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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성도윤 전화번호도 있어요?”

차설아가 의외인 얼굴로 물었다.

기억 속의 성도윤은 워낙 차갑고 인정사정없는 사람이라 함부로 남에게 전화번호를 주지 않았다. 그리고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건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전처의 삼촌에게는 왜 ‘특별히’ 챙기는 거지?

전화가 연결되자 허광희는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그럼, 내가 그래도 웃어른인데. 우린 모두 한집안 식구잖아. 전화번호쯤은 주지!”

하지만 허광희는 곧바로 난감한 얼굴을 보였다.

“뚜뚜뚜”

한참 동안의 연결음이 이어졌지만 성도윤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허광희는 다시 한번 그에게 전화를 했는데 바로 끊기게 되었다.

차설아가 팔짱을 끼고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네, 제대로 체면을 살려주네요.”

“캑캑!”

허광희는 어색한 마음에 헛기침을 하고는 애써 괜찮은 척했다.

“조카사위가 워낙 바쁜 사람이라 일이 많은가 보지. 점심때 다시 전화해 볼게. 평소에는 전화를 받는데 말이야. 나는 그렇다 쳐도, 너의 체면을 봐서라도 전화를 받아야 하지 않겠어?”

“제가 다시 한번 말할게요. 저는 성도윤과 이혼한 지 오래되었어요. 자꾸 조카사위라고 하지 마세요. 그렇게 성도윤이 좋으면 혼자 잘 보이려고 노력하세요, 괜히 저까지 끌어들이지 말고요!”

차설아가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

“알겠어, 내가 주제넘게 함부로 지껄였네...”

허광희는 자기 뺨을 때리더니 비굴한 자세로 말했다.

“하지만 난 꼭 너와 성도윤 대표님에게 음식을 대접해야겠어. 오랫동안 너희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 살았거든. 지금은 개과천선했고 착실하게 살아가려고 해. 좋은 아빠, 좋은 남편, 또 좋은 삼촌으로. 내가 오늘 두 사람에게 음식을 대접하지 못한다면 평생 이 짐을 떠안고 살아가야 할 거야. 엄마를 봐서라도 오늘 와주면 안 되겠어?”

“...”

차설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허광희를 위아래로 살펴봤다.

그녀는 적어도 철없던 삼촌이 정말 많이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적어도 전처럼 가난하면서도 명품만 고집하던 그가 아니었다.

지금의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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