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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그건...”

사도현은 약간 어색한 듯 코를 긁었고, 평소의 당당하던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약간 찡그렸다.

어쨌든 남에게 부탁하는 입장이고, 게다가 평소에 가장 탐탁지 않게 여기던 여자에게 부탁을 하려니 다소 체면이 서지 않았다.

“시간 있으면 나랑 커피 한잔해.”

사도현은 한참을 꾸물거리다가 겨우 한 마디 내뱉었다.

차설아는 웃어 보였다.

“제가 언제 도현 씨랑 커피를 마실 정도로 친분이 있었죠? 커피에 독이라도 타려는 건 아니죠?”

사도현이 평소에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차설아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여태껏 그녀를 똑바로 쳐다본 적도 없고, 사사건건 맘에 들어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먼저 커피를 사주겠다고 하니, 예사롭지 않은 일이었다!

사도현의 잘생긴 얼굴은 금세 무너졌고, 화를 내며 말했다.

“내가 그렇게 비열하고 파렴치한 사람으로 보여?”

차설아는 눈썹을 치켜 올렸다.

“아닌가요?”

“너!”

사도현은 화가 머리까지 치밀어 올랐고 마치 포효하는 사자처럼 조급하게 말했다.

“나 사도현은 바르고 정직한 사람이야. 그런 비열한 수법을 쓰는 인간이 아니라고! 네가 눈에 거슬렸던 건 맞아. 우리 도윤이 형 옆에서 사라지기를 바랐어. 기껏해야 속으로 몇 마디 저주를 퍼부을 뿐, 약을 타는 악랄한 수법 따위는 쓰지 않아!”

사도현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애써 참으며, 진지하게 설명했다. 그 모습에 차설아는 웃음을 자아냈다.

더 이상 그를 놀리지 않기로 하고 말했다.

“좋아요. 그럼 저를 초대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죠.”

두 사람은 근처 커피숍에 가서 얘기를 나누기로 했다.

“아가씨!”

민이 이모는 미간을 구기고, 사도현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차설아는 웃으며 말했다.

“이모, 먼저 가세요. 제 친구예요. 괜찮아요.”

친구?

이 두 글자는 무심코 불어닥친 바람처럼, 갑자기 쏟아지는 소낙비처럼 사도현의 가슴에 박혀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

사도현은 좁고 긴 눈으로 차설아를 힐긋 쳐다보았다. 여자의 시선이 돌아옴을 느낀 후, 도둑처럼 얼른 시선을 옮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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