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은 원이를 라운지에 두고 간식을 가지러 뛰어갔다.하지만, 경비원이 작은 케이크와 과일을 들고 라운지로 돌아왔을 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원이는 모든 카메라를 완벽하게 피해 성대 그룹의 꼭대기 층에 도착했다. 바로 성도윤 혼자만 있는 대표 사무실에 도착했다.넓고 쓸쓸한 층은 평소 대표 비서나 주주 임원 외에 일반 직원이 발을 들여놓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요 며칠 성도윤은 연락 두절 되고, 비서와 주주 임원들도 중요한 일 때문에 이 층에 거의 나타나지 않는 듯했다.원이가 대표 사무실 입구에 도착하여 비밀번호를 해제하고 누르자, 문은 쉽게 열렸다.“역시, 성대 그룹 시스템은 엄마가 말한 것처럼 허접하기 짝이 없어. 너무 쉽잖아? 재미없어!”원이는 실망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젓고 이를 꽉 깨물고는 힘껏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성도윤의 사무실은 언제나처럼 고급스러웠다. 원이가 안에 서 있으니 유난히 작아 보였다.“못된 아빠가 마침 안에 없으니, 엄마가 원하는 서류를 가져가면 되겠네.”원이는 철저한 행동파라, 많은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곧장 사무용 의자에 올라가 성도윤의 서류를 열심히 뒤졌다.성도윤은 성대 그룹의 대표로, 지위가 높아 그의 사무실도 당연히 보안이 철저하여 허락 없이는 누구도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었다.그의 사무실에는 너무 많은 중요한 서류들이 보관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속셈이 있는 사람에게 보여지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원이는 한참을 뒤졌지만 특별한 서류를 찾지 못해 포기하려 할 때, ‘비밀유지계약서’가 적힌 서류 봉투가 그의 눈길을 끌었다.“설마 이게 엄마가 말한 중요한 서류인가?”원이는 눈살을 찌푸리며 서류 봉투를 열어 확인하려 했다.이때, 성도윤을 찾아 헤매던 임채원은 사무실 문이 열린 것을 보고 흥분하여 뛰어 들어왔다.“도윤아, 드디어 왔구나. 그동안 대체...”책상 앞에 있는 작은 원이를 보는 순간, 임채원은 말을 잇지 못했다.그녀의 표정은 충격적이고, 또 복잡했다.“너... 너는...”
원이는 서류 봉투를 내려놓고 담담한 표정으로 임채원을 바라보았다.“누구세요? 왜 대표님 사무실에 왔어요?”원이의 물음에 임채원은 조금 당황했다.“난...”임채원은 이 꼬마가 성도윤의 핏줄이라고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성도윤의 어린 시절과 똑같게 생겼을 뿐만 아니라,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까지 성도윤 판박이였다.“원이야, 난 네 엄마의 좋은 친구야. 날 채원 이모라고 불러.”임채원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원이에게 한 걸음씩 다가갔다.이 꼬마가 성도윤의 핏줄이라는 건 확신할 수 있었지만, 꼬마의 어머니가 차설아가 맞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이 없었다.성도윤 같은 남자의 아이를 낳으려고 갖은 수단을 쓰는 여자는 차설아 말고도 부지기수였다.“우리 엄마 친구예요?”원이는 순수한 얼굴로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요 몇 년 동안 차설아가 언급한 친한 친구는 배경윤뿐이었다. 채원이라는 친구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배경윤과 차설아가 임채원이라는 여자를 욕하며 저주를 퍼붓는 것은 들은 적이 있었다. ‘임채원이라는 여자 때문에 엄마가 아빠랑 헤어졌다고 했는데, 설마 이 사람일까?’“맞아, 네 엄마 차설아 맞지? 네 이름은 원이고. 이모가 예전에 너희 엄마랑 얼마나 친했었는 줄 알아?”임채원은 서너 살 된 꼬마는 대충 달래면 된다고 생각해 일부러 과장되게 말하면서 원이의 신뢰를 얻으려고 했다.원이는 포도알처럼 검고 반짝이는 눈동자를 굴리더니 떠보듯 물었다.“와, 진짜 우리 엄마 친구예요? 혹시 이모 이름이 임채원이에요?”임채원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급 당황했다.“너희 엄마가 나에 대해 말한 적이 있어?”“당연하죠. 엄마가 채원 이모는 아주 예쁘고 착하다고 했어요. 엄마보다 더 예쁘다고 하더니, 오늘 보니 사실이네요. 채원 이모 너무 예뻐요.”원이는 말을 마치고 갑자기 의자에서 뛰어내린 다음, 팔을 벌리고 임채원의 품에 안겼다.“원이는 이모가 너무 좋아요. 우리 엄마를 제외하고 본 사람 중에 제일 예쁘고 착한 것 같아요.”“아...”원
“이모는 원이 싫어요?”원이는 눈을 껌벅이며 평소 달이의 모습을 따라 했다. 최선을 다해 애교를 부리며 임채원의 신뢰를 얻으려 했다.임채원은 성도윤과 짜고 차설아를 괴롭힌 나쁜 여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원이는 방법을 강구해서 이 여자를 혼내고 싶었다.“난...”임채원은 꼬마의 순진무구한 얼굴을 보며 도저히 싫어한다는 말을 내뱉을 수 없었다.“이모, 원이 좀 안아줘요. 이모 우리 엄마 같아요. 너무 좋단 말이에요!”원이는 입을 삐죽 내밀고 작은 손으로 임채원의 손을 잡았다.이 순간, 임채원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고, 주체하지 못하고 원이의 희고 부드러운 볼을 만지며 말했다.“이렇게 귀여운 원이를 이모가 왜 싫어하겠어? 안심해. 이모가 잘 보살펴줄게. 이따가 이모랑 나가서 놀까?”“좋아요! 이모 짱!”원이는 계속 임채원을 껴안고 속으로 뭔가를 계획하고 있었다.임채원은 순두부처럼 부드러운 원이의 흰 볼을 만지며 손을 떼지 못했다.‘만약 내 아이도 죽지 않고 정상적으로 태어났다면, 아마 원이만큼 컸을 텐데. 내 아이도 원이 만큼 귀여웠을까? 이렇게 희고 부드러운 피부를 가졌을까? 원이가 내 아이면 좋겠다...”하지만 곧 그녀는 다시 머리를 흔들며 정신을 차렸다.‘이 아이는 차설아의 핏줄이야. 아무리 귀여워도 결국 천한 것의 핏줄이라고! 절대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돼!”임채원은 숨을 깊이 들이쉬며, 원이에 대한 애정을 억제하며 물었다.“원이야, 엄마랑 함께 해안으로 돌아온 거야? 누가 널 사무실로 데리고 왔어? 아빠를 만나고 싶었어?”“맞아요, 아직 아빠를 본 적이 없어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혹시 어디 있는지 알아요?”원이는 능청스럽게 말했다.“네 아빠는 이모의 친한 친구이기도 해. 요즘 성대 그룹으로 오지 않아서 못 만날지도 몰라...”“그럼 아빠가 어디 있는지 알아요?”“당연히 알고 있지! 난 네 아빠랑 친하니까!”“잘됐어요. 이모, 저 아빠한테 데려다주세요.”원이는 임채원이 분명 자신을 유괴하고 싶어 할
일주일 후, 차설아는 다리가 거의 회복되어 오늘 깁스를 풀고 퇴원할 수 있었다.배경수, 배경윤과 강우혁은 함께 그녀를 보러왔다.“오늘은 보스가 봉인을 풀고 자유와 활기를 되찾은 날이니 반드시 축하해야 해!”배경수는 기쁜 표정이 역력했고, 차설아를 위해 휠체어까지 준비했다.“당연히 축하해야지! 이미 식당도 예약해 놓았고 서프라이즈까지 준비했어. 언니 분명 좋아할 거야!”배경윤은 활짝 웃으며 신비롭게 말했다.그들은 차를 타고 배경윤이 예약한 중식당에 도착했다.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가득한 맛있는 음식을 보고 차설아는 입맛이 돋아 허겁지겁 먹었다.“보스, 천천히 먹어. 체하겠어.”배경수는 세심하게 갈빗살을 발라낸 뒤 차설아의 그릇에 놓았다. 마치 아이를 돌보듯 살뜰히 챙겼다.배경수는 더 이상 차설아에게 조금의 상처가 나는 것도 용납할 수 없어, 작은 일도 세심하게 돌봐야 했다.차설아는 어쩔 수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경수야, 난 다리를 다쳤을 뿐이지 장애인이 아니야. 날 장애인 취급하지 마...”요즘 병원에서 음식을 너무 담백하게 먹어, 차설아는 거의 스님이 될 것 같았다.오늘 모처럼 즐겁게 밥을 먹는데 천천히 먹으라는 잔소리까지 들으니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나 절대 천천히 못 먹어! 더 빨리 먹을 거야! 배 터져 죽어도 돼!”차설아는 어린아이처럼 유치하게 배경수와 입씨름을 벌였다.애석하게도, 배경수의 예상대로 차설아는 목이 메어 기침하기 시작했다.“콜록”!“휴, 내가 말했지? 얼른 물 마셔.”배경수는 가슴이 아파 얼른 미지근한 물을 건네고, 손바닥으로 차설아의 등을 두드렸다.고양이를 달래는 것보다 더 부드럽고 인내심 있는 모습이었다.“오빠, 너무 닭살 돋아. 차라리 언니를 갓난아이 취급하는 건 어때?”배경윤은 옆에서 지켜보다가 소름이 돋았다.해안을 주름잡던 바람둥이 배경수가 차설아를 만난 이후로 그야말로 설아 바라기로 되었다. 체면 따위는 버리고 오로지 차설아를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강우혁은 감탄했다.“연상연하
배경윤은 작정하고 부추겼다.강우혁도 말을 보탰다.“설아 씨, 경수 씨한테 애교 한번 보여주세요. 설아 씨 애교에 안 넘어가는 남자가 없을 거예요.”“그래, 그래! 어서!”배경윤은 박수를 치며 재촉했다.차설아는 난처한 표정으로 머뭇거리며 차마 애교를 부리지 못했다.애교는 그녀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고, 안 해본 것도 아니지만, 그 상대가 배경수라면,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배경수는 차설아의 난처함을 알아차리고, 약간 상처 입은 표정을 보였지만 이내 감추고 말했다.“그만해. 너희 둘 어른한테 장난을 치고 그래? 월말에 결혼식을 치르고 싶지 않은 거야?”그는 정색하고 배경윤과 강우혁을 혼냈다.“너 보스한테 서프라이즈 준비했다며, 왜 아직도 안 줘?”“급해 하지 마! 몇 분만 더 기다려!”배경윤은 시계를 보며 카운트다운을 했다.“10, 9, 8, 7...”그녀가 1을 셀 때 갑자기 식당에서 역동적인 음악이 흘러나오고 한 무리의 미남들이 무대 위에서 멋진 춤을 추기 시작했다.“언니, 이 잘생긴 남자들은 지금 한국에서 가장 핫한 아이돌 skh1이야. 국내 방송사에서 서로 섭외하려고 난리야. 내가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오늘 모셨어... 어때? 너무 멋있지!”배경윤은 자신만만해서 물었다.같은 여자로서, 차설아의 절친으로서, 배경윤은 차설아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당연히 잘 알고 있었다.남자들이 여자를 끼고 술 먹으며 노는 것을 좋아하듯이 여자도 똑같았다.무대 위의 보이그룹 멤버들은 하나같이 키가 크고 잘생기고 춤도 일품이었다. 차설아는 단박에 시선이 끌려 심지어 일어서서 힘껏 박수를 쳤다.“와, 춤 잘 춘다. 애들이 하나 같이 잘 생겼어. 얼굴에 솜털도 가시지 않았어!”“맞지? 멋있지? 역시 내가 언니 취향을 안다니까. 한국 최고의 보이그룹이야. 난 저 은발 머리가 제일 좋아. 매화꽃 같은 저 입술을 봐봐. 키스하고 싶게 생겼어!”“맞아, 나도 저 은발 머리가 제일 좋아. 아주 맛있게 생겼잖아. 하하하!”두 여자는 함께 기대어 흥분된
차설아는 순간 얼굴이 굳어졌고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이모, 무슨 일이에요? 급해 하지 말고 천천히 말씀하세요.”“방금 너무 이상해서 원이 도련님 실험실에 강제로 들어갔더니... 글쎄 도련님이 안에 안 계시더라고요. 섬 전체를 찾아봤는데도 없었어요. 아직 그렇게 어린데 나쁜 사람에게 잡혀간 건 아니겠죠? 어떡해요, 아가씨.”민이 이모는 눈물을 글썽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차설아가 자신에게 두 아이를 믿고 맡겼는데, 자신의 소홀로 인해 원이가 없어졌다. 차설아가 잘못을 물을 건 고사하고, 민이 이모 자신조차 죽음으로 사죄하고 싶은 마음이었다.“네?”민이 이모의 말을 들은 차설아는 머리가 하얘졌다.원이와 달이는 차설아의 목숨이고, 그녀가 이 악물고 살아가는 유일한 원동력이었다.원이가 지금 사라져 생사를 알 수 없으니, 아무리 차설아가 냉정하고 강하다고 해도, 지금은 그저 연약한 어머니에 불과했다.배경수는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차설아의 휴대폰을 건네받았다. 이미 멘탈이 무너진 민이 이모를 냉정한 눈빛으로 보며 물었다.“이모님, 일단 섬의 CCTV부터 확인해서 원이의 행방을 찾아보고, 원이가 쪽지 같은 걸 남겼는지 찾아보세요. 웬만한 어른보다 똑똑한 아이라 별일 없을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네... 알겠어요. 바로 확인할게요!”민이 이모는 벌떡 일어서서 CCTV를 찾기 위해 공구실로 달려갔다.배경수는 안전을 위해 일찍이 섬에 감시 카메라와 경보 시스템을 설치했다. 만약 나쁜 사람이 접근하면, 시스템은 즉시 가동되고 주변에 주둔하고 있는 경호원들이 가장 먼저 출동할 수 있었다.그 경호원들은 모두 차설아와 배경수가 엄선하여 고르고 키운 고수들이라 보통 사람이 상대할 수 있는 실력이 아니었다.“잠깐만요!”차설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얼굴이 아직 창백했지만, 표정은 냉철했다.“이모님, 휴대폰을 달이에게 주세요. 달이는 아마 원이가 어디 갔는지 알고 있을 거예요.”차설아는 그제야 요즘 달이가 이상하다는 것이 생각났다. 원이
민이 이모는 달이의 침실에 들어가, 침대 위에 누워있는 달이를 불렀다.“음, 다음에 해요. 달이 잘 거예요.”달이는 몸을 잔뜩 웅크린 채로 이불을 뒤집어썼다.달이는 차설아가 ‘엄한 고문’을 해올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빠의 행방을 절대 누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달이는 양쪽 모두에게 미움을 살 수 없어 일단 상황을 회피하고 있었다.“아가씨, 말 들으세요. 엄마가 중요한 일이 있어서 물어봐야 한대요. 빨리 나와요.”민이 이모는 침대 위에 있는 ‘덩어리’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싫어요, 졸려요. 잘 거란 말이에요. 엄마한테 다음에 다시 영상통화 하자고 말하세요.”달이는 이렇게 말하고는 코를 골며 말했다.“난 이미 잠들었어요. 뭐라고 하는지 전혀 안 들려요.”민이 이모는 약간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달이가 뒤집어쓴 이불을 벗기려 했지만, 달이가 꽉 잡고 있어 전혀 잡아당길 수 없었다.한참의 사투 끝에 이미 땀범벅이 된 민이 이모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아가씨, 이를 어쩌면 좋을까요?”차설아는 차가운 얼굴로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제멋대로 행동하는 달이에게 화가 난 것이 분명했다.차설아는 심호흡을 하고 허리에 양손을 얹고 소리쳤다.“차원영!”말이 끝나자 달이는 이불속에서 벌떡 나왔다. 작고 하얀 얼굴은 사과처럼 불그스름하고 한입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러웠다.“엄마, 엄마, 화내지 말아요. 달이가 다 말할게요.”달이는 큰 눈망울을 글썽이며 바로 항복했다.차설아가 두 아이의 본명을 부른다는 것은 몹시 화가 났다는 표현이었다. 계속 말을 듣지 않으면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미안해 오빠, 엄마 화나면 진짜 무서우니까, 오빠를 배신할 수밖에 없어.’차설아의 엄숙한 얼굴은 그제서야 부드러워졌고, 작은 소리로 물었다.“역시 우리 달이는 착해. 말해봐. 오빠 대체 어디 갔어?”“엄마, 절대 달이한테 화내지 않겠다고 먼저 약속해요. 그리고 오빠한테도 화내지 마세요.”달이는 똑똑한 아이라 먼저 차설아와 조건을 내걸
‘장난꾸러기 애들이 제대로 사고를 쳤네!’“차원영, 너... 기다려. 엄마가 오빠를 잡아가고, 너희 둘 제대로 매운맛을 보게 될 거야. 엄마한테 너무 오래 안 맞았지? 그래서 간이 배밖으로 나온 모양이야.”차설아는 이미 화가 나서 카메라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쥐었고, 손가락 마디에서 꾸두둑 소리가 났다.달이는 동그란 큰 눈을 끔벅이며 순진하고 무고한 표정을 지었다.“화내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요. 거짓말하면 코가 길어지고 얼굴도 늙어져요. 꼭 때려야 하겠다면 오빠를 때려요.”“알면서도 미리 말하지 않은 것도 큰 잘못이야! 너도 맞아야 해!”차설아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당장 화면에 들어가 자신을 속인 달이를 마구 때리고 싶었다.차설아의 두 아이는 모두 지나치게 영리해서 전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원이는 지능이 뛰어나고, 달이는 잔머리가 많아, 두 아이가 합세하면 그야말로 천하무적으로 차설아를 자주 놀리곤 했었다.달이는 원이의 1호 팬으로, 어릴 때부터 오빠의 말이라면 무조건 복종했다. 만약 원이가 사람을 죽였다면, 틀림없이 달이는 칼을 건네준 사람일 것이다.“차원영, 엄마 진짜 화났어. 당장 무릎 꿇어!”차설아는 차가운 표정으로 휴대폰 너머의 달이에게 명령했다.화기애애한 모녀의 모습은 순식간에 찾아볼 수 없었다.달이는 자신의 잘못을 알고 털썩 무릎을 꿇고, 가엾은 표정으로 말했다.“엄마, 잘못했어요. 화내지 마세요. 앞으로 다시는 속이지 않을게요...”달이의 귀엽고 불쌍한 표정은 냉혈인간의 마음을 녹이기에도 충분했다.배경수는 마음이 아파서 얼른 차설아를 설득했다.“보스, 달이도 잘못을 깨달은 것 같으니 더 이상 벌하지 말고 일어나게 해줘.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원이를 찾는 일이잖아.”차설아는 애써 자신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고, 달이를 보며 물었다.“잘못을 알았다면, 엄마가 속죄할 기회를 줄게. 언제 오빠와 마지막으로 연락했어? 오빠는 지금 어디 있어?”달이는 작은 얼굴을 쳐들고 잠시 생각하더니 순순히 대답했다.“마지막으로 오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