뒤로 끌어당겼다. 그는 정 아저씨 등 사람들을 경계하며 말했다. “저 사람들이 너에게 무슨 짓을 했느냐?”낙청연은 침서를 밀쳐내면서 말했다. “저는 괜찮으니, 어서 당신 부하들을 멈추게 하십시오! 당장 불을 끄십시오!”낙청연은 귀도의 포방도에서 아주 많은 도랑과 저수지를 보았다. 일단 불이 붙어도, 반드시 끌 수 있다.그러니 산이 타버릴 걱정은 없다.하지만 낙청연은 저수지의 기관 장치를 함부로 건드릴 생각이 없었다.침서가 즉시 손을 흔들자, 다른 사람들은 불을 껐다.침서는 낙청연을 옆으로 끌어당기더니, 친절하게 물었다. “아요, 왜 한마디 말도 없이 귀도로 온 것이냐? 내가 얼마나 너를 찾아 헤맸는지 아느냐?”“나는 제사장 일족을 전부 다 뒤졌고, 도성 전체도 샅샅이 뒤졌다. 하마터면 천궐국에 너를 찾으러 갈 뻔했다.”“앞으로 또 가야 할 곳이 있으면, 나에게 먼저 귀띔이라도 해주면 안 되겠느냐?”침서는 긴장한 표정으로 매우 조급해했다.낙청연이 물었다. “그럼, 당신은 저를 어떻게 찾은 겁니까?”낙청연은 침서가 사사건건 다 알고 있는 것이 싫어서 일부러 그에게 이 일을 말해주지 않았다. 낙청연은 침서와 시종일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싶었다.“수단을 좀 썼지. 제사장 일족의 사람을 추궁했다. 그들이 말하길. 우유의 방에서 어떤 쪽지를 보았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나는 네가 귀도에 우유를
“생각해 보니, 온심동은 내가 귀도에서 죽은 줄로 알고 무척 기뻐하겠구나.”우유는 진지한 표정으로 낙청연을 쳐다보며 물었다. “무슨 계획이 있느냐?”낙청연은 입꼬리를 올리며 천천히 일을 열었다. “침서가 이번에 가져온 소식에 의하면 천궁도가 요즘 해씨 집안에 들러붙었다고 하던데, 온심동이 또 재주를 발휘해야 할 때가 되었구나.”“그러니 내가 마땅히 온심동에게 큰 선물을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그래야만 그녀가 나에게 준 선물에 보답하지.”우유가 물었다. “그럼, 우리 언제 돌아가느냐?”낙청연은 무거운 어투로 말했다. “다녀올 곳이 있다. 그곳에 갔다 와서 바로 하산하자.”우유는 고개를 끄덕이었다.밤이 아직 깊어지지 않았다. 우유가 떠난 후, 낙청연은 바로 벙어리의 방문 밖으로 걸어갔다.방문을 닫고, 낙청연은 직설적으로 말했다. “며칠 후에 산에서 내려갈 것이오.”벙어리는 고개를 끄덕이었다.“당신의 상처가 여전히 좀 걱정되니, 검사해 봐야겠소.”산에서 내려가면, 그들은 아마 자주 만날 기회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의 상처도 더는 치료해 주지 못한다.벙어리는 잠시 멈칫하더니, 곧바로 옷을 벗었다.벙어리의 상처를 볼 때마다, 낙청연은 여전히 충격을 받는다.그의 몸은 허약하다 못해 뼈대만 남았다. 그는 이 상처 때문에 꼴이 말이 아니었다.낙청연은 조제한 연고로 다시 약을 발라주었다.“외상을 치료하는 약도 좀 준비했으니, 산에서 내려가면 혼자서 약을 자주 바꿔줘야 하오.”벙어리는 고개를 끄덕이었다.“만약 상처가 재발하면, 나를 찾아오시오. 찾기 어렵지 않을 것이오.”오히려 낙청연이 벙어리를 찾으려면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한참 말을 하고 있는데,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더니, 곧이어 누군가 방문을 한 발로 걷어 찼다.낙청연은 깜짝 놀랐다. 노기등등해서 문밖에 서 있던 침서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밤늦게 뭐하는 짓이냐?”실눈을 뜬 침서의 눈빛에 한 줄기 살의가 스치더니 벙어리의 몸에서 눈길을 멈췄다.“저 사람은 누구냐?”
그녀의 가족에게 쓴 서신들이었다.보아하니, 서신을 쓴 시간대는 모두 달랐다.낙청연은 서신을 뜯어보지 않았다.이 서신들은 우단봉이 가족을 배신 한 후에 쓴 것 같았다.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속마음을 얘기한 것 같다.우단봉은 우경성에게 죽임을 당한 후, 이 서신들을 보내지 않은 것을 후회한 적이 있을 거다.최소한, 가족들에게 몇 마디 안부만 전했어도, 이렇게 오랫동안 아무런 소식이 없었을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낙청연은 아직도 우단봉의 부모를 찾아낼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서신들을 그녀는 모두 갖고 갈 것이다. 이건 그녀가 우단봉을 만났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때문이다.물건을 손에 넣자, 그들은 산에서 내려가려고 했다.벙어리는 그들과 동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낙청연은 때가 되면 벙어리를 산에서 내려보내라고 정 아저씨에게 분부했다.그들이 떠나갈 때, 부진환은 산 정상에서 조용히 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비록 숲은 무성했지만, 그는 낙청연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시간은 너무 빨리 지나갔다. 별로 오래 함께 지내지도 못한 것 같은데 또 헤어져야 했다.“청연, 다음에 만날 땐, 이런 위험한 곳이 아니었으면 좋겠구나.”산에서 내려가던 낙청연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산 정상을 쳐다보았다.침서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더니 물었다. “왜 그러느냐?”낙청연은 고개를 돌리더니 계속하여 가던 길을 걸으며 말했다. “여기 너무 오래동안 있어서 약간 아쉽습니다.”침서는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너는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다. 작디작은 성주를 어찌 마음에 두느냐? 네가 앉을 자리는 대제사장 자리이다!”낙청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산에서 내려가니, 침서의 마차는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대오는 정연한 모습으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낙청연과 우유는 동일한 마차에 탔다.거리가 좀 먼데다가, 마차가 너무 덜컹거리는 바람에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아 낙청연은 어렴풋이 잠이 들었다.잠에 취해 머리가 흐리멍덩할 때였다. 갑
이번에 귀도에서 더욱 많은 체력을 소모했다.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여전히 피로감은 강렬하게 몰렸 왔고, 마차에 앉아서 시시각각 잠에 빠지곤 했다.우유도 몹시 걱정됐다. “좀 이따 마을에 도착하면 우리 잠깐 좀 쉬자 꾸나.”“네가 푹 잘 수 있게 안심향을 피워 줄게.”“충분히 쉬고 나서 출발하자.”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었다.침서도 마을에 들러 휴식하는 것을 당연히 동의했다. 다만 대오가 너무 이목을 끄는 바람에 마을에 도착하자, 많은 사람은 아예 문을 닫고 장사도 하지 않았다.다행히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그들은 객잔을 찾았다.잠을 자기 전에, 낙청연은 특별히 사기를 쫓는 부적수까지 한 그릇 마셨다.그리고 우유가 안심향을 피워주자, 낙청연은 잠을 청했다.구십칠이 방문 밖에서 지키고 있었다.처음에 낙청연은 잠을 잘 자고 있었지만, 한밤중이 되었을 때였다.계속 의자를 끄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낙청연은 몹시 불안했다. 그녀는 죽을힘을 다해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려고 했지만, 눈은 떠지지 않았다.마치 몸은 여전히 깊이 잠들어 있었지만, 의식은 깨어난 듯했다.그 의자를 끄는 소리는 그녀의 침상 옆에서 멈춘 것 같았다.그러더니 종이 한 장이 이마에 붙어있는 느낌을 받았다.그 뚜렷한 촉감에 낙청연은 몹시 불안했다. 하지만 눈은 떠지지 않았고, 움직일 수도 없었으며, 말을 할 수도 없었다.그리고 더없이 섬뜩했던 건 누군가 그녀를 침상에서 끌어당겨 앉혀 놓은 것이다.그리고 그녀의 한쪽 팔을 들었다.그 익숙한 느낌은 바로 우단봉이 우경성에게 죽임을 당했던 동작이었다!두려움이 몰려왔다.과연, 검기가 엄습해 오더니, 날카로운 칼날이 사정없이 그녀의 팔에 떨어졌다.한순간에 그녀의 팔은 마비되었다.그 순간, 아무런 통증도 없었고 그저 차디찬 느낌뿐이었다. 하지만 낙청연은 식은땀을 흘렸다.곧이어 다른 한쪽 팔을 들어 올렸다.또 마비된 느낌이 몰려왔고, 차가운 기운이 엄습해와 완전히 그녀를 뒤덮어
낙청연은 침상에서 내려와, 구십칠의 눈꺼풀을 젖혀 눈동자를 살펴보았다. 눈동자는 탁한 기운이 없었다.그리고 맥을 짚어보니, 모두 정상이었다.낙청연은 구십칠을 흔들어 깨웠다.구십칠은 깨어나면서 약간 어리둥절해했다. “제가 왜…… 여기에 있습니까? 저는 방문밖에 있지 않았습니까?”낙청연이 물었다. “조금 전, 있었던 일을 기억하느냐? 전혀 기억이 없느냐?”구십칠은 고개를 흔들었다. 조금 전 있었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칼집에서 나와 있는 검을 보며 구십칠은 당황했다. “제가 혹시 당신을 해쳤습니까?”낙청연은 팔짱을 끼고 어이없다는 듯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넌 방금 전 하마터면 나의 머리를 자를 뻔했어.”구십칠은 깜짝 놀라 굳어버렸다. “뭐라고요?”“저는…… 저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구십칠은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는 물었다. “저의 몸에 뭐가 붙은 거 아닙니까?”낙청연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우경성이다.”“우경성은 비록 재가 되어 사라졌지만, 그의 음기가 조금 남아 나의 몸에 들어왔다. 다만 나는 그것이 너에게까지 영향을 끼칠 줄은 몰랐다.”이 말을 들은 구십칠은 의아했다. “그럼, 어떡합니까?”낙청연은 부적을 녹여 구십칠에게 먹였다.그리고 구십칠을 살펴보니 그의 몸에 전혀 음살기가 없었다. 그러니 이제 괜찮은 거 같았다.“그럼, 제가 나가 지키겠습니다. 어서 쉬십시오.”구십칠은 방에서 나가, 계속하여 문밖에서 지켰다.하필 이때, 침서가 왔다. 그의 약간 위험한 눈빛으로 구십칠을 쳐다보았다.“당신이 왜 방 안에 들어갔소?” 침서는 냉랭하게 질문했다.방안에서 낙청연이 외쳤다. “제가 그를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침서는 더 캐묻지 않았다. 다만 냉랭하게 구십칠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당신은 들어가시오.여기는 내가 지키겠소”구십칠은 머뭇거리며 낙청연을 힐끔 쳐다보았다. 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었다.곧이어 구십칠이 떠났다.침서가 걸어 들어왔다. “아요, 안색이 안 좋구나. 악몽을
“아니,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오마.”낙청연은 바로 일어나 방에서 나갔다.그런데 참 이상했다. 객잔에 아무도 없었다.낙청연은 우유에게 여쭤보려고 고개를 돌렸는데, 우유도 자기 방으로 돌아가고 없었다.그리하여 낙청연은 혼자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객잔에 장궤와 점원 모두 보이지 않았으며, 침서와 구십칠도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아직도 쉬고 있을지도 모른다.원래는 객잔에서 나가 좀 걸으려고 했지만,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뒷문 쪽으로 스쳐 지나갔다. 낙청연은 눈동자가 반짝이더니, 즉시 쫓아 나갔다.객잔 후문까지 쫓아갔으나,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바로 이때, 낙청연은 갑자기 숨이 멎는 것 같았다.마치 누군가 목구멍을 필사적으로 조르고 있는 것만 같았다.하지만 지금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낙청연은 갑자기 무릎을 꿇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두 손을 물 항아리에 바쳤다.갑자기 그 물속에 한 남자의 얼굴이 거꾸로 비쳐 있었다.우경성!한 가닥의 차가운 기운이 엄습해왔다.낙청연은 즉시 숨을 숙이고, 곧바로 천명 나침반을 꺼내, 자신을 향해 비추었다. 한 줄기의 금빛이 번쩍이었다,흑기는 점점 그녀의 몸에서 흩어졌다.곧이어 그녀는 또 부적을 꺼내, 자기 가슴을 향해 힘껏 내리쳤다.낙청연은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기침을 하더니 뭔가를 토해냈다.한뭉치의 검은색 머리카락이었다.바로 이 물건이 그녀의 목구멍에 걸려 숨을 쉴 수 없게 했던 것이다.낙청연이 땅바닥에 앉아 잠깐 쉬었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였다.눈앞의 광경에 그녀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녀는 물 항아리 옆이 아니라, 우물 옆에 있었던 것이다.게다가 지금 날은 아직 밝지 않았고 여전히 밤이었다. 다만 이 정원의 등불이 비교적 밝았을 뿐이다.낙청연은 깜짝 놀랐다. 우경성이 죽고 난 후의 사기가 이토록 강할 줄은 미처 몰랐다.보아하니, 우경성은 자기 죽음을 몹시 억울해했고, 마지막 그 순간까지 그녀를 노렸던 것 같다.낙청연은 갑자기 조금 전 마셨던 탕약이 생각났다. 그건, 분명 우유가
이 말에 낙청연도 깜짝 놀랐다.낙청연은 그날 밤 있었던 일을 다시 꼼꼼히 돌이켜 보았다. “우경성이 만약 죽지 않았다면, 그럼, 우단봉도 죽지 않았을 것이다.”“이치대로라면, 우단봉은 비참한 죽임을 당해, 시신도 남기지 않았다. 그러니 그녀의 원한은 우경성보다 훨씬 강하니, 절대 우경성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그리고 우단봉이 죽었는데, 우경성이 살아있을 이유는 없는 것 같다.”이 말을 들은 우유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럼, 아마도 죽는 그 순간 생성된 사기가 너의 몸에 들어간 거 같다.”“큰 문제는 없을 거 같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천천히 몸조리를 잘해야겠구나.”다행히 그 후 도성으로 돌아가는 길에 더는 이상한 일이 생기지 않았다.도성으로 돌아오자마자, 낙청연은 10대 악인을 제도하였다. 다만 홍해는 일단 남겨두었다.옆에서 지켜보던 구십칠은 감회에 젖어서 말했다. “우리는 애초에 금혼부를 해제하려고 모인 사람들입니다. 지금 그들은 다시 태어날 수 있게 되었으니, 애초의 소원을 이룬 셈입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다음 생에 다시는 여국에서 태어나지 말고 천궐국으로 가기를 바란다.”“생생세세, 영원히 노예가 되지 않길 바란다.”이 말을 들은 구십칠은 피가 용솟음치는 것 같았다. 그는 순간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영원히 노예가 되지 않는다.”제도를 마친 후, 낙청연은 홍해를 불러냈다.비록 이미 죽었지만, 지금의 홍해는 매우 홀가분했다. 그는 낙청연과 구십칠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제가 가장 두려워했던 일은 생기지 않았습니다.”“평생을 금혼부에 갇혀 발악했는데, 지금 죽으니, 오히려 자유롭습니다.”“다음 생에 저는 꼭 자유로운 사람이 될 겁니다.”낙청연은 웃으며 말했다. “그래, 가능하다. 하지만 그 전에 나를 도와줘야 할 일이 있다.”“무슨 일입니까?”“해씨 댁에 좀 다녀오거라. 사람은 다치게 하지 말고, 겁만 주고 오너라.”홍해는 통쾌하게 응했다. “알겠습니다. 해씨 댁은 제가 익숙합니다.
온심동은 듣더니 매우 놀라 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제가 이미 깨끗하게 해결했습니다!”해 영감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불쾌한 표정으로 즉시 손을 흔들어, 계집종 몇 명과 시위를 불렀다.“너희들이 말해보거라. 어젯밤에 무엇을 보았는지?”계집종의 안색은 하얗게 질렸으며, 아직도 공포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벌벌 떨며 말했다. “어젯밤에 칼을 든 어떤 놈이, 칼을 끌고 온 집안을 휩쓸고 다녔습니다.”“그 칼로 계속 땅을 긁으며, 온 저녁 끌고 다녔습니다. 그 소리는 듣기만 해도 소름이 돋았습니다.”시위도 다급히 말했다. “예! 맞습니다. 저도 보았습니다.”“너무 무서웠습니다.”“그리고 어젯밤 저택에 뜬금없이 팔뚝만 한 뱀이 나타났습니다.”“그 뱀들은 아직도 저택에 있습니다. 뱀은 너무 커서 잡을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지금 저택은 난장판이 되었습니다.”“대제사장님, 어서 방법을 생각하십시오.”온심동은 귀담아듣더니, 미간을 찡그리며 생각했다. 그런데 뱀이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그녀의 안색은 삽시에 하얗게 질렸다.그녀는 긴장해서 침을 삼켰다. “뱀이 있다고?”온심동은 뱀을 가장 두려워했다!해 영감도 다급히 말했다. “대제사장, 이렇게 큰일을 내가 어떻게 속이겠소?”“어서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 주시오.”온심동은 전혀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녀는 뱀을 보기만 해도 몸을 벌벌 떠는데, 그녀에게 뱀을 잡으라고 하다니!이 해씨 댁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하지만 해 영감은 그녀를 재촉했다. 온심동은 억지로 말했다. “어젯밤, 그 사람이 나타났던 곳으로 저를 안내하시오.”해 영감은 즉시 온심동을 데리고 그곳으로 갔다.온심동은 저택을 한 바퀴 둘러보며, 시시각각 길옆의 풀밭을 경계했다. 혹여라도 뱀 한 마리가 갑자기 튀어나올까 봐 두려웠다.“대제사장, 저번에 해결했다고 하지 않았소? 그런데 왜 또 문제가 생기는 것이요? 이 물건이 혹시 우리 집에 들러붙은 게 아니요?’“그럴 리가 없는데!”온심동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묵계는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하지만 뱀독이 확산하여 썩어가는 송천초의 피부를 보니, 그녀는 못내 싫어졌다.시간이 흐르면 뱀독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그러다 오장육부를 다치면 이 몸은 더 이상 소용이 없다.묵계는 갑자기 방법이 떠올랐다.“좋다. 진법을 거두거라. 나오겠다.”묵계도 조금 조급해졌다.“약속하거라. 너에게 다른 몸을 찾아줄 테니 절대 다른 짓 하지 말거라.”낙요가 말했다.“그래. 어서!”두 사람은 드디어 의견이 맞았다.낙요가 진법을 없애자, 묵계도 순순히 송천초의 몸에서 나왔다.낙요는 특별히 두 가닥의 혼이 모두 나왔는지 확인했다.낙요는 얼른 부적을 송천초의 몸에 붙였고 묵계는 다시 송천초의 몸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하지만 묵계는 낙요를 빤히 보고 있었다. 그녀는 낙요가 가까이 오자 바로 낙요의 미간을 파고들었다.그녀는 순식간에 낙요의 몸속으로 들어갔다.낙요는 심한 충격을 입은 듯 휘청이며 뒤로 물러서서 의자를 붙잡고 그제야 안정을 찾았다.그녀의 귓가에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하. 다른 몸을 찾을 필요 없다. 네 몸이 아주 마음에 드는구나.”“혼을 빼앗는 것에 난 도가 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너를 대신하여 여국의 여제가 될 것이다.”낙요는 안정을 찾고 의자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녀는 자신감 넘치는 웃음을 지었다.“동하국에 너무 오래 있어, 바깥세상을 본 적 없는 모양이구나.”“아무나 너에게 혼과 몸을 빼앗기는 것은 아니다.”“제사장족의 대제사장들을 들어본 적 있느냐?”묵계는 낙요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제사장족? 동하국 사람한테서 들은 적 있다. 그때 나를 공격한 젊은이들도 제사장족 사람들이었다.”“그들이 쓰는 진법은 네 진법과 다를 것이 없다. 보아하니 너도 제사장족이구나.”“잘됐구나. 네가 강할수록 너의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다.”묵계는 아직도 기뻐하고 있었다.낙요가 난감한 듯 웃었다.“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구나.”“너처럼 순진한 요괴는 처음 보
백서는 바로 방에서 물러나 방문을 닫았다.조영궁 밖이 조용해지자, 병풍 뒤에서 그림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초경이었다.그는 쓰러져 있는 송천초를 품에 안고 있었다.낙요는 안색을 굳히고 다급히 앞으로 걸어갔다.“어찌 된 일입니까?”초경은 송천초를 연탑에 눕히고 설명했다.“동하국에서 괴물을 만났습니다...”초경은 사건의 경과를 간단히 설명했고 묵계의 신분도 알려주었다.그의 말을 듣고 낙요의 표정이 굳어졌다.“그렇습니까?”“방법이 있습니까? 그 괴물은 천초의 몸을 차지하려는 것입니다. 독을 없애서 깨어나게 할 수 없습니다. 천초가 위험할 것입니다!”초경은 몹시 조급했다.낙요가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다.“급해하지 마십시오. 방법이 있습니다.”“천초 몸 안에 있는 묵계의 혼을 뽑는 것은 자신 있습니다.”“밖을 지키고 있으세요.”초경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놓였다.낙요는 여국에서 제일 강한 대제사장이었으니, 분명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천초는 괜찮을 것이다!“예. 밖에 있겠습니다.”초경은 바로 방에서 나가 정원을 지키고 있었다.낙요는 피로 진을 그려 송천초의 몸을 뒤덮었다.그리고 송천초 몸 안의 혼을 빼내기 시작했다.물론 묵계가 그녀의 몸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아, 과정이 쉽지 않았다.손을 세게 쓰면 송천초를 다치게 할 수도 있고 약하게 하면 묵계를 꺼낼 수 없었다.“넌 누구냐? 감히 나를 상대하려는 것이냐?”묵계의 낮고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여국과 오랫동안 싸웠는데, 여국의 여제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냐?”낙요는 가소롭다는 듯 답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깜짝 놀랐다.“여국 여제? 평범한 사람을 위해 이 진까지 쓰는 것이냐?”“이 여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 난 너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나와 손을 잡지 않겠느냐?”낙요가 가볍게 웃었다.“보아하니 넌 사람의 감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사랑도 모르고 우정도 모른다.”“네가 몸을 원한다면 더 좋은 몸을 찾아주겠다. 얌전히 송천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