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어안이 벙벙한 차설아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그녀가 알고 있는 임채원이라면 결코 양심의 가책으로 고소를 취하하는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그럼 성도윤의 명령으로 고소가 취하되었을 가능성이 아주 높을 것이다. 원래 민이 이모로 그녀를 협박하려고 했던 차갑고 무정한 남자가 왜 먼저 한발 물러선 것일까?설마 어젯밤 바람이 클라우드 스토리지 시스템에 해킹한 일이 성도윤에게 들킨 건 아닐까?그 생각에 차설아는 바로 바람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너머로 바람의 나른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늦잠을 자고 있는 것 같았다.“벌써 나 보고 싶었어, 누나?”“장난치지 말고. 하나 물어볼 거 있어. 어젯밤 네가 클라우드 스토리지 시스템에 해킹한 일을 다른 사람이 알게 된 거 아니야?”“왜 이래? 갑자기 웬 난리야?”“잔말 말고 내 말에 대답해.”“아니야. 들키지 않았어.”바람이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암호 키는 내가 설계한 거야. 내가 일부러 드러내지 않는 한 누구도 이 사실을 알지 못할 거라고.”차설아는 침묵을 지키더니 미간을 구긴 채 생각에 잠겼다.“그래, 알겠어.”“왜 그래? 너...”바람이 뭘 더 물어보려고 했지만 차설아는 이미 전화를 끊었다.“왜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바람은 큰 침대에 누워 있었다. 이불 밖에 놓인 팔뚝 각선미는 완벽에 가까웠다. 웬만한 남자 모델보다 근육이 탄탄했고 멋있어 보였다.그는 입꼬리를 씩 끌어올리며 말했다.“고양이같이 앙칼진 구석이 있는 여자네!”다른 한편, 차설아는 손톱을 깨물면서 자세히 분석하기 시작했다.‘CCTV 화면을 복원했다는 사실이 들키지 않았다면 성도윤은 민이 이모를 놓아줄 이유가 없겠는데, 설마 다른 꿍꿍이가 있나?’“아가씨,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해요. 저는 제가 괜찮을 줄 알았어요, 그러니까 제 일로 전혀 고민할 필요 없어요...”민이 이모의 위로에 차설아는 갑자기 어젯밤 낯선 사람의 말이 생각났다.“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고민이 사라지게 될지 누가 알아요.”정
성대 그룹에 도착한 차설아는 평소처럼 모든 직원의 환대를 받았다.예서는 성도윤의 비서로서, 또 성도윤과 차설아의 1호 커플 팬으로서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적으로 차설아를 안내했다.“사모님, 대표님은 지금 회의 중이시니 먼저 사무실로 가서 기다리시는 건 어때요? 아니면 제가 대표님을 재촉해 드릴까요?”“제가 사무실로 갈게요.”“네, 그럼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예서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대표 사무실은 아무나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사모님인 차설아는 달랐다. 그녀는 그 규칙을 지키지 않아도 되었다.차설아는 성도윤의 사무실에 도착하고는 의자에 풀썩 앉아 좌우로 돌면서 편안함을 느꼈다.그녀는 갑자기 책상 위의 유리 재떨이를 발견했다. 왠지 모르게 익숙하게 느껴졌다.“예서 씨, 이 재떨이 설마... 제가 전에 선물했던 그거예요?”예서는 두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네, 맞습니다, 사모님. 기억력이 좋으시네요. 이 재떨이는 사모님께서 1년 전에 대표님에게 주신 크리스마스 선물이에요. 대표님이 아주 잘 쓰고 계세요.”“그리고 이 다육이도 엄청 좋아하신답니다. 매일 정성으로 가꾸시고, 가끔 사진을 찍기도 하십니다...”“이 키보드도 대표님께서 애용하고 계십니다. 키 캡이 하나 부러졌는데도 아까우신지 바꾸지 않으시고 계십니다!”“설마요.”예서의 말을 들은 차설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대표님처럼 까다로운 사람이 왜 내가 준 걸 좋아하겠어요. 내가 보기에도 엄청 유치한 것들인데, 막 소름이 돋으려고 그래요!”“대표님도 전엔 그다지 좋아하시지 않았어요. 하지만 요즘 들어 자꾸 저희보고 사모님께서 주신 선물을 꺼내보라고 하셨어요. 특히 커피요... 꼭 사모님께서 선물하신 거로만 내오라고 하셔서 저희가 얼마나 고생했는데요. 사모님이 좋으니까 사모님이 주신 선물도 모두 좋으신가 봐요!”“캑캑!”차설아는 하마터면 사레가 들 뻔했다.‘예서 씨, 상상력은 대단하네. 나랑 성도윤은 서로 원수지간이라고 해도 모자랄 판에... 나를
“푸흡!”차설아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다른 사람의 입에서 뱉어낸 말이면 모르겠는데 얼음장처럼 차가운 성도윤에게서 이 말을 들으니 이보다 더 황당한 일은 없을 것이다.“하하하, 대단한 성 대표님한테서 내가 이런 말을 듣다니. 혹시 누구한테 협박당한 거야? 왜 이런 농담을 하는 거지?”성도윤의 잘생긴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그는 입술을 씰룩거리더니 무표정으로 깔깔 웃는 여자를 보며 또박또박 말했다.“뭐가 그렇게 웃겨?”“안 웃겨?”차설아는 겨우 웃음을 거두고는 비꼬며 말했다.“내가 고소를 취하할 수 있도록 정말 별짓을 다 하네. 나랑 4년 동안 부부 사이였으면서 그렇게 나를 몰라?”“듣기 좋은 말 몇 마디 해주면 내가 예전처럼 당신한테 마음이 약해질 줄 알았어? 순순히 당신 말에 따라줄 것 같았냐고?”성도윤의 우스운 생각에 차설아는 고개가 절로 저어졌다.“예전에야 당신이 내 남편이었으니까 모든 걸 당신 뜻에 따랐어. 하지만 지금 당신은 나랑 그 어떤 관계도 없는 전 남편뿐이라고. 당신 요구를 들어줄 의무도 없어. 내가 왜 당신 뜻에 따를 거라고 생각해?”차설아의 말은 비수처럼 성도윤의 마음에 박혔다.크게 상처는 받지 않았지만 왠지 모를 허무함에 그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그는 이제야 알아차린 것 같다, 아주 좋은 여자를 스스로 보내줬다는 것을...성도윤은 깊은 눈망울을 보이더니 피식 코웃음을 치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나 성도윤이 당신 눈에는 그렇게 못난 사람이야?”차설아는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당연하지.”“흥, 아직도 자기가 똑똑한 줄 아나 봐.”성도윤은 날카로운 눈빛을 보이더니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내가 작정하고 임채원을 구하려고 하면 당신은 임채원에게 전혀 손을 쓸 수도 없을 거야. 당신이랑 이렇게 오랫동안 시간을 끈 것도 당신이 화를 좀 풀었으면 해서야. 하지만 지금은... 더는 인내할 수가 없어. 모든 걸 여기서 끝내는 게 좋겠어.”차설아는 본능적으로 그녀가 모르는 일이 있다는 걸 깨닫고는 되물었
깊은 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개인 비행장엔 흰색 비행기 한 대가 멈춰 서 있었다.임채원은 우람한 몸집의 남자들의 호송을 받으며 부들부들 떨면서 비행기에 올랐다.“도윤아, 네가 날 구해줄 줄 알았어!”겁에 질려 있던 임채원은 비행기 안에 앉아있는 남자의 모습을 보고는 감격에 겨워 그에게 달려들었다.하지만 성도윤의 표정은 싸늘했고 심지어 짜증도 섞여 있었다.“오늘 밤, 저 사람들이 널 성안시로 보낼 거야. 거기서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잘 지내고 있어.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외부와 연락하지도 말고.”남자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말을 들은 임채원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도윤아, 그게 무슨 말이야? 날 숨기려고 하는 거야? 그럼 감옥에 가는 것과 뭐가 달라?”성도윤은 별 표정 없이 대답했다.“원하면 감옥에 가도 돼!”“싫어!”임채원은 감정이 격해지더니 억울한 척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도윤아, 도대체 왜 그래? 왜 나한테 그렇게 차갑게 구는 건데?”“내가 억울하다는 걸 너도 알잖아. 나 누명 벗는 걸 도와줘야 하지 않아? 그런데 날 왜 숨기는 거야? 내가 부끄러운 거야? 이러면 나한테 너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아?”“불공평하다고?”성도윤이 차갑게 말했다.“차설아 앞에서 공평을 논하는 게 가장 불공평한 거 아니야?”임채원은 남자의 차가운 태도에 잔뜩 놀라 마른침을 삼키고는 조심스럽게 말했다.“그, 그게 무슨 말이야?”그녀는 이 남자가 예전처럼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넌 우리 형의 아이를 임신했어. 우리 형의 유일한 아이야. 그 아이를 지키기 위해 차설아는 어쩔 수 없이 물러선 것이고.”성도윤은 날카로운 눈빛을 보이더니 일침을 가했다.“넌 그 아이를 방패로 삼아 차설아의 자리를 뺏었어. 넌 그게 공평하다고 생각해?”“나, 그게...”임채원은 고개를 푹 숙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네가 조용히만 있었다면 난 더 따지지도 않았을 거야. 너도 네가 원하는 모든 걸 얻
“뭐? 자살했다고?”차설아는 법원으로 가는 길에 전화로 이 소식을 받고는 충격에 휩싸였다.그녀의 옆에 앉은 성우는 엄숙한 얼굴로 물었다.“무슨 일이 있어요?”“법원 쪽에서 소식이 전해졌는데 임채원이 오늘 새벽에 자살했다고 해요. 시신은 이미 화장했다고 하고요.”“그럴 리가 없어요!”성우가 단호하게 말했다.“임채원 씨는 사건 용의자예요. 아직 판결이 나지도 않았는데 설령 정말 자살했다고 하더라도 법률상 법정 수사 기간이 지나야만 시신을 처리할 수 있어요. 이렇게 빨리 화장할 수 없다고요. 아니면...”“상대가 일부러 시신을 훼손하려는 것 아닐까요? 혹은 임채원 씨를 따로 빼돌렸을 수도 있고요!”“맞아요!”성우는 워낙 많은 형사사건을 처리하다 보니 각종 기괴한 상황에 부딪혔었다. 재판을 앞두고 용의자가 갑자기 ‘자살’하는 상황도 처음 겪는 게 아니었다.차설아는 빠르게 머리를 굴리더니 순식간에 모든 상황을 깨달았다.“흥, 어쩐지. 어제 성도윤이 왜 갑자기 민이 이모를 놓아줬는지 알 것 같네요. 이런 수작을 부리려고 했으니 말이에요.”“솔직히 정말 치사하지 않나요? 변호사를 찾아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칠 것이지,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서 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다니, 정말 못났네요!”차설아는 성도윤이 이렇게 못나 보이긴 처음이었다.그가 임채원과 같은 여우 년을 위해 ‘자살’하는 수법을 생각해 내다니, 체면이고 자존심이고 다 버린 셈이라 차설아는 그런 성도윤이 비겁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보스, 너무 화내지 마세요. 성 대표님도 실력이 딱 거기까지겠죠. 경찰부터 판사까지 누가 감히 성 대표님을 건들 수 있겠어요?”성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두 손을 내밀고는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계속 기소하고 싶다면 보스가 승소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요. 어떻게 할래요?”차설아는 잠깐 고민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필요 없어요!”차설아는 임채원을 골탕 먹이려고 일을 이렇게 크게 벌인 것이었다.임채원은 ‘가짜 죽음’까지 하며 내뺐으니
차설아는 이현 변호사가 오늘 밤 여덟시에 해안시에 도착할 거라는 소식을 들은 후로 줄곧 흥분에 겨워 있었다.‘드디어 이현 변호사를 만날 수 있다니!’성우의 말대로 전 세계에서 민상소송을 가장 잘하는 변호사 중에서도 이현은 탑 5안에 들 것이다.그리고 경영권 변경과 관련된 소송에서 차설아는 마침 이현이 필요했다.이번 소송에서 이기면 그녀는 평생 아이와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이 때문에 차설아는 이혼할 때 유독 법률사무소만 받은 거였다.성우의 말에 의하면 이현은 최근 반년 동안 캘리포니아에서 가족 기업의 유산 쟁탈 사건을 다루고 있었다고 한다. 마침 그녀가 부탁하려는 사건과 유사한 상황이었다.이현은 그 사건에서 승소했고, 차설아도 고지가 바로 눈앞에 와있는 것 같은 안도감이 들었다. 다만 이현이 성우처럼 그녀를 기꺼이 도와줘야 가능한 일이지만 말이다.“성우 씨, 오늘 밤에 이현 변호사를 데리러 갈게요. 어떤 꽃을 좋아해요? 미리 준비해 가려고요.”차설아는 임채원이 가져다준 언짢은 기분을 털어내고 잔뜩 흥분한 채로 성우에게 물었다.“제 기억으로는 이현 누나가 카네이션을 좋아했어요. 특히 보라색 카네이션이요.”성우가 한숨을 푹 쉬고는 차설아를 타일렀다.“보스, 포기하는 게 좋을걸요? 이현 누나 엄청 까다로운 사람이에요. 나처럼 게임 두 판으로 인심을 살 수 있는 쉬운 여자 아니라고요. 아마... 이번에 돌아온 것도 성운 법률사무소와 계약을 해지하려고 온 것일 테니 괜한 노력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그리고 아무리 이현 누나가 도와주려고 한다고 해도 제 분석에 의하면 그 사건은 승소할 확률이 너무 낮아요.”성우가 부정적인 시선으로 차설아의 비즈니스 비전을 바라보는 건 아니었다. 다만 차설아의 욕심이 워낙 컸기에 그녀의 뜻대로 모든 걸 이룬다는 건 매우 어려웠다.“아무리 낮아도 한 번 시도해 봐야죠. 전에 하이 테크 협회 회장 선거에 나갔을 때도 다들 내가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했어요. 그런데 봐봐요...
“싫어해요?”차설아의 손은 허공에 그대로 굳어졌다. 그녀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성우 씨가 그랬어요, 이현 변호사님이 보라색 카네이션을 좋아한다고요. 아마 이현 변호사님을 잘 모르는 것 같으니 제가 돌아가서 제대로 혼내줄게요!”“그럼 이현 변호사님은 어떤 꽃을 좋아해요? 다시 사 올게요...”이현이 선글라스를 고쳐 쓰더니 턱을 치켜들고는 도도하게 말했다.“아니요, 전엔 보라색 카네이션을 좋아했죠. 하지만 당신이 들고 있으니까 싫어졌네요.”“...”이현은 무자비하게 차설아에게 무안을 줬고 이에 차설아는 뻘쭘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다른 사람이 이렇게 무례하게 굴었다면 그녀는 진작 반격했을 것이다.하지만 그 사람이 훌륭한 변호사인 이현이라면 그저 멋지고 카리스마 있단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괜찮아요, 나 싫어해도 돼요. 하지만 꽃은 무슨 죄가 있어요, 꽃을 싫어하지 마요. 이렇게 아름다운 카네이션이 자기가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 엄청 슬퍼할 거예요...”차설아는 창피를 무릅쓰고 큰 카네이션 꽃다발을 다시 이현에게 건넸다.검은 선글라스에 감춰진 이현의 아름다운 눈동자는 복잡한 감정을 드러냈다.한참 후, 그녀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성도윤의 전 와이프가 이렇게 뻔뻔할 줄이야, 거절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내가 분명 싫다고 했잖아요.”“그럼 다시 한번 말할게요. 나는 꽃을 싫어해요, 당신은 더더욱 싫고요. 당신은 지금 나의 일상생활을 방해하고 있어요, 계속 이러면 법적 조치를 취할 겁니다.”이현이 말을 마치고는 하이힐을 신은 채 또각또각 걸어갔다. 마치 도도한 공작새처럼 턱을 치켜들며 차설아의 앞을 지나갔다.차설아는 점점 멀어져 가는 여자의 뒷모습을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다. 화가 나지도 않았고 그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럼 연아는요?”차설아가 갑자기 큰 목소리로 이현에게 물었다.늘씬한 몸매의 이현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는
이현의 얼굴색은 살짝 바뀌더니 곧이어 다시 차갑고 무정한 얼굴을 보였다.“나랑 상관이 없는 사람의 생일 소원을 알게 뭐예요. 이런 꼼수를 부렸다고 나를 매수할 수 있단 생각은 하지 마요.”“그게 아니라.”차설아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한 아이의 엄마로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연아에 대해 궁금한 게 없다고 하더라도 괜찮아요. 궁금해지면 언제든지 나한테 물어요.”여기까지 말한 차설아는 씩 웃더니 눈썹을 치켜들었다.“솔직하게 말할게요. 저는 지금 연아의 가장 가까운 친구예요. 우린 서로 아주 잘 맞는다고요!”“서로 잘 맞는다고요?”순간 이현의 눈에는 부러운 감정이 스쳤다.하지만 곧이어 차가운 눈빛을 보이더니 코웃음을 쳤다.“정말 유치하네요!”차설아는 화를 내기는커녕 이현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그녀는 특별한 수단으로 이현의 알려지지 않은 사생활에 대해 알아냈기 때문이다.6년 전, 이현은 그저 이름 없는 변호사였을 뿐이었다. 그녀에게 소송을 의뢰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생활고에 시달려 항상 배고픈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어려운 생활을 보내던 그때, 그녀에게 갑자기 아이가 찾아왔다. 아무도 아이의 아빠가 누군지는 몰랐다.이현은 혼자 아이를 낳고는 온갖 고생을 하며 아이를 키웠다. 그리고 아이가 한 살이 될 때, 마음을 모질게 먹고는 아이를 부유한 집에 입양을 보내고는 자취를 감췄다...그녀가 다시 돌아올 때는 이미 이현 변호사로 유명해진 뒤였다. 성운 법률사무소 소속으로 성대 그룹을 위해 각종 상업 소송을 진행했고 단 한 번도 패소한 적이 없었다!그래서 그녀와 성도윤의 관계가 보통 아니라고 소문이 나기도 했었다. 어떤 사람들은 심지어 성도윤이 이현을 위해 성운 법률사무소를 열었다고 했다.그럼 성도윤이 이현을 치켜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만약 이현이 성도윤과 잘해보려고 했다면 당연히 아이가 있단 사실을 숨겼을 것이다. 그래서 독하게 마음을 먹고 아이를 입양 보낸 건 아닌지...물론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