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차설아는 서로 밀치는 게 싫어 억지로 목걸이를 받았다.그녀는 바닥에 넘어진 허청하에게 손을 내밀고는 어쩔 수 없는 듯이 말했다.“알겠어요. 목걸이는 받을게요. 하지만 청하 씨가 말했어요, 어떻게 하든 내 마음이라고. 이따가 바로 쓰레기통에 버릴 거예요.”허청하는 화를 내기는커녕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버려요. 난 아까워서 버리지도 못하겠던데요. 그러니까 설아 씨가 대신 버려줘요... 아까 말했듯이 설아 씨한테 지는 거면 깔끔하게 인정할게요.”그 말을 들은 차설아는 어안이 벙벙했다.‘이상하단 말이야. 두 사람 야간도주를 꾸미던 거 아니었어? 왜 갑자기 날 끌어들이는데? 나한테 진다는 건 또 무슨 말이야?’하지만 그녀는 허청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그녀는 신부로서 도주를 할지 아니면 예정대로 식을 치를지 알아서 할 테니까. 너무 많은 걸 물어보면 오히려 신경 쓰이는 티가 날 것이다.‘쳇! 나 하나도 신경 안 쓰인다고!’해질녘이 다가오자 해가 조금씩 지고, 바닷물과 하늘은 주황빛으로 물들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푸른 지붕의 하얀 성당은 사방이 유리 벽으로 되어 성당 안에 있어도 이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고 낭만은 극에 달했다.이때, 종은 ‘쨍그랑’ 몇 번 울리더니 곧 결혼식이 시작될 예정이었다.목사는 손에 십자가를 들고 이미 준비를 마쳤고 하객들도 차례차례 자리에 앉아 신랑 신부가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자리를 안배한 사람이 차설아와 원한이 있는지, 그녀가 성도윤과 이혼한 걸 분명 알면서도 그녀를 성도윤의 옆자리에 앉혔다.더 화가 나는 것은, 그녀의 오른쪽에 성도윤이 앉은 것도 모자라, 왼쪽에는 오랜 원수인 소이서가 앉았다. 좌우로 원수들이 앉았으니 그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오른쪽에 앉아 있는 빙산같이 차가운 얼굴을 보고, 또 왼쪽에 앉아 있는 전 시누이를 보더니 그녀는 당장이라도 자리를 바꾸고 싶었지만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할 때, 목사는 신랑 강진우의 입장을 알렸다.그래서 그녀는 어쩔 수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목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목을 가다듬고는 다시 한번 말했다.“인생의 파트너는 항상 늦게 오는 법이죠. 하지만 기다릴 가치가 충분히 있을 것이니 다시 한번 신부 허청하 양을 모시겠습니다!”음악이 다시 흘러나왔다.하지만 음악이 끝날 때까지 허청하의 모습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양가 부모님은 다급한 마음에 상황을 알아보러 사람을 보냈다.하객석에서도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했고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되었다.차설아는 팔꿈치를 성도윤을 툭툭 치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당신 짓이야? 신부를 어디에 숨겼어?”어두운 얼굴색을 보인 성도윤은 차갑게 말했다.“혀가 잘려 나간 걸 보기 싫으면 입 다물어.”“...”차설아는 마른침을 삼키면서 바로 입을 꾹 다물었다.‘아니면 아닌 거지. 왜 그렇게 화를 내? 쪼잔한 사람 아니랄까 봐!’사도현이야말로 가장 마음이 다급한 사람이었다. 그는 무대로 뛰어가더니 사람들을 진정시켰다.“다들 진정하세요. 진우 형이랑 청하 누나는 정말 서로를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그래서 분명 결혼식을 색다른 방식으로 꾸몄을 테니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사도현은 허청하를 오랫동안 짝사랑했기 때문에 그녀에게 충성을 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결혼식의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 바삐 움직였는데 그가 오랫동안 짝사랑했던 사람이 좋은 사람과 원만한 결혼식을 치르는 걸 바랄 뿐이었다.갑작스런 상황에 사도현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괜스레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잔뜩 흥분한 사도현과는 달리 가장 급해야 할 신랑 강진우는 오히려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그는 점잖은 얼굴로 제자리에 서 있었고 온화한 얼굴에는 별 표정이 없었다.마치 이 일이 그와 아무 상관이 없듯이 말이다.“큰일 났어요. 허청하 씨가 사라졌어요. 휴게실에는 웨딩드레스만 남아있어요!”곧 누군가가 소식을 전했다.“사라졌다고?”사도현은 소식을 전한 사람의 옷깃을 덥석 잡더니 분노의 얼굴로 말했다.“헛소문 내지 마. 청하 누나가
그 말은 일파만파를 일으켰고 사람들은 방금 말을 한 사람에게 시선을 돌렸다.그 사람은 다름 아닌 떠오르는 여배우, 지난번의 골든 피쉬 여우 주연상의 수여자 조여빈이었다.조여빈은 소이서의 옆자리, 즉 성도윤과 차설아 두 사람과 같은 줄에 앉아 있었다.그녀는 줄곧 소리 내지 않고 조용히 성도윤과 차설아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다.다른 사람이라면 성도윤과 차설아가 서로 원수처럼 보이겠지만, 조여빈은 배우로서 날카롭게 두 사람의 수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성도윤과 차설아는 분명 심상치 않은 사이이고, 서로 질투심에 티격태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봤다.그녀는 질투심에 반드시 차설아를 쓰러뜨리고 말겠다는 생각을 굳혔다!사도현은 빠르게 조여빈의 앞으로 걸어가더니 다급하게 물었다.“그게 무슨 소리죠? 신부가 어디로 갔는지 알고 있어요?”“허청하 씨가 정확히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지만 허청하 씨의 실종이 누구와 관계되는지는 알 것 같아요...”조여빈은 역시 배우였다. 우수에 찬 아름다운 얼굴로 차설아를 힐끔 보더니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눈빛을 따라 차설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차설아는 흥미진진하게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니 놀라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뭐예요? 왜 다 저를 보는 거예요?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조여빈이 말했다.“차설아 씨, 연기 그만하시죠. 아까 허청하 씨랑 싸우고 있는 걸 휴대폰으로 똑똑히 찍었거든요...”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현장은 이내 다시 떠들썩해졌다.사도현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조여빈을 보며 재촉했다.“증거 있나요? 일분일초 다급한 상황이에요. 만약 신부에게 정말 무슨 일이 생긴 거라면 지금이라도 구하러 가야 한다고요!”역시 그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허청하는 분명 사고를 당해 갑자기 사라지게 된 것이다...차설아는 갑자기 누명을 쓰게 되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지만 그녀는 침착하게 조여빈을 향해 말했다.“맞아요, 증거가 있으면 꺼내봐
소이서의 말은 차설아를 지지하던 사람들도 모두 등 돌리게 했다.차설아는 갑자기 모든 사람의 타깃으로 되었다.성도윤과 강진우를 뺀 모든 사람들은 그녀를 악독하다며 손가락질을 하고 있었다.“다 조용히 하세요!”강진우는 모처럼 진지한 얼굴을 드러내고는 천천히 차설아 앞으로 다가갔다.그는 허청하에게 줄 반지를 꺼내 성도윤에게 건네고는 말했다.“도윤아, 이 반지를 설아 씨한테 끼워줘.”성도윤은 워낙 똑똑했기에 곧바로 강진우의 뜻을 알아채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차설아의 손을 잡고는 반지를 그녀의 약지에 끼우려고 했다.차설아는 긴장한 마음에 뒷걸음질을 치며 말했다.“지금 뭐 하는 거야? 반지를 함부로 끼면 안 돼. 얼른 가져가!”“껴!”성도윤이 단호하게 말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충돌이 있는 것처럼 서로 밀고 당기기 시작했다.“땡땡땡.”길시의 종소리가 울렸고 노을은 해면에 더 번지더니 성당에는 예언이 울리기 시작했다...해질녘에 두 남녀가 반지를 서로 끼워준다면 두 사람은 바다의 여신의 축복을 받아 서로를 영원히 떠나지 않고 백년해로한다고 한다.성도윤은 성공적으로 반지를 차설아의 약지에 끼웠고, 차설아는 너무 힘을 준 나머지 성도윤을 멀리 밀어버렸다.성도윤은 여세를 몰아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고, 강진우는 이 순간을 즉시 휴대폰으로 촬영했다.그가 찍은 사진은 충분히 차설아와 허청하가 서로 밀고 당기는 상황을 설명할 수 있었다. 또 차설아의 말이 완전히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여러분들도 보셨듯이, 두 사람이 꼭 충돌이 있어야만 서로 밀고 당기는 것은 아닙니다. 정말 차설아 씨의 말대로 본인이 목걸이를 사양했을 수도 있고요. 그래서 차설아 씨의 말이 꼭 거짓말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강진우가 사람들을 향해 설명하면서 차설아의 편을 들어줬다.차설아는 그제야 두 사람의 정성을 깨닫고는 감격스러운 얼굴로 성도윤을 바라봤지만 차마 감사의 인사를 전할 수는 없었다.성도윤은 도도한 표정을 짓고
사람들은 모두 시선을 스태프한테 옮겼다.남자는 땀을 뻘뻘 흘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성인리... 성인리 쪽의 절벽에 허청하 님의 신발이 있습니다. 아마 허청하 님이 바다에 빠진 것 같습니다!”성인리는 이 구역의 유명한 곳이었다. C자형 절벽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지세가 높고 험난했다.“바다에 떨어졌다고요?”사도현은 다급한 마음에 소리를 질렀다.“청하 누나는 수영을 할 줄 모른단 말이에요. 얼른 사람 구하러 가요.”그는 앞장서서 달려 나갔고, 강진우와 성도윤은 그 뒤를 따랐다.차설아가 흠칫하고는 호기심 많은 하객들과 함께 따라갔다.성인리의 바닷물은 비교적 잔잔했다.해는 이미 뉘엿뉘엿 졌기 때문에 날은 점점 어두워졌고 그들은 허청하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차설아는 벼랑 끝에 가지런히 놓인 웨딩화를 보고는 추측하기 시작했다.“혹시 허청하 씨가 하이힐 때문에 힘들어해서 일부러 벗어둔 건 아닐까요? 아직 이 주위에 있을 수도 있잖아요.”“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조여빈은 작정하고 차설아를 물고 늘어졌다.“모두들 알다시피 허청하 씨는 사리가 밝은 사람입니다. 본인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는 게 말이 돼요? 사람들이 자기를 기다리는 걸 뻔히 알면서도 주위를 돌아볼 마음이 있을까요? 정말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오히려 차설아 씨가 도둑이 제 발 저려 시간을 끌려고 하는 게 아닌가요? 우리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린 후에 차마 입밖에 내뱉을 수 없는 이상한 짓을 하려는 게 아닐까요?”“차설아 씨가 허청하 씨를 절벽으로 밀어낸 건 아닌가요? 허청하 씨에게 무슨 사고가 났다면 당신은 가장 혐의가 큰 용의자예요!”조여빈의 말은 일파만파를 일으켰다.“맞아요! 저 사람일 거예요!”허청하의 어머니는 눈이 빨개진 채 차설아에게 달려들고는 그녀를 마구 두드리기 시작했다.“이 악독한 년, 왜 우리 딸을 해치려는 거야? 우리 딸 돌려내!”차설아는 충분히 그녀의 애타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 화를 내지도 않고 반격하지도 않았다. 그저 어쩔 수 없는
“4년 동안 결혼생활을 보냈는데 어떻게 아무 상관이 없겠어?”성도윤의 차가운 눈빛에는 단호함이 담겨 있었다.그래서 황당하게 들리는 말도 사람들은 그럴듯하게 받아들였다.성도윤의 뒤에 선 차설아는 마음이 착잡했다.그녀는 성도윤이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녀의 편을 들어줄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가 이런 말을 할 줄은 더더욱 생각지 못했다.‘나한테 차갑고 매정하게 굴던 사람이 누군데? 4년 동안 결혼생활을 가장 하찮게 여기는 사람이 누군데? 이제 와서 왜 이런 말을 하는 거야?’강진우가 입을 열었다.“도윤이 말이 맞아요. 지금 설아 씨가 청하를 바다에 밀어 넣었다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어요. 함부로 추측하지 말자고요. 폭력을 쓰면 더더욱 안 되고요. 이럴 시간 있으면 따로 움직여서 바다를 따라 찾아보는 건 어때요?”사람들은 그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저마다 바다를 따라 허청하의 이름을 부르면서 그녀를 찾기 시작했다.성도윤도 따라나섰고 차설아는 조용히 그의 뒤를 따랐다.방금 성도윤의 도움에 감동하여 차설아는 기회를 봐서 그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하지만 성도윤은 허청하를 많이 걱정한 듯했다. 발걸음은 조급했고 애타는 표정으로 찾고 있었다.역시 허청하는 그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사람이다. 아무리 결혼식을 망치지 않았다고 해서 허청하를 완전히 내려놓은 건 아닌 듯했다.“그게, 도윤 씨...”차설아는 발걸음을 재촉하며 남자와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지금의 성도윤은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그냥 빨리 허청하를 찾고 싶었기에 차설아에게 귀찮은 듯이 차갑게 대답했다.“무슨 일인데?”그의 차가운 목소리에 차설아는 몸 둘 바를 몰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 편을 들어줘 고마워.”“고마워할 것 없어.”성도윤은 바다를 샅샅이 뒤지고 있어 차설아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만약 정말 당신이 한 짓이라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차설아의 얼굴색은 한껏 어두워졌고, 마음도 씁쓸해졌다.‘
하지만 차설아가 아무리 불러도 성도윤은 전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성도윤, 그렇게 죽으려고 작정했으면 나도 안 말리겠어. 당신이 죽는다면 절대 당신을 위해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거야!”차설아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한편으로는 남자가 걱정되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충동적인 행동 때문에 화가 났기 때문이다.‘성도윤, 이 세상에 정말 미련이 안 남는 거야? 첫사랑이 모든 걸 포기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해?’차설아는 그제야 깨달았다. 그녀가 알고 있던 차갑던 남자는 사실 뜨거운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다만 성도윤의 뜨거운 사랑은 모두 허청하에게 주어졌을 뿐, 그녀는 바랄 수도 없었다.성도윤은 워낙 수영을 잘했기에 곧바로 허청하가 있는 곳까지 갈 수 있었다. 그는 길 팔로 허청하를 잡고는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두 사람은 곧 얕은 곳까지 오게 되었는데, 갑자기 큰 파도가 치더니 성도윤과 허청하는 또다시 파도에 휩쓸렸다. 어디에서도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상황은 매우 위급해졌다.“안돼!”차설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머릿속이 하얘졌는데 본능적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소리치기 시작했다.강진우와 사도현, 그리고 그들을 뒤따른 사람들까지 거센 파도를 보더니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췄다...“왜 아직도 멍하니 서 있어요? 얼른 가서 사람 구해야죠. 도윤 씨랑 청하 씨 모두 파도에 휩쓸려 가게 생겼어요!”차설아는 다급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지금처럼 절망적인 순간을 전혀 느껴보지 못했다.뱃속의 두 아이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진작 바다로 뛰어들어 사람을 구하러 갔을 것이다.사도현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바다에 뛰어들려고 했는데 강진우는 그를 말렸다.그는 세 사람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맏형으로서 가장 이성적이었다.그는 엄숙한 표정으로 사도현에게 말했다.“파도가 너무 거세서 들어가지 않는 게 좋겠어. 전문 구조대가 이미 출동했으니 우리는 우리 자신부터 보호하자고. 바닷가에서 차분히 기다리자.”“차분히 못 있겠다고!”사도
두 사람은 안전하게 바닷가에 도착했다.강진우가 천천히 그녀를 내려주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까는 죄송했어요. 저도 너무 다급한 나머지 실례를 했네요. 제수씨가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요.”“괜찮아요, 오히려 제가 고맙죠. 아까는 제가 너무 흥분했어요.”차설아도 진정을 되찾았다. 방금 자신의 행동이 너무 성급했고 선을 넘었다는 걸 깨달았다.막말로 성도윤과 전남편이 죽든 살든 그녀와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하지만 정신을 차려서도 차설아는 바닷가에 서서 두 손을 가슴에 두른 채 조용히 해면을 바라봤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저도 모르게 성도윤을 응원하고 있었다.‘돌아와, 성도윤 돌아오라고. 두 아이를 위해서라도 제발 꼭 돌아와.’그리고 텔레파시가 통한 듯 기적이 일어나게 되었다.이미 사라진 성도윤은 뛰어난 수영 기술로 파도를 헤치고 헤엄쳐 돌아왔다!“돌아왔어! 돌아왔어요!”사람들은 기쁜 마음에 얼른 앞으로 나가 그들을 맞이했다.이때 이미 기진맥진해 있던 성도윤은 허청하를 강진우와 사도현에게 넘기고는 땀을 뻘뻘 흘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딸아, 우리 예쁜 딸아. 왜 이렇게 됐어? 엄마 아빠 놀라게 하지 마!”허청하의 어머니는 울부짖으면서 허청하를 구하는 데 모든 신경을 썼다.차설아는 성도윤 앞에 다가가고는 애써 희열의 눈물을 삼키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다.“어머, 성도윤은 역시 다르네. 깊은 구역까지 수영해 갈 수 있다니. 상어가 배고플지 걱정되었어? 상이 먹이로 자진하게? 이런 희생정신이 어디 또 있어? 정말 하늘도 감동하겠어!”“...”성도윤은 너무 힘이 든 나머지 차설아와 말할 기운도 없었다.그는 그저 석양에 비친 차설아의 얼굴이 너무 귀여워 보이기만 했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듯 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도윤 씨 그렇게 사람 돕는 걸 좋아하니 훈남 오빠라고 불러도 되겠어!”차설아는 이러쿵저러쿵 시시콜콜한 말만 하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이 말했다.“훈남 오빠, 어때? 더 버틸 수 있겠어? 의사 불러줄까?”성도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