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성철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고 장재혁이 뒤따라 들어가 시중을 들었다.“보스,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보스가 없는 동안 저희는 하루도 제대로 잠에 들어본 적이 없었고 수하들을 모아 은산시로 갈 생각이었습니다.”“이런 적이 한두 번도 아닌데 뭘 새삼스럽게 그래.”차성철은 가면과 외투를 벗으며 담담하게 말했고 장재혁은 그것을 받아 옷장에 걸어주었다.“그렇긴 하지만 상대는 성도윤이잖습니까. 만약 작정하고 보스를 죽이려고 했다면 어떡하려고 그러시는 겁니까?”“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내 동생을 봐서라도 날 죽이지는 못할 거야.”차성철은 씩 웃으며 장재혁을 쳐다보았다. 성도윤과 경쟁하면서 어떤 사람인지 철저하게 파악했기에 차설아보다 성도윤을 더 잘 알고 있었다. 적이 아닌 서로를 이기려고 드는 라이벌의 싸움 같았고 그 싸움에서 이기면 가문 전체가 승리했다는 것을 뜻했다.차성철은 돌아가신 부모님이 자신을 지켜줄 거라 믿고 이 싸움에서 이기고 싶었다.“보스 말대로 성도윤 그놈이 아직도 아가씨한테 마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왜 아가씨 말 한마디에 보스를 풀어주고 협력을 제안하겠습니까?”“하, 그놈이 감히 내 동생을 좋아한다고?”차성철은 콧방귀를 뀌었다. 당장 다른 여인과 결혼하게 될 남자가 동생한테 감정이 남아있다는 말에 어이가 없었다.“그것 말고는 보스를 풀어주고 협력을 제안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아직도 모르겠어?”차성철은 창밖을 내다보며 말을 이었다.“성도윤은 사업가이니 감정보다는 이익을 우선시할 거야. 내 동생한테서 얻을만한 것이 있기에 써먹으려고 이 수작을 부리는 거지. 아마 그때랑 똑같은 수법일 거야.”장재혁의 표정이 삽시에 굳었다.“그놈이 보스를 이긴 것도 여인의 마음을 흔들었기 때문이죠. 불쌍한 송지아 씨가...”“닥쳐!”차성철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했다.“그 이름을 입에 올리지 말라고 경고했었지?”“죄... 죄송합니다.”장재혁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보스가 설아 아가씨한테
장재혁은 잔뜩 긴장한 채 팔굽으로 상대를 가격하며 소리를 질렀다.“누구야!”“쉿, 조용히 해. 재혁 씨, 나라고!”차설아는 머쓱하게 웃으며 손을 거두더니 팔굽에 맞은 곳을 매만졌다.“장난 좀 쳐봤는데, 재혁 씨 순발력이 대단하네.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어.”“아가씨인 줄 모르고 실수했어요. 죄송해요!”하늘색 셔츠를 입은 장재혁은 안절부절못하면서 고개를 푹 숙이고 무릎을 꿇으려 했다.“나한테는 안 그래도 된다고 했잖아. 난 오빠랑 다른 거 알면서 왜 그래!”차설아는 굳게 닫힌 차성철의 방문을 힐끔 쳐다보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오빠는 자?”“네, 금방 잠 들었어요.”“재혁 씨, 나랑 야식 먹으러 가자.”“아가씨, 제가 어찌 감히 아가씨와 함께...”“난 오빠랑 다르다니까 그러네? 가자!”장재혁은 차설아한테 끌려가다시피 걷다가 집 근처에 있는 치킨집으로 들어갔다.“사장님, 후라이드치킨이랑 양념치킨 1인분씩 주세요. 아, 맥주는 두 병 주시고요.”차설아는 자리에 앉자마자 주문했고 치킨집 사장은 웃으며 말했다.“네, 얼른 튀겨드릴게요.”이곳은 해안시에서 가장 번화하고 복잡한 곳이라 오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곧 12시가 되는 시간에도 거리는 사람들로 붐볐고 잔을 부딪치는 소리로 들끓어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단정한 차림을 한 장재혁은 쭈뼛거리다가 차설아와 맥주를 마시고 치킨을 먹자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아가씨, 솔직히 말해서 치킨을 먹고 싶은 걸 오랫동안 참아왔어요. 지금까지 성심 전당포 지배인으로서 이미지 관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아가씨 덕분에 치킨을 먹네요.”“재혁 씨, 치킨 좀 먹는다고 해서 살 안 찌니까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해. 오빠가 뭐라 하면 내가 대신 욕해줄게!”“아가씨는 참 좋은 분이세요. 보스랑 쌍둥이인데 성격은 완전히 다른 것 같아요. 보스는 혼자서 너무 많은 걸 짊어져서 안쓰러워요.”장재혁은 고통스러운 지난날들이 떠올랐는지 술을 연거푸 마셨다. 차설아는 장재혁이 천천히 취해가는 모습을 보고
“저는 아무것도 한 게 없어요. 성심 전당포가 잘 된 건 전부 보스 덕분이거든요. 상품 하나 때문에 원수의 차 뒤에 매달려 몇십 미터나 끌리면서도 손을 놓지 않았어요. 저는 잡일이나 했지만 보스는 성심 전당포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이에요.”“맞아. 우리 오빠는 야망이 넘치는 사람이지만 난 먹고 놀기밖에 안 하는 쓰레기지.”“그런 말씀 마세요. 아가씨는 보스랑 다르게 아주 귀하게 자란 분이시잖아요. 아가씨는 어릴 적부터 아무 걱정 없이 지냈겠지만 보스의 양부모님이 욕하고 때리면서 밥도 제대로 주지 않았어요. 유일하게 잘해주는 사람이 여동생이었는데 그분마저...”장재혁은 갑자기 정신을 차리더니 말을 아꼈다.“보스가 극단적인 방법을 쓴다고 해서 너무 미워하지는 말아요. 그렇게 안 하면 아무것도 지킬 수 없어서 그러는 거예요.”“나도 오빠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지. 운명의 장난인지 모르겠지만 결국 오빠랑 다시 만나게 되었고 나는 오빠의 동생으로서 그저 오빠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하지만 재혁 씨도 보다시피 오빠는 원한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성도윤을 찾아가 싸우려고 하잖아. 난 이러다가 오빠가 어떻게 될까 봐 너무 무서워.”차설아는 울적한 표정을 지은 채 술을 한 모금 마셨다.“이번에는 성도윤이 오빠를 놓아주었지만 다음에도 순순히 넘어간다는 보장은 없어. 그래서 두 사람이 원한을 풀고 적이 아닌 친구가 되게끔 이어줄까 해서 그래.”“지금 장난해요?”장재혁은 기가 막힌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보스랑 성도윤 그놈은 원한이 깊어서 당장 죽이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인 줄 알아요. 그런데 원한을 풀고 친구가 되라고요? 이 세상에 두 사람만 남는다 해도 절대 그럴 일 없을 거예요.”“나는 오빠랑 성도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오빠가 그 사람을 미워하는지 모르겠어. 상업 경쟁뿐만 아니라 내가 모르는 일이 있는 거지? 그렇지?”차설아는 직설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어촌 출신인 장재혁과 차성철이 지금까지 함께 하면서 분명 차설아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다
장재혁은 머뭇거리다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아가씨한테만 알려줄게요. 이 세상에서 보스를 관심해 주고 진심으로 행복해지길 바라는 사람은 아가씨밖에 없으니까요. 보스 마음의 응어리가 풀린다면 저를 죽인다 해도 기쁠 거예요.”장재혁이 맥주를 들이키고는 차성철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아가씨도 아시다시피 보스는 어릴 적에 버림받았고 떠돌다가 어촌의 가난한 부부가 입양했어요. 그 부부는 아들 하나, 딸 하나 있었기에 보스를 입양할 조건이 안 되었어요. 어쩔 수 없이 아들로 삼고 키웠지만 보스를 때리고 욕하면서 분풀이하더니 밥도 제대로 주지 않고 힘쓰는 일만 시켰어요.”장재혁도 어촌 출신이라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독자라 먹고 살기에는 충분했다.“보스는 어릴 적부터 재벌 2세처럼 고귀한 외모로 마을 아이들한테 인기가 많았어요. 저도 보스랑 놀려고 찾아갔는데 함께 놀다 보니 형제처럼 지냈고 보스를 위해 집에 있는 반찬을 몰래 가져가서 주었어요.”“재혁 씨는 우리 오빠의 불행한 동년에 비친 한 줄기 빛 같은 존재였을 거야. 어쩐지 두 사람 사이가 각별하다 했어. 정말 고마워...”차설아는 장재혁이 차성철을 구해준 은인이라고 생각했다.“제가 아니라 송지아 씨가 보스한테는 빛 같은 존재였을 거예요. 하지만 구원의 빛이라고 여겼던 그분은 결국 보스 마음의 응어리로 남아 지금까지 괴롭히고 있어요.”장재혁은 송지아의 이름을 말하면서 마음이 복잡해졌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소용돌이쳤다.“송지아?”차설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차성철이 어촌에서 있었던 일들과 병적으로 집착하던 양아버지, 욕만 해대던 양어머니 그리고 매일 피가 터질 때까지 때리던 형을 얘기한 적은 있었지만 송지아에 관한 말은 한 적이 없었다.“송지아 씨는 보스 양부모님의 딸이자 그 시절 유일하게 보스를 가족처럼 여긴 분이에요.”장재혁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송지아 씨는 아담하고 예쁘게 생겨서 웃을 때마다 빛이 나는 것 같았어요. 보스랑
“송지아 씨가 아주 착하고 티 없이 맑은 사람이라 보스는 살아갈 힘이 생겼어요. 어촌을 나갈 수 있었지만 송지아 씨를 위해서 자신의 재능을 감춘 채 가난한 생활을 이어가며 연명했어요.”“나중에는 어떻게 되었기에 오빠가 송지아 씨에 관한 말을 안 하는 거야?”장재혁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비통한 심정을 억누르며 말했다.“그... 보스의 형이 송지아 씨를 때려서 화가 난 보스가 형한테 반격했고 송지아 씨를 데리고 어촌을 빠져나왔어요. 저도 고분고분하게 말을 듣는 성격은 아니라 보스를 따라갔고 우리 세 사람은 아무런 돈도 권력도 없는 채로 길바닥에서 노숙해야 할 신세였어요. 그래서 영흥 부둣가의 잡일을 하면서 번 돈으로 성심 전당포를 창립했죠.”“오빠도 대단하지만 송지아 씨와 재혁 씨도 정말 멋져.”세 나라가 교합하는 무법 지대에서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어린아이들이 어떻게 버텨왔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갖은 고난을 이겨낸 뒤의 성취감은 오로지 세 사람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제일 멋진 분은 보스예요. 잘생겼고 분위기 또한 남달라서 가진 것이 없는 와중에도 보스가 나서면 상황이 달라지거든요. 여고객들은 보스의 미모에 빠져서 가게에 들를 때마다 구매했고 그 덕분에 성심 전당포는 빠른 속도로 발전했어요. 보스는 ‘새벽에 나타나는 킬러’라고 불렸는데 아주 유명했거든요.”장재혁은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말했다.“송지아 씨는 공주처럼 험악한 것과는 일체 단절된 채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나쁜 놈은 단순한 송지아 씨를 타깃으로 삼았죠.”“나쁜 놈이 누군데?”차설아는 육감적으로 누구인지 알 것 같았지만 사실이 아니길 바라며 물었다.“아가씨는 똑똑하시니까 누구인지 아실 거예요.”장재혁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성심 전당포의 규모가 커지면서 성씨 가문의 산업과 충돌이 생긴 부분이 있었는데 마침 성도윤이 가문의 산업을 이어받은 직후였어요. 성도윤은 실적을 내기 위해 성심 전당포를 타깃으로 삼고 무너뜨리려고 작정했고요. 그때부터 두 사람
장재혁은 콧방귀를 뀌더니 입을 열었다.“흥! 그걸 이제야 아신 거예요? 그놈은 겉과 속이 달라서 원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방법 수단을 가리지 않고 순진한 여인을 속이기까지 하는 파렴치한 놈이에요! 지금 자선사업이니 뭐니 하면서 이미지 관리해 봤자 그 사람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고요.”장재혁은 성도윤과 송지아를 증오하면서도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남아있었다. 장재혁은 성도윤에게도 어느 정도 도움을 주었기에 비열한 인간이 달라 보이는 순간마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구원의 빛이 오빠를 찌르는 칼이 되어 돌아온 거네. 송지아 씨의 배신은 오빠한테 큰 상처가 되었으니 성도윤을 그렇게 미워하는 거구나.”차설아는 장재혁이 알려준 이야기를 듣고는 차성철이 왜 차갑고 극단적인 사람으로 변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신념이 깨진 순간, 차성철은 괴물이 되었고 이 모든 것이 송지아와 성도윤과 연관되어 있었다. 차설아는 만약 자신이 금이야 옥이야 하며 보살펴준 사람이 자신의 목을 무는 독뱀으로 변한다면 차성철보다 더 극단적인 방법으로 갈기갈기 찢어 죽일 거라고 생각했다.“송지아 씨가 오빠 마음의 응어리로 남았다면 그 사람을 찾아 원한을 풀면 오빠도 구원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그럼 성도윤과의 싸움도 끝내지 않을까?”“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에요.”장재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저라고 그런 방법을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니라고요. 하지만 아무도 송지아 씨가 어디로 갔는지 몰라요. 보스를 따라 바다에 뛰어들었다는지, 성도윤이 죽였다는지, 비밀리에 팔려 가서 기형적인 공연을 한다는지... 여러 사람을 통해 알아보았지만 떠도는 소문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어요.”“괜찮아, 나한테 좋은 방법이 떠올랐어.”차설아는 차성철이 고통 속에서 빠져나올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었기에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오늘 밤은 어쩐지 쉽게 잠들지 못할 것 같았다.한편, 배경윤을 부축하며 바에서 나온 사도현은 힘에 부쳐 숨을 고르고 있었다.“이거 놔,
“화난 것이 있으면 날 때리고 욕해도 좋으니까 위험하게 길에서 뛰어다니지 마!”사도현은 여인이 인행도로를 향해 달려가 건너려고 하자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이때 길 맞은편에서 순찰하던 순경이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순경님, 저 변태가 저를 만지려고 했어요!”배경윤은 재빨리 순경 곁으로 걸어가 달려오는 사도현을 가리키며 말했다.“배경윤, 장난치지 말고 빨리 와!”사도현은 화가 솟구쳐 올랐고 미간을 찌푸린 채 손을 내밀었다.“나도 참을 만큼 참았어. 그만하고 이리 오라니까?”“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죠?”순경이 배경윤 앞을 막아서며 목청을 높였다.“순경님, 개인적인 일이라 알아서 해결할 테니까 비켜주세요.”사도현은 화를 억누르며 천천히 말했다.“개인적인 일이라고요?”순경은 덜덜 떨고 있는 배경윤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제가 있으니까 두려워하지 말고 대답해 주세요. 두 분 아는 사이예요?”“아니요, 처음 본 사람인데 갑자기 튀어나와서 저를 납치하려고 했어요! 순경님이 아니었다면 저는 잡혀갔을 거예요.”배경윤이 울먹이며 말했다.“이분은 그쪽을 모른다고 하는데요? 저와 함께 경찰서로 가시죠.”순경이 사도현의 손목을 붙잡으려고 하자 사도현의 낯빛이 삽시에 어두워졌고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애도 아니고 다 큰 어른이 왜 이렇게 유치해? 말로 하면 될 문제를 왜 크게 만드냐고!”“순경님, 저를 협박하는 저놈을 얼른 붙잡으세요!”배경윤은 사도현을 괴롭히려고 마음먹었기에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순경은 사도현을 현행범으로 체포했고 수갑을 채운 뒤 경고했다.“일이 더 커지기 전에 조용히 따라오세요.”“순경님, 경윤이가 취해서 막말하는 거예요. 저랑 만나는 사이인데 모순이 생겨서 술을 마시다가 혼자 위험하게 달리는 바람에 제가 걱정되어서 따라온 거고요.”사도현은 어쩔 수 없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커플이라고요? 여자 친구라고 하기에는 그쪽을 많이 무서워하던걸요.”“제 말을 믿어주세요! 질투 나는 상대가 있다면서 저를 괴롭히려고
사도현이 당당하게 대답했다.“당연히 증명할 수 있죠!”“어떻게 할 건데요?”순경은 혹시나 오해일까 봐 사도현한테 증명할 기회를 주었다.“저의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안면 인식으로 잠금을 해제하세요. 그러면 숨겨진 갤러리가 나오는데 보면 아실 거예요.”사도현은 누명을 벗기 위해 알려주었다.“숨겨진 갤러리?”순경뿐만 아니라 배경윤도 궁금했기에 사도현의 휴대폰을 꺼내 안면 인식으로 잠금을 해제하고는 물었다.“숨겨진 갤러리 이름이 뭔데?”“그... ‘하루의 끝에 맛보는 디저트’라는 갤러리가 있는데, 넌 보지 말고 순경님한테 보여드려!”사도현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말했다. 배경윤은 사도현의 말대로 ‘하루의 끝에 맛보는 디저트’를 찾아 클릭했고 사진을 보자마자 얼굴이 붉어지면서 정신이 들었다.“이 사진들 다 뭐야?”배경윤은 사진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제가 확인해 볼게요.”궁금해진 순경이 배경윤한테서 휴대폰을 건네받고는 갤러리 속 사진들을 보더니 입이 귀에 걸렸다.“잘생겨서 여인의 속을 태운 줄 알았는데 한 여인만 바라보는 순애보였군요. 이런 남자 찾기 쉽지 않거든요. 특급 칭찬이라도 해줘야겠는데요?”사도현은 부끄러워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순경님, 감사하지만 저를 먼저 풀어주실 수 있을까요?”“오해해서 죄송해요. 수갑을 풀어드릴게요.”순경은 사도현 팔목에 걸친 수갑을 풀더니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여인은 수학보다 더 어려운 존재라 인내심이 필요해요. 진심으로 사랑해 주고 아껴주며 애정 표현을 많이 해주세요.”순경은 옆에서 눈치만 보고 있는 배경윤을 향해 말했다.“저도 같은 남자라서 아는데, 아가씨는 좋은 남자 친구를 만났네요. 아가씨를 많이 사랑하는 것 같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배경윤은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알려주셔서 고마워요. 저도 이제야 알게 되었어요.”사도현은 팔목을 매만지며 미간을 찌푸렸다. 살면서 창피한 일이 종종 있었지만 오늘보다 더 창피한 적은 없었던 것이다.“그럼 두 분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