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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2화

남자의 어두운 눈동자는 캄캄한 밤에 갑자기 켜진 등대처럼 유난히 밝아졌다.

여자의 이 자그마한 자비는 성진에게 있어서는 마치 오아시스처럼 달콤했는데 그를 미친 듯이 기쁘게 만들었다.

“그건 내가 죽는 게 아깝다는 얘기잖아요. 어쩔 수 없이 극단적인 방법을 쓰는 것 뿐이라는 거죠.”

“그건 중요하지 않아. 내가 성도윤을 살려달라고 부탁하면 그 대가가 무엇인지 알고 싶을 뿐이야.”

“대가라기보다는 선택이죠.”

성진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고 잘생긴 얼굴은 보기 드물게 평온하고 이성적이었다.

“만약 당신이 나와 함께 간다면 나는 성대 그룹을 버리고 이제부터 은거하고 다시는 이런 분쟁에 참여하지 않겠어요.”

“너랑 같이 가자고? 그게 다야?”

차설아는 좀 이상했다.

그녀는 원래 성진이 변태적인 요구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그의 시중을 드는 등과 같은 것 말이다.

심지어 그녀는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다. 만약 그가 그런 얘기를 한다면 그의 뺨을 세게 때리고 그를 변태라고 욕할 준비가 말이다.

“그래.”

눈을 감은 성진은 동경에 가득 찬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는 세상과 단절된 곳을 골라 편안하게 소소한 나날을 보내는 거죠.”

“그게...”

차설아는 얼떨떨했다. 성진은 멍청하다고 하면 또 그렇지도 않은 것이 오랫동안 준비한 끝에 정말 성대 그룹을 빼앗았다. 하지만 또 똑똑하다고도 할 수도 없는 것이 여자밖에 모르는 순애보라는 것이다. 오랫동안 계획해 온 일을 이렇게 포기하다니...

그는 악역이잖아? 어떻게 악역이 마땅히 해야 할 악랄한 결단이 조금도 없단 말인가?

“싫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난 단지 당신이 저와 함께 은둔하기를 원할 뿐이고 다른 당신이 원하지 않는 일은 강요하지 않을 거예요.”

“강요하고 싶어도 그럴 재주는 있기나 하고?”

“기회를 주면 내가 과연 그럴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알 거예요.”

차설아는 눈빛에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얼른 장난기를 거뒀다.

“너랑 은둔만 하면 성도윤을 놔준다... 가성비도 좋은 것 같으니 잘 생각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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