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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6화

시각장애인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고정된 생활환경의 변화라 할 수 있다.

반년 동안 살았던 오두막은 그의 껍데기였고 그는 껍데기 속에 숨어 있어야만 안전하다고 느꼈다.

“환자분, 진정하세요. 허리를 다쳤으니 한동안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안심하세요, 저희가 잘 돌봐 드리겠습니다.”

간호사가 참을성 있게 그를 달래고 있었다.

하지만 성진은 오히려 조울증 환자처럼 갑자기 손을 휘둘렀다.

“꺼져, 난 당신들의 보살핌이 필요 없어, 모두 꺼져!”

“가족은, 내 가족은 어디 있어? 난 내 가족만 있으면 돼!”

남자의 목소리에는 버림받은 어린아이 같았는데 자신이 버림받았을까 봐 초조함과 절망감이 배어 있었다.

간호사는 좀 난처했다.

“죄송하지만 가족분... 환자분 가족분은 저희도 어디 있는지 모릅니다. 제가 왔을 때 이 병실에는 환자분 혼자였어요.”

성진의 표정은 잿빛으로 변했고 그는 큰소리로 거의 빌듯이 간호사에게 말했다.

“내가 돈을 줄게요. 그러니 날 다시 데리고 가줘요. 나는 당신에게 많은 돈을 줄 수 있어요. 내가 집에 없으면 설아가 걱정할 거예요. 내가 부탁할게요.”

“정말 안돼요, 가족분의 번호가 있으세요? 제가 그분한테 전화 한 통 해드릴까요? ”

“그게, 설아의 번호가...”

성진은 차설아의 번호를 말하려다 문득 무언가를 깨닫고 얇은 입술을 오므리고 잠자코 있었다.

“가족분의 번호가 어떻게 되세요?”

“됐어요, 그럴 필요 없어요.”

성진은 갑자기 조급함에서 평온함으로 변했다.

만약 그녀가 정말 그를 버리고 싶다면 그녀를 돌아오게 해도 의미가 없었다.

반년 동안 보살펴 준 덕분에 그는 이미 본전을 뽑았다고 생각했다, 설사 그녀가 정말 가버렸다 해도 그는 그녀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

차설아는 크고 작은 가방을 들고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성진이 잠에서 깨어있는 것을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깨어났구나, 놀랐잖아.”

성진은 축 늘어져 있다가 갑자기 다시 살아났고 잘생긴 얼굴은 즉시 생기로 가득 찼다,

“당신,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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