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이 허점 투성이네요.”성도윤은 날카로운 눈으로 차갑게 말했다.“나를 오랫동안 존경해왔다면서, 설아가 전처라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을 텐데.”“아...”조여빈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연예계에 오래 머물면서 그녀는 거짓말을 일삼아 왔었다.성도윤이 바로 그녀의 말에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을 알아차릴 줄은 몰랐고, 그녀는 아주 난처해졌다.조여빈은 뻔뻔하게 말을 보탰다.“그러니까... 제 말은 차설아 씨와 일면식이 없었다는 뜻이에요. 알기는 당연히 알고 있죠. 두 분 ‘차성 커플’로 인터넷에서 얼마나 유명한데요. 연예계 사람들도 두 분 팬이 있어요.”“날 오랫동안 좋아해서, 설아랑 내 사이를 질투해서, 처음부터 작정을 하고 그런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사진을 찍은 거죠? 설아가 청하를 바다로 밀었다고 사람들이 오해하게끔 유도한 거죠?”성도윤은 차갑게 조여빈을 바라보며 직설적으로 물었다.순간 조여빈은 얼굴빛이 상기되어, 어찌할 바를 모르며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전 그런 뜻이 없었어요.”톱스타 반열에 오른 여배우로서, 그동안 많은 일을 겪고, 큰 인물도 많이 만나 봤지만, 이렇게 쩔쩔매기는 처음이었다.성도윤의 카리스마가 너무 강했고, 두 눈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아, 그녀의 모든 거짓말은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 같았다.“설아가 없으면 당신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성도윤은 차가운 눈빛으로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차설아가 없어도, 당신처럼 꿍꿍이가 많은 여자는 절대 내 눈에 들어올 수 없으니 허튼 수고 하지 마세요.”그동안 그의 품에 달려든 여자는 셀 수 없이 많았으니, 성도윤은 여자들의 온갖 수단과 방법을 경험해왔다.조여빈은 확실히 미모가 뛰어났지만, 그녀의 야망이 미모를 가리고 있었다.그녀의 눈에는 욕망이 너무 많이 배어있어 순수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정확히 말하면, 성도윤에게 접근하는 여자들은 모두 눈빛에 욕망이 배어있었다.유독 차설아만이, 욕망도, 욕심도 없
이 사건은 이미 실타래처럼 성도윤의 마음에 자리를 잡았다.그는 심호흡을 하고, 당사자인 허청하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결정했다.허청하는 병원으로 이송되어 응급처치를 받았고, 이미 생명의 위험에서 벗어난 상황이었다. 하객들은 모두 돌아갔고, 병원에는 허청하의 부모님, 강진우와 사도현만 남아 있었다.그들은 모두 병실 밖에 서 있었고, 왠지 무거운 분위기였다.허청하의 어머니는 손을 비비며, 조심스럽게 강진우를 바라보며 다소 어색한 듯 입을 열었다.“진우야, 아까는 사람이 많아서 내가 더 물어보기 곤란했어. 지금은 우리끼리 있으니 너랑 청하 얘기를 하는 게 어떻겠어?”강진우는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침착하게 말했다.“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시죠?”“너도 알다시피, 우리 청하는 늘 우유부단하고 제멋대로인 아이야. 엄마인 내 눈에도 아직 도윤이를 잊지 못하는 게 보였어...”“당신,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허청하의 아버지는 얼굴을 찡그리며, 허청하의 어머니를 노려보고는 강진우를 보며 아첨하듯 말했다.“진우야, 만약 결혼식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면, 지금쯤 난 아마 네가 준 차를 마시며 우리 사위라고 부르고 있었겠지. 이 사람 말 신경 쓰지 마. 청하는 도윤이에 대한 감정이 남아 있는 게 아니라, 워낙 착한 아이라 도윤이에게 상처를 준 일로 계속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있어. 청하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당연히 진우 너야. 그러니 너도 허튼 생각하지 말고, 청하가 나으면 다시 좋은 날 잡아서 결혼식 올리면 돼.”“그래, 맞아. 네 장인어른 말이 맞아. 내가 말이 헛나왔어. 청하가 아직 도윤이에게 마음이 있는 게 아니라, 마음의 짐을 안고 있는 거야. 너에 대한 감정은 누구보다도 진심이고 깊으니, 이 일로 두 사람 사이에 금이 생겨서는 안 돼.”두 사람은 모두 총명했다. 강진우가 해안에서의 지위를 알고 있었고, 이는 허청하에게 과분한 혼처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당연히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강진우의 잘생긴 얼굴에는 종잡을
사도현은 불끈 쥔 주먹을 결국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지금 만약 주먹을 휘두른다면, 어렵게 다시 만난 삼 형제는 또 뿔뿔이 흩어질지도 모른다.“됐어. 세 사람 사이의 몇 년 동안 얽히고설킨 인연, 보기만 해도 복잡하고 피곤해. 난 상관 안 해. 하고 싶은 대로 해!”사도현은 말을 마치고 화를 내며 떠났다.사도현은 자기 코가 석 자였다. 아버지가 이미 이번 주가 마지막 자유일이라고 명령했다.만약 형사 소송에서 패소하면, 방에 가두어 처음부터 끝까지 사도현을 다시 개조할 것이다.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사도현을 도와 소송에서 이길 수 있는 변호사를 찾는 것이었다.여러 곳을 찾아다녔지만, 역시 성우가 가장 적합했다. 하지만 오늘 차설아와 이런 일이 벌어지고, 성우는 또 차설아의 사람이니... 사도현은 눈앞이 캄캄했다.“어머님, 아버님. 이 일은 제가 정말 죄송합니다. 나중에 다른 방법으로 만회할 테니, 지금은 청하가 편히 쉬면서 마음을 추스르도록 살펴주세요. 다른 일이 없으면 전 먼저 물러가겠습니다.”강진우는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듣기에는 성의가 가득한 말이었지만, 극도로 냉담했다.허청하의 어머니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어 울음을 터뜨리며 강진우의 팔을 잡고 말했다.“진우야, 우리 청하랑 함께 한 시간이 얼만데 이렇게 쉽게 끝을 내? 우리 두 집안도 알고 지낸 세월이 있지. 결혼 적령기인 너희가 작은 에피소드로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만들 필요가 있어? 청하에 대한 감정이 식었다고 해도, 서로 사이는 좋잖아... 결혼은 말이야, 사랑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서로 잘 맞느냐가 더 중요해. 서로 죽을 만큼 사랑해서 결혼한 사람들도 잘 살지는 못해.”강진우는 웃어 보였다.“어머님 말씀이 일리가 있어요. 하지만 전 더 이상 좋은 아들, 좋은 친구, 좋은 남자친구가 되고 싶지 않아요. 모든 것을 규칙대로 이어가고 싶지 않으니 이해해주세요. 청하도 절 이해해주기를 바라요. 아마... 청하도 이 결과를 원하고 있을 거예요.”강진우는 말을 마치고
모두 어리둥절했다.눈치 빠른 허청하의 어머니는 강진우를 잃게 되니 얼른 성도윤의 허벅지를 끌어안고 말했다.“도윤아, 드디어 왔구나. 우리 청하가 네 얘기를 얼마나 많이 했다고. 너희 둘 사이에는 오해가 너무 많아. 오늘 깨끗이 오해를 풀도록 해.”“사실 그때 우리 청하는 너무 어려서...”“엄마, 내가 말하지 말라고 했잖아!”허청하는 어쩔 수 없는 얼굴로 말을 끊었고, 몸 둘 바를 몰랐다.한때 두 남자의 사랑을 독차지했지만, 또 동시에 버림받았다. 이것은 한 여자에게 커다란 충격이었다.허청하의 어머니가 아첨하는 모습은, 허청하의 자존심을 완전히 무너뜨렸다.이에 강진우는 전혀 개의치 않고 성도윤의 어깨를 툭툭 치며 농담하듯 말했다.“여긴 너한테 맡길게. 네가 잘 처리할 거라고 믿어.”강진우의 덤덤하고 쿨한 모습은 마치 성도윤이야말로 신부에게 바람맞은 불쌍한 신랑인 것 같았다.성도윤은 바로 허청하에게 말했다.“단둘이 얘기하고 싶은데, 괜찮아?”허청하는 입술을 깨물고 대답했다.“너랑 얘기하는데 당연히 괜찮지.”두 사람은 나란히 병실에 들어섰고, 방문은 성도윤에 의해 닫혔다.그들이 거리는 원래 가까웠다.허청하가 자신에게 다가서자 성도윤은 뒤로 크게 물러서며 말했다.“물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누워서 휴식해!”허청하는 조금 어색해하며 고분고분 병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남자를 바라보는 눈빛은 뜨겁게 타올랐다.“겉으로만 나한테 차갑게 굴고 있지. 사실은 아직도 날 걱정하고 있는 거지? 맞지?”성도윤은 부인하지 않고 솔직히 말했다.“너는 내가 사랑했던 여자이고, 또 친한 친구였으니, 걱정하는 건 당연하잖아.”“사랑했던?”허청하는 씁쓸하게 웃었고, 아름다운 얼굴은 극도로 슬픔에 빠졌다.“네가 나를 애초부터 사랑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고통스럽지는 않았을 거야.”사랑받았던 느낌이 너무 행복해서, 버려진 느낌이 더욱 고통스러웠다.그 고통을 지금 또 느끼고 있다!성도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이마를 짚었다.독립적이고 낙
“하하하!”허청하는 계속 웃었고, 한참 만에 숨을 돌리고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네가 너무 웃기잖아!”“내가 너랑 설아 씨 관계를 높이 평가했어. 이제 보니 이 정도 시련도 견뎌내지 못하잖아. 두 사람은 예전의 우리 사이에 비해 아직 멀었어... 나보다 설아 씨를 더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성도윤은 차가운 얼굴로 더욱 불쾌한 말투로 부인했다.“난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어.”“그렇구나!”허청하는 눈썹을 치켜 올리며, 순간 기분이 좋아져 옅은 미소를 지었다.“만약 진짜 설아 씨를 사랑한다면, 이 문제는 당연히 물어볼 필요도 없지. 네가 나한테 이 질문을 했다는 건, 아직 설아 씨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지... 그게 아니라면 아직 그 여자에 대해 잘 모르거나.”“진짜 날 밀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네가 아는 설아 씨는 진짜 날 밀어버릴 수 있는 사람일까?”“...”성도윤은 침묵했다.허청하의 말에 그는 생각에 잠긴 듯 주먹을 꽉 쥐었다.“내가 진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아직 기회는 있네.”허청하는 의미심장한 말을 한 뒤 그대로 드러누워 두 눈을 감고 말했다.“나 피곤해, 쉬고 싶어. 네가 원하는 답은 주지 않을 테니 알아서 판단해.”성도윤은 결연한 태도로 허청하를 바라보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서서 병실을 나갔다.비록 명확한 답을 얻지는 못했지만, 허청하가 그를 일깨워줬다.어쩌면, 성도윤은 차설아를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일시적인 소유욕 때문일 것이다.진짜 좋아했다면, 의심의 여지도 없이 무조건 차설아를 믿었을 것이다.‘성도윤, 정신 차려!’이튿날.차설아는 어젯밤 성도윤과의 일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꿀잠을 잤다.한때 그녀의 기분을 좌지우지하고,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게 했던 그 남자는 더 이상 그녀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다.다른 사람에 의해 감정이 휘둘리지 않는 느낌은 정말 좋았다!“아가씨, 깼어요? 잠은 잘 잤어요?”민이 이모는
차설아와 민이 이모는 전에 자주 갔던 개인 산부인과 병원에 갔다.검사를 기다리는 동안 민이 이모는 차설아의 손을 잡고 자세히 맥을 짚더니 말했다.“맥박은 정상이에요. 태아는 별문제 없을 거예요. 꿈자리 때문에 괜히 겁먹지 마세요. 나쁜 꿈은 털어놓으면 그만이니.”차설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걱정이 가득한 얼굴이었다.“저도 두 아이가 괜찮을 거라고 확신해요. 제가 체질 하나는 좋잖아요. 다만, 자꾸 뭔 일이 생길 것만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아요.”“퉤. 말이 씨가 된다고. 자꾸 그런 말을 하지 마세요. 다른 사람은 못 믿어도 우리 집안의 의술은 믿어야 해요. 아무리 큰 병이라도 제가 약을 두세 첩 처방하면 돼요. 그러니 안심하세요.”“맞네요. 든든한 신의가 지키고 있는데 제가 걱정할 게 뭐 있겠어요?”차설아는 마침내 마음을 다잡고 검사실로 들어갔다.검사 결과, 두 아이 모두 건강하게 잘 커가고 있었다. 조금의 영향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아 생명력이 아주 강한 아이들이었다.“설아 씨, 1주일만 있으면 임신 3개월이에요. 임신 중기에 곧 접어들게 되는 거죠. 임신 중기는 임신 기간 중 가장 편안한 단계에요. 입덧 현상도 사라질 것이고 식욕이나 컨디션도 전에 비해 훨씬 나아질 거예요. 태아의 생명력이 강해지면서 몸집도 커지니 헐렁하고 편안한 옷을 입고, 칼슘 보충과 수면에 주의하세요.”의사는 말을 마치고 차설아에게 칼슘과 영양제를 처방해주고 다음 환자를 불렀다.차설아는 검사지를 들고 진료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민이 이모에게 기쁘게 손을 흔들었다.“이모, 이모 말대로 진짜 괜찮대요. 제가 괜히 생각이 많았어요.”“그럼 다행이에요. 다행이에요.”민이 이모는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웃었다.무너진 차씨 가문이 점점 생기를 되찾는 모습에 민이 이모는 아주 흐뭇했다. 한을 품고 돌아가신 차설아의 부모님과 할아버지를 위해 진심으로 기뻐했다.두 사람은 병원을 떠나 길가에 서서 차를 기다렸다.예민한 차설아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고, 계속 뒤를 바라보았다.
차설아에게 들킨 사도현은 체면이 구겨져 화를 냈다.“젠장. 어떻게 발견했어? 은밀하게 따라오면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는데!”차설아는 팔짱을 끼고 사도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바보를 보는 눈빛으로 말했다.“대낮에 시커먼 옷을 입고, 은폐물도 제대로 고르지 못했는데, 내가 어떻게 발견하지 못하겠어요?”사도현은 차설아의 예리한 분석에 어색하게 자신의 오똑한 코를 긁적이며 말했다.“임신하면 민감도가 떨어진다더니 왜 이렇게 똑똑해?”차설아는 바짝 긴장했다.하지만 계속 모르는 척하고 말했다.“누가 임신했다는 거죠? 도현 씨가요?”사도현은 차설아를 힐긋 쳐다보았다. 전 같았으면 일찍이 화를 냈지만, 지금은 차설아를 미행한 목적과, 임신 중인 차설아를 고려해 성격을 많이 죽이고 있었다.“시치미 떼지 마. 네가 병원에 와서부터 산부인과까지 계속 따라다녔어. 너 임신했잖아...”“당신!”차설아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숨이 가빠졌다.사도현은 그녀가 임신한 것을 알고 있고, 만약 이 사실을 성도윤에게 알린다면 큰일이다!“안심해. 나 입 그렇게 빠르지 않아. 네가 임신한 사실을 도윤이 형한테 알릴 만큼 한가하지 않다고.”사도현은 진지하게 말했다.그런 사도현의 모습이 차설아는 무척 의외였다.사도현 같은 가십쟁이가 왜 이렇게 얌전해졌을까! 예사롭지 않다!“도윤이 형이랑 이혼하고, 배씨 집안의 아이를 가진 걸 말하면 형 자존심이 얼마나 상하겠어. 난 그런 형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사도현이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건, 당시 성도윤이 첫사랑의 실연으로 인해서 했던 일련의 바보짓 때문에 생긴 트라우마였다.당시 허청하에게 차이고, 성도윤은 자신을 괴롭히는 것도 모자라, 형제인 그들까지 함께 괴롭혔다.지금 성도윤이 전처에게 마음을 주고 있는데,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졌다는 걸 알면 제대로 폭발할 것이다. 그래서 차설아가 굳이 부탁하지 않아도, 사도현은 이 비밀을 꼭 지킬 것이다.“그렇군요!”차설아는 참지 못하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바보
“그건...”사도현은 약간 어색한 듯 코를 긁었고, 평소의 당당하던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약간 찡그렸다.어쨌든 남에게 부탁하는 입장이고, 게다가 평소에 가장 탐탁지 않게 여기던 여자에게 부탁을 하려니 다소 체면이 서지 않았다.“시간 있으면 나랑 커피 한잔해.”사도현은 한참을 꾸물거리다가 겨우 한 마디 내뱉었다.차설아는 웃어 보였다.“제가 언제 도현 씨랑 커피를 마실 정도로 친분이 있었죠? 커피에 독이라도 타려는 건 아니죠?”사도현이 평소에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차설아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여태껏 그녀를 똑바로 쳐다본 적도 없고, 사사건건 맘에 들어 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먼저 커피를 사주겠다고 하니, 예사롭지 않은 일이었다!사도현의 잘생긴 얼굴은 금세 무너졌고, 화를 내며 말했다.“내가 그렇게 비열하고 파렴치한 사람으로 보여?”차설아는 눈썹을 치켜 올렸다.“아닌가요?”“너!”사도현은 화가 머리까지 치밀어 올랐고 마치 포효하는 사자처럼 조급하게 말했다.“나 사도현은 바르고 정직한 사람이야. 그런 비열한 수법을 쓰는 인간이 아니라고! 네가 눈에 거슬렸던 건 맞아. 우리 도윤이 형 옆에서 사라지기를 바랐어. 기껏해야 속으로 몇 마디 저주를 퍼부을 뿐, 약을 타는 악랄한 수법 따위는 쓰지 않아!”사도현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애써 참으며, 진지하게 설명했다. 그 모습에 차설아는 웃음을 자아냈다.더 이상 그를 놀리지 않기로 하고 말했다.“좋아요. 그럼 저를 초대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죠.”두 사람은 근처 커피숍에 가서 얘기를 나누기로 했다.“아가씨!”민이 이모는 미간을 구기고, 사도현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노려보았다.차설아는 웃으며 말했다.“이모, 먼저 가세요. 제 친구예요. 괜찮아요.”친구?이 두 글자는 무심코 불어닥친 바람처럼, 갑자기 쏟아지는 소낙비처럼 사도현의 가슴에 박혀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사도현은 좁고 긴 눈으로 차설아를 힐긋 쳐다보았다. 여자의 시선이 돌아옴을 느낀 후, 도둑처럼 얼른 시선을 옮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