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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1화

붉은 액체가 성도윤의 머리카락을 타고 잘생긴 얼굴에 흘러내렸다. 낭패한 모습이었지만 여전히 고귀함을 잃지 않았다.

“도윤이?”

한 여자의 목소리가 그의 뒤에서 들려왔다.

서은아는 절친 한리나의 팔짱을 끼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남자를 쳐다보았다.

성도윤임을 확인한 그녀는 마치 사내대장부처럼 남자의 앞에 달려가 머리에 묻은 와인 얼룩을 냅킨으로 닦아주었다.

“미련한 녀석. 둘 사이에 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천하의 성도윤이 사람들 앞에서 와인세례를 맞아. 머리랑 옷이 다 젖었잖아. 속상해 죽겠네!”

그녀는 닦으면서 자신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 얼마나 속상한지 계속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노기등등해서 돌아서더니 차설아를 향해 흉악하게 말했다.

“이봐요. 공공장소에서 예의는 지켜야죠. 도윤이에게 술을 쏟은 건 나 서은아에게 술을 쏟은 거나 마찬가지예요. 도윤이가 따지지 않는다 해도 난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어요...”

원래 차설아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서은아는 전에 착한 척, 대범한 척 연기하느라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오늘 제대로 혼내줄 기회를 잡았으니 절대 넘어갈 리 없었다.

차설아는 덤덤한 표정으로 가볍게 웃었다.

“잘못은 누가 먼저 했는지 들어보고 판단해야죠. 은아 씨의 잘난 동생이 나한테 얼마나 역겨운 말을 했는지 먼저 물어보는 건 어때요?”

“우리 도윤이는 항상 말을 날카롭고 까칠하게 해요. 부부로 오랫동안 지냈으면서 그 정도도 몰라요? 고작 그 정도 일로 애 얼굴을 이렇게 만들어요? 설아 씨 아주 소심하고 악독하네요!”

“맞아요, 저 독해요. 이 인간이 그냥 눈에 거슬려요. 그래서 뭐 어쩌실건데요?”

차설아는 두 팔을 두르고 전혀 서은아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지금의 차설아는 그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었다.

“아주 제대로 미쳤네. 우리 도윤이가 어쩌다가 당신처럼 교양 없는 여자랑 결혼했는지!”

서은아는 이 기회를 빌려 차설아에게 일침을 가했다.

“부부로 생활한 4년 동안 도윤이 마음을 얻지 못한 건, 그쪽이 도윤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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