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차설아는 헛기침을 하더니 흥미 없는 듯이 말했다.“나 춤에는 관심이 없어.”잘생긴 성지훈의 얼굴에는 의미심장한 미소가 담겼다. 그는 차설아의 눈을 똑바로 보며 물었다.“관심이 없는 거예요? 아니면 그럴 엄두가 안 나는 거예요?”“웃겨, 내가 엄두가 안 날 게 뭐가 있어?”차설아는 괜히 센 척하며 말했지만 사실 이 말을 할 때 성지훈의 눈도 똑바로 보지 못할 만큼 뒤가 켕겼다.왜인지 성지훈은 성도윤과 너무도 비슷한 두 눈을 가지고 있었다. 날카로운 눈빛은 그녀의 마음속 모든 비밀을 꿰뚫고 있는 것 같았다.사실 차설아는 성도윤과 다른 여자가 춤을 추고 있다는 사실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는 그저 괜찮은 척할 뿐이었다!하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끝내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연기를 이어나가지 못했다. 성도윤과 그 여자애가 담소를 나누는 모습에 그녀는 결국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그래서 게임에 집중을 못 했고 아쉽게도 같은 팀원에게 게임의 패배를 안겨줬다.“엄두가 안 난 게 아니면 나랑 같이 춤 한 번 춰요. 나랑 춤 한 번 추면 많이 여유로워질 것 같은데요?”성지훈은 다시 한번 차설아를 향해 손을 내밀며 러브콜을 보냈다.그는 성도윤의 조카였지만 성도윤보다 겨우 한, 두 살 어렸다.어려서부터 비교적 개방적인 해외에서 살아왔던지라 자유로운 삶을 추구해왔고, 그래서인지 삼촌인 성도윤보다 더 평온하고 차분해 보였다.“그게...”차설아는 어금니를 깨물며 고민에 빠졌다.‘춤을 추러 가자니 너무 질투를 유발하는 것 같고, 말자니 너무 겁쟁이처럼 보일 거 아니야?’배경수도 알아차리게 되었다, 보스는 아직 빙산처럼 차가운 성도윤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지 못했다는 것을.아니면 가장 잘하는 게임에서 절대 당황해하면서 실수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을 것이다.‘성도윤 저 녀석도 참. 전처가 있는 걸 알면서도 다른 여자랑 신나게 춤을 추고 있어? 이거 명백한 도발 아니야? 안돼. 보스를 지키는 기사로서 나는 절대 보스가 지는 꼴을
차설아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서고는 왕이 왕비를 고르듯이 배경수의 얼굴을 만지더니 또 성지훈의 머리를 툭툭 치며 입꼬리를 올렸다.“두 사람 모두 마음에 드는구나. 하나는 해맑은 매력을 가지고 있고, 다른 하나는 깊고 매력 있는 눈망울을 가졌으니 참으로 보기 좋구나. 걱정하지 말거라, 두 사람 모두 예뻐해 줄 테니...”“그럼 나 먼저 지훈이랑 춤추고 올게. 일부러 멀리서 와줬잖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되겠지. 경수, 얌전히 누나 기다리고 있어!”배경수는 질투가 나고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그는 결국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어, 그럼 보스는 먼저 가짜 성도윤이랑 몸을 풀고 있어. 이제 중요한 순간에 내가 다시 등장하면 되지.”“음, 착하지!”차설아가 흐뭇하게 웃고는 배경수의 얼굴을 또 한 번 어루만졌다. 동시에 성지훈의 손을 잡으며 남자의 손에 이끌려 당당하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그 모습을 지켜본 클럽의 다른 여자들은 두 손으로 얼굴을 치켜들고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저 여자 너무 대단한 거 아니야? 잘생긴 남자에 둘러싸였잖아. 얼마나 행복하겠어.”“어떻게 남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거야? 집에 돈이 엄청 많은 거 아니야? 아니면 전생에 우주를 구했나?”맞은편에 앉은 강진우와 사도현도 이 광경을 보고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흥, 내가 그럴 줄 알았어. 겉으로 보인 것처럼 절대 순진한 여자는 아니라니까. 얼마나 남자를 꼬시는 방법이 많다고. 배경수랑 Y씨가 다 만만한 사람들이야? 그런 두 사람의 마음을 홀렸으니 순진한 도윤 형이 어떻게 저런 여자를 상대할 수 있겠어?”사도현은 성도윤이 그저 불쌍하게만 느껴졌다.강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술을 들이켰다.“이제 도윤이가 꽤 스트레스 받겠는걸?”차설아와 성지훈이 춤을 추기 시작할 때, 불빛은 마침 그들에게 향했고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집중되었다.하지만 어색하게도 성도윤과 윤설은 바로 그들 옆에 서 있었고, 그들
차설아가 고개를 숙여보니 자신의 발바닥이 성지훈을 발등을 꾹 찍어누르고 있었다. 그녀는 당황한 나머지 연신 사과를 했다.“미안, 방금 딴생각하느라.”성지훈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랑 춤을 추고 있는데 무슨 딴생각을 해? 나한테 집중했어야지.”그 말을 들은 차설아는 화가 치밀어 올라 또다시 성지훈을 힘껏 밟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너 왜 이래? 왜 자꾸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더 난처해지길 바라는 거야?”‘누가 봐도 뻔한 일을 왜 자꾸 물어? 당연히 성도윤이 신경 쓰여 몰래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은 걸 몰라서 묻나?’이때, 음악이 끝나고 불빛이 어두워졌다.성지훈은 갑자기 차설아의 허리에 올린 손을 내려놓고는 높지도 낮지도 않은, 딱 성도윤이 들을 수 있을 만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 호흡이 안 맞아서야. 파트너를 한 번 바꾸는 건 어때요?”“뭐야? 왜 갑자기 파트너를 바꾸겠대?”차설아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성지훈은 윤설에게 걸어가더니 윤설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저랑 같이 춤 한 번 추실래요?”“그게...”윤설은 어색해서 볼이 발그레해졌다.그녀는 성도윤과 비슷한 얼굴의 성지훈을 보더니 부끄러워 어찌할 바를 몰랐다.두 사람은 모두 잘생긴 얼굴을 가졌고, 각자 다른 매력이 있었으니 선택하기 쉽진 않았다.클럽 여자들의 부러움의 대상은 순식간에 차설아에서 윤설로 바뀌었다.이때 성도윤이 입을 열었다.“파트너를 바꾸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그러고는 윤설의 손을 놓더니 곧바로 차설아를 향해 걸어갔다.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차설아를 바라보며 카리스마 있게 말했다.“같이 춤 추자.”차설아는 거절하고 싶었지만 남자의 내민 손을 보고는 귀신에 홀리듯 저도 모르게 손을 얹었다.이번의 선곡은 자유로운 왈츠였다.차설아는 왈츠라면 자신 있었기에 곧바로 허리를 곧게 펴고는 여유롭게 성도윤과 춤을 추기 시작했다.사실 두 사람이 왈츠를 추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비록 서로 눈에 거슬렸지만 호흡 척척 춤을 잘 췄고, 멀리서 보
차설아는 남자의 날카로운 눈빛을 애써 피하더니 얼굴이 빨개졌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도 몰랐다.성도윤은 공격을 퍼붓는 맹수처럼 밀어붙였다.“대답 안 하면 그렇다는 걸로 알고 있을게. 역시 아직 나한테 마음이 있었구나? 아직도 나 때문에 괴로운 거 맞지?”차설아는 머리가 하얘졌는데 몇 번이나 스텝이 꼬여 성도윤의 발을 밟았다.‘나 왜 이렇게 찌질하지? 정말 못났어!’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마시고는 뾰족하고 앙증맞은 턱을 치켜들며 용감하게 남자와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정말 자기애가 넘치는구먼. 난 당신한테 마음이 있은 적도 없어, 그러니까 당신 때문에 괴로울 일도 없겠지.”“아닌척하긴...”성도윤은 살짝 고개를 숙이더니 입술을 차설아의 귓가에 가까이 대고는 자신 있게 말했다.“당신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당신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겠지.”차설아의 얼굴은 점점 더 빨개졌고 재빨리 부인하려고 했다.하지만 음악은 이때 멈췄다.성도윤은 갑자기 열정이 식어버린 듯이 차설아를 놓아주고는 평소 차갑던 모습으로 돌아왔다.두 사람은 방금까지 찰싹 붙은 파트너였지만 지금은 서로 모르는 사이인 것처럼 거리를 두고 있었다.그리고 차설아를 가장 화나게 만든 것은 성도윤은 또다시 윤설을 찾아가 모처럼 요청의 의미로 손을 내밀었다.“같이 술 한잔할래요?”윤설은 방금 성지훈과 춤을 출 때부터 정신을 딴 데 팔았다. 그녀는 온갖 신경을 성도윤과 차설아에게 집중했다.성지훈도 충분히 매력 있었지만 그녀는 성도윤이 더 마음에 들었다. 그에게 첫눈에 반한 설렘을 느꼈다.윤설은 이대로 성도윤과 끝내기 싫어 마음속으로 계속 성도윤과 더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랐다.그래서 성도윤의 말을 들은 그녀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기쁜 마음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럼요, 저야 영광이죠.”그렇게 두 사람은 차설아가 보는 앞에서 나란히 자리를 떴다. 성도윤은 차설아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차설아의 가슴은 비수에
차설아는 숨을 죽였다. 혹여나 배경수가 정말 이성을 잃어 성도윤을 한 대 칠까 봐 무서웠다.보는 눈도 많고, 두 사람은 명문 가문의 도련님이었으니 만약 소문이라도 나면 두 가문에게 좋을 것 없었다.차설아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배경수를 끌어오고 싶었는데 배경윤이 그녀를 말렸다.“걱정하지 마, 언니. 오빠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 그런 충동적인 일은 절대 하지 않을 테니 재밌는 구경이나 하자고.”“그렇긴 해!”차설아는 그제야 한숨을 돌리고는 자리에 앉았다.배경수는 유명한 배씨 가문의 도련님이자 해안시에서도 영리하기로 소문나 여우라는 별명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많은 거물까지 그에게 당한 적이 있으니 그는 절대로 제멋대로 행동할 사람이 아니었다, 손해는 더더욱 보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점점 가까이 오는 배경수를 본 성도윤의 표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를 투명 인간 취급하며 덤덤한 얼굴을 보였다.사도현은 워낙 거침없는 성격이라 바로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호시탐탐 배경수를 노려보며 불친절하게 말했다.“무슨 일 있어요?”배경수가 씩 웃더니 살갑게 말했다.“형님들, 긴장하지 마시고. 저는 악의가 없습니다. 오히려 후배로서 항상 형님들을 우러러보는 존재였지요. 오늘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같이 술 한잔하고 친해지는 건 어떤가요?”사도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가차 없이 거절했다.“누가 당신 형님이야? 당신보다 나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그렇게 부르면 사람들이 나 늙었다고 오해한다고.”사도현과 달리 강진우는 훨씬 우호적인 태도를 선보였다. 그는 옆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배씨 가문의 도련님으로 참 유명하죠. 최근 몇 년 동안 배씨 가문을 잘 이끌어나갔잖아요. 아버지도 줄곧 경수 씨를 칭찬하셨고, 저도 진작 뵙고 싶었어요. 얼른 앉아요.”“진우 형님, 감사합니다. 그럼 사양하지 않고 자리에 앉겠습니다.”배경수는 술병을 든 채 바로 성도윤의 옆에 있는 빈자리에 앉았다.분위기는 삽시에 어색해졌다.차설아는 성도윤와 이혼한 뒤로 배경수와 가까운
배경수는 두 잔을 들고 잔 안에 술을 가득 담았다. 한 잔은 자기가 들고 다른 한 잔은 성도윤에게 넘기며 말했다.“선배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하러 왔습니다. 설아 누님을 놓아줘서 감사합니다. 이제 자유를 회복하고 환골탈태한 것처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거든요. 더 당당하고 능력 좋은 여자로 말이에요. 그만큼 접할 수 있는 세상도 더 넓어졌고요. 이 모든 게 다 선배님 덕분입니다!”배경수가 말하고는 고개를 들어 술을 쭉 들이켰다.그의 말은 형식적이 아닌 진심이 우러나온 듯했다.성도윤이 계속 차설아의 가슴에 못을 박는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차설아는 이혼까지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까지 집에 틀어박혀 있으면서 온갖 수모와 미움을 받는 성씨 가문의 며느리로 살아갔을 지도 모른다!성도윤은 배경수가 건넨 술을 보고, 또 방금 배경수가 한 말을 들으니 마음이 복잡해졌다.누가 들어도 배경수가 한 말은 칭찬이 아니었다.하지만 성도윤도 마음속으로는 배경수의 말에 매우 동의하였다.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성도윤은 배경수가 건넨 술을 받고는 씁쓸한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맞아요, 그 사람이 날 떠난 뒤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했더군요. 물고기가 바다로 돌아간 것처럼, 새가 하늘로 돌아간 것처럼 그녀만의 세상을 찾은 것 같더라고요.”“그 사람처럼 재미없는 여자가 성씨 가문의 보호 없이는 아주 힘들게 살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사람을 좋아할 남자도 없다고 생각했죠. 이제 와서 보니...”성도윤은 배경수를 보고는 또 맞은편에 있는 조카 성지훈을 보더니 복잡한 마음으로 웃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생각보다 인기가 참 많네요, 진심으로 그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캑캑!”배경수는 사레들려 하마터면 술을 뱉어낼 뻔했다.매정하고 차갑기만 하던 배경수가 이렇게 인간적인 말을 뱉을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게다가 꽤 진정성 있게 들렸다.오히려 성도윤을 돌려 깠던 그가 속 좁게 보이기도 했다.“하하, 선배님 말씀이 빈틈없네요.
배경수가 차설아한테서 들은 바에 의하면 성도윤은 술을 잘 못 마실뿐더러 게임도 못하는 정도를 뛰어넘었다고 한다.그래서 그는 가장 독한 보드카를 준비하고 성도윤과 게임을 하려고 했다. 그러면 그는 게임에서 져 계속 술을 마시게 될 것이고 추태를 부려 차설아 대신 복수를 성공할 수 있었다.성도윤처럼 도도하고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한 번 도발하면 넘어오기 마련이다.하지만 일은 배경수의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았다.성도윤은 전혀 배경수의 제의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훤칠한 그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강진우와 사도현에게 말했다.“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그리고 또 옆에 앉은 윤설에게 말했다.“나랑 같이 가죠.”“아, 저... 저요?”윤설은 믿을 수 없는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그녀는 평범한 대학생일 뿐이었다. 처음 클럽에 와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영화 같은 스토리가 현실에서 일어나 꿈만 같았다.성도윤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더니 차가운 얼굴을 하고는 긴 다리로 클럽 출구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기... 기다려요!”윤설은 가방을 들고는 용기를 내어 그를 따라갔다.그녀에게 있어서 성도윤은 백마 탄 왕자보다도 더 완벽한 존재였다. 일말의 기회라도 주어진다면 그녀는 최선을 다해 꼭 붙잡을 것이다.그렇게 두 사람은 앞뒤로 자리를 떴고, 이를 본 사람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다.무조건 성도윤의 편을 들어주던 사도현마저 투덜거렸다.“대박, 도윤 형 오늘 술도 안 마셨는데 이게 무슨 상황이지? 정말 저 여자애한테 마음이 있는 거 아니야?”“게다가 저 여자애가 차설아를 닮은 건 사실이잖아. 왜 차설아를 두고 짝퉁이랑 잘해보려는 거야?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강진우는 성도윤과 윤설이 떠난 방향을 보고는 또 맞은편에 있는 차설아를 보더니 흥미로운 듯 미소를 지으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도윤이는 지금 꽤 진지해.”“진지하다고? 저 여자애한테?”사도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단호하게 말했다.“그럴 리는 없어!”강진우가 입꼬리를 씩
성도윤은 차가운 눈빛으로 윤설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윤설도 선 넘은 질문을 한 것 같아 다급히 사과했다.“죄송해요, 제가 너무 주제넘었죠? 이런 질문드리는 게 아니었는데. 하지만 나중에 제가 다시 필요할 때가 생길 것 같아서요. 그래서 말인데... 혹시 전화번호 주시면 안 돼요?”이는 아마 순진하고 보수적인 윤설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 가장 용기 있는 행동일 것이다.성도윤은 조심스러운 여자애의 모습을 보더니 예전의 모든 일에 조심스러워하던 차설아가 생각나 마음이 약해졌다.“휴대폰 이리 줘요.”“네, 네. 알겠어요!”윤설은 얼른 휴대폰을 성도윤에게 건넸다.택시가 앞의 두 사람은 아주 가까이 서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당연히 연인으로 착각할 것이다.같은 시각, 차설아와 배경수 일행이 걸어 나오자 마침 이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차설아의 마음은 비수에 꽂힌 듯 아팠다. 아무것도 못 본 것처럼 자리를 뜨려고 했으나 하필 이때 성도윤이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게 되었다.남자의 눈빛은 평소처럼 차가웠다. 심지어 어색함이나 부끄럼의 감정 없이 거만하기까지 했는데 이는 차설아의 분노를 일으켰다.그녀는 지기 싫어하는 유치한 초딩처럼 배경수의 팔을 꽉 끌어안으며 말했다.“경수, 다음에 어디로 갈까? 저번에 갔던 바다가 보이는 호텔 말이야. 분위기가 좋던데 거기 또 갈래?”“캑캑!”배경수는 당황하더니 꼼짝하지 못했다.‘보스 정말 왜 이러는 거야? 이런 말을 하면 두 사람은 더는 ‘단순한’ 남녀 사이가 아니잖아!’성도윤의 잘생긴 얼굴은 한껏 어두워졌다.그는 보란 듯이 택시 문을 열고는 택시 기사한테 말했다.“성운 호텔이요.”그리고 윤설과 같이 차에 올라탔고, 차는 곧바로 차설아의 앞을 지나갔다.이후에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뻔했다...차설아는 제자리에 서서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점점 멀어져 가는 택시가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기만 했다.배경수는 차설아가 힘들어하는 걸 알고 있어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