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모두 성도윤을 바라보며 불가사의한 표정을 지었다.그들은 모두 성도윤, 강진우 그리고 허청하의 스토리를 알고 있었다.성도윤이 결혼식에 참석한 것에 대해 이미 많은 사람이 놀랐는데, 지금은 성도윤을 불러 혼사를 돕다니! 성도윤은 정말 대인배라는 생각이 들었다.성도윤은 얇은 입술을 오므리고,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마치 내키지 않은 듯싶었다.분위기는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아주 난처해졌다.시간이 거의 다가오자 사도현은 조급해하며 한숨을 내쉬었다.“형, 우리도 형한테 이 일을 부탁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아...”“하지만 청하 누나가 전에 형한테 죄책감을 갖고 있다고 했잖아. 형의 축복을 받아야 누나가 문을 열 것 같아. 그러니까 형이 좀 나서줄래?”강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도현아, 도윤이 난처하게 만들지 마. 도윤이한테 이 일을 맡기는 건 너무 가혹해.”“하지만...” 사도현이 뭔가를 말하려 했지만, 성도윤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괜찮아. 내가 직접 나서야 한다면, 알겠어.”성도윤은 눈살을 찌푸리고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가볍게 방문을 두드리며 말했다.“청하야, 안심하고 문 열어. 난 이미 오래전에 내려놓았고, 너랑 진우가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축복하고 있어.”쥐 죽은 듯 조용하던 방 안에서 드디어 인기척이 났다.허청하는 연약하고 죄책감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도윤아, 진우 오빠랑 내가 너한테 많이 미안해. 네가 그 말을 해주기만을 기다렸어. 고마워. 진짜 고마워.”그리고 방문에 틈이 생겼다.신랑단은 서둘러 여세를 몰아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허청하의 친구들은 강하게 저항했다.순간, 현장은 혼란스러워지더니 열기가 뜨거워졌다.성도윤은 꼿꼿한 몸을 세우고 사람들의 가장자리에 서서, 이 모든 것을 묵묵히 바라볼 뿐 참여하지 않았다. 미간에는 숨길 수 없는 우울함이 비쳤다.차설아는 안전을 위해 인파와 멀리 떨어져 있었다.차설아는 몰래 성도윤을 힐긋 쳐다보았다. 그의 우울한 모습에 차설아는 또 마음이 약해졌
성도윤은 그제야 차설아의 말을 깨닫고 어이가 없었다.‘내가 어딜 봐서 괴로워하는 사람으로 보이지?’방금 그의 기분은 확실히 좀 가라앉았지만, 허청하때문이 전혀 아니었다.단지 차설아와 결혼할 때 너무 간단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식 같은 것도 너무 건성이었고 기념할 만한 과정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후회되었다.심지어, 앞으로 차설아와 재결합한다면 그들의 결혼식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까지 계획하고 있었다.하지만 성도윤은 당연히 솔직히 말할 리 없었고, 이 기회를 타 차설아를 놀리기 시작했다.성도윤은 잘생긴 얼굴에 슬픈 얼굴을 하고 말했다.“맞아, 괴로워 죽겠어. 마음이 너무 아파.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지? 너무 화가 나. 어떻게 하면 좋을까?”차설아는 더욱 마음이 약해져 아이를 달래듯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괜찮아. 정신 바짝 차려. 내 생각에 최고의 복수는 당신이 더 행복해지는 거야. 저 사람들보다 더 달콤한 사랑을 하는 거지!”“하지만 난 없어...”성도윤은 비참한 표정을 지었다.“난 글렀어. 다들 내가 당신이랑 이혼한 것도 알고, 당신이 배경수랑 붙어 다니는 것도 알고 있어. 너무 창피해. 사람들은 날 어떻게 생각할까?”“기다려봐. 내가 말했잖아. 오늘 절대 지지 않게 해준다고! 그래도 내 전 남편인데, 당신이 너무 비참한 모습이면 나도 창피해.”두 사람의 속삭임을 허청하는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허청하는 웃으며 강진우와 이야기를 하고, 여러 가지 게임을 하며 행복해 보였지만, 속으로는 씁쓸하기 그지없었다.‘두 사람 이혼한 거 아니었어? 왜 저렇게 친해 보여? 여기서 손까지 잡고 난리야? 괜히 신경 쓰이게!’“도윤아, 계속 밖에 서 있지 마. 나랑 진우 오빠가 가장 축복받고 싶은 사람이 바로 너였어...”허청하는 변두리에 서 있는 성도윤을 보며 말했다.“도윤아, 우리 세 사람 같이 사진 한 장 찍었으면 좋겠어.”모두들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참, 고집이 있는 신부네. 기어코 어색한 상황을 만들어야겠어?’‘응석
모두 깜짝 놀랐다!성도윤의 행동은 마치 천둥번개처럼 현장을 산산조각 냈다.모두의 인상 속에 성도윤은 차갑고 절제된 모습의 재벌가 이미지였다. 절대 대중 앞에서 스킨십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헉!”차설아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머리가 하얘졌다.그녀는 본능적으로 남자를 밀어내려 했지만, 방금 그에게 절대 지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일이 떠올랐다.‘이 상황에서 반항하면 이 녀석 체면이 구겨지겠지?’그래서 차설아는 남자의 키스를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열정적이고 애틋한 키스는 차설아의 평온한 마음을 어지럽혔다.차설아는 마치 불가마에 들어간 듯,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고, 자신도 모르게 그의 키스에 응하고 있었다.“좋아요! 바로 이렇게 달콤하고 정열적으로 하는 거예요. 현장에 있는 커플분들 잘 배워두세요!”사진작가는 흥분한 표정으로 셔터를 미친 듯이 누르며 이 소중한 장면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모두 달콤한 로맨스 연극을 무료로 감상하는 듯 집중하기 시작했고, 마음이 간지러웠다.사도현과 같은 경험이 풍부한 선수도 박수를 치며 외쳤다.“우리 형, 진짜 멋있어. 이걸 누가 감당하겠어? 보아하니 여자를 사로잡는 데에도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것 같네. 부러워!”강진우는 전 과정을 지켜보며 복잡한 표정으로 웃더니 약간 부러운 말투로 말했다.“서로 사랑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 우리 도윤이 이젠 잘하네...”유독 허청하의 아름다운 얼굴에는 아무리 숨겨도 감출 수 없는 상심이 가득했다.그녀가 아무리 손가락을 꽉 조르고, 있는 힘을 다해 자신을 억제하려 했지만, 참지 못하고 크게 외쳤다.“그만!”이 소리는 너무 갑작스러워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허청하에게 쏠렸다.허청하는 입술을 떨며 상기된 얼굴로, 농담조로 말했다.“오늘은 나랑 진우 오빠 결혼식이야. 스포트라이트를 빼앗아 가면 우린 어떡해?”성도윤은 그제야 차설아를 놓아줬고, 잘생긴 얼굴에는 아직 여운이 남은 듯했다.“맞네. 이런 일은 남녀 간에 문을 닫고 해야지... 우리가 스포트라이트를
“그렇게 보여?”성도윤은 착잡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씩 올리고는 물었다.“그럼 나 어떻게 해야 하는데? 사랑을 위해서 결혼식을 끝장낼까?”그 말을 들은 차설아는 여러 가지 생각으로 복잡한 마음에 흠칫했다. 성도윤의 말을 들어보니 그가 아직 허청하에게 마음이 있는 걸 확신했다.그가 한편으로 안쓰럽긴 했지만, 과거의 자신을 생각하면 더없이 마음이 아팠다.그녀와 성도윤의 4년 동안의 결혼 생활은 이제 와서 보니 철저한 실패였다. 임채원이 끼어들지 않았다고 해도 그의 마음속엔 영원히 그녀의 자리가 있을 수 없을 것이다.이미 마음을 모두 첫사랑에게 줬는데 차설아라고 어떻게 그의 마음을 뺏어올 수 있겠는가?“정말 내려놓지 못하겠다면 청하 씨한테 똑똑히 말해. 결혼식 전에 말한다면 되돌릴 수 있을 거야...”차설아는 씁쓸한 마음을 감추면서 애써 쿨한 척 성도윤을 타일렀다.“그리고 청하 씨를 정말로 사랑한다면 유치한 방법으로 괜히 약 올리지 말고. 아까 몰래 관찰했는데 당신이 나랑 입을 맞췄을 때 청하 씨는 진심으로 서운해하는 표정을 지었어. 아무리 당신이 이긴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패배한 거나 다름없어.”성도윤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진지한 척하며 말했다.“당신 말이 맞아. 덕분에 생각이 많이 정리됐어.”그러고는 곧바로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이 바다가 정말 아름답네. 지금이 마침 썰물 때라 넓은 바다가 한눈에 보일 거야. 예쁜 모양의 조개도 많은 것이고. 같이 조개 주우러 갈래?”“나랑 같이?”“당신만 알고 있잖아, 내가 여전히 그 사람한테 마음이 있다는걸. 그래서 도움을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밖에 없어. 나 그 사람한테 서프라이즈 하고 싶단 말이야.”성도윤이 도도하게 말했다. 전혀 사람한테 부탁하는 간절한 말투가 아니었다.그의 말을 들은 차설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참으로 부탁하는 말투네. 내가 뭐 당신한테 빚을 졌어? 왜 꼭 조개 주우러 같이 가야 하는데?’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남자의 부탁을 들어줬다.“도와줄게, 하지만 공짜는
돈도 받겠다, 차설아는 열심히 조개를 줍기 시작했다.성도윤은 두 손을 주머니에 꽂아 넣고는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곳에서 차설아를 따라다니며 지켜보고 있었다. 마치 아버지가 한껏 신난 아이를 따라다니듯이 말이다.바닷바람이 살랑살랑 불면서 드넓은 황금빛 모래에는 두 사람의 발자국이 옅고 깊게 남았다. 두 사람의 그림자도 겹치면서 로맨틱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이 모든 게 너무 아름답게만 느껴졌다...“어머! 나 찾았어! 찾았다고!”차설아는 바위 뒤에서 한참을 헤집더니 잔뜩 흥분에 겨워 소리를 질렀다.성도윤이 약간 눈썹을 치켜들었다.‘정말 있는 거야?’그는 확고한 유물론자였기 때문에 모든 일을 이성적으로 바라봤다. 그래서 차설아가 말한 소위 ‘전설’은 전혀 믿지 않았다.하지만 한껏 흥분한 차설아의 모습을 보고 성도윤은 보기 드물게 초를 치지 않았다. 오히려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가고는 흥미가 있는 척하며 물었다.“어떻게 생겼는지 한 번 봐봐.”“봐봐, 이게 바로 ‘오션 하트’야. 하트 모양 같지 않아? 게다가 핑크색이잖아!”차설아는 하트 모양의 조개를 바다에 헹구고는 조심스럽게 손에 쥐더니 활짝 웃는 얼굴로 성도윤에게 건넸다.햇살 아래 핑크색 하트 모양의 조개는 환상적인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심지어 공기 중에도 핑크색 버블이 가득 채워진 것만 같았다.“캑캑!”성도윤이 마른기침을 했다. 전에 따이띠에서 휴가를 보낼 때도 모래에 이런 조개가 온통 널려있어 그에게는 전혀 놀랍지 않다는 사실을 차설아에게 알려주고 싶었다.하지만 그는 끝내 뱉으려던 말을 꾹 삼키고는 덤덤하게 거짓말을 했다.“응, 괜찮네.”그는 줄곧 독단적으로 행동하던 자신이 왜 이렇게 남의 마음을 잘 헤아리게 되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아마도 눈앞의 이 여자가 모처럼 날카로운 모습이 아닌 귀여운 모습을 드러냈기에 그도 이 훈훈한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차설아는 곧바로 웃음을 거두고는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계산하기 시작했다.“조개를 줍는데 총
인기 여배우 조여빈이 두 팔을 두르고는 서서히 성당 쪽으로 걸어오는 성도윤과 차설아 두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녀의 눈빛은 온통 질투로 가득 찼다.그녀는 배우가 되기 전부터 성도윤을 좋아했었다. 기필코 성도윤과 잘해보려고 마음먹었으나 그녀가 뜨기 전에도 성도윤은 결혼하게 되었다.겨우 좋아하는 남자가 이혼할 때까지 기다리게 되었는데... 보아하니 수상쩍은 상황이었다.“누가 알아? 어차피 오빠도 차설아 안 좋아해. 아마 차설아가 뻔뻔하게 빌붙어 있는 거 아닐까?”차설아를 바라보는 소이서의 눈빛에는 경멸이 깃들어 있었다. 그녀는 조여빈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여빈 언니, 언니가 너무 주저해서 그래. 그렇게 오랫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니 내가 다 답답하단 말이야. 어차피 두 사람은 이혼했으니 얼른 가서 오빠한테 말이라도 걸어봐... 오빠가 돈도 많고 잘생겨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눈 뜨고 지켜보고 있는데?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조여빈도 조급한 얼굴로 말했다.“내가 다가가기 싫어서가 아니라. 지금 한창 작품도 잘 되고 있고, 곧 새 영화 들어가는데 스캔들이 뜨면 상황이 복잡해진단 말이야.”“오빠가 지금 솔로라서 오빠 마음을 잡을 수 있다면 사람들은 오히려 언니를 부러워하겠지. 그런 걸 스캔들이라고 할 수도 있나?”소이서는 한숨을 푹 쉬며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오빠한테 다가가되 차설아를 꼭 조심했으면 좋겠어. 겉으로는 아무 욕심도 없는 척하지만 얼마나 독한 사람인데. 전에 채원 언니가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는데도 차설아가 온갖 수단을 써서 그 아이를 죽였어. 나도 지금 감히 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아 멀리 피하고 있잖아.”임채원이 모습을 감춘 뒤로 소이서는 새언니로 될 사람을 물색하고 있었다. 조여빈은 의심할 여지 없이 최고의 후보였다.차가운 얼굴의 조여빈은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자신감을 드러내며 도도하게 말했다.“연예계에서는 그런 걸 수법으로 쳐주지도 않아. 어린애들 장난 같은 거라고. 난 밑바닥에서부터 여기까지 올라왔
“아니.”성도윤은 차가운 말투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그럴 리가 없어!”허청하는 하늘이 무너진 것만 같아 눈물이 실이 끊어진 구슬처럼 뚝뚝 떨어졌다.그녀는 성도윤의 목을 꽉 끌어안고는 예전처럼 남자의 얼굴을 맞대면서 그의 마음을 붙잡으려고 했다.“진우 오빠한테 미안해서 그러는 거지? 그래서 나에 대한 사랑을 애써 숨기는 거지? 사실 너도 나를 못 잊었잖아, 맞지?”“진우랑은 상관없어.”성도윤의 눈빛은 더 싸늘해졌다. 그는 차가운 손길로 허청하의 손을 자신의 목에서 떼어내며 말했다.“네가 진우랑 연애하지 않았더라도 난 너에게 돌아가지 않았을 거야. 그러니 이성적으로 행동하길 바라.”“왜?”허청하는 괴로운 듯 성도윤을 바라보더니 울먹이며 물었다. 그녀는 남자가 더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예전의 너는 그렇게 나를 사랑했잖아. 벗꽃나무 아래서 네가 어떻게 나한테 고백했고 키스했던 것까지 다 기억나. 네가 진심이었던 걸 알아. 심지어 나를 위해서 성씨 가문의 후계자 자리도 포기할 수 있다고 했잖아. 해외에 가서 같이 더 공부하기로 했고. 그렇게 깊었던 감정을 이제 내려놓을 수 있다고?”“인정해, 너한테 마음이 뺏겼던 걸. 나도 널 진심으로 사랑했어, 하지만 그건 과거일 뿐이라고. 너도나도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겨야 해.”성도윤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는 예전에 허청하를 사랑한 게 맞았다. 심지어 차설아와 결혼하고서도 허청하를 사랑한다고 착각했었다.하지만 차설아와 이혼하고 다시 자유의 몸으로 돌아오게 되자 그는 문득 깨달았다. 허청하를 사랑하는 게 아닌 진심을 다했던, 순수한 감정을 지닌 그때를 내려놓지 못했다는 것을.“하하, 눈앞의 사람을 소중히 여기자고? 그게 누군데?”허청하는 눈물을 글썽이며 코웃음을 쳤다.“넌 모르겠지, 진우 오빠가 얼마나 위선적인 사람인 것을. 사실 진우 오빠는 날 그렇게 사랑하지도 않아. 그냥 내 신분이나 배경이 강씨 가문 며느리로서 적합하다고 느꼈을 거야. 강씨
성도윤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을 열어 허청하와 걸어 나갔다.하지만 곧바로 손에 케익을 쥔 차설아와 마주치게 되었다.“엇...”두 사람이 서로 눈을 마주쳤다.분명 숨어야 할 행동을 한 건 그들인데 오히려 차설아가 머쓱해하며 말했다.“저기... 내가 괜한 방해를 한 건 아니지?”그녀가 비굴하게 물었다.“...”성도윤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그저 도도한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봤다.차설아는 또 눈치 없게 물었다,“성공했어? ‘오션 하트’ 작전이 먹혔어? 두 사람 지금 도망을 계획하고 있는 거야?”성도윤의 얼굴색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 그는 고개를 돌려 허청하에게 뭔가를 말하더니 차설아를 돌아 자리를 떴다. 그녀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도도하게 말이다.“도도한 자식, 돈 좀 뜯은 것 가지고 뭘 저렇게 쪼잔하게 굴어!”차설아는 남자의 차가운 뒷모습을 보더니 화가 치밀어 올라 저도 모르게 투덜댔다.그녀는 너무 졸려서 눈을 붙일 곳을 찾아다녔지만 뜻밖에도 그들의 밀회를 방해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겉으로는 쿨한 척, 성도윤에게 사랑을 쟁취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했지만, 정말 그렇게 한 성도윤을 보니 차설아는 괜스레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차설아는 또 다른 눈 붙일 곳을 찾으러 나섰는데 제자리에 있던 허청하가 그녀를 불렀다.“차설아 씨,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우리 사이에 뭔 할 말이 있어요?”차설아는 곧바로 거절했다.‘성도윤의 첫사랑으로서 실패한 이혼녀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혹시나 일부러 나를 약을 올릴 생각이면 내가 굳이 그 말을 들어줄 이유도 없잖아?’“설아 씨, 걱정하지 말아요. 너무 많은 시간 뺏지 않을게요. 얘기를 나누면 내 마음도 후련할 것 같아서요. 설아 씨가 도와주길 바라요.”“그게...”차설아는 꽤나 진지한 허청하의 태도에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그럼 말해봐요, 들어줄게요.”“사실 별거 아니에요. 그냥 방금 깨달았는데 도윤에게 있어서 설아 씨는 엄청 중요한 사람이더라고요.
성도윤이 진심 어린 충고를 건넸다.“???”사도현은 남자의 말을 듣고는 눈살을 찌푸렸다.“형, 이게 정말 형 입에서 나온 말이야? 여자가 원하는 대로 해야 한다고? 그럼 그게 완전 ‘호구’랑 뭐가 달라? 그렇게 냉정하고 도도하던 형이 어쩌다... 이제는 아내가 하라는 대로 한다고? 이건 형답지 않아...”사도현은 여자를 쫓아다니긴 하지만 성도윤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었다.여자에게 돈을 쓰고 달콤한 말을 하긴 해도 어떤 여자도 그의 행동을 통제하거나 그의 사고를 지배할 수 없었다.어떤 여자가 그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순간, 그는 단호하게 다른 여자를 찾았다.배경윤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신의 원칙이 걸린 문제라면 절대 양보하지 않았기에 오늘도 이렇게 끝없는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나도 오랜 시간 고민해서 얻은 결론이야.”성도윤이 드물게 인내심을 가지고 사도현에게 연애 철학을 설파했다.“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많은 사람과 일들을 만나게 되지. 그 중요도를 정하는 객관적인 기준은 없어. 중요한 건, 네 마음속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아는 거야.”“네가 스스로의 자아를 지키는 것이 그 여자와의 관계보다 더 중요하다면, 그 여자를 포기하면 되는 거고.”그는 부드러운 어조로 덧붙였다.“네가 여자를 유혹하는 데 능숙한 건 알지만 결국 진정성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무기야. 나는 아내의 말을 듣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혹시 네가 그렇게 못하는 건, 단순히 네가 상대방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성도윤은 날카롭게 바라보며 정확한 지적을 했다.“나는...”사도현은 그런 게 아니라고 바로 반박하려 했지만 막상 입 밖으로 내뱉으려 하자 말문이 막혔다.그는 다른 사람을 속일 수도 있고 심지어 자기 자신까지 속일 수도 있었다.하지만 성도윤만큼은 속일 수 없었다.성도윤은 누구보다 그를 잘 아는 사람이었다.자신의 마음속 가장 솔직한 감정을 그가 단번에 꿰뚫어 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형은 내가 좀
“내가 왜 경윤이한테 뭐라고 해야 하죠?”차설아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사도현에게 물었다.“만약 내가 도현 씨라면 이 일이 윤설과 관련이 있든 없든, 나는 단번에 배경윤을 위해 나섰을 거예요. 좋아하는 여자가 이렇게 큰 모욕을 당했는데 괴롭힌 사람을 찾아서 따지기는커녕 내 여자에게 참으라고 한다면, 그건 도현 씨가 그 여자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겠죠.”“지금 이간질하려는 건 아니지? 사람마다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무턱대고 화를 내고 일이 커지면 더 큰 소란을 일으킬 수도 있는데, 그게 과연 좋은 방법일까?”사도현은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이 떠받들던 차설아가 자기편을 들지 못할 뿐만 아니라 배경윤과의 관계를 파탄으로 몰고 가려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아직도 이해를 못 하시네요.”차설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 일에서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도현 씨의 태도예요. 그런 태도라면 어떤 여자라도 상처받을 수밖에 없어요.”“그게 아니라...”사도현은 머리를 긁적이며 생각했다. 좋아하는 감정을 이렇게 표현하는 게 정말 힘들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설아야, 역시 나를 이해하는 사람은 너뿐이구나!]배경윤은 타자한 후, 서러운 마음에 바로 차설아를 껴안았다.[이런 마음은 여자만이 이해할 수 있어! 도현 씨는 그저 내가 징징거린다고만 생각하겠지!]“도현 씨, 3일 안에 경윤이한테 사과할 기회를 줄게요. 하지만 어떻게 사과할지는 도현 씨가 알아서 해야 해요. 경윤아, 우리 오늘 같이 자자. 할 얘기가 정말 많을 것 같아!”차설아의 말에 배경윤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팔을 잡고 계단을 올라갔다.아래층에서는 두 남자가 멍하니 서로를 쳐다보며 어리둥절해 있었다.성도윤은 왜 남의 커플 문제에 자신이 이렇게 끼어들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반대로 사도현은 왜 이해심 많던 차설아가 갑자기 이렇게 고집불통이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형, 우리 커플 일에 형수가 너무 과하게 간섭하는 거 아니야? 원래 하루이틀이면 해
“그때는 그때고, 사람은 성장하는 법이잖아.”샤워를 마친 차설아가 계단을 내려오며 말했다.2층에서 사도현과 배경윤이 성도윤을 둘러싸고 다투는 소리를 듣고 성도윤 대신에 반박하며 나선 것이다.세 사람은 고개를 들어 목욕 가운을 입고 나온 차설아를 보고 급하게 다가갔다.“설아야, 너 혼자 내려왔어? 움직이지 마, 잠깐만.”성도윤이 제일 먼저 달려가 아기를 돌보듯 세심하게 챙기며 말했다.배경윤과 사도현도 마치 공주를 대하듯 신중하게 행동했다.[괜찮아? 기분 나쁘거나 불편한 거 없어?]성도윤이 차설아를 거실 소파에 앉히자 배경윤이 그녀의 옆에 앉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난 괜찮아. 기분도 나쁘지 않고 아픈 곳도 없어. 내가 전에 겪은 일에 비하면 몇 명 애들이 장난친 정도인데 뭐가 대수겠어.”차설아가 배경윤의 손등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안심시키려 했다.“경윤아, 네가 더 걱정이야. 기분 잡치게 하는 사람들을 마음속에 담아두지 마. 그러면 오히려 너 자신이 힘들어져. 그냥 흘려보내. 신경 쓸 필요 없어.”그 말을 들은 배경윤은 그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의미심장하게 한마디 했다.[맞아, 맞아. 어떤 사람은 정말 마음에 두지 않더라고. 그 사람 때문에 화내는 내가 진짜 등신이지.]그녀는 당연히 차설아가 말한 ‘기분을 잡치는 사람’이 사도현이라고 생각했지만, 사도현은 오히려 차설아가 배경윤에게 작은 일로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 더 관대해지라고 충고하는 것으로 이해했다.“들었어? 역시 형수가 마음이 넓어. 미친개한테 물렸다고 너도 같이 물려고?”사도현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사도현은 배경윤이 절대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 고집 센 여자인 걸 잘 알고 있었지만 차설아의 말만큼은 예외라는 걸 알고 있었다.차설아는 배경윤의 정신적 지주이자 인간적 우상이었기 그녀의 말이면 배경윤은 무엇이든 믿었다.[도현 씨가 그 미친개라는 말이지? 그렇게 말하는 거 보니.]배경윤이 분노를 담아 타자기를 두드리며, 마치 사도현을 죽일 듯 차가운 눈빛
사도현은 배경윤이 적은 글을 보고 낮게 한숨을 쉬었다.“윤설 씨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렇게 하면 더 큰 사이버 폭력이 일어날 수도 있어. 난 그냥 소란을 일으킨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 연예인 본인까지 끌어들일 필요는 없어.”[흠, 당연히 연예인 본인까지 끌어들이지 않길 바랄 거야. 그 사람들 도현 씨 팬들이잖아. 게다가 윤설 씨까지 얽혀서 그 여자가 곤란해질까 봐 그런 거지?]배경윤은 그가 누군가에게 이렇게 신경을 쓰는 모습을 처음 봤다. 윤설이 첫 번째이자 아마 유일한 사람일 거라는 생각에 그녀는 눈앞의 이 남자를 더 용서할 수 없었다.‘이런 바람둥이!’“조금만 머리 쓰면 내가 왜 이렇게 하는지 알 텐데.”사도현은 배경윤의 ‘모함’을 듣고 이 오명을 씻을 수 없다는 생각에 더 이상 해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차갑게 말했다.“네가 뭐라고 생각하든, 나는 이 사건에 연예인 본인을 끌어들이는 걸 절대로 허용하지 않아.”그도 어쨌든 윈스 엔터테인먼트의 CEO였고 연예계의 돌아가는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때로는 하나의 루머가 칼날처럼 되어 사람을 죽음의 길로 몰아넣을 수 있다.연예계에서 온라인 폭력에 의해 처참하게 망가진 스타들이 많았고 배경윤과 차설아 같은 일반인은 그 악플의 고통을 더 견디기 힘들 것이다.[헐, 이제 나를 협박하겠다는 거야? 도현 씨가 그렇게 말할수록 난 더 윤설을 찾아갈 거야. 날 어떻게 할 건데?]배경윤은 분노를 담아 빠르게 타자를 했다. 소리 없이 치는 타자 소리만으로도 그녀의 분노가 느껴졌다.성도윤은 그들 옆에서 분위기를 살피며 처음으로 연애 문제가 이렇게 복잡하고 피곤할 수 있다는 걸 실감했다.이 두 사람은 분명 서로에게 감정이 있었지만 계속해서 상처가 되는 말들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망쳐가고 있었다.‘내가 보기엔 차설아와 내 관계가 훨씬 더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 같아. 내가 정말 운이 좋아.’차설아를 떠올리며 성도윤은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지금 2층으로
“오늘 소란을 일으킨 사람 중에 내 팬도 있었던 거 확실해?”사도현은 사실 명성과 노출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배경윤 때문이 아니라면 절대 미디어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을 것이고 그런 어색한 연애 프로그램 같은 것도 참가하지 않았을 것이다.그가 이렇게 많은 팬을 얻게 된 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는 조용한 성격이라 팬들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팬들이... 오물을 던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충격을 받았다.“믿을 수 없지?”배경윤이 오늘 자신과 차설아가 괴롭힘을 당한 영상 파일을 사도현에게 보여주었다.“봐봐, 그 팬이라는 여자들이 뭐라고 말하는지. 도현 씨가 잘생기고, 부유하고, 성격도 좋고, 완벽한 남자라며 윤설과 천생연분이라고 하더라. 도현 씨가 윤설의 왕자인데 내가 그 악녀가 되어 두 사람의 관계를 망쳤다고 하면서, 심지어 설아까지 모욕했어. 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뭐, 우리 설아까지 욕했다고?”옆에서 무표정하게 싸움을 구경하던 성도윤은 배경윤의 말을 듣고 나서 차설아에게 더 한없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그는 사도현이 들고 있던 핸드폰을 빼앗 분노에 차서 영상을 확인한 뒤 싸늘하게 말했다.“이 사람들, 이런 짓을 할 용기가 있다면 그 자만과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어떻게 할 건데?”배경윤이 성도윤에게 물었다. 이전과 달리 이제는 거부하는 태도가 없었다.“갖은 방법을 동원해서 이 사람들 다 찾아낸 뒤, 두 사람 앞에서 머리 조아려 사과하게 해야지.”성도윤이 이를 갈며 한 글자씩 뱉어냈다.이 말은 결코 가벼운 말이 아니었다. 마음만 먹으면 끝까지 추궁할 수 있는 말이었다.“그나마 다행이네...”배경윤이 사도현을 보며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저것 봐, 사랑하는 여자가 괴롭힘을 당했으면 정상적인 반응은 저런 건데, 도현 씨는... 아니지. 도현 씨한테는 사랑하는 여자가 괴롭힘을 당한 게 아니라 사랑하는 여자의 팬이 그냥 길 가던 사람을 괴롭힌 정도잖아. 이제야 왜 이렇게 무관심한지 알
[무슨 소리야, 그건 옛날얘기지. 지금은 완전히 아니라고! 나도 한때 도현 씨를 내 ‘남신’이라고 했었잖아? 그런데 그 결과가 어땠어? 겉은 번지르르하지만 속은 형편없더라!]배경윤이 가차 없이 쏘아붙였다.[두 사람, 완전 끼리끼리야. 나랑 설아는 이제 두 사람이랑 거리를 둬야 해. 안 그러면 우리도 불행해질 거야. 봐, 오늘 내가 이렇게 재수 없는 일을 겪은 것도 다 네 탓이야.]“아니, 이게 왜 또 내 탓이야?”사도현은 어이없다는 듯 두 손을 들었다.그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는데 갑자기 죄인처럼 배경윤의 분노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당연히 도현 씨 탓이지! 오늘 나랑 설아에게 똥물을 뿌린 사람들이 누구인 줄 알아?]배경윤이 팔짱을 끼고 사도현을 노려봤다.“누군데?”사도현이 황당한 표정으로 되물었다.‘아무리 세상이 험악해졌다고 해도 앞을 못 보는 여자랑 말을 못 하는 여자를 상대로 그런 짓을 할 정도면 정말 제정신 아닌 인간들 아니야?’[한쪽은 도현 씨 팬들이고, 다른 한쪽은 윤설의 광적인 팬들이야.]“뭐?”사도현의 표정이 얼어붙었다.[내가 도현 씨를 알지 않았으면 윤설이랑 엮일 일도 없었을 거고, 그 여자의 팬들에게 이런 일을 당하지도 않았을 거야. 그리고 당신 팬들도 마찬가지야. 윤설 팬들이랑 다를 게 뭐야? 둘 다 극성맞고 정신 나간 사람들뿐이야. 그러니까 이 모든 게 도현 씨 탓이라고!]배경윤은 흥분해서 글을 계속해서 쳐냈다. 사도현은 그녀가 쓴 긴 글을 읽고 머리가 핑 돌 지경이었다. 글에는 온통 그에 대한 비난이 가득했다.사도현은 억울한 마음이 치밀어 올랐다.“근데 말이야, 팬들이 한 행동을 내가 어떻게 책임져? 사람마다 다 성격이 다르고 수천, 수만 명의 팬을 내가 어떻게 다 통제해?”[핑계 대지 마!]배경윤은 여전히 흥분한 상태였다.[팬들의 행동은 결국 본인이 책임지는 거야. 팬덤 문화 몰라? ‘팬들의 행동은 본인이 책임진다.’ 이게 기본 원칙이야! 팬들이 왜 그렇게 극성인지 알아? 그건 본인이
성도윤은 묵묵히 참다가 결국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배경윤의 손목을 단단히 붙잡았다.“너는 아무것도 몰라. 나랑 차설아의 관계는 너 같은 외부인이 함부로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우리는 지금 행복해. 네가 보기 불편하면 그냥 나가면 되잖아.”“...”배경윤이 성도윤을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 손목이 붙잡히자 이번엔 발을 들어 그를 걷어차려 했다.성도윤은 체격이 크고 힘도 센 편이었지만 배경윤의 저돌적인 공격에 살짝 밀리는 기분이 들어 결국 긴 팔을 뻗어 그녀의 목을 단단히 옭아맸다.“형, 지금 뭐 하는 거야?”바로 그 순간, 사도현이 들어와 이 장면을 목격하고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와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서로 부둥켜안고 있는 상황이라니,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성도윤과 배경윤도 순간 굳어버렸다.“오해하지 마.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성도윤이 가볍게 헛기침하며 배경윤을 놓아주었고 배경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성도윤의 발을 힘껏 밟았다.“너 진짜 끝까지 이럴 거야?!”성도윤은 발끝이 부러질 것 같은 고통에 이를 악물었지만 차설아를 떠올리며 꾹 참았다.차설아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강렬했는데 그녀의 절친인 배경윤까지 보니 정말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떠올랐다.그리고 슬쩍 사도현을 보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너, 보험 많이 들어둬.”“무슨 뜻이야?”사도현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무슨 뜻이긴? 저 호랑이 같은 여자를 네가 감당할 수 있겠냐고.”성도윤이 배경윤에게 얻어맞은 부위를 문지르며 투덜댔다.그러자 사도현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아니지, 우리 경윤이는 원래 이렇게 폭력적인 애가 아니야. 분명 형이 선을 넘었으니까 그런 거겠지.”그는 중요한 순간에 배경윤 편을 들기로 했다.사실 예전에는 서로 의견이 다를 때마다 배경윤과 말다툼이 잦았다.배경윤은 성도윤을 두고 철저히 쓰레기라고 욕했고 사도현은 차설아가 너무 까다롭다고 반박하며 두 사람은 끝없는 논쟁을 벌이곤 했다.하지만 이
“그만 좀 해요, 너무 닭살 돋아요.”차설아는 예전 같았으면 이런 사랑 고백을 들으면 쑥스러웠지만, 이제는 쑥스럽기보다 오히려 닭살이 돋아 참을 수가 없었다.처음엔 성도윤이 차갑고 말수가 적은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보니 그건 전부 겉으로만 그럴듯하게 꾸민 모습이었고 실제로는 입만 열면 온갖 달콤한 말을 쏟아내는 사람이었다.성도윤이 손으로 물 온도를 확인한 뒤 말했다.“물 받아놨어. 들어가서 몸 좀 풀고 와.”“좋긴 한데... 좀 나가주겠어요?”차설아가 고개를 푹 숙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그건 안 되지. 당신이 미끄러지거나 수건이 필요하거나 옷을 입어야 할 때 누가 도와줘?”“괜찮아요, 나 혼자서도 잘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잠깐만 나가 있어 줘요. 도윤 씨가 여기 있으면 부담스러워서 못 하겠어요.”차설아는 아직 성도윤과 그렇게까지 오픈된 관계는 아니었다.게다가 자신만 벗고 그는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니. 상상만 해도 얼굴이 뜨거워졌다.“알겠어. 그럼 욕조까지만 데려 줄게. 다 끝나면 전화해.”성도윤이 한발 물러나며 휴대폰을 욕조 옆 선반에 올려놨다.“여기 핸드폰 놔뒀어. 손만 뻗으면 닿을 거야.”“알았어요. 그러니까 이제 제발 가요!”차설아가 손을 휘저으며 성도윤을 재촉했다.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 후, 차설아는 그가 정말 나갔다고 확신하고서야 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했다.차설아는 원래 몸매가 좋은 편이었다. 곡선이 부드럽게 이어졌고 피부는 우유처럼 부드럽고 하얬다. 실루엣만 봐도 누구든 넋을 놓을 정도였다.그런데, 옷을 벗다가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거칠고 낮은 숨소리가 문가에서 들려오자 차설아는 순간 얼굴이 새빨개졌다.“도윤 씨, 변태예요?!”“들켰네.”성도윤의 목소리가 낮고 거칠게 갈라져 있었다. 그는 아쉬운 듯 차설아를 바라보다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불만 지르고... 알겠어, 나 간다.”그는 투덜거리며 재빨리 문을 닫고 나갔다.더 있다가는 차설아가 진짜로 그를 때려눕힐지도 몰랐다.성도윤은 자
“와, 대박! 이런 주제에 감히 남자를 뺏으려고 했다고?”그 여자들은 비웃으며 휴대폰을 꺼내 차설아와 배경윤을 마구 찍어댔다. 조롱과 비아냥이 섞인 웃음소리가 이어졌다.“으...”배경윤은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졌다. 한편으로는 차설아를 보호해야 했고 동시에 그 여자들과 맞서야 해서 허둥지둥했다.“꺼져!”날카롭고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성도윤이 험상꿎은 얼굴로 난동을 부리던 여자 하나를 단숨에 잡아채 거침없이 밀쳐버렸다. “설아야!”그는 온몸에 더러운 물을 뒤집어쓴 채 힘없이 서 있는 차설아의 모습을 보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주저 없이 배경윤을 밀어내고 차설아를 와락 끌어안았다.“도윤 씨?”차설아가 손을 더듬어 그의 손을 잡았다가 순간 움찔하며 한 발짝 물러났다.“가까이 오지 마요. 나 더러워요.”“상관없어.”성도윤은 단호하게 대답하며 그녀를 다시 품에 안아 두 손을 꼭 쥐고는 후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 너무 늦게 왔지. 혼자 두지 말았어야 했는데... 정말 미안해.”그 모습을 본 여자들은 겁에 질려 황급히 도망쳤다.하지만 이 장면은 누군가에 의해 영상으로 찍혀 인터넷에 퍼졌고 각종 편집과 조롱으로 도배되었다.온라인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세상에 공평한 법은 있구나. 이게 바로 업보지!][아무리 그래도 팬들이 너무 폭력적이야.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그리고 바로 이 영상을 통해 차설아가 실명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한편, 성진의 차 안.성진은 무료한 듯 핸드폰을 스크롤내리며 영상을 보고 있었다.최근 권력 싸움에서 그는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허전했다. 승리를 코앞에 두고도 전혀 기쁘지 않았다.그러다 우연히 영상 속 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선글라스를 낀 채, 온몸에 오물을 뒤집어쓰고 초라하게 서 있는 차설아.그 순간, 그의 심장이 조여들었다.“설아의 눈이...”모든 게 퍼즐처럼 맞춰졌다.그가 가지고 있는 이 눈은 바로 차설아가 준 것이었다.여러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