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모두 성도윤을 바라보며 불가사의한 표정을 지었다.그들은 모두 성도윤, 강진우 그리고 허청하의 스토리를 알고 있었다.성도윤이 결혼식에 참석한 것에 대해 이미 많은 사람이 놀랐는데, 지금은 성도윤을 불러 혼사를 돕다니! 성도윤은 정말 대인배라는 생각이 들었다.성도윤은 얇은 입술을 오므리고,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마치 내키지 않은 듯싶었다.분위기는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아주 난처해졌다.시간이 거의 다가오자 사도현은 조급해하며 한숨을 내쉬었다.“형, 우리도 형한테 이 일을 부탁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아...”“하지만 청하 누나가 전에 형한테 죄책감을 갖고 있다고 했잖아. 형의 축복을 받아야 누나가 문을 열 것 같아. 그러니까 형이 좀 나서줄래?”강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도현아, 도윤이 난처하게 만들지 마. 도윤이한테 이 일을 맡기는 건 너무 가혹해.”“하지만...” 사도현이 뭔가를 말하려 했지만, 성도윤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괜찮아. 내가 직접 나서야 한다면, 알겠어.”성도윤은 눈살을 찌푸리고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가볍게 방문을 두드리며 말했다.“청하야, 안심하고 문 열어. 난 이미 오래전에 내려놓았고, 너랑 진우가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축복하고 있어.”쥐 죽은 듯 조용하던 방 안에서 드디어 인기척이 났다.허청하는 연약하고 죄책감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도윤아, 진우 오빠랑 내가 너한테 많이 미안해. 네가 그 말을 해주기만을 기다렸어. 고마워. 진짜 고마워.”그리고 방문에 틈이 생겼다.신랑단은 서둘러 여세를 몰아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허청하의 친구들은 강하게 저항했다.순간, 현장은 혼란스러워지더니 열기가 뜨거워졌다.성도윤은 꼿꼿한 몸을 세우고 사람들의 가장자리에 서서, 이 모든 것을 묵묵히 바라볼 뿐 참여하지 않았다. 미간에는 숨길 수 없는 우울함이 비쳤다.차설아는 안전을 위해 인파와 멀리 떨어져 있었다.차설아는 몰래 성도윤을 힐긋 쳐다보았다. 그의 우울한 모습에 차설아는 또 마음이 약해졌
성도윤은 그제야 차설아의 말을 깨닫고 어이가 없었다.‘내가 어딜 봐서 괴로워하는 사람으로 보이지?’방금 그의 기분은 확실히 좀 가라앉았지만, 허청하때문이 전혀 아니었다.단지 차설아와 결혼할 때 너무 간단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식 같은 것도 너무 건성이었고 기념할 만한 과정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후회되었다.심지어, 앞으로 차설아와 재결합한다면 그들의 결혼식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까지 계획하고 있었다.하지만 성도윤은 당연히 솔직히 말할 리 없었고, 이 기회를 타 차설아를 놀리기 시작했다.성도윤은 잘생긴 얼굴에 슬픈 얼굴을 하고 말했다.“맞아, 괴로워 죽겠어. 마음이 너무 아파.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지? 너무 화가 나. 어떻게 하면 좋을까?”차설아는 더욱 마음이 약해져 아이를 달래듯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괜찮아. 정신 바짝 차려. 내 생각에 최고의 복수는 당신이 더 행복해지는 거야. 저 사람들보다 더 달콤한 사랑을 하는 거지!”“하지만 난 없어...”성도윤은 비참한 표정을 지었다.“난 글렀어. 다들 내가 당신이랑 이혼한 것도 알고, 당신이 배경수랑 붙어 다니는 것도 알고 있어. 너무 창피해. 사람들은 날 어떻게 생각할까?”“기다려봐. 내가 말했잖아. 오늘 절대 지지 않게 해준다고! 그래도 내 전 남편인데, 당신이 너무 비참한 모습이면 나도 창피해.”두 사람의 속삭임을 허청하는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허청하는 웃으며 강진우와 이야기를 하고, 여러 가지 게임을 하며 행복해 보였지만, 속으로는 씁쓸하기 그지없었다.‘두 사람 이혼한 거 아니었어? 왜 저렇게 친해 보여? 여기서 손까지 잡고 난리야? 괜히 신경 쓰이게!’“도윤아, 계속 밖에 서 있지 마. 나랑 진우 오빠가 가장 축복받고 싶은 사람이 바로 너였어...”허청하는 변두리에 서 있는 성도윤을 보며 말했다.“도윤아, 우리 세 사람 같이 사진 한 장 찍었으면 좋겠어.”모두들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참, 고집이 있는 신부네. 기어코 어색한 상황을 만들어야겠어?’‘응석
모두 깜짝 놀랐다!성도윤의 행동은 마치 천둥번개처럼 현장을 산산조각 냈다.모두의 인상 속에 성도윤은 차갑고 절제된 모습의 재벌가 이미지였다. 절대 대중 앞에서 스킨십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헉!”차설아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머리가 하얘졌다.그녀는 본능적으로 남자를 밀어내려 했지만, 방금 그에게 절대 지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일이 떠올랐다.‘이 상황에서 반항하면 이 녀석 체면이 구겨지겠지?’그래서 차설아는 남자의 키스를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열정적이고 애틋한 키스는 차설아의 평온한 마음을 어지럽혔다.차설아는 마치 불가마에 들어간 듯,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고, 자신도 모르게 그의 키스에 응하고 있었다.“좋아요! 바로 이렇게 달콤하고 정열적으로 하는 거예요. 현장에 있는 커플분들 잘 배워두세요!”사진작가는 흥분한 표정으로 셔터를 미친 듯이 누르며 이 소중한 장면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모두 달콤한 로맨스 연극을 무료로 감상하는 듯 집중하기 시작했고, 마음이 간지러웠다.사도현과 같은 경험이 풍부한 선수도 박수를 치며 외쳤다.“우리 형, 진짜 멋있어. 이걸 누가 감당하겠어? 보아하니 여자를 사로잡는 데에도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것 같네. 부러워!”강진우는 전 과정을 지켜보며 복잡한 표정으로 웃더니 약간 부러운 말투로 말했다.“서로 사랑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 우리 도윤이 이젠 잘하네...”유독 허청하의 아름다운 얼굴에는 아무리 숨겨도 감출 수 없는 상심이 가득했다.그녀가 아무리 손가락을 꽉 조르고, 있는 힘을 다해 자신을 억제하려 했지만, 참지 못하고 크게 외쳤다.“그만!”이 소리는 너무 갑작스러워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허청하에게 쏠렸다.허청하는 입술을 떨며 상기된 얼굴로, 농담조로 말했다.“오늘은 나랑 진우 오빠 결혼식이야. 스포트라이트를 빼앗아 가면 우린 어떡해?”성도윤은 그제야 차설아를 놓아줬고, 잘생긴 얼굴에는 아직 여운이 남은 듯했다.“맞네. 이런 일은 남녀 간에 문을 닫고 해야지... 우리가 스포트라이트를
“그렇게 보여?”성도윤은 착잡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씩 올리고는 물었다.“그럼 나 어떻게 해야 하는데? 사랑을 위해서 결혼식을 끝장낼까?”그 말을 들은 차설아는 여러 가지 생각으로 복잡한 마음에 흠칫했다. 성도윤의 말을 들어보니 그가 아직 허청하에게 마음이 있는 걸 확신했다.그가 한편으로 안쓰럽긴 했지만, 과거의 자신을 생각하면 더없이 마음이 아팠다.그녀와 성도윤의 4년 동안의 결혼 생활은 이제 와서 보니 철저한 실패였다. 임채원이 끼어들지 않았다고 해도 그의 마음속엔 영원히 그녀의 자리가 있을 수 없을 것이다.이미 마음을 모두 첫사랑에게 줬는데 차설아라고 어떻게 그의 마음을 뺏어올 수 있겠는가?“정말 내려놓지 못하겠다면 청하 씨한테 똑똑히 말해. 결혼식 전에 말한다면 되돌릴 수 있을 거야...”차설아는 씁쓸한 마음을 감추면서 애써 쿨한 척 성도윤을 타일렀다.“그리고 청하 씨를 정말로 사랑한다면 유치한 방법으로 괜히 약 올리지 말고. 아까 몰래 관찰했는데 당신이 나랑 입을 맞췄을 때 청하 씨는 진심으로 서운해하는 표정을 지었어. 아무리 당신이 이긴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패배한 거나 다름없어.”성도윤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진지한 척하며 말했다.“당신 말이 맞아. 덕분에 생각이 많이 정리됐어.”그러고는 곧바로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이 바다가 정말 아름답네. 지금이 마침 썰물 때라 넓은 바다가 한눈에 보일 거야. 예쁜 모양의 조개도 많은 것이고. 같이 조개 주우러 갈래?”“나랑 같이?”“당신만 알고 있잖아, 내가 여전히 그 사람한테 마음이 있다는걸. 그래서 도움을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밖에 없어. 나 그 사람한테 서프라이즈 하고 싶단 말이야.”성도윤이 도도하게 말했다. 전혀 사람한테 부탁하는 간절한 말투가 아니었다.그의 말을 들은 차설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참으로 부탁하는 말투네. 내가 뭐 당신한테 빚을 졌어? 왜 꼭 조개 주우러 같이 가야 하는데?’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남자의 부탁을 들어줬다.“도와줄게, 하지만 공짜는
돈도 받겠다, 차설아는 열심히 조개를 줍기 시작했다.성도윤은 두 손을 주머니에 꽂아 넣고는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곳에서 차설아를 따라다니며 지켜보고 있었다. 마치 아버지가 한껏 신난 아이를 따라다니듯이 말이다.바닷바람이 살랑살랑 불면서 드넓은 황금빛 모래에는 두 사람의 발자국이 옅고 깊게 남았다. 두 사람의 그림자도 겹치면서 로맨틱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이 모든 게 너무 아름답게만 느껴졌다...“어머! 나 찾았어! 찾았다고!”차설아는 바위 뒤에서 한참을 헤집더니 잔뜩 흥분에 겨워 소리를 질렀다.성도윤이 약간 눈썹을 치켜들었다.‘정말 있는 거야?’그는 확고한 유물론자였기 때문에 모든 일을 이성적으로 바라봤다. 그래서 차설아가 말한 소위 ‘전설’은 전혀 믿지 않았다.하지만 한껏 흥분한 차설아의 모습을 보고 성도윤은 보기 드물게 초를 치지 않았다. 오히려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가고는 흥미가 있는 척하며 물었다.“어떻게 생겼는지 한 번 봐봐.”“봐봐, 이게 바로 ‘오션 하트’야. 하트 모양 같지 않아? 게다가 핑크색이잖아!”차설아는 하트 모양의 조개를 바다에 헹구고는 조심스럽게 손에 쥐더니 활짝 웃는 얼굴로 성도윤에게 건넸다.햇살 아래 핑크색 하트 모양의 조개는 환상적인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심지어 공기 중에도 핑크색 버블이 가득 채워진 것만 같았다.“캑캑!”성도윤이 마른기침을 했다. 전에 따이띠에서 휴가를 보낼 때도 모래에 이런 조개가 온통 널려있어 그에게는 전혀 놀랍지 않다는 사실을 차설아에게 알려주고 싶었다.하지만 그는 끝내 뱉으려던 말을 꾹 삼키고는 덤덤하게 거짓말을 했다.“응, 괜찮네.”그는 줄곧 독단적으로 행동하던 자신이 왜 이렇게 남의 마음을 잘 헤아리게 되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아마도 눈앞의 이 여자가 모처럼 날카로운 모습이 아닌 귀여운 모습을 드러냈기에 그도 이 훈훈한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차설아는 곧바로 웃음을 거두고는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계산하기 시작했다.“조개를 줍는데 총
인기 여배우 조여빈이 두 팔을 두르고는 서서히 성당 쪽으로 걸어오는 성도윤과 차설아 두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녀의 눈빛은 온통 질투로 가득 찼다.그녀는 배우가 되기 전부터 성도윤을 좋아했었다. 기필코 성도윤과 잘해보려고 마음먹었으나 그녀가 뜨기 전에도 성도윤은 결혼하게 되었다.겨우 좋아하는 남자가 이혼할 때까지 기다리게 되었는데... 보아하니 수상쩍은 상황이었다.“누가 알아? 어차피 오빠도 차설아 안 좋아해. 아마 차설아가 뻔뻔하게 빌붙어 있는 거 아닐까?”차설아를 바라보는 소이서의 눈빛에는 경멸이 깃들어 있었다. 그녀는 조여빈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여빈 언니, 언니가 너무 주저해서 그래. 그렇게 오랫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니 내가 다 답답하단 말이야. 어차피 두 사람은 이혼했으니 얼른 가서 오빠한테 말이라도 걸어봐... 오빠가 돈도 많고 잘생겨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눈 뜨고 지켜보고 있는데?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조여빈도 조급한 얼굴로 말했다.“내가 다가가기 싫어서가 아니라. 지금 한창 작품도 잘 되고 있고, 곧 새 영화 들어가는데 스캔들이 뜨면 상황이 복잡해진단 말이야.”“오빠가 지금 솔로라서 오빠 마음을 잡을 수 있다면 사람들은 오히려 언니를 부러워하겠지. 그런 걸 스캔들이라고 할 수도 있나?”소이서는 한숨을 푹 쉬며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오빠한테 다가가되 차설아를 꼭 조심했으면 좋겠어. 겉으로는 아무 욕심도 없는 척하지만 얼마나 독한 사람인데. 전에 채원 언니가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는데도 차설아가 온갖 수단을 써서 그 아이를 죽였어. 나도 지금 감히 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아 멀리 피하고 있잖아.”임채원이 모습을 감춘 뒤로 소이서는 새언니로 될 사람을 물색하고 있었다. 조여빈은 의심할 여지 없이 최고의 후보였다.차가운 얼굴의 조여빈은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자신감을 드러내며 도도하게 말했다.“연예계에서는 그런 걸 수법으로 쳐주지도 않아. 어린애들 장난 같은 거라고. 난 밑바닥에서부터 여기까지 올라왔
“아니.”성도윤은 차가운 말투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그럴 리가 없어!”허청하는 하늘이 무너진 것만 같아 눈물이 실이 끊어진 구슬처럼 뚝뚝 떨어졌다.그녀는 성도윤의 목을 꽉 끌어안고는 예전처럼 남자의 얼굴을 맞대면서 그의 마음을 붙잡으려고 했다.“진우 오빠한테 미안해서 그러는 거지? 그래서 나에 대한 사랑을 애써 숨기는 거지? 사실 너도 나를 못 잊었잖아, 맞지?”“진우랑은 상관없어.”성도윤의 눈빛은 더 싸늘해졌다. 그는 차가운 손길로 허청하의 손을 자신의 목에서 떼어내며 말했다.“네가 진우랑 연애하지 않았더라도 난 너에게 돌아가지 않았을 거야. 그러니 이성적으로 행동하길 바라.”“왜?”허청하는 괴로운 듯 성도윤을 바라보더니 울먹이며 물었다. 그녀는 남자가 더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예전의 너는 그렇게 나를 사랑했잖아. 벗꽃나무 아래서 네가 어떻게 나한테 고백했고 키스했던 것까지 다 기억나. 네가 진심이었던 걸 알아. 심지어 나를 위해서 성씨 가문의 후계자 자리도 포기할 수 있다고 했잖아. 해외에 가서 같이 더 공부하기로 했고. 그렇게 깊었던 감정을 이제 내려놓을 수 있다고?”“인정해, 너한테 마음이 뺏겼던 걸. 나도 널 진심으로 사랑했어, 하지만 그건 과거일 뿐이라고. 너도나도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겨야 해.”성도윤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는 예전에 허청하를 사랑한 게 맞았다. 심지어 차설아와 결혼하고서도 허청하를 사랑한다고 착각했었다.하지만 차설아와 이혼하고 다시 자유의 몸으로 돌아오게 되자 그는 문득 깨달았다. 허청하를 사랑하는 게 아닌 진심을 다했던, 순수한 감정을 지닌 그때를 내려놓지 못했다는 것을.“하하, 눈앞의 사람을 소중히 여기자고? 그게 누군데?”허청하는 눈물을 글썽이며 코웃음을 쳤다.“넌 모르겠지, 진우 오빠가 얼마나 위선적인 사람인 것을. 사실 진우 오빠는 날 그렇게 사랑하지도 않아. 그냥 내 신분이나 배경이 강씨 가문 며느리로서 적합하다고 느꼈을 거야. 강씨
성도윤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을 열어 허청하와 걸어 나갔다.하지만 곧바로 손에 케익을 쥔 차설아와 마주치게 되었다.“엇...”두 사람이 서로 눈을 마주쳤다.분명 숨어야 할 행동을 한 건 그들인데 오히려 차설아가 머쓱해하며 말했다.“저기... 내가 괜한 방해를 한 건 아니지?”그녀가 비굴하게 물었다.“...”성도윤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그저 도도한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봤다.차설아는 또 눈치 없게 물었다,“성공했어? ‘오션 하트’ 작전이 먹혔어? 두 사람 지금 도망을 계획하고 있는 거야?”성도윤의 얼굴색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 그는 고개를 돌려 허청하에게 뭔가를 말하더니 차설아를 돌아 자리를 떴다. 그녀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도도하게 말이다.“도도한 자식, 돈 좀 뜯은 것 가지고 뭘 저렇게 쪼잔하게 굴어!”차설아는 남자의 차가운 뒷모습을 보더니 화가 치밀어 올라 저도 모르게 투덜댔다.그녀는 너무 졸려서 눈을 붙일 곳을 찾아다녔지만 뜻밖에도 그들의 밀회를 방해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겉으로는 쿨한 척, 성도윤에게 사랑을 쟁취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했지만, 정말 그렇게 한 성도윤을 보니 차설아는 괜스레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차설아는 또 다른 눈 붙일 곳을 찾으러 나섰는데 제자리에 있던 허청하가 그녀를 불렀다.“차설아 씨,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우리 사이에 뭔 할 말이 있어요?”차설아는 곧바로 거절했다.‘성도윤의 첫사랑으로서 실패한 이혼녀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혹시나 일부러 나를 약을 올릴 생각이면 내가 굳이 그 말을 들어줄 이유도 없잖아?’“설아 씨, 걱정하지 말아요. 너무 많은 시간 뺏지 않을게요. 얘기를 나누면 내 마음도 후련할 것 같아서요. 설아 씨가 도와주길 바라요.”“그게...”차설아는 꽤나 진지한 허청하의 태도에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그럼 말해봐요, 들어줄게요.”“사실 별거 아니에요. 그냥 방금 깨달았는데 도윤에게 있어서 설아 씨는 엄청 중요한 사람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