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그 사람 찾아갔었어?”“네, 외삼촌이 바쁜 틈을 타서 아빠 회사에 들렀는데 나를 모르는 것 같았어요.”원이는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가장 슬플 때는 이미 지나갔기 때문에 원이는 더는 슬프지 않았고 단지 조금 아쉬울 뿐이었다.“원이, 우리 원이, 많이 속상했지?”차설아는 얼굴을 붉혔고 원이를 품에 안으며 울먹였다.“엄마 잘못이야, 엄마가 너와 달이가 너무 철이 들었다고 생각하고 너희의 느낌을 무시했어. 엄마가 미안해. 엄마는 너와 달이를 절대 떠나지 않을 거야, 절대!”그녀는 원이가 성도윤을 찾아갔다가 외면당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원이의 처지에서 보면 엄마는 보이지 않고 아빠는 그를 무시하는 모습이 마치 전 세계에서 버림받는 것 같지 않았을까?“하지만 아빠의 동생은 어떡해요? 민이 이모가 엄마가 그 사람을 돌보고 있으니 언젠가는 떠날 거라고 했어요, 맞죠?”원이는 차설아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탐색하듯 말했다.“그건 엄마가 방법을 찾아낼 거야. 앞으로 어딜 가든 엄마는 항상 너와 달이를 곁에 둘 거야. 엄마는 영원히 너희를 떠나지 않을 거야.”차설아는 원이를 끌어안고 울먹이며 약속했다.“엄마, 난 엄마 믿어요. 엄마는 나랑 달이를 가장 사랑하잖아요. 엄마는 우리를 떠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아빠는... 이미 나와 달이를 잊은 것 같아요.”“만약 엄마랑 아빠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고 우리도 다시 해바라기 섬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그 사람은 잊어버려, 그냥...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차설아는 눈을 감았고 눈물이 흘러내리도록 내버려 두었는데 마치 자신을 위로하듯 원이를 위로했다.“그래요.”원이는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원이의 마음속 응어리가 마침내 풀렸고 차설아의 말은 그에게 충분한 안정감을 주었다.이 안정감은 아빠가 없는 아쉬움을 충분히 달랠 수 있었다.두 사람은 손을 잡고 전당포에 돌아왔고 차설아는 간단히 저녁을 먹고는 다시 바빠졌다.차성철은 연락이 끊겼고 배경윤은
차설아는 배경윤이 갇힌 구치소를 찾아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얼마면 되죠? 배경윤을 석방하려면요.”책임자는 50대 후반의 소장으로 사건 처리 경험이 풍부하고 온갖 종류의 사람을 다 경험해 보았는데 차설아처럼 돈 많고 거만한 사람은 더욱 흔하게 볼 수 있었다.그는 서류 정리에 골몰하면서 차설아를 외면했다.“이 용의자는 특수한 상황이라 아직은 석방할 수 없으니 이만 돌아가세요.”“사람을 죽였어요, 아니면 불을 질렀어요? 왜 석방할 수 없죠? 자기 보호 차원에서 난동을 부린 사람에게 반격했을 뿐이잖아요? 정당방위인데 왜 형사범죄를 저질렀다는 판단이 선거죠?”차설아는 격앙된 소장과 논쟁을 벌였다.“정당방위?”소장은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차설아를 흘리며 불쑥 말했다. “피해자는 오늘 아침 9시에 치료도 받지 못하고 사망했습니다. 현장 감시카메라를 보니 용의자는 과실 살인으로 판정되었습니다. 형법을 어긴 거죠. 아무리 많은 돈을 써도 그녀를 데려갈 수 없습니다.”“과... 과실 살인이라고요?”차설아는 그 자리에서 멍해졌고 그녀는 일이 이렇게 심각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만약 살인과 관련된 형사범죄라면 확실히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네, 과실치사는 가족들의 양해를 구하지 않고는 적어도 3년은 빵에 있어야 하죠.”늙은 소장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개탄했다. “내가 보기에 헛수고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하나가 가면 다른 하나가 와서 소란이고... 하나뿐인 아들이 죽었는데 누가 용서하겠어요?”“네?”“누가 또 왔다 갔어요?”“네. 그쪽도 부자던데요? 당신보다 더 날 못살게 굴면서 윽박질러서 내가 그냥 쫓았죠.”“사랑꾼이더라고요?”차설아는 더 많은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소장한테 물었다.“그럼 제 친구를 만나 봐도 될까요?”소장은 벽에 걸린 시계를 힐끗 쳐다보며 대답했다.“원칙적으로는 안 되죠... 하지만 이렇게 급한 걸 보니 내가 선심 쓸게요. 30분 만이에요.”“감사합니다.”차설아는 소장에게
교도관이 배경윤을 향해 물었다.“네, 괜찮아요.”배경윤은 옷소매로 입가에 묻은 핏자국을 닦고는 차갑게 돌아섰다.“누가 면회 왔어요.”“면회요?”배경윤의 무감각한 눈동자가 약간 움직이며 밝아졌으나 곧 다시 어두워졌다.그녀는 이번에 함정에 빠져 아무도 그녀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배경윤은 조금 정리를 하고 교도관을 따라 면회실로 향했다.“설아야, 돌아왔어?”그녀는 차설아를 보고 감격에 겨워 철문 쪽으로 달려갔다.“경윤아, 내가 너무 늦었지? 고생 많았어.”차설아도 철문을 향해 달려들었고 울먹이며 배경윤을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철문을 사이에 두고 좁은 창문을 통해서만 서로를 볼 수 있었다.“눈이 왜 그래, 입가는 왜 찢어졌어?”차설아는 예리하게 배경윤의 눈가와 입가가 모두 다쳤다는 것을 발견했다.“내 친구가 다쳤어요. 의사는, 의사 어디 있어요?”“쉿, 설아야, 걱정하지 마. 난 괜찮아. 여기서 이런 건 다반사야. 우리 모처럼 만났으니까 얘기나 많이 하자!”배경윤은 가냘픈 손가락으로 철제 난간을 잡으며 다급하게 말했다.그녀는 면회 시간이 한 번에 30분밖에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만약 의사가 진찰하러 오면 차설아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경윤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왜 일이 이렇게 됐는지 말해봐.”차설아는 배경윤에게 물었다.그녀는 반드시 일의 경과를 알아야만 돌파구를 찾을 수 있고 그래야만 배경윤을 구할 수 있었다.“이 일은 다른 사람을 탓할 수 없어. 탓하려면 화를 가라앉히지 못한 나를 탓해야지.상대방이 몇 마디 위협해서 내가 손을 댔고 그곳은 또 공사장이었으니... 그 사람의 머리에 못이 박혔어...”배경윤은 눈물을 훔치며 말을 이었다.“뒤통수에 못이 박혔으니 살지는 못 했을 거야... 난 살인자가 된 거고...”“걱정하지 마, 일부러 그런 건 아니잖아. 상황이 심각하지 않을 거야. 나한테 최고의 변호사들이 있잖아? 분명 널 구할 방법이 있을 거야. 분명 구할 수 있을 거야.”차설
차설아도 이상했는데 그녀가 손을 쓰기도 전에 이렇게 빨리 일이 해결되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갈 수 있다고 하면 잔말 갈고 가지? 토 달지 말고.”교도관은 눈살을 찌푸리며 짜증스러운 말투로 말했다.뒷배로 법정 제재를 모면하는 이런 부잣집 아가씨에 대해 그는 원래 별로 좋은 인상이 없었다.“네, 네. 갈게요, 가.”배경윤은 너무 감격해서 말했다.행복의 순간은 그녀가 미처 생각을 마칠 겨를도 없이 무척 빨리 왔다.간단히 정리하고 배경윤은 잡혀가던 날 입었던 사복으로 갈아입고 감방을 나왔다.“설아야, 드디어 내가 자유로워졌어!”그녀는 구치소 문을 나서자마자 맑은 공기 냄새를 맡고 하늘의 휘영청 밝은 달을 보며 뜨거운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차설아와 부둥켜안았다.“그래, 그래. 넌 일부러 그런 게 아니잖아. 너도 피해자니까 자유는 당연한 거야!”차설아는 배경윤을 끌어안고 등을 토닥이며 부드럽게 달랬다.“설아야, 이곳은 지옥보다 더 무서워. 사람이 있을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우리는 반드시 규율과 법을 준수해야 해. 평생 이런 곳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그, 그럼.”차설아는 저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났다.그녀는 자신의 손에 사람의 피가 묻었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그 성격은 배경윤보다 더 악랄해 충분히 살인죄로 고소될 수 있었다. 이는 몇 년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잘못하면 무기징역, 심지어 사형까지 받을 수 있었다.“하지만 네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누가 손을 썼지?”배경윤은 눈물을 훔치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너 말고 정말 누가 나를 도와줄 능력이 있는지 모르겠어. 설마 우리 아빠? 혹은 오빠?”하지만 이 일은 철저히 비밀인 상태였는데 오빠는 현재 남극대륙을 탐험 중이어서 이렇게 빨리 소식을 들을 수 없었고 그녀의 아버지는 한창 화가 나 있었는데 지난번에 기분 나쁘게 헤어지고 나서 다시는 그녀가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겠다고 큰소리쳤으니 그대로라면 이렇게 빨리 손을 쓸 수 없을 것이다.“혹시 널 몰래 짝사랑하는 사
사도현은 눈썹을 살짝 치켜들며 말했다.“그냥 돈 좀 썼지?”“구체적으로는? 돈만 있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잖아?”“구체적으로는 피해자 가족 계좌로 300억 원을 송금한 뒤 검은 옷을 입고 칼을 든 사람을 보내 과일을 사서 인사를 시켰지... 그들도 자기 아들이 먼저 일을 벌였다는 것을 아니까 순순히 합의했어.”사도현은 식은 죽 먹기처럼 간단하게 말했지만 큰 힘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차설아는 남자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너 이 자식, 300억이나 줬는데 이게 사랑이 아니라고?”배경윤은 얼굴을 붉히며 차설아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설아야, 그만해.”“사도현, 고마워. 300억은 어떻게든 갚을게.”“300억만 갚는다고? ”사도현은 껄렁대며 말을 이었다.“300억을 은행에 두면 하루에 이자가 얼마인지는 알아?배경윤의 얼굴이 갑자기 반쯤 어두워졌다.쯧쯧, 역시 사도현은 여전했다. 그 말에 감동한 자신이 바보지.“그래, 은행 이자도 계산해서 1년 안에 갚아줄게!”배경윤이 이를 갈며 말했다.“그래도 안 되지.”사도현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우리 집도 사체 사업을 하고 있으니까 이자를 은행 이자로 계산할 수는 없고 그래도 40%의 이자는 있어야 하는 거 알지.”“40%? 30%도 아니고? 그냥 뺏지 그래?”속았다는 생각이 든 배경윤은 돌아서서 차설아를 향해 말했다.“돌아가자, 감옥에 있는 게 돈 뜯기는 것보단 낫지.”“하하하, 걱정하지 마, 이자 갚을 수 있을 거야. 네가 내 곁에만 있으면 돼.”사도현은 배경윤의 팔을 잡고 말했다.차설아는 옆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미소를 금치 못했다.“저기, 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말을 하고 차설아는 빛의 속도로 자리를 떠났다.“어, 설아야, 같이 가. 내가...”배경윤이 차설아를 쫓아가려 하자 사도현은 그녀를 잡고 차설아가 택시를 타고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둘이 무슨 꿍꿍이야? 설마 짜고 한 건 아니지?”여자는 마지못해 고개를 돌리고는 사도현의 손
“아무것도 아니야!”연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배경윤은 이내 고개를 돌리고 머리로 상처를 가렸다.“부었는데 뭐가 아무것도 아니야?”사도현은 여자의 턱을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끌어안고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눈 밑을 살폈다.불과 며칠 사이에 두려운 게 없던 여자아이가 이렇게 가련한 모습이 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누가 너를 이렇게 만들었어?”남자는 자신이 아끼던 장난감이 망가진 것 같은 표정이었는데 눈썹을 잔뜩 찡그리고 말했다.“아무도 내 사람을 마음대로 건드릴 수 없어.”배경윤은 남자의 손을 떼고 등을 돌렸다.그는 차설아와 마찬가지로 뼛속까지 강한 여자였는데 상처투성이가 되어도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는 것이 습관이었다.당연히 사도현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은 사람이었는데 배경윤의 손을 잡고 말했다.“돌아가자.”“어, 어디로?”“구치소로 돌아가야지.”“구치소 가서 뭘 해? 겨우 나왔는데 안 돌아갈 거야. 거기는 지옥이지 사람이 있는 게 아니야!”배경윤은 발버둥 치다가 마침내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그녀가 교도소에 있는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짧은 며칠 동안 거의 매일 같이 감방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했고 머리를 쥐어뜯기거나 뺨을 맞았다.그녀가 반항하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반항하면 할수록 더 비참하게 맞으니 어쩔 수 없었다. 참을 수밖에.그러니까 그 악몽 같은 곳을 그녀는 죽어도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돌아가야지!“사도현은 단호한 태도로 배경윤의 어깨를 잡고 정중히 말했다. “예전의 기세 어디 갔어? 누가 널 때렸는데? 당연히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갚아줘야지. 내가 있는데 뭐가 두려워?““너...”배경윤은 얼굴을 붉힌 채 남자를 주시하며 의외의 모습을 보였다.“왜? 내가 한 말이 잘못되기라도 했어? 배가 큰 아가씨가 사람한테 맞아서 이 지경이 됐는데 그냥 넘어가는 게 말이 돼?”사도현이 격노하여 되물었다.그의 눈에는 배경윤이 마치 그의 딸과 같았는데 그가 괴롭힐 수 있지만 만약 다른 사람이 감히 그녀의 머리카락 한
“29번, 그 곱게 자란 아가씨?”사나운 여죄수는 갑자기 신이 나서 허벅지를 툭툭 치며 웃었다. “나갔다고 하던데 왜 다시 왔어? 마침 어깨가 시큰거리던 참인데 이리 와서 주물러 봐봐.”“매일 허리가 아프거나 다리가 아프다고 했잖아? 내가 잘 치료해 줄게.”배경윤은 말을 마치고는 두말없이 여죄수의 뺨을 때렸다.“너... 너... 감히 날 때려?”여죄수는 그대로 얼떨떨해져서 통통한 볼을 만지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배경윤을 쳐다보았다.“때리면 어때? 난 널 때릴 뿐만 아니라 네가 날 걷어찬 것처럼 널 걷어찰 거야.”배경윤은 말을 마치고는 여죄수를 향해 발길질해댔다.여죄수는 비틀거리며 나머지 여죄수들을 향해 말했다. “다들 뭐 하고 있어?”여죄수 몇 명은 벌벌 떨며 배경윤의 뒤에 있는 키 큰 남자를 쳐다보았다.“누가 감히 이 여자를 건드려?”사도현은 느릿느릿 담배 한 대를 태웠고 희미한 불빛이 그의 아름답고 사악한 얼굴을 비추었고 그의 은은한 카리스마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이 여자들을 겁주기에 충분했다.“넌 또 누구야?”여죄수도 사도현을 발견하고는 퉁명스럽게 물었다.그녀도 밖에서는 손에 몇 명의 목숨을 쥐고 있는 사람이라 두렵지 않았다.“나?”사도현은 담배를 피우며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똑똑하면 그냥 가만히 맞지?”“뭐?”여죄수는 흉악한 얼굴로 주먹을 쥐고 복수를 준비했다.하지만 그녀가 불빛을 빌려 사도현의 얼굴을 똑똑히 보자마자 귀신이라도 본 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당신, 당신, 당신이 사 도련님인가요?”사씨 가문에도 회색 장사가 좀 있는데 여죄수는 길에서 빈둥거리다가 운 좋게 사도현을 한 번 만났고 사도현의 잘생긴 외모가 인상적이어서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다.“그래.”사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죄, 죄송합니다, 도련님. 29번이 도련님의 사람이라는 것을 몰랐습니다, 제가 만약 도련님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조심해서 모셨을 것입니다, 도련님, 죄송합니다. 제발 제 잘못을 용서해 주십시오...”여
“오늘 목숨만은 살려줄게. 기억해 둬, 앞으로 무고한 사람을 괴롭히면 그 이상의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마침내 화가 풀린 배경윤은 복수를 멈추고 벌벌 떠는 여죄수 몇 명을 가리키며 경고했다.“감사합니다.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겁니다.”여죄수 몇 명이 잇달아 배경윤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며 감사를 표했다.적어도 이번의 교훈을 통해 그녀들도 하늘 밖에 하늘이 있고 사람 밖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더 이상 쉽게 누구를 괴롭힐 수 없었다.배경윤과 사도현은 증거도 남기지 않은 채 깔끔하게 구치소를 빠져나왔다.“손 이리 줘.”사도현이 갑자기 배경윤을 향해 말했다.“손?”배경윤은 남자가 무슨 속셈인지 알 수 없었지만 기분이 좋아 스스럼없이 상대에게 손을 내밀었다.사도현은 두툼한 손바닥으로 배경윤의 가느다란 작은 손을 감싼 뒤 부드럽게 문지르며 정색을 했다. “때리느라 힘들었을 텐데 내가 주물러 주려고.”반짝이는 하얀 달빛 아래서 그의 얼굴은 너무나 잘생기고 그의 편애는 너무나 뚜렷했다.배경윤은 곧 그의 마음에 잔물결이 일 것 같아 얼른 손을 거두었다.“너 그러지 마... 오늘 밤 이미 충분해. 더 하면 내가 오해할 거야. ”그녀는 손을 등 뒤로 젖히고는 다소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진지하게 그에게 말했다.생김새부터 기품까지 완벽한 남자가 안정감과 체면을 세워주다니 아무리 철벽을 치는 사람이라도 어떻게 마음이 흔들리지 않겠는가?다만 과거의 경험이 그녀에게 사도현에 대한 설렘은 열심히 참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무엇을 오해한다는 말이야?”사도현은 강아지 같은 눈빛으로 갑자기 냉랭해진 여인을 바라보며 물었다.“몰라서 물어?” 배경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네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몰라서 그래? 걸핏하면 유혹해서 사람을 설레게 하고는 그냥 친구라고 하고... 이렇게 놀리는 게 재미있어?”“나 때문에 또 마음이 흔들리는 모양이구나?”사도현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소탈한 미소를 지었다.두 사람은 그렇게 오랫동안 연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