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설아는 성도윤의 입을 막지 못하고 두 손으로 자신의 귀를 틀어막았다.차는 아름다운 환경의 교외 지역을 지나 차들로 가득 찬 시내로 들어섰고, 어느새 한 레스토랑 앞에 정차했다.“내려.”성도윤은 매너라곤 찾아볼 수 없는 말투로 말했다.차설아는 예쁜 얼굴로 조수석에 앉아 여전히 화를 내며 차에서 내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성도윤과 함께 식사하고 싶지 않았다.두 사람 사이에 워낙 많은 일이 있었고, 서로 보기만 해도 미운데 어떻게 같은 테이블에 앉아 밥을 먹을 수 있을까?성도윤은 몇 걸음 걸은 후에야 차설아가 따라오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다시 차 앞으로 돌아가 위에서 여자를 내려다보며 약간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왜 안 내려와? 이 시간에 배 안 고파?”“안 고파!”차설아는 계속 냉담한 표정을 지으며 남자가 조금의 눈치라도 있기를 바랐다.“확실해?”성도윤은 그녀의 모습에 웃음이 났다.지금은 이미 저녁 8시로 식사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다. 작은 케이크를 세 개나 먹을 수 있는 먹보가 배가 고프지 않다니!“그래, 난 배 안 고파. 그러니 저녁 식사는 필요 없어. 오늘 나 구하러 온 건 고마워. 그럼 이만 먼저 가볼게.”차설아는 능청스럽게 말하고는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려와 남자와 헤어질 준비를 했다.“하지만 난 배고픈데?”성도윤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정말 고맙다면 같이 밥 먹어.”그녀는 이렇게 뻔뻔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할 수 없이 그녀는 쫓기는 오리처럼 강제로 성도윤에게 끌려 레스토랑에 들어갔다.너무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라 손님도 별로 없었다. 몇몇 손님들의 옷차림만 봐도 부티가 흘렀다.그들은 창가 자리에 골라 앉았다. 테이블에는 생화와 촛불이 있었고, 레스토랑에는 전문 바이올린 밴드, 연주자의 은은한 음악이 어우러져 고급스럽고 로맨틱한 분위기가 흘렀다.“두 분 주문 도와드릴까요?”웨이터는 묵직한 메뉴판을 들고 왔다.성도윤은 고개를 숙이고 몇몇 시그니처 메뉴들을 시키고는 웨이
“콜록!”차설아는 가볍게 기침을 몇 번 하면서 즉시 물을 마시며 어색함을 숨겼다.성도윤은 못 들은 척하며 우아하게 냅킨을 다리에 고 뜨거운 수건으로 손을 닦았다.곧 웨이터는 정교한 음식들을 가져왔다. 소고기 찜, 새우, 상어 알젓, 스테이크 그리고 샐러드 등.차설아는 테이블 위의 음식들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뿐만 아니라 침까지 삼켰다.남자는 소리 없이 스테이크를 썰어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고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나 음식에 까다로운 편인데, 이 집 스테이크는 정말 맛있어. 당신도 배고팠다면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쉽네.”차설아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려고 애썼고 턱을 높이 치켜들고는 말했다.“괜찮아. 난 서양식 별로 안 좋아해.”그녀는 먹보가 맞지만, 원칙과 마지노선이 있는 먹보였다. 절대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성도윤은 계속해서 스테이크를 자르더니 만족스럽게 말했다.“음, 오늘 스테이크 불 조절 잘했네. 딱 내가 원하는 미디엄 웰덴이야.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느낌, 등뼈의 쫄깃한 식감을 제대로 살렸어... 한 입 먹어 볼래?”남자는 자른 스테이크를 포크로 집어 자상하게 차설아에게 건넸다.“난...”코끝을 통해 풍겨오는 음식의 향기에 차설아는 곧 의지가 무너질 것 같았다.그녀가 원칙을 버리고, 입을 벌려 먹으려 할 때, 성도윤은 유치하게 도로 가져가더니 자기 입에 넣고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휴, 미안. 깜빡했어. 당신 배 안 고프지?”“...”‘이 인간 원래 이렇게 유치했어? 나 갖고 장난치느라 아주 신났네!’“본론으로 들어가지...”성도윤은 점점 진지해지더니 차가운 눈으로 여자를 보며 말했다.“당신이랑 비서, 왜 그 위험한 인물을 건드리는 거야?”“내 일이야. 당신한테 설명할 필요 없잖아.”차설아는 한없이 차가운 모습이었고, 남자에게 많은 것을 털어놓기 싫었다.“부탁하러 간 거야? 아니면 약점이라도 잡혔어?”성도윤은 여자의 냉담함을 무시하고 계속
붉은 액체가 성도윤의 머리카락을 타고 잘생긴 얼굴에 흘러내렸다. 낭패한 모습이었지만 여전히 고귀함을 잃지 않았다.“도윤이?”한 여자의 목소리가 그의 뒤에서 들려왔다.서은아는 절친 한리나의 팔짱을 끼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남자를 쳐다보았다.성도윤임을 확인한 그녀는 마치 사내대장부처럼 남자의 앞에 달려가 머리에 묻은 와인 얼룩을 냅킨으로 닦아주었다.“미련한 녀석. 둘 사이에 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천하의 성도윤이 사람들 앞에서 와인세례를 맞아. 머리랑 옷이 다 젖었잖아. 속상해 죽겠네!”그녀는 닦으면서 자신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 얼마나 속상한지 계속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노기등등해서 돌아서더니 차설아를 향해 흉악하게 말했다.“이봐요. 공공장소에서 예의는 지켜야죠. 도윤이에게 술을 쏟은 건 나 서은아에게 술을 쏟은 거나 마찬가지예요. 도윤이가 따지지 않는다 해도 난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어요...”원래 차설아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서은아는 전에 착한 척, 대범한 척 연기하느라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오늘 제대로 혼내줄 기회를 잡았으니 절대 넘어갈 리 없었다.차설아는 덤덤한 표정으로 가볍게 웃었다.“잘못은 누가 먼저 했는지 들어보고 판단해야죠. 은아 씨의 잘난 동생이 나한테 얼마나 역겨운 말을 했는지 먼저 물어보는 건 어때요?”“우리 도윤이는 항상 말을 날카롭고 까칠하게 해요. 부부로 오랫동안 지냈으면서 그 정도도 몰라요? 고작 그 정도 일로 애 얼굴을 이렇게 만들어요? 설아 씨 아주 소심하고 악독하네요!”“맞아요, 저 독해요. 이 인간이 그냥 눈에 거슬려요. 그래서 뭐 어쩌실건데요?”차설아는 두 팔을 두르고 전혀 서은아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다.정확히 말하면, 지금의 차설아는 그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었다.“아주 제대로 미쳤네. 우리 도윤이가 어쩌다가 당신처럼 교양 없는 여자랑 결혼했는지!”서은아는 이 기회를 빌려 차설아에게 일침을 가했다.“부부로 생활한 4년 동안 도윤이 마음을 얻지 못한 건, 그쪽이 도윤이가
“미치겠네! 돌아버리겠어! 성도윤 이 망할 인간. 스테이크 먹고 배 터져 죽어버려!”레스토랑을 나온 차설아는 드디어 쿨한 이미지를 유지하지 못하고는 거리에서 욕설을 퍼부었다.녀석이 이 정도로 뻔뻔하게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역겨운 말로 나 고혈압 도지게 만들더니, 뭐? 맛있게 잘 먹겠다고? 그것도 계속 날 괴롭히는 서은아랑? 날 무시해도 유분수지!’차설아는 이토록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성도윤으로 의해 기분이 흔들리는 자신이 싫었다. 그런 자신이 너무 무능하고 무기력해 보였다.‘성도윤은 역시 나의 상극이라 만나면 좋은 일이 없어. 앞으로 절대 가까이하면 안 돼!’차설아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야 마음이 조금 안정되었다.그런 인간이라면 피하면 되는 일이다.그녀는 손을 뻗어 택시를 잡고 아파트로 돌아갔다.아파트에 도착해 문을 열려는데 조인성의 전화가 걸려왔다.차설아는 성도윤이 말한 ‘골드밀’을 생각하자 속이 메슥거렸다.하지만 차씨 저택의 탈환을 위해 구역질을 참으며 열정적으로 말했다.“인성 씨.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전화주셨네요. 정말 저를 절친으로 여기시나 봐요!”“하하, 당연히 설아 씨를 절친으로 여기죠. 오늘 방해꾼만 없었다면 내 사람인 설아 씨를 절대 조씨 장원에서 나가게 하지 않았어요. 우리는 속된 남녀관계가 아니라 영혼을 나누는 사이잖아요...”차설아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희번덕거렸고, 전화를 끊고 싶은 충동을 애써 참으며 말했다.“그렇다면 빨리 차씨 저택의 지역을 포기하는 건 어때요? 그곳은 해안 전체에서 환경의 질이 가장 높은 지역이에요. 쓰레기 철거장으로 쓰이기에는 너무 아깝다고요. 굳이 그 지역을 건드리겠다고 하시면 천하의 보물을 망가뜨린 죄로 하늘에서 벌을 내릴지도 몰라요.”조인성은 차갑게 웃더니 늙은 여우처럼 웃는 듯 마는 듯 말했다.“휴, 설아 씨, 우리는 영혼을 나누는 친구인데, 입만 열면 공적인 일을 거론하니 마음이 불편하네요. 그리고... 친형제 사이에도 계산은 똑바로 하라고 하
“칠색 유리병이요?”“네, 조형이 아주 정교하고, 적주황녹청남자의 7가지 색유리로 만들어졌어요. 면마다 진귀한 새와 이수가 조각되어 있어 진귀한 물건으로 유명해요. 그 난세에 만성 백 년의 안정을 유지해 소문에는 칠색 유리병이 재운을 형통하고, 만수무강을 기원하고, 소원을 이뤄준다고 해서 제가 오랫동안 마음에 두고 있었어요.”차설아는 계속 눈을 희번덕거리며 속으로는 어이가 없었다.“그럼 인성 씨의 뜻은 저보고 그 보물을 찾아달라는 거네요?”“역시 설아 씨는 머리가 좋아요. 역시 내가 한눈에 마음에 든 절친다워요.”차설아는 속으로 으르릉거렸지만 이를 악물고 말했다.“이건 일부러 절 곤란하게 하시려는 건가요? 어쩌면 그 보물은 민간 전설일 뿐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물건이 아닐까요? 그럼 제가 어디 가서 찾겠어요?”“그 어려운 걸 해내야 설아 씨의 능력을 증명하는 것 아닐까요?”조인성은 웃으며 말했다.“그 보물은 분명 존재하니 걱정 마세요. 열심히 찾다 보면 꼭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설아 씨가 그 보물을 찾아오면 저도 바로 땅을 내어드리도록 하죠. 물론 제시간도 소중하니 일주일을 넘지 않기를 바랄게요.”“하지만...”차설아가 또 무슨 말을 하려는데 조인성은 이미 전화를 끊었다.“빌어먹을, 다 하나 같이 미친 자식들 아니야?”차설아는 화가 나서 전화를 부수고 싶은 심정이었다.하지만 현재로서는 차씨 저택을 되찾는 데 가장 간단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이었다. 어쩌면 그 칠색 유리병을 진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차설아는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안정시키고는 이 물건의 출처를 잘 조사하기로 했다. 찾을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그녀는 문을 열고 아파트로 들어섰고, 두 녀석은 얌전히 집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어제 달이의 천식이 발작했기 때문에, 차설아는 오늘 함부로 뛰어다니지 못하게 했다. 특히 성심 전당포는 더더욱 갈 수 없었다.“달아, 오늘 좀 어때? 호흡 불편하지 않아?”차설아는 달이를 안고 뽀뽀를 하며 걱정스레
“벌써 찾았어? 우리 원이 짱이네!”차설아는 반색하여 급히 소파에서 일어나 컴퓨터 앞으로 갔다.“엄마, 이것 좀 봐봐요.”원이는 컴퓨터 화면에 있는 아름다운 칠색 유리병을 가리키며 포동포동한 작은 얼굴로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제가 추적한 최신 정보에 의하면 이 물건은 지금 성심 전당포에 보관되어 있어요. 엄마가 갖고 싶다면 바로 미스터 Q에게 보내 달라고 하면 되겠네요. 엄마는 어차피 자기 아내가 될 것이니, 미스터 Q의 물건은 곧 엄마의 것이라고 했어요.”“어떻게... 이럴 수가.”차설아는 마음이 너무 복잡했다. 기뻐해야 할지 난처해야 할지 몰랐다.어떻게 마침 이 물건이 그에게 있단 말인가? 직접 달라고 말을 꺼내기도, 말을 꺼내지 않기도 곤란한 상황이 되었다.만약 직접 말을 꺼낸다면, 그녀가 정말 그의 재산을 노린 줄 알 것이다.하지만 말을 꺼내지 않는다면, 조인성이 준 일주일 시간 안에 물건을 손에 넣을 수 없을 것이다.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에 초인종이 울리더니, 더 공교로운 일이 발생했다.미스터 Q는 캐주얼한 복장에 고급 식재료를 들고 직접 집으로 찾아왔다.“Q 아빠, Q 아빠. 진짜 왔어요? 저랑 오빠, 그리고 엄마는 아빠가 보고 싶었어요!”달이는 입을 헤벌리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남자의 손을 잡고 집 안으로 걸어갔다. 그야말로 슈퍼 스위트 걸이였다.차설아는 갑자기 나타난 키 큰 남자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경각심을 세우더니 차갑게 물었다.“우리 집 주소는 어떻게 알았어요? 누가 여기 오라고 했어요?”“설아 씨 남편으로서, 아이들 아빠로서, 어떻게 집 주소를 모를 수 있죠?”남자는 강한 아우라를 풍기더니, 자연스럽게 요리 재료를 민이 이모에게 건넸다. 마치 집안의 주인인 듯싶었다.“오늘 식재료를 사놓고 요리 솜씨를 뽐내려 했는데, 애들이 설아 씨가 아직 집에 안 들어왔고, 요즘 전당포에 올 수도 없다고 하더군요. 전당포는 어지러운 부둣가에 있고, 감히 설아 씨와 아이들을 해치지는 못한다고 하나, 아이들이 오래 있
차설아는 난처해서 얼른 두 아이를 노려보았다.“너희 둘 정도껏 해. 아무리 아저씨가 너희들을 이뻐하신다고 해도 어른이야. 버릇없이 이래라저래라하면 어떡해?”원이는 고개를 돌려 진지하게 말했다.“엄마도 참, 아직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고 정식 부부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남편을 감싸는 거예요? 못 말리는 사랑꾼이라니까요.”“...”차설아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런 배신자가 다 있나. 이렇게 날 난처하게 만들다니!’“어디로 튈지 모르는 어린 애들이에요. 버릇없이 말해도 이해해주세요!”차설아는 남자를 힐끗 쳐다보며 난처함이 극에 달했다.비록 미스터 Q가 낯선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친분이 두터운 것도 아니고, 게다가 돈을 빌려준 사람에게 무례하게 굴기 미안했다.하지만 남자는 전혀 개의치 않고 심지어 약간 즐기는 듯, 긴 팔로 다정하게 여자의 어깨를 잡더니 웃었다.“별말씀을요. 남편이 아내를 위해 봉사하는 건 당연한 거죠. 오늘 누구한테 괴롭힘당했어요? 어서 말해봐요, 제가 혼내줄게요.”차설아는 어색하게 웃으며 목소리를 낮췄다.“뭐 하는 짓이에요? 철없는 애들 장단에 맞춰주면 어떡해요?”남자는 여전히 미소를 짓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어차피 연기하는 거 더 그럴듯하게 해야죠. 아니면 애들이 어떻게 믿겠어요?”“뭐 먹고 싶어요? 예비 남편인 제가 만들어주죠.”배고팠던 차설아는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고, 더는 숨기지 않았다.“혹시 스테이크 할 줄 알아요? 오늘 갑자기 서양식이 먹고 싶네요.”“잘됐네요. 마침 고급 등심을 사 왔어요.”“등심이요?”차설아는 자신도 모르게 눈이 휘둥그레졌다. 순간 머릿속에는 성도윤이 스테이크를 먹는 모습이 떠올랐다.‘헐, 세상에 이런 우연이 있다고?’하지만, 서은아와 스테이크를 먹고 있는 성도윤에 해, 자신은 미스터 Q가 직접 만든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순간 마음이 편안해졌다.레스토랑의 음식이 아무리 맛있어도 누군가 직접 만들어준 것보다 귀중할 수 없었다.“참
차설아는 다가가 호기심에 찬 얼굴로 물었다.“뭘요?”미스터 Q는 양손에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소스로 스테이크를 재우고 있었다.“앞치마 좀 묶어주시겠어요? 보시다시피 손이 없어서...”그는 부엌 궤짝에 걸려 있는 앞치마를 턱으로 가리키며 자연스럽게 말했다.“앞치마를... 둘러달라고요?”차설아는 어색해서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이건 보통 사랑하는 부부 사이에 하는 애정행각이 아닌가?남자는 고개를 돌려 여자를 힐끗 쳐다보더니 차갑게 말했다.“뭐 문제 있어요? 혹시.. 부끄러워요?”“당연히 아니죠!”차설아는 남자에게 속마음을 들키기 싫어 할 수 없이 앞치마를 챙겨 남자 뒤에 섰다.그녀는 까치발을 들고 그의 머리에 앞치마를 넣었고 일부러 소탈하게 말했다.“이혼 경험이 있는 제가 고작 이런 행동에 부끄러워하다니요.”여자의 가느다란 팔뚝은 남자의 허리를 둘러, 깔끔하게 리본을 묶고는 자기도 모르게 남자의 등을 툭툭 쳤다.“오, 괜찮네요! 그럴듯한 살림남 같아요!”‘쯧쯧, 얼굴은 망가졌지만 몸매는 일품이라니까. 넓은 어깨, 좁은 허리, 근육도 단단한 것이 성도윤 못지않네!’‘역시 세상은 넓고 남자는 많아. 너무 작은 세상에 갇혀 살아서 그동안 성도윤 하나만 보고 살았어!’차설아가 이혼한 후 만난 남자들, 심지어 술집에서 얼굴로 생계를 유지하는 택이도 성도윤과 막상막하였다.미스터 Q는 스테이크를 재운 후 시간을 정해 놓고 기다렸다.그는 비닐장갑을 벗고 과일 요구르트 샐러드를 만들기 위해 키위를 꺼냈다.“이것 좀 맛봐요, 어때요?”남자는 숟가락으로 과일 요구르트를 저으면서 시리얼을 부었다. 그러고는 한 숟가락을 떠서 차설아의 입 앞에 내밀었다.“음...”차설아는 몸을 뒤로 젖히며 남자와 이렇게 친하게 지내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어색하게 숟가락을 받았다.“제가 직접 먹을게요.”남자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웃는 듯 마는 듯 말했다.“이혼 경험이 있는 여자라며 왜 이렇게 보수적이에요?”“보수적이라니요? 이건 거리를 두는 거죠. 남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