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돌린 벙어리는 그 모습을 보고 곧바로 그녀의 곁에 쭈그리고 앉아 다급히 부축했다.낙청연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았고 안색이 전보다 더욱 창백해졌다.“난 괜찮소.”낙청연은 시선을 들어 허공에 떠 있는 우단봉을 보았다, 그녀의 혼백이 드디어 완전해졌다.그녀의 창백한 얼굴 위로 미소가 걸렸다. 우단봉은 거만하게, 또 득의양양하게 웃었다.“내가 드디어... 자유로워졌어! 하하하하...”우단봉이 크게 웃자 숲속에 광풍이 불었다.벙어리는 다급히 팔을 들어 낙청연을 위해 흩날리는 흙먼지와 낙엽을 막아줬다.-동운수는 피를 왈칵 토하며 눈앞이 까매져 까무룩 쓰러졌다.“어머니!”우향은 대경실색하며 즉시 달려들었다.“어머니! 어머니! 왜 그러십니까?”한참을 불렀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깨어나지 않았다.우향은 화가 나서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낙청연, 이 천한 것이!”“두고 보자!”-한참 뒤에야 우단봉은 평정을 되찾았고 숲속의 바람도 잠잠해졌다.옆에 있던 도명은 그제야 천천히 다가갔다.제설미는 여전히 충격받은 상태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봤다.“조금 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낙청연은 천천히 몸을 일으킨 뒤 나침반을 거두었다. 그녀는 기운이 넘치는 우단봉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끌어당겼다.“임무는 완성했다.”그 말을 들은 도명의 눈동자에 빛이 번뜩였다.그는 곧바로 검을 뽑아 들고 제설미를 찔렀다.너무 빨라 미처 막을 새가 없었다.사람들은 전부 깜짝 놀랐고 제설미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고개 숙여 피가 묻은 칼날을 바라봤다. 그녀가 입을 뻐끔거리자 피가 왈칵 쏟아졌다.제설미는 눈조차 감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 간절한 눈빛으로 낙청연을 바라봤다.꼭 도명을 죽여달라고 애원하는 것만 같았다.낙청연은 도명을 바라봤다.“지금 뭐 하는 짓이오?”도명은 칼을 뽑으며 웃었다.“임무를 완수했으니 보물이 이제 곧 손에 들어오겠지. 그렇다면 다른 사람을 남겨도 소용없
우향은 차가운 목소리로 이를 갈며 말했다.낙청연은 우유를 바라봤다. 며칠 사이 우유는 많이 수척해져 있었다.“당신이 우유를 잡아 날 이곳으로 유인한 것이오?”낙청연은 눈을 가늘게 뜨며 우향을 바라봤다.“하지만 당신에게는 우유를 궁에서 빼돌릴 능력이 없을 텐데.”“온심동이 한 짓이오?”“온심동이랑 무슨 거래를 한 것이오?”우향은 차갑게 웃었다.“알고 싶소?”“알고 싶으면 무릎 꿇고 애원하시오.”“내게 애원하면 알려주겠소. 누가 우유를 잡은 건지, 누가 나랑 협력하여 당신을 이곳 귀도로 유인한 건지.”낙청연은 우향의 건방진 태도에 참지 못하고 코웃음 쳤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동운수는 오지 않았소?”“설마 조금 전 나와 싸웠던 이가 그녀였소?”낙청연의 어투에서 느껴지는 조롱에 우향은 더욱더 화가 났고 또 내심 놀랐다. 낙청연은 이미 그녀의 어머니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천한 것!”우향은 우유의 목을 조르며 낙청연을 위협했다.“무릎 꿇지 않을 것이오?”“낙청연, 당신에게 기회는 이번 한 번뿐이오!”“얌전히 무릎 꿇고 항복하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이자의 목을 부러뜨릴 것이오!”말하면서 우향은 손에 힘을 꽉 주었다.우유는 그 때문에 숨이 막혔고 이마에 핏줄이 섰다.낙청연은 평온한 얼굴로 차갑게 바라봤다.바로 그때, 허공에 떠 있던 우단봉이 맹렬히 돌진하여 우향의 몸을 꿰뚫고 지났다.그 순간, 우향은 오장육부 모두 충격을 받고 멀리 날아가 바닥에 거세게 부딪혀 피를 왈칵 토했다.우향이 데려온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그들은 누가 손을 쓴 건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그들은 곧바로 낙청연 일행을 향해 덤벼들였고 일촉즉발의 상황이 되었다.우단봉은 사실 그들을 직접 해결할 수 있었지만 낙청연이 그녀에게 눈치를 줬고 우단봉은 그녀의 뜻을 이해했다.“구십칠, 아토, 뒤로 물러서시오!”낙청연이 다급히 외쳤고 두 사람은 곧바로 뒤로 물러섰다.그 순간 음산한 바람이 불어왔고 보이지 않는 힘이
“뭘 급해하는 것이냐? 그렇게 오랜 시간을 기다렸는데 겨우 이때를 못 참는 것이냐?”그 말을 듣고서야 우단봉은 멈췄다.낙청연은 다가가 우향을 붙잡았다.낙청연은 구십칠더러 우향을 묶게 했고 아주 단단히 묶은 뒤에야 우향을 깨웠다.우향은 정신을 차린 뒤 눈을 부릅뜨고 낙청연을 노려봤다.“감히 날 잡은 것이오? 당신은 죽기를 기다리시오!”낙청연은 그녀의 앞에 앉더니 냉소를 흘렸다.“그러게나 말이오. 누가 감히 귀도의 아가씨를 건드리겠소?”“하지만 아쉽게도 귀도는 당신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훔쳐서 빼앗아 온 것이오. 원래 그들의 것이 아니지. 그러니 당연히 당신의 것도 아니오.”“이제 주인에게 돌려줄 때가 됐소.”우향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낙청연을 쏘아봤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오? 이 귀도는 처음부터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것이었소!”그 말에 낙청연은 의아해졌다.“동운수가 진실을 얘기하지 않은 모양이군.”“하긴, 그렇게 떳떳하지 못한 일을 어떻게 자기 딸에게 얘기할 수 있겠소?”“이 귀도는 그들이 아주 비열한 수단으로 빼앗은 것이오!”“아마 당신은 당신이 마주하고 있는 적이 누군지도 모르겠지. 그렇지 않으면 혼자서 산에서 내려왔을 리가 없지.”동운수는 아주 심하게 다쳐서 우향이 산에서 내려가는 걸 막지 못한 듯했다.우향은 낙청연의 말을 한마디도 믿지 않았다.그녀는 버럭 화를 내며 입을 열었다.“대체 뭘 하려는 것이오? 죽이려면 죽이시오! 난 귀신이 되어서도 절대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오!”그녀는 반드시 자신의 아이와 두풍진을 위해 복수할 것이다!낙청연은 그녀를 바닥에서 일으켰다.“당신은 날 데리고 산으로 올라가야 하오.”“어떤 원한은 당신의 어머니와 대면으로 해결해야 하오.”우향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꿈 깨시오! 지금 당장 날 죽인다고 해도 난 당신들을 데리고 산으로 올라가지 않을 것이오!”그들을 데리고 산으로 올라가는 건 늑대를 집안에 들이는 것과 다름없었다.죽어도 굴복하지 않으려는 우향의 모습에 낙청연은
우향은 단호히 부인했다.낙청연은 오히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일어섰다.“이자를 데리고 절로 향할 것이다!”그들은 줄곧 남쪽으로 향했고 우향은 가는 길 내내 저항했다. 하지만 구십칠과 벙어리가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탈출할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다.그렇게 오래도록 걷다가 동이 트기 시작해서야 그들은 겨우 그 허름한 절에 도착했다.허름한 절에는 부서진 불상이 쓰러져 있었다.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인 듯했다.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바닥에 발자국이 있었다.낙청연은 이곳이라고 더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우향은 낙청연이 혹시라도 기관을 찾을까 봐 긴장한 얼굴로 낙청연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봤다. 하지만 낙청연도 똑같이 우향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낙청연은 우향을 시험하기 위해 이곳저곳 살펴봤는데 그럴 때마다 우향의 반응이 달랐다.그러다 낙청연은 벽 한쪽을 선택해 기관을 찾기 시작했다.철컥.기관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서 갑자기 암문이 열렸다.낙청연이 암문을 열어 보니 아래에 문이 하나 있었고 그곳에도 기관 자물쇠가 있었다.하지만 그것은 낙청연에게 식은 죽 먹기였다.그 문을 연 뒤 낙청연은 횃불로 안을 비춰 보았는데 아래에는 긴 계단이 있었다.“제가 먼저 가보겠습니다!”구십칠이 먼저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낙청연과 벙어리가 그의 뒤를 바짝 따르며 우향을 끌고 내려왔고 우유가 제일 뒤에 섰다.긴 계단을 내려가니 앞에 통로가 하나 보였다.공간은 아주 협소했고 손본 적 없는지 벽면이 울퉁불퉁했다.그곳에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위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은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암문의 틈을 통해 빛이 들어왔는데 누군가의 모습이 언뜻 보였다.낙청연은 그 인기척을 듣고 심장이 철렁했다.복맹이었다!이곳까지 쫓아오다니, 복맹은 정말 끈질겼다.어둠 속에서 우단봉의 목소리가 들렸다.“저자는 날 찾아온 것이다. 먼저 가거라. 내가 붙잡아 두겠다.”곧이어 낙청연은 일행을 불러 부랴부랴 앞
인파 속에서 기세등등한 그녀가 걸어 나왔다.낙청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녀는 낙청연이 우단봉의 기억에서 봤던 그 여인이었다.동운수!우향은 저항하며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동운수를 바라봤다.“어머니... 저 때문입니다. 저 때문에 이자들이 산을 올랐습니다.”만약 허름한 절에 비밀통로가 있다는 걸 낙청연에게 들키지 않았더라면 낙청연 일행은 이렇게 쉽게 산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동운수는 심장이 미어졌다. 그녀는 낙청연을 노려보았다.“내 딸을 놓아주거라! 그렇지 않으면 아주 참혹히 죽여주겠다!”“누가 참혹히 죽을지는 모르는 일이지.”그 말에 동운수는 심장이 철렁했고 안색이 매우 안 좋아졌다.긴장한 모습이 조금 티가 났지만 그래도 꽤 잘 숨긴 편이었다.그녀는 침착하게 낙청연을 바라보며 말했다.“귀도를 찾은 건 귀도의 보물을 찾기 위해서겠지.”“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내가 먼저 약속을 지키마.”동운수는 바짝 긴장해서 자꾸만 주위를 둘러보며 우단봉을 찾았다.“난 용삼이 필요하오!”낙청연이 직설적으로 말했다.벙어리는 다급히 구십칠의 팔을 잡아당겼고 정신을 차린 구십칠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그리고 불전연도!”“있는 만큼 다 내놓으시오!”이틀 전 밤에 벙어리가 그를 찾아 단둘이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낙청연은 벙어리를 위해 용삼을 얻을 생각이었지만 낙청연 본인은 불전연이 매우 필요했다.지금 우향은 그들의 손에 있으니 그 어떤 약재라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니 용삼과 불전연 모두 얻어야 했다!동운수는 그 말을 듣고 눈썹을 치켜올렸다.“겨우 그 두 가지뿐이냐?”“내 딸을 놓아주면 약재를 주겠다.”낙청연은 웃으면서 우향의 목을 졸랐다.“약재를 주면 사람을 풀어주겠소.”동운수는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지만 사람을 시켜 약재를 가져오게 했다.양측은 그렇게 그곳에서 대치했다.약재를 가지러 간 사람이 돌아왔는데 그가 상자를 열자 안에는 용삼밖에 없었다.“성주님, 불전연이 없습니다!”그 말에 동운수는 눈살을 찌푸렸다.“없다니? 내가
바로 그때, 우향이 기회를 틈타 낙청연에게서 벗어났다.동운수는 차가운 시선으로 그들을 보았다.“여기까지 왔으니 얌전히 죽어!”바로 그때, 대들보 위에서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한 줄로 서서 활을 들고 그들을 겨누었다.날카로운 화살촉에서 섬뜩한 빛이 번뜩였다.낙청연은 입꼬리를 당기며 차갑게 웃었다.“미리 준비했나 보오.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 이 방에서 도망칠 수 없다는 거겠지?”낙청연은 방문, 천장, 벽을 관찰했고 곳곳에 기관이 있는 걸 발견했다.동운수는 차갑게 웃었다.“당연하지, 이곳은 기관실(機關室)이다. 너희처럼 산으로 난입한 사람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곳이지.”“오늘 이곳에서 살아서 나갈 생각은 하지 마라!”낙청연은 천참검을 움켜쥐더니 벽에 있는 기관을 향해 검을 세게 던졌다.동운수는 우향을 데리고 연신 뒷걸음질 쳤다.그런데 낙청연은 그들을 공격한 것이 아니라 벽에 있는 기관을 하나 부쉈고 그로 인해 대문이 완전히 잠겼다.동운수는 그 광경을 보고 코웃음 쳤다.“스스로 죽을 길을 찾는구나.”낙청연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그렇소? 누가 죽게 될지 아직 알 수 없지.”그녀의 미소를 본 순간, 동운수는 살짝 당황했다.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다음 순간, 음산한 기운이 들이닥쳤다.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사람들의 옷자락이 휘날렸다. 낙청연은 중앙에 서서 검은 머리카락을 휘날리고 있었다. 안색은 창백했고 눈빛에는 강렬한 살기를 띠고 있었는데 섬뜩할 정도로 사나웠다.낙청연의 손아귀에서 부적이 부스러지자 음산한 목소리가 은은히 울려 퍼졌다.“우단봉, 네가 복수할 때가 되었다!”돌연 붉은색 옷을 입은 사람이 나타나 낙청연의 손아귀에 빨려 들어갔다.그 순간 낙청연의 눈동자에 붉은빛이 번뜩였다.그녀는 온몸에서 살기가 흘러넘쳤는데 너무 강렬해서 감히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우단봉이라는 세 글자를 들었을 때 동운수는 두려운 기색을 드러냈다. 그녀는 초조한 얼굴로 외쳤다.“화살을 쏘거라! 화살을 쏴!”“한 명도 남
동운수는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졌고 곧바로 반격하며 복맹과 싸웠다.하지만 동운수의 실력은 지금의 복맹보다 훨씬 약했다.결국 그녀는 복맹에게 목이 단단히 졸렸다.낙청연은 똑똑히 보았다. 지금 복맹의 몸 안에 있는 건 우경성이었다!우경성은 미친 걸까? 자기 아내인 동운수를 죽이려 하다니?그 모습을 본 우향은 동운수를 구하기 위해 검을 들고 달려들었는데 복맹은 전혀 피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우향이 들고 있던 검에 몸이 꿰뚫렸다.복맹이 손바닥으로 우향을 공격해 그녀를 날려 보냈고 우향은 피를 토했다.동운수는 애타는 얼굴로 말했다.“우향아, 난 상관하지 말고 얼른 도망치거라!”우향은 어머니가 죽는 꼴을 그냥 지켜볼 수 없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복맹을 공격하려 했다.그런데 복맹이 사나운 눈빛으로 우향을 노려보며 그녀를 위협했다.“내가 죽이려는 건 동운수니 꺼지거라.”“그렇지 않으면 내가 부녀의 정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탓하지 말거라.”그 말에 우향은 대경실색하며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녀는 목이 메어 말했다.“부... 부녀라고요?”지금 복맹의 목소리는 복맹의 목소리가 아니었다.동운수는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겁을 먹고 얼굴이 창백하게 질렀다.그녀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한 얼굴을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경... 경성?”“하하하하, 네 놀란 얼굴 좀 보거라. 내가 돌아올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냐? 날 죽이면 이 귀도가 네 것이 될 줄 알았느냐?”우경성의 광기 어린 웃음소리에 동운수는 머리털이 쭈뼛 섰다.낙청연은 깜짝 놀랐다. 우경성을 죽인 것이 동운수라니?나쁜 놈이 나쁜 놈을 해친 걸까?동운수는 전혀 발버둥 칠 수 없었다. 그녀는 우경성에게 목이 졸려 눈이 벌게진 채로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눈앞의 섬뜩한 얼굴을 보며 말했다.“돌아왔으면 그냥 날 죽여.”“우리 딸은 놔줘.”우향은 눈앞의 사람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낙청연은 입꼬리를 당기며 천천히 다가갔다.“정말 재
그 얼굴은 확실히 우경성의 것이었다.“이번에는 너희 차례다.”그의 음산하고 거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구십칠은 수중의 장검을 움켜쥐며 벙어리와 우유 두 사람을 지켰다.천천히 앞으로 나선 낙청연의 눈동자에 살기가 일었다.그녀는 눈을 감았다.“우단봉, 이제 네 복수를 하거라.”낙청연은 자기 몸을 우단봉에게 완전히 맡겼다.다시 눈을 떴을 때, 얼굴은 여전히 낙청연의 얼굴이었지만 눈빛은 더없이 매서웠고 벌게진 두 눈동자에는 증오가 가득했다.우단봉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우경성, 너와 나의 원한을 오늘 끝내야겠다.”“널 어떻게 죽여야 내 한이 풀릴까, 십여 년 동안 끊임없이 생각했다.”“그런데 당신은 이미 죽었더군.”“하지만 상관없어. 오늘 난 반드시 당신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말을 마친 뒤 낙청연은 그에게로 돌진했다.검이 부딪히는 매서운 소리가 들렸다.그런데 바로 그때, 우경성이 벽 쪽으로 돌진해 천참검을 덥석 잡은 뒤 몸을 날려 방에서 도망쳤고 우단봉이 그의 뒤를 바짝 쫓았다.벙어리의 안색이 확 달라졌다. 천참검! 복맹은 천참검을 들면 인검합일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다.비록 지금 그의 몸 안에 있는 건 우경성이지만 그가 천참검을 가진다면...벙어리는 낙청연이 조금 걱정됐다.우경성은 복맹의 몸 상태가 어떤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복맹의 몸은 이미 심하게 썩은 상태였기 때문이다.하지만 우단봉은 낙청연을 고려해야 했다.그런 생각이 들자 벙어리는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그들은 곧 방에서 나왔다.낙청연과 복맹은 격렬히 싸우고 있었고, 그들의 움직임에 강풍이 몰아쳐 감히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천참검을 든 복맹은 확실히 실력이 훨씬 강해졌다. 치열한 전투 끝에 낙청연의 몸에 상처가 많이 생겼다.하지만 낙청연의 몸을 조종하는 우단봉은 아픔을 느끼지 못했다.옆에서 보고 있던 벙어리는 초조하기 시작했고, 구십칠도 알아차렸다.“천참검이 저자의 손에 들어가면 안 될 것 같군.”벙어리는 구십칠과 시선을 주고받았고 두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