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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3화

손 하나가 벙어리 어깨 위에 또 올려졌다.

그 순간 벙어리는 몸이 살짝 굳었다. 고개를 든 그는 나무 위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낙청연과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벙어리는 완전히 얼어붙어 꼼짝하지 못했다.

낙청연의 품에 있던 나침반이 격렬히 요동치기 시작했다. 강렬한 위험을 느낀 듯했다.

낙청연은 조용히 하라는 듯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댔고 그에게 뒤돌아보지 말라고 눈치를 줬다.

바로 그때, 창백한 얼굴 하나가 서서히 벙어리의 머리 뒤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회색빛의 눈동자가 낙청연을 직시하고 있었다!

낙청연은 순간 숨 쉬는 법마저 잊고 그 여인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잠시 뒤 낙청연은 몰래 부적 하나를 꺼내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철추야.”

철추는 곧바로 그 여인의 등 뒤로 걸어가 힘껏 일격을 가했다.

그 순간 여인은 동공이 확 커지면서 고양이 눈동자처럼 변했다.

낙청연은 곧바로 나침반을 꺼내 나무에서 뛰어내리며 벙어리를 향해 외쳤다.

“피하시오!”

벙어리는 아주 협조적이었다. 그는 몸을 굴려 왼쪽으로 피했다.

낙청연이 손에 들고 있던 나침반을 그쪽으로 비추자 금빛 한 줄기가 쏘아졌고 여인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철추 또한 넋이 나갔다.

“어머니, 사라졌습니다.”

낙청연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확실히 감쪽같이 사라진 듯했다.

나침반도 평온해졌다.

그러나 낙청연은 그것이 나타난 뒤 나침반이 반응했음을 떠올렸다.

그것이 말도 안 되게 강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아마 기운을 숨길 수 있어 나침반마저 알아차리지 못한 듯했다.

벙어리는 일어섰고 경계하듯 주위를 살폈다.

숲에서는 더는 아무런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고 상공의 영혼들도 차차 흩어지기 시작하면서 달빛이 틈새를 뚫고 숲에 드리워졌다.

광선도 조금 밝아졌다.

벙어리는 가슴팍을 문지르면서 사슬을 풀었고 그것으로 호랑이의 사체를 묶었다.

그는 이제 돌아갈 때가 됐다고 낙청연에게 눈빛을 보냈다.

깊은 밤이라 날씨가 쌀쌀했다. 밤바람이 불자 낙청연은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배도 고프고 또 힘들었다.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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