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설아는 왠지 성도윤에게서 걸려 온 전화라는 예감이 들었다. 발신자 주소가 해안으로 표시되었기 때문이다.차설아는 무시하려고 했지만, 전화는 끊임없이 울렸고, 양보아도 온화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전화를 받으라는 신호를 보냈다.그녀는 도둑이 제발 저리지 않기 위해, 일부러 침착한 척 연결버튼을 눌렀다.“이제야 전화를 받네!”전화기 너머에서 성도윤의 차가운 목소리는 악몽과 똑같았다. 차설아는 흠칫 놀라더니 연기를 시작했다.“뭐라고요? 보험이요? 미안하지만 보험 안 들어요. 끊을게요.”“차설아, 전화 끊기만 해! 뚜뚜뚜!”성도윤의 포효하는 목소리는 즉시 끊어졌다.“휴, 요즘 이상하게 보험사들이 전화가 오네요. 대출 전화도 많이 오고, 정말 귀찮아 죽겠어요.”차설아는 침착하게 양보아에게 설명하면서 능숙하게 번호를 블랙리스트에 넣었다.하지만 곧 또 새로운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번호를 블랙리스트에 넣는 족족 다른 번호로 전화가 걸려오니 차설아는 어쩔 수 없이 화장실을 간다는 이유로 자리를 떴다.“성도윤, 당신 미쳤어? 왜 계속 전화하는 거야? 당신은 내 전남편이라는 걸 잊지 마!”차설아는 목소리를 낮추어 쏘아붙였다.전화기 너머로 몇 초 동안 침묵이 흐른 후,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방해할 생각은 없었어. 어머니가 당신 찾으러 갔는지 물어보려고. 지금 잘 계셔?”“여사님 아직 안 돌아가셨어?”차설아는 좀 뜻밖이었다.해안과 S시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다. 소영금은 이미 해안에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어떻게 지금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을 수 있을까?혹시, 소영금에게 뭔 일이라도 생긴 걸까?“그러니까, 어머니가 S시에 가서 당신을 만났다는 거네?”“맞아, 오셨어. 그런데 어젯밤에 내가 보냈거든. 아직 도착하지 못했을 리가 없어!”“젠장!”성도윤은 나지막이 욕을 하더니 사람을 얼릴 정도로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내가 지금 당장 선우 가문으로 갈 테니까, 당신은 어머니가 무사하기를 기도하는 게 좋을 거야. 만약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저희 왔어요, 우리 설아 푹 자고 왔으니 다들 식사하세요.”조보아는 차설아를 끌고 자리에 앉았다.“할아버지, 아저씨, 시원아, 다들 굿모닝이에요.”차설아는 예의 바르게 세 사람에게 안부 인사를 하며, 활짝 웃었다.“그래, 어젯밤엔 잘 잤어?”선우도환은 자애로운 얼굴로 차설아를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네 할아버지 덕분에 푹 잤어요.”차설아는 계속 얌전한 모습을 보였다.이런 방면에서 차설아는 특히 경험이 많았다. 성가네 집에서 4년 동안이나 이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얌전한 모습은 그녀의 가면이었다.“진짜 잘 잤어?”선우시원은 웃음을 참으며 진지하게 말했다.“어제 한밤중에 마당에서 산책하고 있었잖아? 정력이 남아돌아서 개구멍까지 메우고. 난 네가 잠자리가 불편한 줄 알았지!”차설아는 선우시원을 흘겨보았다. 이 자식을 당장 목 졸라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빌어먹을 자식, 진짜 일을 크게 만들 생각이야? 내가 지금 누구 때문에 이런 짓을 하고 있는데?’“개구멍?”선우도환의 자애로운 눈빛은 바로 매서워졌다.군인의 살벌함을 띤 그의 눈빛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차설아는 황급히 설명했다.“잠자리가 낯설어서 처음에 잠이 안 오더라고요. 달빛도 좋고 해서 산책을 하다가 마침 개구멍을 발견했어요. 그래서 강박증에 개구멍을 막아버렸죠.”선우도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따지지 않고 말했다.“오늘은 첫날이니 늦잠을 잘 수 있지만 앞으로는 안 돼. 우리 가문은 군사적 시스템이라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외출해! 이렇게 해야 사람의 의지를 단련하는 데 도움이 되거든!”“네?”“너는 장군의 후예이니 이런 규칙은 반드시 지켜야지. 네 할아버지도 하늘에서 내가 너를 의지가 강한 사람으로 키우기를 바라고 있을 거야!”“아...”차설아는 침을 꿀꺽 삼키며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할아버지는 확실히 생전에 그녀에게 격투기, 총 조립, 폭탄 해체, 심지어 군사 훈련까지 가르쳤지만, 생활 방면에서는 이렇게
“그게 대체 뭔 말이야? 똑바로 말해!”양보아가 매서운 표정으로 외쳤다.하인은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차근차근 보고했다.“어젯밤에 우리보다 더 고급진 유니폼을 입은 낯선 하인이 소영금을 전담했다면서 저한테 길을 안내하라고 했어요. 반성실까지 데려다주고 전 돌아왔어요... 오늘 가보니 그 낯선 하인과 소영금이 모두 사라졌어요. 그 신입이 놓아준 게 틀림없어요!”“간도 크구나!”선우도환은 가문의 권위가 도발 당한 것 같아 화가 잔뜩 차올랐다.“대체 누가 감히 우리 집안에 몰래 들어와 겁도 없이 이런 일을 저지른단 말이야! 우리 집안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구나!”“당장 조사해! 발견 즉시 손발을 잘라버려! 우리 집안을 도발한 최후를 똑똑히 보여줘야지!”선우준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늘 가문을 지키고 있는 병사들에게 말했다.“왜 아직도 멍하니 있어! 당장 가서 조사해! 감히 우리 가문에 대적한 자를 반드시 잡아 온다!”차설아는 머리를 파묻고 감히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행여나 하인이 자신을 알아볼까 봐 마음을 졸였다.훈련된 병사들이 장갑차를 몰고 출동하자, 차설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뭐야, 이 사람들 진심이야? 진짜 일을 크게 만든다고?’‘만약 내가 사람을 풀어준 것이 밝혀지면, 내 손발은 아작나겠어!’선우 가문은 예로부터 이렇게 극단적인 스타일이라, 차설아가 놀란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선우 가문은 강압, 집권, 고문 등 극단적인 방식으로 S시에서 권위를 공고히 하는데 습관 되었다.“일단 식사부터 하세요. 우리 설아 괜히 밥맛 떨어지게 하지 말고.”양보아는 선우 부자를 향해 눈짓을 하며 말했다.그들은 젓가락을 들고 아침 먹을 준비를 했다. 다만, 먹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군가를 우렁차게 불러야 했다.차설아는 이런 상황이 몹시 불편하여 속으로 중얼거렸다.‘바람이 일찍 집에서 도망쳐 해커가 된 건 이유가 있었어. 집안 분위기가 이렇게 억압적이니, 나였어도 가출을 했을 거야!’차설아는 아침 식사를 마치고, 그들에게 사실을 고백하고 용
“뭐? 무슨 헛소리야?”양보아는 선우시원을 쏘아보았다.가문을 배신하는 일을 저지르면, 선우도환은 육친을 막론하고 엄벌에 처하는 사람이었다. 이건 자기 목숨을 내놓는 행동이나 다름없었다.선우시원은 느릿느릿 말했다.“헛소리 아니에요. 진짜 제가 풀어줬어요. 그렇게 복잡한 비밀번호는 저희 집안 사람만 알고 있어요. 설아처럼 단순한 애가 어떻게 그 복잡한 비밀번호를 풀고 사람을 놓아줬겠어요?”여기까지 말한 선우시원은 차설아를 바라보며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하하!”차설아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어색하게 웃었다.선우시원의 도움이 눈물 나게 고맙지만, 비꼬는 듯한 그의 모습은 정말 주먹을 불렀다.선우시원은 계속 말을 이었다.“성도윤의 손에서 마누라까지 빼앗았는데, 굳이 어머니까지 가둬 놓을 필요 있어요? 이건 너무 심하잖아요...”“성가의 실력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잖아요. 저희한테 군대가 있다는 이유로 너무 설치면 안 돼요. 성가에 돈이 차고 넘치는데, 진짜 화나면 외국에서 결사대를 고용해 우리를 무너뜨릴지도 모른다고요. 어느 정도 선은 지켜야 앞으로 얼굴 보며 살죠.”“맞아요! 맞는 말이에요!”차설아는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지금 이 순간, 선우시원은 그녀의 대변인이 되었다.독선적인 오만함에 빠져있는 선우 가문 전체에서, 늘 밖에서 빈둥거리는 선우시원만 이성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선우도환은 눈살을 찌푸리고 위엄 있는 눈빛으로 선우시원을 노려보았다.“성가가 그렇게 대단해? 그럼 우리 선우 가문이 성가를 두려워해야 한다는 말이냐?”“선우 가문과 성가는 진작에 일전을 벌였어야 했어. 지금까지 조용했던 건, 설아가 성가의 사람이라 괜히 설아에게 불똥이 튈까 봐 참았던 거야. 지금은 설아가 이미 성가와 인연을 끊었으니, 난 이제 더 이상 돌볼 것도 없이 전투를 시작할 거다!”선우도환의 말을 들은 차설아는 두피가 저렸다.역시, 선우도환은 전쟁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맞아, 세 분은 리더의 이념이 달라 뼈아픈
차설아의 비정상적인 행동에 모두 어리둥절했다.특히 선우시원은 차설아의 이런 태도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진짜 두 집안이 싸우기를 원한다고?”선우시원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흥미로운 말투로 물었다.“당연하지!”차설아는 계속 감정이 격해서 말했다.“할아버지는 언젠가 내가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직접 군대를 이끌기를 원하셨어. 만약 선우 가문과 성가가 일전을 치르게 된다면, 상업적으로나 무력적으로나, 내가 선두에서 이끌었으면 좋겠어!”“좋아! 아주 당차구나!”선우도환은 만족스럽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고, 수염을 쓰다듬으며 호탕하게 웃었다.“역시 차무진의 손녀야, 여장군이 따로 없네. 못난 내 손자보다 훨씬 훌륭해!”“그러게요. 시원아, 너도 설아한테서 좀 배워. 그렇게 겁이 많아서 어떻게 설아를 지키겠어. 잘못하면 설아가 널 보호하는 게 아닌지 몰라.”양보아는 선우시원을 흘겨보며 하찮은 표정이 역력했다.선우시원은 차설아의 옷자락을 잡아당겨 그녀의 귀에 대고 조용히 물었다.“대체 무슨 꿍꿍이야? 겁도 없이 함부로 나대는 거야? 난 그저 할아버지와 농담을 한 것뿐인데 왜 네가 부채질을 해? 진짜 두 집안이 싸우기를 바라는 거야?”차설아는 웃으며 말했다.“평화주의인 척 연기하지 마. 애초에 날 끌어들여 성가에 대적하려던 건 너였어. 내 해커의 신분을 성도윤에게 폭로하겠다고 협박까지 했었잖아. 지금 와서 휴전을 선포하는 거야?”“그건 성도윤에 대한 너의 감정이 어느 정도인지 시험해 보려던 거였지. 성도윤에게 그렇게 애틋하던 사람이 지금은 전쟁을 하겠다는 건, 딱 봐도 이상하잖아!”여기까지 말한 선우시원은 더욱 다정하게 차설아의 어깨를 감싸고 이마를 여자의 뺨에 대고 말했다.“우리 할아버지랑 아버지 앞에서 괜히 잔꾀를 부려서 두 집안이 휴전하거나, 화해하게 만들려고 하지 마. 그러다 들통나면 나도 너를 구해줄 수 없어!”“하하하!”차설아는 별말 없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선우시원과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선우도환은 희색이 만개하여 선우준
선우도환은 흥분에 차서 황급히 말했다.“맞아, 결의 대회를 전신 앞에서 하면 되겠네! 꾸물거리지 말고, 당장 헬기를 준비해서 떠나자꾸나!”“좋아요, 지금 당장 출발해요!”차설아는 팔을 흔들며 말했다.그리고 속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선우도환은 역시나 그녀의 예상대로 매우 충동적이고 열정적이고 심지어 어리석어 보이기까지 했다. 전신에게 인사하러 당장 가자고 해도 움직이니 말이다.‘다행이야. 성도윤이 이 집안 사람들과 마주치는 건 막을 수 있겠어! 그때 가서 아무 핑계나 찾아서 두 집안싸움을 멈추면 그만이야!’차설아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속으로는 자신이 모든 상황을 컨트롤하고 있는 천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바로 이때, 집사가 와서 보고했다.“큰일 났어요, 어르신. 밖에... 밖에 엄청난 분께서 뵙자고 하시네요.”선우도환은 차갑게 말했다.“대체 얼마나 큰 인물이기에 유난을 떨어?”“그분은...”집사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몸을 곧게 펴고 잘생긴 얼굴의 성도윤이 경비원들의 제지를 무시하고 쳐들어왔다.그는 검은 양복 차림에, 터프한 발걸음, 완벽하고 냉혹한 이목구비, 마치 애니메이션 캐릭터처럼 차갑고 매서운 모습이었다.그는 총도 없고, 아무런 무기도 지니고 있지 않았지만, 총을 메고 있는 경비원들은 그의 강렬한 카리스마에 눌려 벌벌 떨었고,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젠장, 왜 이렇게 빨리 왔어? 순간이동이라도 한 거 아니야?”차설아는 성도윤을 보고 놀라서 표정을 걷잡을 수 없었다...해안과 S시는 차로 적어도 몇 시간은 걸리는데, 성도윤이 지금 왔다는 건, 오로지 한가지 가능성뿐이었다. 그는 원래 S시에 있었을 것이다!어쨌든, 차설아가 가장 원하지 않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그녀는 정말 남자를 붙잡고 욕설을 퍼붓고 싶었다.‘성도윤, 당신 진짜 바보야? 여기가 지옥문인 걸 알면서도 쳐들어와? 누가 소 여사 아들 아니랄까 봐 하는 짓이 아주 똑같네!’차설아는 힘에 부쳤다. 겨우 소영금을 보냈는데, 지금은 성도윤이 왔다.‘보아
성도윤은 사람들을 향해 느릿느릿하지만 확고하게 말했다.“당연히 이혼절차죠.”말을 마친 성도윤은 차설아에게 다가가 긴 팔을 뻗어 자연스럽게 여자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자기야, 왜 이렇게 속을 썩여. 내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다른 남자랑 도망간 거야? 이러면 곤란하지.”“자... 기?”차설아는 남자의 시선을 마주 보며 두피가 저렸다.‘이 녀석... 이 정도로 연기 할 필요는 없잖아!’차설아는 어젯밤의 악몽이 생각났다. 기름, 호랑이 의자...성도윤에 의해 뜯어먹히고 있었다...선우 가문의 사람들은 이미 화가 잔뜩 차올랐지만, 성도윤의 강렬한 카리스마에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했다.선우도환은 심지어 자신이 가지고 있던 단총을 꺼내 식탁에 놓으며 매서운 눈으로 말했다.“보아하니, 성가에 꽤 쓸만한 놈이 있네. 감히 홀몸으로 우리 집에 와서 사람을 빼앗아 가다니. 듣자 하니 성가에 후손이 너 하나뿐이라고 하던데, 만약 그 유일한 후손이 우리 집에서 죽는다면 성주혁 그 노인네가 얼마나 화가 날까?”성도윤은 그 단총을 흘깃 쳐다보더니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차설아를 더 꽉 끌어안았다.“어르신, 빼앗는다는 건, 보통 자기 물건이 아닌 것에 사용하죠. 저랑 설아는 서로 지극히 사랑하는 부부이고, 어엿한 저의 아내이니 원래 제 것이죠. 그러니 빼앗는다는 표현보다는... 데려간다는 표현이 더 알맞겠네요.”“네 놈이 감히!”선우도환은 번개 같은 속도로 총을 집어 들어 성도윤의 머리에 대고 사납게 말했다.“어떤 표현이 더 알맞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내 집에서 사람을 데려가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니까!”“네 할아버지가 말해줬나? 난 절대 총알을 낭비하지 않는다고, 무조건 백발백중이지.”차설아는 양팔을 벌리고 성도윤의 앞을 가로막고 큰 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 진정하세요. 권세를 믿고 약자를 괴롭히라고 제 할아버지가 이 총을 드린 것이 아니에요.”그녀의 말에 모두들 숨을 들이쉬었다.양보아는 끊임없이 차설아에게 눈
선우도환은 얼굴을 찡그리며 생각에 잠겼다. 일의 맥락을 파악한 그는 연로하지만, 늑대처럼 매서운 차가운 눈으로 차설아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그러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시원이를 이용했고, 모든 것이 연기였고, 우리 집안을 속였다, 이 말이야?”차설아는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겸연쩍게 말했다.“모두 죄송해요. 전부 제 잘못이에요.”“그만... 그만하라고!”선우시원은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그는 손으로 이마를 짚고, 차설아를 걱정하면서도 화가 났다.“차설아, 진짜 바보야? 왜 이렇게까지 하는데?”자신을 배신한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거는 건 너무 어리석었다.선우시원은 자신의 할아버지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속는 것을 가장 싫어했고,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눈앞의 차설아를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차설아, 너 이제 끝장이야!’“그래, 좋아!”선우도환은 화가 나서 표정을 일그러졌고, 총구를 차설아에게 옮기며 차갑게 말했다.“내가 얼마나 너를 맘에 들어 했는데. 너는 차 장군님의 손녀이니 온 힘을 다해 키우려 했어, 하지만 날 너무 실망하게 하는군...”“선우 가문의 규칙 제1조: 우리 가문을 속인 자는 죽어 마땅하다!”선우도환이 당장 총을 쏠 위기일발의 순간, 선우시원이 차설아의 앞을 가로막고 건들건들 말했다.“할아버지 말씀대로 우리 가문의 규칙인데, 외부인이랑 뭔 상관이 있죠? 만약 오늘 누군가에게 총을 꼭 쏘아야 한다면, 저한테 쏘는 게 맞죠!”“내가 못 쏠 것 같아?”“당연히 쏘시겠죠. 가문 전체가 멸망해도 눈도 깜박이지 않는 대단한 분이시잖아요!”양보아는 발을 동동 굴렀다.“이 자식, 당장 입 닥쳐! 일을 더 크게 만들 생각이야?”선우준수도 총을 쏠까 봐 무서워 용기를 내어 말했다.“아버지, 진정하세요. 애들이 아직 어려서 말을 함부로 해요. 어른인 저희가 잘 가르쳐야죠. 개과천선할 기회는 줘야 하지 않겠어요?”이 말은 줄곧 독단적이고 고집불통인 선우도환의 마음을 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