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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uthor: 조십일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0-29 19:42:56
“아빠, 아빠도 회사 운영하시니까 잘 알 거 아니에요. 어느 회사 인턴이 수억짜리 자동차를 몰고 출근하던가요? 한서 지난번에 수천억짜리 프로젝트를 계약할 때도 1억 좀 넘는 벤츠를 타고 고객을 만나러 갔어요. 그런데 얘가 뭐라고 벌써 그리 비싼 차를 타야 하는데요?”

그녀의 말에 유상수가 살짝 분노를 터뜨렸다.

“회사마다 사정이 다르잖아. 맨날 집에서 호강하며 놀고먹는 네가 뭘 안다고 그래?”

“놀고먹는다고요?”

유현진은 어이없는 나머지 피식 웃었다.

“그때 저한테 일을 포기하라고 설득하실 때는 이렇게 얘기하지 않으셨잖아요. 그리고 강씨 가문의 도움을 받는 사람이 어디 저뿐인가요?”

“쾅!”

유상수는 식탁을 탁 치며 노기등등하게 말했다.

“차 좀 빌려달라는데 옛날 일을 왜 들먹여!”

그러자 유현아가 재빨리 유상수를 말렸다.

“아빠, 진정하세요. 아빠 혈압이 높아서 화내시면 절대 안 돼요. 이 얘기 꺼내는 게 아닌데 다 제 탓이에요. 언니가 빌려주기 싫다면 방법 없죠, 뭐. 화내지 말아요, 아빠.”

그녀가 옆에서 말릴수록 유상수는 친딸이 점점 더 성에 차지 않았다.

“현아 좀 봐봐. 너보다 어린데 훨씬 철이 들었어!”

식사 자리가 결국 서로 기분만 상한 채 끝나버리고 말았다. 유현진이 가기 전 유현아는 트러플 두 박스를 그녀의 차에 넣고는 유리창에 대고 말했다.

“언니, 형부 오늘 일 때문에 바빠서 못 온 거 아니지?”

그러자 유현진이 그녀를 째려보았다.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

유현아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차 주인은 한 사람만 있는 거 아니야. 남자도 마찬가지고.”

그러고는 그녀 대신 유리창 버튼을 누른 뒤 안으로 들어갔다.

아파트.

차미주는 그녀가 가져온 두 선물 박스를 만지며 말했다.

“이거 대여섯 근 정도는 되겠는데? 너희 아빠 강씨 가문에 잘 보이려고 아주 아낌없이 돈을 쓰시는구나. 아빠한테 매번 가져간 선물 시어머니가 쳐다도 안 본다고 말 안 했어?”

“말한다고 해서 그만둘 것 같아?”

TV 채널을 여러 개 돌려도 송민영의 드라마만 방송하고 마땅하게 볼 프로가 없었다. 유현진은 아예 TV를 확 꺼버렸다.

“아빠는 그저 이 선물이 별로라 생각하고 다음에 더 좋은 걸로 주려고 할걸?”

“그럼 이건 어떻게 하려고?”

유현진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에 대한 믿음이 두텁지 못해 유상수는 매번 선물을 보낸 뒤에도 강한서에게 받았는지 꼭 확인하곤 했다.

‘한서한테 줘서 어머님한테 드리라고 할까?’

낮에 날카롭고 퉁명스럽게 맞섰던 게 조금 후회되었다. 그때 조금이라도 참았어야 했다. 만약 강한서가 맞춰주지 않는다면 일이 복잡해지게 된다. 역시 무슨 일을 하든 너무 극단적이어서는 좋을 게 없는 것 같다.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결국 얼굴을 두껍게 깔고 강한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연결음이 얼마 울리지 않아 그쪽에서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그녀가 입을 열려던 그때 전화가 뚝 끊어졌다.

그녀는 그가 잘못 눌러 끊어진 줄 알고 다시 한번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방금처럼 받자마자 뚝 끊는 것이었다.

그렇게 대여섯 번 반복하고 나서야 유현진은 강한서가 일부러 끊었다는 걸 알아챘다.

‘나쁜 자식! 이렇게 복수한다 이거지?’

유현진도 쉽게 포기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신미정과 직접 만나는 것보다 강한서를 상대하는 게 더욱 나았다. 하여 그녀는 강한서에게 문자를 보냈다.

“지금 바빠?”

2분 뒤, 강한서가 시크하게 단답했다.

“응.”

유현진은 그의 문자를 무시하고 계속 보냈다.

“아빠가 트러플 두 박스 주셨어. 내일 너의 회사로 보낼 테니까 어머님한테 전해줘.”

강한서가 재빨리 답장을 보냈는데 여전히 단답형이었다.

“싫어.”

유현진은 슬슬 짜증이 밀려왔지만 인내심 있게 다시 문자를 보냈다.

“재산 6 대 4로 해. 네가 6, 내가 4.”

강한서는 이번에도 딱 두 글자만 보냈다.

“허허.”

유현진은 이를 꽉 깨물며 최대한 양보했다.

“그럼 7 대 3. 네가 7, 내가 3. 더는 양보 못 해!”

이번에 강한서는 한참 동안 답장이 없었다. 유현진이 8 대 2로 해야 하나 한창 고민하던 그때 강한서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가 통화 버튼을 누르자 강한서의 중저음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내일 민서랑 밥 한 끼 하자.”

“싫어.”

그녀가 단호하게 거절하자 강한서가 계속하여 말했다.

“그럼 아까 부탁 들어줄게.”

부탁을 들어준다는 그의 말에 유현진은 한 치의 고민 없이 대답했다.

“알았어.”

두 사람 사이에 갑자기 침묵이 흘렀다. 이는 그녀가 집에서 나온 후 처음으로 담담하게 나누는 얘기인지라 왠지 더욱 어색했다.

사실 강한서는 꽤 괜찮은 신랑감이다. 얼굴이 호감형일 뿐만 아니라 업무 능력도 뛰어났다. 성격이 차가워 가끔 말할 때 매몰찬 것 말고는 나쁜 버릇도 거의 없었다. 비록 두 집안의 생활 형편이 차이가 컸지만 유씨 가문에 해야 할 도리는 다했었다.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것 말고는 먹는 것, 입는 것 등 어느 것 하나 남들보다 못 해준 게 없었다.

매일 음탕한 생활에 스캔들이 끊이지 않는 다른 재벌 집 자제들과 비교하면 강한서는 그야말로 반듯하고 괜찮은 남자였다. 단지 아직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는 전 여자친구가 있을 뿐인데 이것 때문에 이혼까지 해야 할까?

그녀는 이 생각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그런데 그녀가 입을 열기 전에 휴대폰 너머로 익숙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서, 누구랑 통화해?”

순간 멈칫한 유현진은 헛웃음을 지으며 덤덤하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내일 봐.”

지금 전 여자친구만으로도 끝이 한눈에 보이는 이 결혼 생활을 무너뜨리기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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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서 오빠... 한서 오빠...’송가람은 갑자기 멈춰 섰다. 마음속에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송가람은 눈물을 쏟으며 강한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사람은 민경하였다. 민경하는 이렇게 말했다. “강 대표님께서는 술에 취해 지금 회사에서 쉬고 계십니다.” 그러더니 잠시 망설인 후 덧붙였다. “가람 씨, 오늘 가람 씨가 떠난 후, 대표님께서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앞으로는 가람 씨의 전화를 받지 않겠다고요. 다만 정말 급한 일이 있다면 저를 통해 연락하시라고 하셨습니다. 가람 씨께서 대표님의 목숨을 구해주신 것은 감사하지만,대표님은 자신으로 인해 가람 씨와 어머님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으신답니다.” 그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송가람이 다시 전화를 걸어봤지만, 역시 받지 않았다. 송가람은 마음이 찢어지는 듯한 슬픔에 빠져 있었다. 그때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그녀는 전화를 받으며 물었다. “누구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울음이 섞여 코맹맹이 소리가 났다. 전화기 너머의 남자는 잠시 멈칫하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가람 씨, 혹시 우셨어요?” 송가람은 짜증스럽게 물었다. “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인데요? 누구시죠? 할 말 없으면 끊을게요.” 그 말을 듣자 남자는 급하게 답했다. “저... 저, 저 주혁입니다.” 송가람은 이름을 들어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남자는 서둘러 설명했다. “저는 한 대표님의 운전기사입니다. 예전에 식당 카드를 만들 때 가람 씨께서 직접 저를 카드 만드는 곳까지 데려가 주셨잖아요.” 그제야 그녀는 떠올렸다. 약간 너저분한 중년 남자였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고, 왜 전화했어요?” 주혁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주차장에서 열쇠고리를 하나 주웠는데, 프런트 데스크에서 가람 씨의 것이라고 하더군요. 오늘 마침 시간이 있어서, 가람 씨가 어디 계신지 알려주시면 직접 가져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60화

    송가람이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그럼 엄마는? 심원 모자를 불러놓고 나랑 맞선 보는 얘기는 왜 나한테 하지 않은 건데? 엄마 사업을 위해서, 엄마 고객을 위해서라면 딸도 팔겠다는 거야?”서해금은 화나 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정말 대체 어떤 뇌를 갖고 있는 건지 네 머리를 열어서 보고 싶을 지경이야! 그냥 만나서 식사 한 번 하는 것뿐이잖아. 누가 너더러 결혼하래? 지금이 어떤 세월인데, 싫다는 네 목에 내가 칼이라도 들이대면서 협박이라도 할까봐 그래?”“내가 그렇게 얘기를 안 하면 네 생각엔 홍혜림이 약속 자리에 나오기나 했을 것 같아? 홍혜림 씨와 채지윤 씨는 어렸을 적부터 있다면 오랜 친구야. 심원은 홍혜림 씨에겐 친아들 같은 존재라고. 심원이 너를 좋아하고 있으니까 네가 그 아이 마음만 잘 잡고 있다면 내가 홍혜림 씨 마음을 다시 되돌리는 게 어려울 것 같아? 오히려 네가 한 짓을 봐! 한 번 두 사람 모두에게 미움을 샀어. 우리 회사가 진씨 가문과 협업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얼마나 많은지 네가 알기나 해? 지금 홍혜림 씨가 사업 파트너로 한현진을 지정했어. 그것 때문에 내 손실이 얼마나 큰지 네가 알아?”송가람이 훌쩍이며 말했다. “아무리 파트너가 한현진이라고 해도 협업하려면 회사 절차는 걸쳐야 하잖아. 수익도 전부 회사로 들어오는 거고. 엄마에게 떨어지는 돈이 줄어들 진 않잖아.”서해금이 멈칫 움직임을 멈췄다. 그녀는 병X을 보는 듯 한 눈빛으로 송가람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냉소를 흘리더니 더는 말이 없었다. 서해금에게 병원에 갔다고 속이고 강한서에게 갔던 일에 대해 잘못을 인지하고 미안함을 느낀 송가람이 나지막이 서해금에게 사과했다. “엄마, 미안해. 내가 엄마를 속이지 말았어야 했어. 하지만 한서 오빠는 이제 막 건강을 회복해서 술을 마시면 안 돼.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까 너무 걱정되어서 오빠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내가 간 거야. 엄마, 아까 한서한테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됐어.”서해금은 너무도 어이가 없어 실소를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59화

    이쯤이면 연락이 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강한서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한현진은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설마 계획에 차질이 생긴 거야?’생각하며 한현진은 강한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전화는 연결이 되었지만 전화를 받은 사람은 민경하였다. “사모님, 저예요.”민경하의 목소리에 한현진이 멈칫했다. “강한서는요?”“대표님은...”잠시 말이 없던 민경하는 노려보는 강한서의 눈빛에 못이겨 입을 열었다. “대표님께서 더 그럴듯하게 연기 하시려고 술을 두어 잔 더 마셨다가 지금 취하셨어요.”한현진이 걱정스레 말했다. “괜찮아요?”민경하가 말했다. “괜찮아요. 이미 숙취해소제도 마셨고 두 시간 정도 주무시고 나면 괜찮아지실 거예요. 계획했던 일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어요. 사모님들께서는 전부 언짢아하시며 돌아가셨고요. 자세한 건 나중에 대표님께서 깨어나시면 대표님께 직접 들으세요.”한현진이 알겠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여전히 쥐똥만한 주량의 소유자인 남편이 걱정되었다. “강한서 지금 어디 있어요? 제가 가볼게요.”“아뇨. 서 대표님께서 가실 때 대표님을 보시는 눈빛이 조금 이상했어요. 의심을 사 대표님을 감시할 수도 있어요. 사모님께서는 대표님이 깨어나셔서 집으로 돌아가실 때까지 기다리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그 말에 한현진은 어쩔 수 없이 걱정되는 마음을 추스르며 나지막이 물었다. “그럼 저 대신 강한서 잘 챙겨줘요. 옆으로 누워서 자게 해요. 술 많이 마시면 자꾸 토하거든요. 옆에 물도 한 잔 떠주고요.”민경하가 웃으며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전화를 끊은 민경하가 고개를 돌려 병실 침대에 누워있는 병약한 고양이 같은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만약 사모님께서 대표님이 본인 몸을 바쳐가며 송가람이 약을 탔다는 증거를 남기려고 했고 제가 대표님을 도와 사모님께 그 사실을 숨겼다는 걸아시면 아마 전 앞으로 사모님께 빌붙을 수 없을 지도 몰라요.강한서는 흥, 콧방귀를 뀌었다. 허약한 그의 목소리가 울렸다. “정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58화

    말을 마친 홍혜림은 룸으로 돌아가 가방을 들고 도도하게 자리를 벗어났다. 얼굴을 감싸 쥔 송가람의 눈가가 빨갛게 부어올랐다. 강한서가 송가람에게 휴지를 건네며 나지막이 물었다. “괜찮아?”송가람은 코끝이 찡해 당장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았다. 옆에 서 있던 서해금은 순간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강한서를 밀쳤다. 중심을 잃은 강한서는 휘청하더니 그대로 벽에 부딪혔다. 그의 얼굴이 통증으로 하얗게 질렸다. 울컥 화가 치민 송가람이 입을 열었다. “엄마, 뭐하는 거야!”“마침” 계산을 마치고 돌아오던 민경하가 그 장면을 목격하고 얼른 달려가 강한서를 부축했다. 그는 조금 화가 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사모님,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송가람도 걱정 가득한 얼굴로 강한서의 상태를 살피려 했다. 하지만 송가람이 강한서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서해금이 같은 자리에서 송가람의 뺨을 때렸다. “그쪽으로 가기만 해. 그럼 우린 오늘 모녀 관계를 끊는 거야. 앞으로 다신 내 눈 앞에 띄지마.”서해금은 온 몸의 힘을 다 해 송가람을 때렸다. 그녀는 예전에도 송가람를 때린 적이 있었다. 글을 제대로 쓰지 못했을 때, 그림을 못 그렸을 때 심지어 다른 사람 앞에서 말실수를 했을 때에도 매를 든 적이 있었지만 오늘처럼 힘을 실은 적은 없었다. 뺨을 얻어맞은 송가람은 귀가 윙윙 울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서해금을 쳐다보았다. 그 눈에는 순간 눈물이 가득 고였다. 강한서는 마치 송가람이 맞고 있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는 듯이 민경하의 부축을 받으며 나지막이 해명했다. “아주머니, 가람이도 이젠 성인이에요. 가람이에게도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싫어할 권리가 있어요. 이렇게 몰아붙이시면 안 되죠.”서해금이 차가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내가 내 딸을 어떻게 가르치든 그건 강 대표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미안하지만 앞으로 우리 딸에게서 좀 떨어져줬으면 좋겠어. 무슨 일이든 가람이에게 부탁 같은 것도 하지 말고. 좋아하지 않는다면 희망도 주지 말란 말이야!”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57화

    심원과 채지윤 모자는 복도에서 들려오는 소란에 무슨 일이라도 난 줄 알고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룸의 문을 열자마자 들려오는 송가람의 목소리에 채지윤의 얼굴은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심원과 채지윤을 본 순간 서해금은 송가람을 데리고 유전자검사라도 받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멍청한 X! 멍청한 X!’뒤에서 누군가의 고함이 들려왔다. “X년이 누구더러 뚱뚱하고 못생겼다는 거야?”움찔한 송가람이 고개를 돌리자 뒤에는 분노가 가득한 채지윤과 창백한 얼굴의 심원이 보였다. 사실 심원은 그리 뚱뚱한 편은 아니었다. 그는 단지 동그란 얼굴 때문에 덩치가 있어 보일 뿐 퍼진 몸은 아니었다. 외모는 심지어 꽤 빼어나다고 할 수 있었다. 만약 한현진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그녀는 심원의 눈이 강한서와 많이 닮았음을 알아차렸을 것이다.강한서는 그 어디에 내놔도 절대 꿀리지 않을 외모를 갖고 있었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강한서를 닮은 부분이 있다면 그 사람은 외모만으로도 적지 않은 여자의 환심을 살 수 있었다. 심원의 눈은 강한서와 70% 정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다. 만약 그가 조금만 더 다부진 몸매를 갖고 있었다면 아마 그를 따라다니는 사람도 꽤 많았을 것이다. 심원은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금이야 옥이야하며 귀하게 자라왔다. 먹는 것이든 갖고 싶은 것이든 그의 요구라면 전부 들어주었다. 그런 이유로 심원은 어렸을 때부터 조금 통통한 편이었다. 그리고 몸매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한 적도 많았다. 다이어트를 여러 번 했고 또 성공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바쁜 일상 때문에 운동을 하지 않으면 곧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곤 했다.대학생 시절 열등감에 사로잡혀 누군가를 좋아할 용기도 없었던 심원은 해외 유학 시절 자신에게 늘 잘해주던 송가람을 만날 수 있었다. 해외의 다양한 심미 기준으로 인해 그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송가람이 싫어했던 터라 그는 단 한 번도 다른 사람과 연애를 한 적도 없었다. 그러니 심원은 줄곧 송가람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56화

    당황한 송가람이 고개를 들자 그녀의 눈 앞에는 홍혜림과 서해금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서 있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송가람은 멍해졌다. 그녀는 서해금과 홍혜림이 왜 히비스커스 호텔에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한세 한식당에 있는거 아니었어?’홍혜림의 얼굴은 경멸로 가득 했다. 그녀는 웃는 듯 또 아닌 듯 한 표정으로 어두운 얼굴을 한 서해금을 힐끔 쳐다보았다. “따님은 병을 병원이 아니라 레스토랑에서 남자에게 진료 받나보죠? 아프다는 게 대체 열이 있다는 거예요, 아니면 그냥 몸이 달았다는 거예요? 심씨 가문과의 혼사를 원하지 않는 거였다면 직접 얘기하시지 이렇게 제 조카가 바보처럼 기다리게 속일 필요는 없었을 텐데요.”너무 직설적으로 내뱉은 말이라 서해금의 얼굴이 바로 차갑게 가라앉았다. 서해금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누르며 막 입을 열려는데 송가람 옆에 서 있던 강한서가 먼저 앞으로 나섰다. “사모님, 예의를 지키시죠. 가람이는 그저 저에게 해장국을 가져왔을 뿐이예요. 함부로 남의 명성을 더럽히지 마세요.”그 말에 송가람이 멈칫했다. 애틋한 기분이 마음속에서 피어올랐다. ‘한서 오빠가 내 편을 들어줬어. 역시 오빠도 날 좋아하고 있었던 거야.’하지만 그 말을 들은 서해금의 심장은 쿵, 내려앉았다. 만약 조금 전 서해금이 먼저 입을 열었다면 그녀는 송가람이 이 상황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그럴싸한 핑계를 대줬을 것이다. 하지만 강한서의 말 한 마디로 송가람이 꾀병을 부린 일은 기정 사실이 되어버렸다. 역시, 강한서의 말을 들은 홍혜림은 경멸의 감정이 조금 더 짙어졌다. “좋네요. 우리는 여기서 기다리라고 하고 본인은 아픈 척 애인을 챙겨주러 갔다니. 서 대표님, 이게 바로 대표님이 말한 성의라는 건가요?”서해금이 분노를 억지로 누르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사모님, 가람이는 정말 병원에 진료 받으러 갔었어요. 아마 한서가 숙취 때문에 가람이에게 해장국을 가져오라고 심부름을 시킨 것 같아요. 저희 두 집안은 예전부터 가깝게 지냈었잖아요.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55화

    표정을 굳힌 송가람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 그러나 그녀는 곧 억지웃음을 지으며 나지막이 물었다. “한서 오빠. 혹시 뭐 기억났어요?”강한서가 관자놀이를 두드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잠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머리가 너무 아파...”최면의 거부반응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송가람이 곧바로 강한서의 팔을 잡아당기며 그를 말렸다. “한서 오빠, 아프면 생각하지 마요. 생각 안 하면 안 아프잖아요.”강한서가 송가람을 밀치며 창백해진 얼굴로 소리쳤다. “만지지 마!”그의 반응에 깜짝 놀란 송가람은 그 순간 강한서가 모든 것을 떠올렸다고 착각했다. 당황하여 넋이 나갔던 송가람은 갑자기 뭔가를 떠올리고는 황급히 가방을 뒤졌다. 가방 안에서 약병 하나를 꺼낸 그녀는 약 두 알을 물에 녹인 후 강한서 입가에 가져갔다. “한서 오빠, 이거 마셔요. 마시면 안 아플 거예요.”얼굴이 일그러진 민경하가 룸으로 뛰쳐갔다. 극심한 고통을 견딜 수 없었던 강한서는 송가람이 건네는 물을 받아 쭉 들이켰다. 송가람은 최면할 때 사용하던 심리 암시를 위한 풍령 소리를 강한서 귀 옆에 울리며 나지막이 물었다. “한서 오빠, 괜찮아요? 머리 아직도 아파요?”통증이 조금씩 가라앉고 강한서가 멍하니 고개를 들고는 나지막이 송가람의 이름을 불렀다. “가람이?”얼굴을 붉힌 송가람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저예요, 오빠.”약효 때문인건지 강한서는 허탈한 사람처럼 몸을 뒤로 기대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왜 여깄어?”“그... 그게 오빠가 숙취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걱정이 되어서요.”송가람이 말하며 저도 모르게 원망 섞인 말을 내뱉었다. “현진 씨가 오빠를 잘 챙겨줄 거라고 했었잖아요. 챙겨준다는게 이런 거였어요?”강한서가 미간을 꾹꾹 누르며 나지막이 말했다. “오늘 아저씨 돌아오는 날 아냐? 한현진 씨도 공항에 마중 나갔는데 넌 안 가도 괜찮아?”멈칫하던 송가람은 곧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오빠, 저 걱정해 주는 거예요?”강한서는 눈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54화

    그 말을 들은 심원이 얼마나 기뻤는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심원은 송가람이 자신에게 마음이 있지만 그녀 스스로 그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라고 확신했다. 송가람이 신경 쓰던 그 여자와는 그저 썸을 타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니 심원은 단호하게 상대방의 마음을 거절한 후 송가람과 “친구”사이를 유지했다. 그는 친구라는 관계에서 시작해 진심을 담아 조금씩 그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기를 바랐다. 해외에 있을 당시 적지 않은 남자가 송가람을 따라다녔다. 하지만 심원은 줄곧 자신은 그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비록 송가람이 고백을 거절하긴 했지만 그에게는 누구보다 상냥하게 대했다. 심원의 생일엔 선물을 챙겨주고 그가 아플 땐 학교를 조퇴하고 보살펴 주기도 했다. 심지어 그와 그렇고 그런 일이 있기도 했다. 요즘 심원은 채지윤에게 부탁해 송씨 가문의 뜻을 물어보라고 했었다. 하지만 그 일이 송가람의 귀에 들어갔고 그녀는 한 달 동안이나 그를 무시했다. 그 후로 심원은 두 번 다시 그 얘기를 꺼낼 수가 없었다. 그는 송가람이 두 가문의 차이 때문에 줄곧 그의 고백을 받아주지 않는 것이라 생각했다. 작년 송가람이 귀국했을 당시 심원은 졸업을 1년 남짓 남겨둔 상황이었다. 당시의 그는 하마터먼 학업을 그만두고 송가람을 따라 귀국할 뻔 했었다. 집에서 경제 지원을 전면 끊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그리고 송씨 가문에서 실종된지 수년이 된 친딸을 찾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심원은 이젠 송가람과 어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더 이상 송씨 가문의 친딸이 아니었고 심씨 가문의 신분과 사회적 지위라면 송가람 곁에 서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겨우 졸업까지 견뎌낸 심원은 기다렸다는 듯 귀국하여 송가람에게 연락했다. 하지만 송가람은 심원의 귀국 파티에 딱 한 번 참석했을 뿐, 요즘엔 그의 문자에 답장조차 잘 하지 않아 심원을 초조하게 했다. 아무래도 1년 동안 만나지 못했으니 그는 송가람에게 다른 사람이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이었다. 심원에게 송가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53화

    서해금은 처음엔 송가람의 말을 믿지 않았다. “한현진 말로는 아침에도 봤었다며. 네가 직접 운전하고 오겠다고 해서 같이 안 온거라고 하던데. 그땐 너 아프단 얘기는 없었는데?”송가람은 오지랖 넓은 한현진을 욕하며 거짓말을 이어갔다. “한현진이 누구 좋으라고 내 상태를 엄마한테 알려주겠어. 내가 공항으로 마중 안 나가서 아빠가 나에게 안 좋은 마음이 생기길 눈이 빠지게 바라고 있을 텐데.”또 콜록이며 기침한 송가람이 말했다. “엄마, 나 정말 병원이야. 못 믿겠으면 내가 보낸 위치를 봐. 일부러 엄마 전화 안 받은 거 아니야. 정말 너무 힘들어서 그래. 전화를 무음모드로 해놓고 깜빡했어.”송가람의 말에 그녀가 보낸 위치 공유를 확인한 서해금은 그제야 송가람의 말을 믿기 시작했다. 그리곤 송가람의 몸 상태를 묻기 시작하자 송가람이 대답했다. “아직 대기하고 있어. 진료 끝나면 알려줄게.”서해금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진료 끝나면 얼른 와. 40분밖에 시간 못 줘. 오늘 홍혜림 씨와 식사 자리를 마련했어. 사고는 네가 친 거니까 오늘 쓰러지지 않은 한 어떻게든 식사 자리에 나와야 해! 아프면 오히려 좋지. 홍혜림 씨에게 우리 성의를 보일 수 있는 기회니까. 홍혜림 씨가 화를 풀어야 오랫동안 파트너십을 이어갈 수 있어. 이 고객들이 나중엔 전부 네 것이 될 거라고.”송가람이 미간을 찌푸렸다. 조금 짜증이 몰려왔지만 서해금의 명령이라 감히 거역할 수도 없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웅얼거리며 대답했다. “알겠어.”서해금의 목소리가 조금은 누그러졌다. “엄마가 인정머리 없다고 뭐라고 하지 마. 창피하다고 생각하지도 말고. 네가 정말 아무것도 없이 모든 걸 잃어보면 체면이든 자존심이든 뭐든, 돈보다 중요한 건 없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좀 이따 새 주소 보내줄게. 도착하면 말해.”송가람은 마지못해 대답했다. “알겠어.”전화를 끊은 서해금은 송가람에게 위치를 전송했다. 그녀는 옷매무시를 정리한 후 미소를 걸고 룸으로 들어섰다.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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