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상황은 낙청연을 보더니 눈에 빛이 감돌았다.낙청연은 태상황의 맥을 짚어보더니 다시 처방을 내리고 변경에서 일어난 일들을 모두 알려주었다.창용세를 태상황께 돌려주면서 말이다.태상황은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태상황의 독은 천천히 해독해야 합니다.”이렇게 오래 누워있었으니 신체는 보통 사람보다 훨씬 허약했다.태상황은 고개를 끄덕였다.낙청연은 마음에 둔 일이 있어 다시 입을 열었다 “태상황, 제가 공을 세웠으니 요구 하나만 들어주실 수 있겠습니까?”태상황은 낙청연에게 말해보라고 했다.“종묘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반 시진이면 충분합니다.”탁성 삼촌이 돌아가시기 전에 종묘의 태호 연못에 여국으로 가져가 속죄할 물건을 남겨두었다고 했었다.종묘는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니 공을 세운 틈을 타 낙청연은 요구를 내세웠다.태상황은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했다.낙청연은 기뻐하며 말했다 “태상황께 감사드립니다!”부경한은 낙청연이 황실 선조께 인사를 올린다는 핑계로 직접 종묘에 데려갔다.이렇게 큰 공을 세우고 공주로 봉했으니 종묘에 들어가 인사를 올리는 것도 마땅한 것이다.낙청연은 처음으로 종묘 내부에 들어왔다. 종묘는 생각보다 훨씬 컸다.낙청연은 부경한과 함께 절을 하며 인사를 올렸다.그러자 부경한이 입을 열었다 “종묘에는 왜 들어온 것이냐?”“풍수 기운을 보러 왔습니다. 황상, 이상한 짓을 하진 않을 테니 우선 밖에 나가 기다려주십시오.”부경한은 의심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려 떠났다.낙청연은 안으로 깊이 들어가 태호 연못을 찾았다.낙청연은 태호 연못 중앙의 원탁을 경공으로 가뿐히 뛰어넘고 허리를 숙여 만져보았다.함정 같은 건 없었다.그렇게 테두리 쪽으로 가서 원탁 아래를 만지자 물속에서 무언가가 만져졌다.실을 풀고 꺼내보니 소가죽으로 감싼 책자가 눈에 들어왔다.이게 바로 탁성 삼촌이 남겨준 물건이었다.낙청연은 물건을 가지고 곧바로 나갔다.“이렇게 빨리 나왔느냐? 무언가가 보이더냐? 한
낙청연은 깜짝 놀라 흠칫했다.부진환은 서늘한 눈빛을 한 채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휴서를 내줬는데 왜 왕부에 쳐들어오는 것이냐?”“보고 싶지 않구나,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말거라.”말을 마친 부진환은 방으로 돌아가 쿵 하고 문을 닫았다.낙청연은 주먹을 꽉 쥐었다.“왕야, 전 왕야께서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사람이 아닙니다. 여기에 있든 말든 제가 결정합니다.”낙청연을 말을 마치고 곧바로 떠났다.시위들은 낙청연을 감히 건드리지 못해 어쩔 수가 없었다.낙청연은 무거운 기분으로 정원에 앉았다.탁성 삼촌이 남긴 책자를 열어보려고 했으나 하얀 옷을 걸친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낙청연을 보자 부운주의 우울한 얼굴에는 따뜻한 미소가 그려졌다.“무사히 돌아왔으니 정말 다행이구나.”“같이 차나 한잔 마시자.”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부운주를 따라 남각으로 향했다.“혼자 있으면서 불편한 건 없습니까?” 낙청연은 깔끔하게 정리된 커다란 정원을 바라보며 물었다.보아하니 부운주 혼자서 청소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불편한 건 없다. 적적할 뿐이지.” 부운주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를 둘러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습니다. 여긴… 감옥이겠지요.”이번에 엄가를 무너뜨릴 수 있다면 부운주는 인질로 섭정왕부에 있을 필요도 없게 된다.“황형이… 왕부에 있지 말라고 하는데 어찌할 생각이냐?” 부운주가 말했다.순간 부운주는 낙청연을 데리고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다는 충동까지 생겼다.“드디어 너도 자유로워졌구나. 앞으로 그 누구도 너를 상관할 수 없고, 신분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며 음모와 계략을 벗어나 자유롭게 살 수 있겠구나.”“혹시… 짐이 될지도 모르는 나와 함께 할 생각은 없느냐?”부운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낙청연은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 “저는 떠나지 않을 겁니다.”부운주 머릿속의 아름답던 환상은 순간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황형이 널 이렇게 대하는데 대체 왜 떠나지 않는단 말이냐?” 부운주는 의문
낙청연은 곧바로 남각을 떠났다.부진환이 부에 있는지 신경 쓰지도 않은 채 낙청연은 자신의 정원으로 돌아왔다.지초는 돌아온 낙청연을 보더니 기뻐하며 말했다 “왕비, 무사히 돌아오실 줄 알았습니다!”“물을 받아오거라, 목욕을 해야겠다.”“예!”지초는 뜨거운 물을 가져와 꽃잎을 뿌려 넣었다. 그렇게 낙청연은 시원하게 몸을 담그기 시작했다.“밖을 지키거라. 혼자 좀 있어야겠구나.”지초가 문을 나선 후에야 낙청연은 탁성 삼촌의 책자를 천천히 펼쳤다.그 안에는 탁성 삼촌이 여국을 떠나고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보고 느낀 것들이 적혀있었다.글 사이에는 드넓은 세상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했다.첩첩산중에서 학들과 춤을 추고 깊은 바다에서 물고기 떼와 헤엄치며…홀로 수백 리를 걸었지만 새들의 지저귐과 반딧불이의 안내가 있어 한시도 적적하지 않았다.낙청연은 한 구절 한 구절 읽으며 마치 탁성 삼촌의 심정이 느껴지는 듯 저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혔다.이게 바로 탁성 삼촌이 꿈에 그리던 삶이었다.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도산에 도착한 탁성 삼촌은 한 여인에게 마음이 흔들리고 말았다.이 여인은 바로 지금의 태후였다!그러나 그때 태후는 그저 엄가의 아씨일 뿐, 태후의 자리까지 오르진 않았다.그때부터 둘은 정을 쌓았다.훗날, 여인은 후궁에 들어가 연비(蓮妃)로 책봉되었고 탁성 삼촌도 이 감정을 가슴에 묻은 채 계속 천하를 유람하기로 결심했다.그러나 연비는 탁성 삼촌에게 편지를 써 후궁에서 사람들의 괴롭힘을 당하며 살고 있다고 소식을 전했다.마음이 아픈 탁성 삼촌은 결국 자신의 삶은 바꿀 결정을 내리게 된다.바로 입궁하는 것이었다.그렇게 탁성 삼촌의 손에는 처음으로 무고한 사람의 피가 묻게 되었다.탁성 삼촌은 연비를 도와 적을 처리하며 황후의 자리까지 오르게 만들었다.몹쓸 짓도 하다가 보면 점점 더 익숙해진다.탁성 삼촌의 마음도 괴로웠다. 이번이 마지막이라 하면서 결국엔 또다시 같은 짓을 저질렀다.훗날 엄가는 횡령한 사실을 들켜 멸문의 벌을 받게 되었
낙청연은 급히 모욕 통에서 나와 재빨리 옷을 잡아당겨 몸을 감쌌다.바로 뒤에, 부진환이 그녀의 시선에 나타났다.“당신!” 낙청연이 막 입을 열었다.부진환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낙청연을 보며 말했다 “낙청연, 본왕은 너와 입씨름하고 싶지 않다! 당장 나의 섭정왕부에서 나가거라!”그 분노한 표정은 사람의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낙청연은 힘껏 그의 손에서 벗어나 말했다 “이게 바로 당신이 나의 방에 들이닥친 이유입니까?”“저는 안 간다고 말했습니다.”부진환은 약간 노한 표정으로 그녀의 턱을 덥석 움켜쥐고 그녀에게 바짝 다가갔다.“본왕이 모를 줄 아냐? 네가 왕부에 머무르려는 의도가 모두 부운주 때문이라는 것을.”“네가 만약 굳이 나가지 않겠다면 본왕은 너와 부운주의 일을 세상에 낱낱이 밝히겠다!”부진환의 표정은 분노가 가득했고, 어투에 강한 협박이 담겨 있었다.낙청연은 멍해졌다 “저를 쫓아내기 위해 이걸 가지고 협박하는 겁니까?”“좋습니다. 세상에 밝히십시오. 저와 5황자 사이는 결백하고 정정당당합니다. 두려울 게 없습니다.”이래도 낙청연은 떠나지 않는다.가슴 통증은 부진환의 마음을 급하게 했다.그는 다소 차가운 눈빛으로 낙청연을 침상에 눕혔다. “그래? 그럼, 본왕이 검사해보는 건 어때?”말을 하며 부진환은 즉시 낙청연의 두 손을 잡고 머리 위로 올렸다.낙청연은 갑자기 긴장해졌다. 그녀는 다리를 들어 그를 차버리려고 했다.그러나 부진환은 재빨리 그녀의 발을 잡았다.낙청연은 몸부림치며, 침상 안쪽으로 피했다.부진환은 미친 듯이 낙청연에게 다가갔다. “왜? 두렵냐?”“두려울 게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 부운주와 결백하다면서? 죽든 살든 왕부에 남겠다더니, 왜? 왕비의 책임을 해야 할 때는 두렵냐?”낙청연은 또다시 침상에 눌렸다.무거운 몸이 그녀를 누르자, 낙청연은 몹시 긴장했다.낙청연은 애써 발버둥 치며 그를 밀쳐내려 했다.그러나 부진환의 힘을 이길 수 없었다.충혈된 그의 두 눈과, 창백한 얼굴을
증거를 찾는 일에 부진환의 도움이 필요한 모양이다.-깊은 밤.부진환이 돌아오지 않자 낙청연은 혼자 쉬기 시작했다.낙청연은 방에서 나침반을 들고나왔다.이제 일월경도 손에 넣었으니 천명 나침반도 완전해졌다. 낙청연은 일월경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싶었다.그렇게 낙청연은 엄가의 미래를 점치기 시작했다.그러나 결과가 나오자, 낙청연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엄가의 기운은 남아있었다.그렇다는 건, 이번 일에도 무사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내키지 않아 했다.이리저리 생각하다 엄 태사의 영패를 떠올린 낙청연은 이 물건을 증거로 엄가를 뒤엎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낙청연은 곧바로 방을 나섰다.부진환의 정원에 온 낙청연은 서방에서 나오는 소유를 보았다.소유는 낙청연을 보더니 말했다 “왕야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낙청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괜찮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다.”소유가 떠나자 낙청연은 문 앞의 돌계단에 가만히 앉아 턱을 괴고 대문을 뚫어져라 쳐다봤다.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다 잠이 온 낙청연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부에 돌아온 부진환은 추워서 벌벌 떨며 계단에 잠든 낙청연을 보았다.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리고 허리를 숙여 낙청연을 안아 올린 채 방으로 들어갔다.침상에 누운 순간, 낙청연은 눈을 번쩍 떴다.“오셨습니까?” 낙청연은 곧바로 일어나 앉았다.부진환은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 “처리할 일이 있어 오늘은 서방에서 자야겠다. 넌 잠이 오면 여기서 자거라.”말을 마친 부진환은 방을 나섰다.그러나 낙청연은 부진환을 따라 서방으로 들어가 눈을 비비며 말했다 “저도 이것 때문에 찾아왔습니다.”“엄가의 죄를 단정 지을 수 없을까 걱정되니 이것도 드리겠습니다.”낙청연은 엄 태사의 영패를 건넸다.부진환은 의아해하며 영패를 건네받았다 “그래, 알겠다.”사실 엄 태사는 낙청연이 평녕성에서 돌아오기 전부터 황상께 영패를 잃어버렸다고 알렸었다.그러니 영패가 있어도 큰 쓸모는 없었다.하지만 시도는 해볼 수
굉음이 울려 퍼지자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방문이 갑자기 열린 것이다.그러나 문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보아하니 바람이 불어 문이 열린 모양이었다.두 사람 모두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러나 진소한은 송천초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다 “괜찮다, 바람일 뿐이구나.”말을 마친 진소한은 앞으로 다가가 방문을 닫았다.“아직 얼마나 더 해야 하느냐? 내가 도와주마.”진소한은 앉으라며 송천초를 끌어당겼다.그러나 송천초는 창백한 얼굴을 한 채 저도 모르게 두려움이 밀려왔다.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약재를 배합했으나 손이 저도 모르게 떨려왔다.진소한은 온저녁 방에서 송천초와 함께 있어 줬다.다음 날 날이 밝자 송천초는 곧바로 약재를 들고 급히 나섰다.“왕부에 가니 따라오지 않으셔도 됩니다.”진소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하거라.”송천초는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나왔다.두 거리를 지나 인적이 드문 곳에 도착한 송천초는 발걸음을 멈추고 벽에 기댔다.얼마 지나지 않아 어떤 그림자가 송천초 앞에 나타났다.하얀 도포를 걸친 남자는 기세가 비범했다.남자는 송천초를 보더니 멈칫했다.송천초는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제발 저 좀 따라오지 마십시오!”남자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답했다 “지켜주는 것이다.”“알고 있습니다! 묶여 있는 신세인 건 알지만 시시각각 감시 좀 하지 마십시오!”“알몸으로 사람 앞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란 말입니다!”송천초는 어젯밤 그 소리가 이 남자의 소행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는 진소한을 경고하는 것이었다.“시시각각 감시하지 않았다. 그 진소한은 어떤 목적이 있어 너를 접근한 것이 틀림없다!” 남자는 설명하려 했다.그러나 송천초는 화가 잔뜩 난 채 말했다 “그만하십시오!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 저와 당신은 희망이 없습니다! 그러니 제발 저를, 진소한을 놓아주십시오!”순간, 남자는 흠칫했다.그러고는 내키지 않는 눈빛으로 송천초를 보며 말했다 “이 모습으로 되었는데도 무서운 것이냐?”“예! 아무리 사람 모습이라고 해도 당신은 뱀입
물어봐서야 호부상서 주홍(朱宏)의 저택이란 걸 알았다.랑목이 쓴 책자에는 호부가 적혀 있었다. 그들은 호부에서 군향을 운송하는 노선을 알게 된 것이다.아마 호부상서 주홍을 조사해낸 듯했다.하지만 왜 이렇게 다급히 그녀를 불렀는지는 알 수 없었다.호위는 곧바로 그녀를 데리고 내원으로 향했다.방 안에는 부진환과 진 태위가 있었고 병풍 뒤에서 여인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왜 그러십니까?”낙청연이 물었고 부진환이 설명했다.“호부상서 주홍이 10일 전 병가를 냈다. 만족과 결탁한 일에 그도 연루되었다는 건 너도 알고 있겠지.”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부진환은 계속해 말했다.“진 태위께서 주부를 조사하게 됐을 때 주홍은 실종된 지 10일째였고, 진 태위는 그제야 그 사실을 알았다.”“그것도 주홍의 부인 입에서 강제로 알아낸 사실이었다.”낙청연은 사색에 잠긴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니 그는 병가를 낸 뒤 실종된 것이군요.”“가족들 모두 관청에 알리지 않은 것입니까? 사람을 보내 찾지도 않았답니까?”부진환은 병풍 뒤의 사람을 보며 말했다.“그건 주 부인(朱夫人)에게 물어야겠지.”병풍 뒤의 주 부인은 흐느끼면서 말했다.“전 아무것도 모릅니다. 전 정말 아무것도 모른단 말입니다.”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 이것이 바로 부진환이 이곳으로 그녀를 부른 이유일 것이다.“주 부인, 일단 침착하시오. 우리 함께 자리에 앉아 얘기를 나누는 건 어떻겠소?”“주홍은 지금 적과 내통하여 나라를 배신한 혐의를 받고 있소. 만약 이 일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다른 사람도 찾을 수 없다면 부인도 연루될 것이오.”“부인은 부인이 알고 있는 사실을 내게 얘기하면 되오.”낙청연이 설득하자 주 부인은 잠깐 주저하다가 승낙했다.“알겠습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일단 나가 계셨으면 합니다.”낙청연은 부진환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뜻을 내비쳤다.부진환과 진 태위는 곧 함께 자리를 떴고 방 안의 계집종과 호위들도 전부 나갔다.송천초는 그들을 도와 방문까지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낙청연이 또 물었다.“주 부인, 그간 이상한 사람과 마주친 적은 없소? 혹은 이상한 일이 있지는 않았소?”주 부인은 그 말을 듣더니 살짝 놀라면서 시선을 피했다.“없습니다.”주 부인은 무언가를 숨기는 듯했다.낙청연은 더 캐묻지 않았고 우선 상황부터 알아볼 생각이었다.낙청연은 많은 질문을 했고 주 대인이 아내를 아주 사랑한다는 걸 발견했다. 주 대인은 부인이 아들이나 딸을 전혀 낳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첩을 들인 적이 없다.만약 그가 엄씨 가문과 관련된 사람들이 전부 죽을 위기에 처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면 그의 성격에 부인과 함께 도망쳤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집 안의 재물이 줄어들긴 했지만 주 부인은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낙청연은 엄씨 가문이 또 사악한 물건을 이용해 사람을 죽이려 했고 그 뒤에 재물을 훔침으로써 주 대인이 도망쳤다는 허상을 만든 건 아닐까 생각했다.주 부인과 대화를 마친 뒤 낙청연은 방 안에서 나왔다.“어떠냐?”부진환이 관심을 두고 물었고 진 태위 또한 기대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낙청연은 입을 열기 어려웠다.“다른 곳에서 얘기하시지요.”사람이 없는 정원에 도착해 자리에 앉았는데 갑자기 호위가 달려왔다.“태위, 둘째 도련님께서 오셨습니다. 왕청(汪青)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합니다.”진 태위는 깜짝 놀라면서 즉시 몸을 일으켰다.“전 먼저 그쪽에 가봐야겠습니다. 이곳은 두 분께 맡기겠습니다.”진 태위가 떠났고 마당에는 셋만 남았다.낙청연이 입을 열었다.“주 부인은 무언가에 정기를 흡수당한 것 같습니다.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을 겁니다.”부진환은 그녀의 말에 살짝 놀랐다. 어쩐지 주 부인의 외모가 이상하게 변했다 싶었다.송천초는 주저하다가 입을 열었다.“최근 경도에 사람 여럿이 죽었는데 저 신산에게 사악한 것을 내쫓아달라고 찾아온 사람이 많았습니다.”“죽은 사람들은 전부 이유 없이 실종되었고 시신도 찾지 못했습니다. 한 사람의 짓이 아닐까요?”낙청연의 눈동자에 빛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