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차설아와 성진 두 사람만이 남자 화장실에 서 있었는데, 그림이 좀 이상했다.성진은 마침내 목적을 달성한 악마처럼 사악하고 유치한 미소를 지었다.“봐요. 당신이 당신 전남편을 떠나서 손해볼 건 없어요. 그가 원하는 것은 단지 그의 체면을 세워주는 도구일 뿐이니까요. 그는 당신의 진짜 모습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는 당신을 전혀 알지 못하고, 당신에 대해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아요. 이건 한 여자에게 있어 완전한... 실패예요.”“고마워, 정신 차리게 해 줘서.”차설아는 참지 못하고 성진을 향해 눈을 희번덕거리며 날카롭게 말했다.“시간이 있으면 너 자신이나 신경 써. 바보처럼 내내 원숭이 취급만 당하지 말고. 지금 쫓겨났는데 아직도 여기서 까불고 있다니.”성진은 조금도 화를 내지 않고 차설아에게 다가가서 비열하게 물었다.“형수님, 지금 제 걱정하는 거예요?”차설아는 눈을 흘기면서 다리를 들어 남자의 발을 세게 밟았다.“그래, 네 엄마가 걱정이야!”그리고 거만한 백조처럼 턱을 높이 쳐들고 쿨하게 떠났다.“...”성진은 차설아의 뒷모습을 보며 살짝 눈썹을 치켜올리고 사악하게 웃었다.박력이 넘치는 모습에 그는 더욱 그녀에게 빠졌다.한편, 문밖에서는 화장실에 가고 싶은 남자들이 잔뜩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중에는 유명한 기자들도 많았다.그리고 그 후, 온갖 스캔들이 난무하기 시작했다.「새 애인과 옛사랑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성도윤의 전처, 결국 남자 화장실에서 셋이서 그렇고 그런 일을 해.」「성대 그룹 대표 전처를 빼앗기 위해 사촌 동생과 몸싸움을 벌이다가 져서 사업을 얻고 여자를 잃어.」더욱 황당한 기사제목도 있었다.「성진은 용감하게 전 형수에게 사랑 고백을 했고 남자 화장실에서 청혼에 성공해.」운전 중이던 차설아는 배경윤이 보내준 기사 제목들을 보고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사고를 낼 뻔했다.“이 기자들, 정신 나갔나? 상상력이 꽤 풍부하네. 기사를 쓰려면 잘 써야지, 남자화장실을 자꾸 강조하다니, 내 체면은 생각도 안 하나?”배
“더 이상 말하지 않을게, 아이 데리러 가야 돼.”차설아는 배경윤의 전화를 끊고 몬테리 유치원으로 향했다.학교 앞은 언제나 차와 사람들로 붐볐다.몬테리 유치원 입구에는 각종 자가용이 길게 늘어서 마치 고급자동차 전시회를 방불케 했다.차설아가 가까스로 주차 자리를 찾아 차를 세워 놓고 내리려는데 민이 이모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왔다.“여보세요, 아가씨, 오셨나요? 빨리 와요, 큰일 났어요!”민이 이모의 떨리는 목소리에서 불안이 느껴졌다.“무슨 일이에요?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말해요.”차설아는 민이 이모의 마음을 달랬다.“다 제가 못난 탓이에요. 제가 죽을죄를 지었어요. 방금 아이를 데리러 갔는데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하시길...”전화기 너머의 민이 이모는 너무 조급해서 곧 울 것 같았다.“선생님께서 아이를 이미 데려갔다고 해서 누가 데려갔는가고 물었더니... 원이, 달이 아빠가 데려갔대요.”“뭐라고요?”차설아는 머리가 지끈거렸다.“기다려요, 금방 갈게요.”그녀는 마음을 가라앉힌 후에 차를 세우고 곧장 민이 이모가 있는 유치원 문 앞으로 갔다.멀리서 보니 문 앞에 있는 민이 이모가 사람들 틈에서 선생님의 소매를 붙잡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딸기 선생님, 선생님도 아시겠지만, 우리 원이, 달이는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어요. 엄마밖에 없는 애들인데 아빠가 웬 말이에요! 분명 앙심을 품은 나쁜 사람이 데려갔을 거예요! 당신들이 나쁜 놈들에게 아이를 맡겼으니 책임져요. 아이를 돌려줘요.”사과 선생님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이봐요, 아줌마, 진정해요. 오늘 오후에 아이를 데려간 사람은 확실히 애 아빠예요. 아이들도 아빠라고 불렀고요. 그리고 그분 권력이 센 사람 같았어요. 저희 학교를 망하게 할 수 있다는 데 저희도 정말 방법이 없었어요...”“권력이 크면 뭐 어때요, 그렇다고 아이들을 나쁜 사람에게 넘길 수 있어요? 무슨 학교가 이래요? 그 사람들이 아이들을 유괴하게 그냥 놔둔 거예요? 저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신고해서
사과 선생님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둘러보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원이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는 분명 괜찮을 거예요. 조금 있으면 돌아갈 거예요. 아이들을 데려간 사람은요... 죄송하지만, 말씀드릴 수 없어요.”차설아는 듣고 난 후 꽤나 침착한 편이었다. 다만 묵묵히 손가락을 꽉 움켜쥐고 냉소했다. “공공연히 남의 아이를 뺏을 만큼 아주 대단한 사람인가 봐요. 친엄마인 나도 알 권리가 없을 정도로요.”“확실히 권력이 컸어요. 온 해안시를 아울러 봐도 감히 그와 맞설 사람이 몇 명 안 돼요, 그래서...”사과 선생님은 잠깐 멈췄다가 다시 더 많은 정보를 흘리며 조용히 차설아를 향해 말했다. “두 아이 모두 순순히 아빠라고 불렀어요. 그분과 친해 보였어요. 그분은... 성씨 가문과 관계가 있어 보여요.”“성씨 가문요?”차설아는 심장이 철렁했다.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찡그린 채로 사과 선생님의 암시를 자세히 생각해 보았다.답은 이미 나왔다.‘해성시의 대단한 인물, 아이들이 아버지라고 부르며 성씨 가문과 관계가 있다면 바로 성도윤 아닌가!’오늘 남자 화장실에서 성도윤은 그녀가 큰 비밀을 숨기고 있다고 아주 의미심장하게 말했었다.‘그러니까 그는 사실 이미 두 아이의 존재를 알고 있었나?’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동안 그녀는 성도윤이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두 아이를 숨기지 않았다.게다가 전에 원이는 그가 있는 곳에 가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으니, 분명 그의 관심을 끌었을 것이다. 그가 조금만 조사해도 원이가 자기 아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그는 아마 사적으로 원이와 여러 번 만났을 것이다. 원이가 계속 그녀에게 소개해 주겠다고 했던, 해안시의 유명한 요리사가 그였을지도 모른다.이렇게 생각하니 차설아는 침착할 수가 없었다.“감사해요, 사과 선생님. 제가 누구를 찾아가야 할지 알겠어요. 오늘 두 아이 때문에 고생 많으셨어요. 내일 다시 유치원에 등교시킬게요.”차설아는 말을 마치고 살기 어린 눈빛으로 떠났
차설아는 다른 하인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위풍당당하게 홀로 들어가서 큰소리로 말했다.“아무리 그래도 저도 성씨 가문의 일원이었었고 할아버지를 제 친할아버지라고 생각하여 할아버지를 뵈러 왔는데 저를 말릴 정도까지는 아니지 않나요?”성주혁은 안 그래도 성도윤, 차설아와 성진의 각종 스캔들을 보고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는 성도윤을 혼내주려고 했다.어르신은 차설아의 소리를 듣자, 눈빛이 밝아졌다. 그는 자애로운 눈빛으로 차설아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설아야, 예쁜 우리 손자며느리. 마침 내가 너 대신 저 녀석을 어떻게 혼내줘야 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네가 왔구나... 이 할애비는 너무 기쁘구나. 빨리 오너라, 빨리 와!”그는 차설아를 향해 손을 흔들더니 옆 빈자리를 가리키며 그녀를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차설아의 반대편에는 냉담한 표정을 한 성도윤이 앉아 있었다.하인은 깨끗한 그릇과 수저를 그녀 앞에 놓았다. 차설아는 어르신의 열정을 이기지 못해 난처하게 앉을 수밖에 없었다.화기애애하던 식사는 차설아에 의해 어색해졌다.가족 식구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혹시나 말 한마디 잘못하여 어르신이나 성도윤에게 미움을 살까 봐 그저 묵묵히 밥만 먹을 뿐이었다.유독 소영금만은 좋아서 가만있지 못했다.안 그래도 전 며느리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는데 지금 전 며느리가 정말 돌아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기뻐서 차설아에게 끊임없이 반찬을 집어주었다.“설아야, 잘 생각했다! 잘 돌아왔어! 내가 말했지? 우리 도윤이는 분명 멀쩡할 거라고. 이 녀석, 정말 연기를 잘해서 나뿐만 아니라 너까지 속였다니. 내가 방금 이미 저 녀석을 한 대 때렸어. 네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면 사양하지 말고 세게 한 대 때려서 화풀이를 해.”성주혁이 말했다.“영금아, 네가 성씨 가문에 발을 디딘 지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 이 몇 마디야 말로가장 사람다운 말이네. 아들이 잘못했다면 맞아도 싸, 남편이 잘못했어도 마찬가지야. 설아야, 난 네가 때리는 걸 지지해.”다른 사람들은 성씨 가
성도윤은 냅킨으로 천천히 입을 닦고,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차설아를 향해 말했다.“나는 당신이 왜 나를 찾아왔는지 모르겠어. 설마 아직 나한테 미련이 남아서 재혼하려는 거야?”“좋아, 너무 좋네.”소영금은 바보처럼 박수를 치며 설레는 표정으로 차설아의 어깨를 두드렸다. “설아야, 재혼하고 싶으면 재혼하고 싶다고 해. 그렇게 우물쭈물해서 뭐 하니? 넌 전혀 저 바보의 의견을 묻지 않아도 돼. 쟤는 그냥 바보 멍청이야... 이 일 내가 너희 둘을 위해 준비해 줄게. 내가 바로 준비해서 너희들이 전보다 더 성대하고 호화로운 로맨틱한 결혼식을 하게 해줄게.”성주혁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얼굴에는 기쁨으로 가득 찼다. “설아야, 네가 드디어 잘 생각했구나. 너와 도윤이 진작에 재혼했어야 했어. 할아버지와 성씨 집안 사람들 모두 너희의 재혼을 지지해.”“그, 그런 거 아니에요!”차설아는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져 급해서 말했다.“전 도윤 씨와 재혼하기 위해 찾아온 게 아니에요. 저와 도윤 씨는 진작에 애정이 식었고 전 평생 솔로로 살 거니까 도윤 씨와 재혼할 가능성은 전혀 없어요.”뭇사람의 안색이 어두워졌고 분위기는 어색하기 그지없었다.성도윤도 웃음을 거두고 차가운 눈빛으로 침묵을 지켰다.성주혁이 말했다.“설아야, 네가 도윤이와 재혼하지 않겠다면 도윤이를 왜 찾는 거냐?”“저는...”차설아는 입술을 깨물며 말할 수 없었다.성씨 집안이 아이의 존재를 알고 있는지 확실하지 않았다. 만약 그들이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냥 말해버리면 오히려 긁어 부스럼 만드는 꼴이 된다.“이건 저와 도윤 씨의 개인적인 일이니,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 곤란해요...”차설아는 성도윤을 노려보며 말했다.“도윤 씨가 나한테 몇 분만 시간을 내줬으면 좋겠어. 나가서 얘기해.”성도윤은 턱을 치켜든 채 시종일관 오만한 자세를 취하며 쌀쌀맞게 말했다.“당신이 나와 재혼을 할 것도 아니니 우리 관계를 놓고 본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을것 같아. 다른 사람이 보면 좋지 않잖아?”
성도윤은 냉랭한 기색으로 차설아에게 물었다.“여긴 아무도 없으니 솔직하게 말해. 사람 어디에 있어? 빨리 나에게 넘겨, 그들은 내 심장과 같아. 난 그들을 위해 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어, 설사 너희 성씨 가문과 함께 죽는다 해도 상관없어. 나를 조급하게 만들지 않는 게 좋을 거야...”차설아는 손을 꽉 쥐고 죽을 각오로 눈앞의 이 남자와 끝까지 싸우려고 했다.원이와 달이는 그녀가 목숨과 맞바꿔 낳은 아이들이고 하루하루 힘들게 견디며 키운 애들이다.그들은 그녀의 목숨일 뿐만 아니라, 차씨 가문의 미래이기도 하다.성도윤이 이때 와서야 가만히 앉아서 남이 고생해서 얻은 성과를 누리는 것은 그야말로 파렴치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그녀는 절대 허락할 수 없었다.“난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성도윤은 짙은 눈썹을 찌푸리며 어리둥절해했다.“당신이 말한 ‘사람’이라는 게 누구야?”“아직도 시치미를 떼다니!”차설아는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다.그녀는 성도윤이 알면서 모르는 체하고 일부러 그녀와 심리전을 벌이는 것이라고 단정하였다. 차설아는 화가 나서 두세 걸음 앞으로 나서서 그의 멱살을 잡고, 말로 위협하였다. “내가 셋 셀 테니, 당신이 사람을 순순히 돌려주지 않는다면 나는 즉시 당신의 목을 비틀어 죽일 거야. 당신, 내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거 알아야 해.”“내 목을 비틀어 죽인다고?”성도윤은 갑자기 웃더니 아예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시늉을 하며 도발했다.“당신이 원한다면 그렇게 해.”“내가 못 할 것 같아?”차설아의 눈빛이 독해졌다. 그녀는 장미처럼 붉은 입술을 달싹거리며 숫자를 셌다.“셋, 둘, 하나...”다만 그녀가 미처 움직이기도 전에 서재의 불이 탁하고 꺼졌다.이때는 밤이었는데 별장 주변의 모든 등불도 다 꺼졌다.“뭐야?”차설아는 좀 당황했다.‘설마 내가 저들의 덫에 걸려든 건 아니겠지? 맞아, 그런 걸 거야!’성도윤이 먼저 원이와 달이를 데려간 후 그녀를 유인해 아무도 모르게 죽인다면 그들은 공
선로 고장으로 인한 정전이라면 성씨 가문이 그녀를 살해하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었다.차설아는 잠시 안도의 숨을 내쉬며 천천히 성도윤의 목에서 손가락을 떼었고, 몸도 의식적으로 그와 거리를 두려고 했다.하지만 웬걸, 남자의 단단한 팔이 갑자기 그녀의 허리를 잡아당긴 다음, 힘을 주어 그들의 몸을 한없이 밀착시켰다.차설아는 몸을 흠칫 떨더니 이내 온몸이 굳어져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더듬거리며 물었다.“다, 당신 뭐 하는 짓이야?”성도윤은 잠자코 있다가 다른 한 손도 들어 올려 커다란 인형을 안듯 그녀를 품에 꼭 안았다.차설아는 완전히 마음이 흐트러져 버둥거리면서 경고했다.“성도윤, 날이 어두워졌다고 이상한 짓 하지 말고 얼른 날 놔줘. 그렇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가만있어!”성도윤은 놓지 않고 오히려 더 세게 꽉 껴안았다. 그는 마치 코알라처럼 차설아를 안았다.“너 이 녀석, 좋은 말로 해서는 안 되겠네. 보아하니 너 팔을 원하지 않는구나, 나...”차설아가 힘을 주어 한 발로 성도윤을 걷어차려고 하는데, 귓가에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성도윤이 울고 있었다.차설아는 이내 조용해졌다. 그녀는 외계인이 코딱지를 파고 있는 걸 본 사람처럼 완전히 충격에 빠졌다.‘믿기지가 않아!’ “당... 당신 왜 그래?”그녀는 호기심 때문에 조심스럽게 물었다.“당신은 아마 모를 거야. 나 사실 PTSD가 있어. 어둠 속에 있으면 형이 살해당한 일이 생각나서 온몸이 긴장되고 의지할 곳이 절실해져. 의지할 곳을 찾지 못하면... 결과가 매우 심각해.”성도윤은 그녀의 귀에 대고 흐느끼는 목소리로 진지하게 말했다.‘그런 일이 있었다고?’차설아는 반신반의하며 계속 물었다.“만약 의지할 곳이 없으면 얼마나 심각한데?”“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빨리 뛰다가 결국 오장이 쇠약해져 죽어.”과장된 말이었지만 성도윤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의심이 가지 않았다.차설아는 꿈쩍도 하지 못하고 성도윤이 껴안게 놔두고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그렇다면... 지
“맞아, 전기가 오기 전에는 켜지지 않아.”차설아의 표정이 굳어졌다.“뭐? 그럼 만약 밤새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당신과 함께 밤을 보내야 하는 거야?”“괜찮아, 고작 하룻밤이잖아. 나 참을 수 있어.”성도윤은 아주 담담했다. 아까 약하고 무기력해서 흐느끼며 껴안으려는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차설아는 속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성도윤이 굳이 자신을 속일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당신 PTSD 때문에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호흡도 가빠지며 오장이 쇠약해져 죽는다며?”그녀는 남자에게 질문했다.“당신이 안아주면 이겨낼 수 있어. 내가 말한 참을 수 있다는 건 당신이라면 참을 수 있다는 뜻이었어.”“???”차설아는 눈을 희번덕거렸다.“이봐, 당신은 나를 참을 수 있어도 나는 당신을 참을 수 없어. 나는 오늘 반드시 나가야 해.”그녀는 휴대전화 불빛을 빌려 문 자물쇠를 비틀어 열려고 했다. 그런데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서 휴대폰이 자동으로 꺼졌다.서재 전체가 다시 어둠에 휩싸였다.“젠장!”차설아는 눈이 먼 사람처럼 아무렇게 손을 뻗어 문고리를 잡아 무력으로 열려고 이리저리 힘을 썼다.그러다가 결국... 이상한 걸 잡은 것 같았다.“콜록콜록, 당신 이게... 뭐하는 짓이야?”성도윤은 꼼짝도 못하고 어색한 목소리로 물었다.“문 손잡이를 잡고 싶은데, 이거 왜... 촉감이 이상하지?”차설아는 아무렇지 않게 함부로 주물렀다.“헉, 설마 이거 당신꺼...”반응이 오자 그녀는 감전된 듯 얼른 손을 풀었다.그리고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미, 미, 미안해.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난 그저 손잡이를 잡으려고 했는데, 뜻밖에도...”차설아는 혀가 꼬여 온전한 말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이렇게 공교롭게도 그의 거시기를 잡다니. 이게 고의가 아니라는 걸 믿을 수 없었다.성도윤은 애써 호흡을 가다듬으며 덤덤한 척했다.“변태는 많이 봤어도 당신처럼 대담한 사람은 처음 봐. 정말 놀라워.”“아니야, 나 정말 고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