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혁의 추측대로 성도윤은 원래 전당포와 철저히 관계를 끊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미스터 Q로 더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고 심지어 그는 IP 주소를 숨길 수 있는 이 전화 카드를 해지할 생각이었다.하지만 장재혁이 보낸 동영상을 본 후 그는 완전히 이성의 끈을 놓아버렸다.그는 원래 서은아와 함께 서가의 중요한 가족 연회에 참석하고 겸사겸사 다음 분기에 성가와 서가의 협력 문제를 상의하려고 했다.서가의 가주는 성도윤의 타협이 마음에 들었는데 말끝마다 성도윤과 서은아의 결혼식을 얼른 올려야 한다고 했다."도윤아, 그동안 내가 너를 어떻게 대했는지 너도 잘 알잖아. 너와 우리 집 은아는 죽마고우였어, 어렸을 때 바지 한 벌을 입고 자랐는데 지금 같은 이불을 덮고 자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잖아.”"아이고 아빠, 술을 많이 마신 거 아니세요? 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세요, 저와 도윤이는 아직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예요. 잘 맞아야 결혼할 수 있다고 했잖아요.”서인아는 얼굴이 빨개져서 가주의 말을 막았다. 실수로 성도윤의 심기를 건드려 그가 더 이상 그녀와 함께 연기하기 싫어지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내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 그래. 내가 힘들 게 서가를 이렇게 만들어 놨으니 앞으로 서가는 너에게 맡길 거다. 네가 도윤이랑 결혼하기만 하면 도윤이에게 맡기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겠니. 이렇게 유능하니 서가는 분명 점점 더 번창해 질 거야...”서가 가주는 성도윤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을 이어갔다."우리 사위, 앞으로 우리 서 씨네는 너에게 달렸어. 생각해봐, 서 씨네와 성씨네 두 대가족이 손을 잡으면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릴 수 있겠어?”"그래, 해안 전체를 봐도 도윤이 말고 누가 우리 서가의 사위가 될 자격이 있겠느냐?”"자자, 그만 말하고 일단 마시자고!”서가의 다른 가족들도 맞장구를 치며 하나같이 다정하게 성도윤에게 술을 권했다."죄송합니다, 여러분. 저 먼저 일어나 봐야 할 것 같습니다.”성도윤은 냉랭한 얼굴로 이들
비록 눈앞의 이 남자가 가짜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는 천성적으로 강한 포스를 가지고 있어 여전히 장재혁을 벌벌 떨게 했는데 자신도 모르게 공손해졌다."그럼 그러지 뭐!”성도윤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문을 밀고 들어갔다."잠깐!"장재혁은 성도윤이 문을 밀 때 얼굴을 찌푸리며 그를 불렀다."잘 생각해봐요, 여기는 물 감옥이라고요. 들어가면 정말 죽을 수도 있어요. 차라리 죽는 것만 못한 고통을 받으며 서서히 죽어버릴 거라고요!”"그녀만 무사하다면 나는 상관없어.”성도윤은 심호흡하고 거침없이 문을 밀고 들어갔다.한편 감옥 안에서는 차설아의 허리까지 물이 차올랐고 이제 5분도 안 돼 어깨까지 물이 차오를 텐데 그러면 최소 500마리의 뱀과 쥐, 개미가 저절로 방출될 거다. 그중에는 독이 든 뱀이 들어 있어 아주 긴박한 상황이었다.“차설아!”쇠사슬에 묶인 여인을 본 성도윤은 심장이 조여오는 듯했는데 다급히 여인의 이름을 외쳤다."당신... 정말 온 거에요?”차설아는 남자가 오지 않을 거로 생각하고 포기하려고 했는데 남자가 정말 자신을 구하러 온 것을 보고 감동했고 더 이상 남자가 그를 가지고 논다는 생각을 접었다."내가 당신을 얼마나 찾았는데... 왜 나를 만나기 싫어하고 나를 성도윤에게 양보하려고 하는 거죠?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요, 묻고 싶은 일도 많고... 나는...”"말하지 말아요, 곧 위험해질 거예요. 얼른 물 감옥에서 나와요!”성도윤은 이 물고문이 얼마나 변태적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성심 전당포를 운영하던 지난 4년 동안 이 지역을 직접 봉쇄했었다.그 변태 Q가 돌아오자마자 이렇게 빨리 이곳을 재부팅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럴 줄 알았으면 그 전에 다 부숴버리라고 했을 텐데!남자는 옷도 바지도 벗지 않은 채 물 감옥에 뛰어들어 차설아에게 달려들어 그녀의 족쇄를 풀려고 안간힘을 썼다.차설아는 얼어서 입술이 하얗게 질리고 온몸이 젖어있지만 눈빛은 반짝반짝 빛났고 감동한 듯 성도윤을 바라보았다.
차성철은 높은 자리에 서서 아직 물 감옥에 있는 차설아를 향해 소리쳤다."설아야, 빨리 올라와. 곧 수위가 차면 이 구멍에서 나오는 것은 물이 아니라 매우 무섭고 독이 있는 뱀, 벌레와 쥐일 거야.““안 돼!”차설아는 고개를 쳐들고 긴장된 표정으로 차성철을 바라보았다."오빠,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거야? 이 짝퉁은 내가 다 처리하기로 했잖아, 지금 뭐 하는 거야?“"너에게 전권을 주려고 했는데 이 짝퉁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되니 그냥 넘어갈 수는 없을 것 같구나. 이 오빠를 한 번만 용서해 줘.“차성철의 가면 아래 눈빛이 사납게 변했는데 이 짝퉁을 산산조각내고 싶어 하는 눈빛이었다."이것은 나와 이 자식의 개인적인 원한이야, 이 원수를 갚기 위해 내가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참았는데 어찌 놓아줄 수 있겠어?”"개인적인 원한이라고?"차설아는 손발이 쇠사슬에 묶인 채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성도윤을 돌아보며 물었다."당신이 누구인지 직접 말해줄 거에요?”그녀의 마음속에는 이미 약간의 추측이 있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는 믿고 싶지 않았다."미안."성도윤은 대답 대신 고개를 숙였다.그가 이곳에 온 이상 신분이 들통날 각오를 했으니 차설아가 그를 용서하든 더 미워하든 이미 상관없었다.그냥... 그녀가 무사하면 된다."설아야, 네가 이렇게 똑똑하니 이미 짐작했겠지? 더는 자신을 속이지 말고 빨리 올라와.”차성철은 차설아가 고통받는 것을 두고 볼 수가 없었는데 수위가 갈수록 높아졌고 스위치는 인위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 계속 이렇게 지체하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나는, 나는 몰라. 정말 그가 누군지 모른다고, 그는...”차설아는 눈시울이 붉어졌는데 마치 고집이 센 바보 같았다.그녀가 그토록 부정하는 까닭은 자신이 남에게 제멋대로 속는 바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싫기 때문이다."너는 여전히 너무 감정적이야, 더 이상 너를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차성철은 눈살을 찌푸리며 손을 흔들며 부하들에게 명령
"차설아 씨."그는 차설아의 제법 앙상하고 쓸쓸한 모습을 보며 그녀를 뒤쫓았다."또 무슨 일이지?""정말 이대로 가십니까?”"그렇지 않으면?""빨리 가서 형님을 막으세요. 그는 농담이 아닙니다. 전체 전당포, 아니 해안 전체에서 그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당신뿐입니다. 이대로 가시면 미스터 Q, 아니 성도윤 그 나쁜 놈은 정말 죽을 겁니다!”"나쁜 놈이 죽으면 온 세상이 다 기뻐하는 거 아닌가?”"말은 그렇지만 그가 죽으면 마음 아프지 않나요? 무슨 나쁜 후과가 생길까 봐 두렵지는 않아요?”장재혁은 약간 격앙된 어투로 말했다.성도윤은 줄곧 성심 전당포의 적이었고 양방이 싸울 때 그도 주력군이었는데 성가의 사람들에 의해 다리를 다쳐서 지금도 후유증이 남아 있었다.그러니 그도 당연히 성도윤을 미워했다.그러나 지난 4년 동안 그와 함께 지낸 것을 생각하면 성도윤이 그렇게 잔인한 사람이 아니고 이렇게 헛되이 죽을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허허, 내가 괴로울 게 뭐 있어?”차설아는 물감옥을 등지고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바보처럼 군거에 괴로워해야 할까, 아니면 나에게 희망을 주고 다시 실망하게 한 거에 괴로워할까? 또 아니면 그가 나를 포기해서 괴로운 거야?”그녀는 원래 자존심이 매우 강하고 교만한 사람이었다. 처음 상처를 입었을 때 자기 치유로 버틸 수 있었지만 반복해서 같은 사람에게 상처를 받고도 또 마음이 약해지면 그것은 생각이 없는 바보인 거다."당신 말이 맞아요, 그는 속이지 말았어야 했어요. 하지만...어쩌면 그에게 무슨 고충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잖아요.어쨌든 당신에 대한 그의 사랑은 진실이잖아요. 그렇지 않다면 그는 당신을 구하기 위해 앞이 막다른 골목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을 겁니다.”"그건 그 자신이 미련한 거야.”차설아는 이를 갈며 눈시울을 붉혔다.바보 같은 남자, 판인 줄 알면서도 달려오다니... 죽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제가 할 말은 다 했으니 잘 생각해 봐요. 부디 지금, 이
곧이어 차성철의 방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성도윤, 너에게도 오늘이 있을 줄이야, 그때 내가 그렇게 나에게 살길을 달라고 부탁할 때 눈도 깜빡하지 않더니 오늘 이렇게 된 것은 바로 그 응보야!”"다들 쉬지 말고 계속 넣어, 더 많은 것을 넣으라고. 이 건방진 놈에게 죽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인지 무엇인지 맛보게 할 거야!”그리고 성도윤의 고통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장재혁은 발을 동동 구르며 차설아의 차가운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정말 오래 버티지는 못 할거에요. 제발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라요.”"아, 짜증 나!”차설아는 불평을 늘어놓고는 다시 물 감옥으로 돌아갔다.과연 이미 성도윤의 목까지 물이 차올랐고 뱀의 형태가 간간이 보였다.남자는 괴로운 표정이었고 의기양양하던 얼굴이 일그러진 걸 보니 뱀에게 적잖이 물린 모양이었다."그만해.”차설아가 소리쳤다."왜 또 왔어, 이 아름다운 모습을 너도 보고 싶은 거야?”차성철은 고개를 돌려 차설아를 보며 싱글벙글 웃었다."드디어 이 건방진 놈의 낭패한 꼴을 보았네, 나는 이날을 너무 오래 기다렸어.”"오빠, 부탁이야. 벌은 다 받았으니까 인제 그만 봐줘.”차설아는 눈시울이 붉어졌고 울먹이며 간구했다."너 왜 그래, 방금은 꽤 과단성 있지 않았어? 왜 이런 나쁜 남자 때문에 우유부단 하는 거야...”"그만해, 놔줘. 그는 오래 못 버틸 거야.”"오래 못 버티면 죽으면 되지. 애초에 봐 줄 생각 없었어.”"하지만 난 봐줄 생각이야. 그러니 오빠도 반드시 그를 놓아줘야 해.”"반드시?"차성철은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널 아낀다고 이렇게 위아래가 없어도 되는 건 아니야. 너는 너무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해. 내가 오늘 이렇게 하는 목적은 너로 하여금 사랑을 끊게 하기 위함이야...”"그래, 오빠가 놓아주기 싫으면 내가 직접 구해 올게!”차설아는 두말없이 뛰어내렸다.“설아야!”차성철은 차설아가 이렇게 감정적으로 행동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고 황급히 손을 들었다."빨
"쓸데없는 소리 말고 버텨.”차설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도 체력이 다해 쓰러졌다.차성철은 결국 마음이 약해져 사람을 보내 차설아와 성도윤을 구해내 기술이 뛰어난 의사를 불러와 전력으로 응급처치를 하였다...이튿날.차설아는 고통 속에서 정신을 차리렷다."드디어 깼구나. 오빠 급해 죽을 뻔했어!”차성철은 차설아의 손을 덥석 움켜쥐고 격동하여 두 눈이 빨개졌다."너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나는 오빠로서 살아있을 필요가 없어...”차설아는 입술이 창백하고 힘이 하나도 없었지만 그 와중에 성도윤 걱정부터였다.“성도윤은 어때?”"성도윤은...”차성철은 눈빛을 반짝이며 화제를 돌렸다. "너는 지금 어때, 두통도 없고 눈도 안 침침해? 잘 볼 수 있겠어?”"난 괜찮아, 그냥 머리가 좀 아플 뿐이야. 말해 봐... 성도윤은 어떻게 됐어?”차설아는 다급한 표정으로 물었다.오빠의 반응을 보면 성도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그 사람, 그 사람이 어떤지 나도 잘 몰라.”차성철은 한참을 우물쭈물했지만 여전히 대답이 모호했다.차설아는 더욱 급해졌다. 남자의 손을 꼭 잡았는데 순간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잘 모르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살아있어?”"살기는 살았는데...”"근데?”"아직 혼수상태이고 킹코브라 독에 중독됐는데 안구에 독이 옮은 것 같아... 어쩌면 실명할 수도 있어.”차성철은 말할수록 조심스러워졌다.예전의 성격에 따르면 그는 자신이 과하게 행동했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고 상대가 성도윤이라면 시체가 조각조각 나더라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을 거다.하지만 여동생이 이놈에게 이렇게 신경을 쓰고 심지어 죽음을 무릅쓰고 이놈을 구할 수도 있다는 결심을 보니 만약 성도윤에게 정말 뜻밖의 일이 생긴다면 그는 그가 모처럼 바라던 남매의 정이 끝장나리라 생각했다."뭐, 실명?”차설아은 머리가 윙 했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성도윤처럼 교만한 사람이 실명한다면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다 내 탓이야... 내가 왜
성도윤은 전당포 객실에 누워 눈을 질끈 감은 채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얼마나 오랫동안 혼수상태에 빠졌어?”차설아는 허약한 몸을 가누고 재빨리 남자의 침대로 다가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성도윤을 보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녀는 아무나 손가락을 조금만 움직여도 죽일 수 있을 만큼 나약한 모습의 그를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너희들은 함께 구조되었으니 사흘은 될 거야.”차성철은 뒤에 서서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솔직하게 대답했다."왜 병원에 보내진 않았어? 이런 경우 전문 병원이어야 방법이 있지 않겠어?”"왜 안 보냈냐고?”"내가 처음에는 사람을 보내서 너희들을 병원으로 보냈는데 그 의사들도 어쩔 수 없이 위독하다는 통지를 내렸어. 그리고 내가 큰돈을 들여 전문 의사를 찾아 너희들의 생명을 구한 거야. 그렇지만 말이야...성도윤이 생명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그의 운명에 달려 있지.”"허허, 그 말은 나와 그가 당신 생명의 은혜에 감사해야 된다는 뜻인가?”차설아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녀와 성도윤이 이렇게 되었는데 차성철을 완전히 원망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하지만 이 사람은 자신의 혈육이니 정말 미워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그래서 그녀는 갈등했고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그녀를 괴롭혔고 고통스러워 죽을 지경이었다.차성철도 바보가 아니니 차설아의 복잡한 감정을 눈치채지 못할 리가 있겠는가? 그의 잘생긴 얼굴도 덩달아 진지해졌다."설아야, 이놈이 도대체 너에게 무슨 짓을 했길래 너는 그에게 이렇게 목을 매는 거야?내가 기억하기론 너를 배신했잖아? 쓰레기 같은 남자를 위해서 네가 오빠와의 관계를 어색하게 만드는 것을 선택할 정도로 정말 가치가 있는 사람이야?”"나는 그에게 목을 매지 않았고 너와의 관계를 어색하게 만들지도 않을 거야. 나는 단지 그가 목숨을 바쳐야 할 정도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오빠의 방법은 너무 극단적이고 냉혈한 괴물 같아!”큰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 차설아는 참다못해 고개를 들
"앞으로 두 아이가 나를 미워할 것 같은데... 내가 아버지를 죽였다고.”"걱정하지 마, 내가 찾는 의사는 아주 용해. 제때 깨면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했어, 이 녀석은 분명 괜찮을 거야.”차성철은 원래 성도윤을 가만두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그놈이 조카의 친아버지라니 목숨을 살려줄 수밖에 없었다."그러길 바라야지...”차설아는 한숨을 쉬었다.“나 머리가 복잡해서 그러는 데 이 사람이랑 단둘이 있고 싶어.”"그래!"차성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설아의 어깨를 툭툭 치며 미안한 말투로 말했다."걱정하지 마, 이 일은 오빠가 잘못했어. 내가 어떻게든 만회할게.”차성철이 방을 나간 후 차설아는 더 이상 이성적이거나 냉담한 척하지 않았다.그녀는 남자의 침대 앞에 쪼그려 앉아 손을 뻗어 남자의 손을 잡았다. 미간에는 걱정이 가득했다."성도윤, 충분히 잤으니까 이제 깨어나야지. 나랑 아이들 모두 네가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어, 그러니 내 말 듣고 깨어나, 응?”“...”성도윤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비록 당신이 매우 냉혈하고 무자비하고 매번 나를 바보로 취급하니 나는 당신을 영원히 미워해야 맞지만 내가 마음이 넓으니 당신이 깨어나기만 하면 우리의 모든 원한을 깨끗이 청산할 기회를 줄게.”“...”성도윤은 여전히 아무 반응 없이 평온하게 누워 있었다.차설아은 절망적이었고 곧 무너질 것 같았다."성도윤, 그만해. 어떻게 하면 깨어날 수 있겠어? 내가 영원히 너를 떠나야 깨어날 거야?”차설아는 눈물을 흘리며 울먹였다. "그래, 약속할게. 너만 깨어나면 다시는 매달리지 않을게. 다시는 네 삶에 나타나지 않을게.”“...”신기하게도 차설아가 그렇게 말하고 나니 성도윤의 굳게 감은 눈꺼풀이 약간 움직이며 반응을 보이는 듯했다.차설아는 깜짝 놀라 멍하니 남자를 바라보았는데 씁쓸하기 짝이 없었다.이게 정녕 하늘의 지시란 말인가.그 둘은 함께 할 수 없는 운명이고 만약 진짜 함께라면 생명의 대가를 치르게 될 거란 말인
민이 이모가 원이를 데리고 차씨 가문 저택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늦은 시각이었다.차설아는 원이한테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문 앞에서 맴돌면서 안절부절못했다.일찍 자야 할 달이는 혼자 쉬기가 미안해서 차설아 곁에 꼭 붙어있었다.“엄마, 앞이 보이지 않으면 무섭지 않아요? 배고프면 과자를 가져다줄게요. 아니면 물이라도 마실래요?”달이는 주방으로 달려가서 따뜻한 물을 컵에 받았고 좋아하는 간식을 한 아름 안고 와서 책상 위에 놓았다.“우리 달이는 참 착해. 엄마는 배고프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 날이 이미 어두워진 거 아니야? 먼저 방에 들어가서 자.”차설아는 허공에 팔을 허우적거리다가 달이를 발견하고는 꼭 껴안았다.달이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차설아를 올려다보면서 울먹였다.“엄마, 정말 곧 낫는 거 맞아요? 만약 엄마가 달이를 영원히 보지 못하게 되면 어떡해요?”“걱정하지 마. 엄마처럼 강한 사람은 빨리 나을 거야. 그리고 영원히 앞을 보지 못하게 되더라도 엄마한테는 너랑 원이가 있잖아. 달이는 엄마의 눈이 되어줄 거야?”“좋아요! 제가 엄마의 오른쪽 눈이 될게요.”달이는 작은 손으로 차설아의 손을 꼭 붙잡고 말했다.“달이는 오늘부터 엄마의 눈이에요. 엄마가 가고 싶은 곳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고 엄마의 곁에 꼭 붙어있을 거예요. 엄마가 원하는 건 전부 가져다줄 거예요!”“고마워, 우리 달이가 최고야.”차설아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차설아는 달이를 꼭 안고 흐느꼈다.의사는 수술받은 뒤에 상처가 회복될 때까지 눈물을 흘리거나 자극하지 말라고 했었다. 그렇지 않으면 상처가 덧나서 더 아플 수 있었다.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울지 않을 엄마는 없을 것이다.이때 원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엄마, 드디어 돌아왔네요! 제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원이는 차설아를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면서 달려갔다.“원, 원이야?”차설아는 원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렸지만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원이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
서은아는 손으로 얼굴을 막고 서럽게 울면서 말했다.“발이 미끄러져서 물에 빠졌다든지, 도윤이를 너무 그리워하다가 쓰러져서 입원했다든지... 지어낼 수 있는 이야기는 많잖아요. 왜 하필 그 아이를 언급한 거예요? 그 아이는 성씨 가문의 보물이라고요. 감동적인 이야기를 지어서 들려주면 나를 용서해 줄지도 모르는데, 그 아이를 언급했으니 어떻게 기회가 차려지겠어요? 아주머니와 도윤이는 나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이제는 전부 끝이에요...”마음 아파하던 서태원은 서은아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은아야, 진정하고 아빠 말 잘 들어. 성도윤과 결혼할 방법은 그것 하나뿐인 게 아니잖아. 아빠가 생각해 놓은 게 있는데 좀 극단적이긴 해. 하지만 이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어. 한번 들어볼래?”“그게 정말이에요?”서은아는 붉어진 두 눈으로 서태원을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연하지. 아빠가 언제 너한테 거짓말한 적 있어?”“어떤 방법인지 어서 알려주세요. 도윤이를 못 본 지 너무 오래되어서 미칠 것 같단 말이에요.”“성도윤은 성씨 가문의 도련님이라 바로 만날 수가 없어. 하지만 거만하던 도련님이 비굴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면 쉽게 접근할 수 있지.”서태원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비굴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고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지난번에 성대 그룹이 위기에 놓였을 때, 우리 가문이 투자금을 내어준 덕분에 해결했잖아. 문제가 해결되니 성도윤은 여유가 생겼고 은혜도 모르고 너를 차갑게 대했지. 내 생각에는 더 큰 위기를 조성해서 성대 그룹을 날려버리는 거야. 완전히 추락해서 밑바닥에 떨어지면 서씨 가문에 기대고 싶어지지 않을까? 그때가 되면 네가 성도윤이 기댈 수 있는 나무가 되어줘. 그럼 너랑 결혼할 수밖에 없을 거야.”서태원은 솔직하게 말했다. 이 세상은 약육강식의 법칙대로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강한 자는 선택권을 얻고 약한 자는 탈락하거나 강한 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다.‘우리 은아는 생각보다 똑똑하지 못
서태원은 소영금을 한바탕 욕한 뒤, 서은아가 있는 병실로 향했다. 서은아는 물에 빠져서 의식을 잃고 쇼크 상태가 이어졌다가 다시 회복했다. 하지만 며칠 동안 입원하면서 계속 지켜봐야 했다.“아빠, 어떻게 되었어요? 아주머니는 뭐라고 하시던가요? 이제는 도윤이를 만날 수 있는 거예요?”서은아는 서태원이 오기 전까지 병실에서 안절부절못하면서 손을 덜덜 떨었다. 서은아가 입원한 뒤부터 매일 서태원한테 울면서 성도윤을 만나게 해달라고 빌었다.서은아는 서태원의 힘을 빌려 성도윤의 마음을 얻고 싶었다.“이제는 만날 수 없을 거야. 성씨 가문과의 협력은 더 이상 없어! 진작에 그래야 했는데 말이야.”서태원은 팔짱을 낀 채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사실 서태원은 예전부터 성씨 가문을 완전히 끊어내고 싶었다. 하지만 서은아의 체면을 생각해서 지금까지 꾹 참았던 것이다.앞으로 성씨 가문을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콧노래가 저절로 나왔다.“뭐, 뭐라고요? 가서 성도윤을 만나게 해달라고 빌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성씨 가문과의 협력을 중지하면 어떡하냐고요!”“은아야, 정신 좀 차려. 성도윤을 비롯한 성씨 가문 사람들은 서씨 가문을 업신여겼어. 무시당하면서 그 가문과 혼약을 맺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야. 서씨 가문의 사업 규모가 성씨 가문보다는 작아도 괜찮아. 혼약을 파기하면서 성씨 가문은 해안시의 웃음거리가 될 테니 말이야. 그동안 너 때문에 참았었는데 이제는 끊어내는 게 맞아. 우리 가문이 왜 성씨 가문의 시종처럼 끌려다녀야 해? 너는 평생 그렇게 살고 싶어?”서씨 가문은 이 혼약을 위해 굽신거리면서 부르면 달려가는 강아지 노릇을 했다. 서태원은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기에 불만이 아주 많았다.그러면서 성씨 가문에 악감정이 생겼고 성씨 가문이 파산하길 바랐다.“아빠, 나는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다른 남자를 마음에 담은 적이 없어요. 내가 제일 사랑하는 남자는 성도윤뿐이라고요. 도윤이랑 겨우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성씨 가문과의 협력을 중지하면 나는 어쩌라고요? 내
진무열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서 물었다.“나는 괜찮아. 이 바닥에 저런 미친놈이 한둘이야? 하도 봐서 이제는 신경 쓰지도 않아.”소영금은 흩어진 머리를 정리했고 우아한 사모님의 자태를 뽐냈다. 미친개가 달려들면 같이 물어뜯지만 해결한 후에는 여전히 해안시 4대 미인 중 한 명으로서 품위를 유지했다.“서씨 가문이 처음부터 다른 마음을 먹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 우리 가문과 혼약을 맺기 위해 막대한 투자금을 선뜻 내놓았지만 이제는 두 아이가 결혼할 수 없다는 걸 알았던 거지. 그래서 발을 빼는 것도 이해할 수 있어. 이제라도 발을 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소영금은 서태원 때문에 화난 것보다 성도윤을 걱정하는 마음이 더 컸다.“도윤이가 성대 그룹의 자금에 대해서 말한 적 없었어? 분명 턱없이 부족했을 텐데 말이야.”성도윤은 2년 동안 성대 그룹의 투자 영역을 몇 배 넓혔다. 투자금이 몇십 배 더 늘어났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수익이 아주 적었다.그리고 많은 일이 벌어지면서 경쟁자들의 실력이 늘었고 회사 경영은 점점 힘들어졌다.“자금이 부족하긴 해요. 성대 그룹에서 맡았던 프로젝트가 갑자기 줄어들면서 다른 경쟁자들한테 시장을 빼앗겼어요. 대표님은 인공지능 영역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싶어 하지만 신흥산업이라 연구개발 비용만 해도 몇억, 몇십억이 필요해요. 하지만 다른 사업의 수익은 계속 줄어드니 경영이 어려워진 상태예요.”진무열은 성도윤의 유능한 오른팔로서 성대 그룹의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영역을 계속 확장한 바람에 관리가 힘들어졌고 자금이 부족해서 언제든지 파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성도윤은 소영금이 걱정할까 봐 회사의 상황을 비밀에 부쳤다.“그동안 도윤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나도 잘 알아. 게다가 감정 문제마저 도윤이를 힘들게 하니 기댈 곳도 없이 혼자서 버텼겠지. 불쌍한 우리 도윤이를 어쩌면 좋아...”소영금은 울먹이면서 말했다.성도현이 살아있었을 때, 성도윤은 그저 관심이 있는 영역만 책임지면서 편하게 지냈었다.“내가
서태원의 말을 들은 소영금은 원이가 더 마음에 들었다. 원이의 성격은 차설아와 소영금을 닮아서 똑똑하고 과감했다. 성도윤처럼 답답한 성격이 아니라서 다행이었다.나중에 원이가 성대 그룹을 이어받는 것이 소영금의 소원이었다.원이는 성도윤보다 훨씬 멋진 어른으로 자라서 성대 그룹을 이끌 것이다.“지, 지금 말 다 했어요? 우리 은아가 당신 손주 때문에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고요. 사람이 죽었다가 살아났는데 웃음이 나와요?”서태원은 소영금을 궁지로 몰고 나서 성도윤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할 생각이었다.하지만 소영금은 미안한 기색이 하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대놓고 비웃으면서 서태원의 심기를 건드렸다.소영금은 콧방귀를 뀌고는 말했다.“이렇게 웃긴 상황에 울어야 하나요? 성인이 5살 된 어린아이한테 당했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 그래요.”소영금은 서태원 쪽으로 한 걸음 다가가면서 진지하게 말했다.“그리고 내 손주가 어떤 아이인지는 내가 제일 잘 알아요. 누군가가 위협하지 않는 이상, 절대 아무 이유 없이 먼저 다른 사람을 공격할 아이가 아니에요. 당신 딸이 왜 내 손주한테 밀려서 호수에 빠졌는지 직접 물어보세요. 알지도 못하면서 피해자인 척하지 말고요.”“소영금 씨! 지금 말 다 했어요?”서태원은 소영금을 손가락으로 짚으면서 씩씩거렸다.“예전부터 당신 같은 여자랑 결혼하고 싶었던 내가 더 우스워요. 당신은 생각보다 더 미친 여자였군요. 우리 은아가 성도윤한테 간이고 쓸개고 다 바쳤지만 결국 이렇게 버려졌네요.”“아무도 당신 딸을 버린 적 없어요. 만약 억울하다면 알아서 다른 남자를 찾으라고 전하세요. 도윤의 곁에 계속 남아있다는 건 얻을 게 있다는 뜻이겠죠.”소영금은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이제는 서씨 가문이 안중에도 없다는 거네요. 오늘부터 우리 서씨 가문과 성씨 가문의 협력은 여기까지예요. 혼약대로 결혼할 수 없다면 원수 사이로 지내는 게 맞아요!”서태원은 독기 서린 눈으로 소영금을 바라보았다.사실 서태원은 진작에 다른 계획이 있었다. 그러
성씨 가문은 여전히 해안시 8대 가문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었다. 서씨 가문이 아무리 사업을 발전시켜서 막대한 부를 얻었다고 해도 성씨 가문에 밉보이면 안 되었다.“이렇게 소란을 피우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요.”소영금은 차갑게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태원 씨, 한밤중에 부하들을 데리고 온 건 나를 겁주기 위함이 아니었어요? 갑자기 불쌍한 척하는 건 태원 씨답지 않아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우리 은아가 자꾸 도윤이를 보고 싶어 해서 그러죠. 두 가문에서 혼담이 오가고 결혼 날짜까지 정해서 청첩장을 돌렸는데... 은아는 도윤의 약혼녀잖아요. 적어도 은아는 도윤이를 만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은아가 도윤이를 얼마나 걱정하고 그리워하는지 아세요?”서태원은 차분하게 말했지만 솟구쳐 오르는 화를 참기 위해 주먹을 꽉 잡았다.“그건 그렇지만 예전과 상황이 달라요. 은아가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나 보죠? 은아는 도윤이가 수술받지 못하게 하려고 주치의를 죽이려고 했어요! 그런데 은아가 기어코 수술을 받은 도윤이를 만나면 심정이 어떻겠어요? 도윤이한테 무슨 짓을 할지 누가 아냐고요.”소영금은 서태원의 체면이 구겨지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들 앞에서 서은아의 만행을 떠들어댔다.반년 동안 서은아가 성도윤을 정성껏 보살피고 사랑해 주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소영금은 서은아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딱히 다른 방법이 없었다.이대로 아무 일 없이 잘 지낸다면 두 가문의 혼약대로 결혼하게 할 생각이었다.서은아와 성도윤은 어릴 적부터 같이 자란 친구였기에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었다. 두 가문의 실력 차이도 크지 않았으니 이 혼약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거래였다.그러나 고분고분 말을 듣던 서은아는 아무도 모르게 음험한 짓을 저지르고 다녔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소영금은 더 이상 서은아를 믿지 못하게 되었다.“그런 일이 있었다고요? 우리 은아가 그럴 리 없어요. 무슨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조금 더 조사해 보는 게 어
소영금은 손을 내저으면서 성도윤의 말을 끊어버렸다.“됐어! 수술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애한테 내가 무슨 말을 한 건지... 엄마가 생각이 짧았어.”소영금은 성도윤이 어떤 대답을 할지 알고 있었다. 성도윤이 무슨 말을 하든 차설아가 받아주지 않는다면 소용없었다.“만약 너랑 차설아의 사주가 상극이라서 걱정이 된다면 당장 사주를 봐준 사람을 찾아갈게. 그분이라면 두 사람을 갈라놓으려는 기운을 없애줄 수 있을 거야.”소영금의 말에 진무열이 엄지손가락을 척 내밀면서 말했다.“역시 모성애는 위대해요. 너무 멋지세요.”진무열은 성도윤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대표님, 아무 생각 말고 푹 쉬세요. 차설아 씨에 관한 일이든 회사 일이든 저희가 해결할게요. 대표님한테 가장 중요한 건 얼른 낫는 거예요.”이때 보디가드가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와서 다급히 말했다.“저... 말씀을 나누는 중에 죄송하지만 보고할 것이 있어서요. 나오시면 따로 보고드릴게요.”소영금은 미간을 찌푸린 채 보디가드를 노려보고는 성도윤을 향해 말했다.“도윤아, 먼저 쉬고 있어. 무슨 일이기에 호들갑을 떠는지 직접 나가봐야겠어.”보디가드는 소영금이 병실을 나서자마자 재빨리 보고했다.“서씨 가문에서 부하들을 모아 이곳으로 왔어요. 병실 앞까지 오겠다는 걸 겨우 말렸더니 사모님과 대표님이 직접 해명하라면서 협박했고요. 사모님이 가보셔야 할 것 같아요.”“서씨 가문이라고?”소영금은 별생각 없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당장 한 대 칠 기세였고 씩씩대면서 소리를 질렀다. 깜짝 놀란 환자들과 의사는 멀찍이 떨어져서 지나갔고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다.“영금 씨, 드디어 나를 만나주러 내려왔군요. 계속 내려오지 않으면 병실을 쳐들어갈 생각이었거든요.”인파속에서 씩씩대던 서태원은 소영금을 보자마자 미소를 지으면서 다가왔다.“태원 씨, 여기까지 와서 소란을 피우는 건 선을 넘은 거 아닌가요? 도윤이가 수술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온 거예요?”소영금도
소영금은 기쁜 마음을 감추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네. 기억났어요...”성도윤은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정확히 말하면 행복한 기억만 떠올랐어요. 슬프고 아팠던 기억은 흐릿해져서 잘 생각나지 않아요.”불행한 기억은 흐릿해진 것이 아니라 성도윤이 잊으려고 애쓰는 것이었다.성도윤과 차설아는 많은 일을 함께 겪었다. 행복한 추억, 잔인한 장면과 복잡한 기억이 머릿속에 축적되면서 과부하가 되었다.그래서 성도윤은 스스로 슬프고 아팠던 기억을 잊고 행복한 기억만 간직하려고 했다.“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소영금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성도윤이 자극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물어보지 않으려 했지만 원이를 만나게 되어 기뻤던 소영금은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소영금은 성도윤이 차설아의 마음을 얻게 되면 매일 원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성도윤은 차분하게 대답했다.“그게 무슨 말이야? 설마 차설아랑 화해할 마음이 없다는 뜻은 아니지? 네 아이가 다른 남자를 아빠라고 부르는 걸 지켜만 볼 셈이야? 너는 원래 정이 없어서 그럴 수 있다고 해도 나는 절대 용납할 수 없어!”소영금은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성도윤은 아버지처럼 어설프고 여자의 마음을 하나도 몰랐다. 적극적으로 다가가지도 않고 시간만 끌면서 여자를 괴롭혔다.‘도윤이가 나의 성격을 조금이라도 닮았다면 진작에 차설아랑 화해하고 셋째, 넷째까지 낳았을 거야. 차설아가 그동안 먼저 다가와 주었으니 이제는 도윤이가 나설 차례인데 어쩌려고 그러는지...’“대표님이 차설아 씨와 화해하고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는 말씀이세요?”곁에 있던 진무열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당연한 걸 왜 물어? 예전의 기억이 떠올랐는데 그것을 없던 일로 할 수는 없잖아.”소영금은 팔짱을 끼면서 당당하게 말했다.“하지만 예전에 차설아 씨와 대표님의 사주가 상극이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두 분이 함께 있으면 불행한 일만 생긴다면서 엮이지 못하게 하라고 하셨잖아요. 기억 안 나세요?”진무열은 계
성도윤의 말을 들은 원이는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 어린아이 특유의 순진함은 숨길 수가 없었다.“약속대로 꼭 와야 해요. 저랑 엄마를 보러 오지 않으면 또 100점을 깎을 거예요.”“걱정하지 마. 이제부터 아빠는 너랑 한 약속을 지킬 거야. 이리 와, 손가락 걸고 약속하자.”성도윤도 웃으면서 손가락을 내밀었다.“흥! 손가락 걸고 약속하는 건 어린아이들이 하는 짓이거든요? 정말 유치해서 못 봐주겠어요.”원이는 입을 삐죽 내밀면서 투덜거렸지만 재빨리 달려가서 성도윤의 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을 걸었다.“이렇게 손가락을 걸고 약속한 다음에 손바닥을 이마에 대면 도장을 찍는 거예요.”원이는 환하게 웃으면서 손바닥을 이마에 갖다 댔다. 민이 이모는 원이를 데리고 병원을 나섰다. 그 뒤로 소영금이 따라오면서 말했다.“벌써 가시는 거예요? 조금 더 얘기를 나누다가 가시지 그래요. 원이는 아빠랑 잘 얘기했어? 원이를 기억해 냈대?”소영금은 어렵게 만난 원이를 돌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일초라도 더 눈에 담고 싶어서 두 사람의 뒤를 계속 따라왔다.“네! 그래서 1점을 주기로 했어요.”원이는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사실 소영금과 같이 있은 시간이 많지 않아서 특별한 감정은 없었다. 게다가 차설아의 편에 서면서 소영금과 성도윤을 전부 적이라고 생각했었다.소영금과 성도윤이 차설아를 괴롭혔기에 점수를 많이 깎였고 점수를 더하려면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정말 다행이야. 너한테 말하지 않았지만 네 아빠는 예전부터 아팠었어. 그래서 너랑 네 엄마를 잊은 것이니 네 아빠를 탓하지 말아 주렴. 네 아빠를 용서해 줄 수 있겠어?”소영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성도윤과 원이가 잘 지내게 되면 소영금은 앞으로 원이를 더 자주 볼 수 있었고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용서할지 말지는 제가 정하는 게 아니에요. 우리 엄마가 용서한다고 하면 저도 생각해 볼게요. 그리고 마이너스 99점에서 점수를 더 깎을지 아니면 더할지는 그분이 알아서 할 거예요.”원이는 팔짱을 낀 채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