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손을 움찔하더니 문을 열 용기가 사라져 몸을 돌려 화장실로 향했다.누구와 결혼하든 똑같다니. 그녀를 선택한 것에 별다른 이유는 없었고 그 사람이 아닌 아무라도 괜찮았던 것이다.그녀는 밖에서 10분 남짓 있다가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돌아갔다.문을 열자 음식들이 모두 테이블에 올려져 있었다. 강한서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확인하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신미정이 그녀에게 앉으라고 손짓하고는 물었다.“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유현진이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죄송해요, 방금 속이 좀 더부룩해서요.”신미정은 멈칫하며 그녀의 얼굴을 살폈고 확실히 안색이 창백해졌고 립스틱도 조금 벗겨진 모습에 물었다.“괜찮아? 병원 갈까?”“그럴 필요까진 없어요. 이젠 괜찮아요, 어머니.”신미정이 말했다.“그래도 병원에 가 봐. 임신이면 어떡해?”방금까지 신미정이 왜 그녀의 건강을 걱정하는지 의아했던 그녀는 이제야 신미정의 저의를 알았다. 그녀는 유현진이 임신했을 가능성을 생각하여 행여나 자신의 핏줄이 잘못되지는 않을까 걱정했던 것이다. 유현진이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알겠어요, 어머니.”신미정은 더는 캐묻지 않았다. 그들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지만 유현진은 마치 외부인처럼 대화에 끼지 못했다.그릇에 갈비가 놓이고 유현진이 고개를 돌려 강한서를 보았다. 강한서는 그녀를 보지도 않고 덤덤하게 말했다.“먹고 싶은 거 있으면 알아서 먹어.”아니, 그녀는 외부인이 아니다. 유현진은 가족 모임에 참석한 연기자로서 강한서와 각자 알아서 배역에 맞게 연기하면 되는 것이었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녀는 왠지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연기가 필요해? 좋아, 맞춰줄게.’이내 그녀는 아주 매운 닭고기 요리를 강한서의 입가에 가져가며 말했다.“여보, 이거 먹어봐.”강한서는 움찔하더니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유현진은 싱긋 웃으며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매운 음식을 싫어하는 강한서에게 그녀는 일부러 매운 닭고기 요리를 준 것이다.‘어떻게
신미정은 유현진의 임신 사실만을 집요하게 신경을 쓰면서 딸의 이상한 모습은 눈치채지 못하고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자궁이 찬 것까지 건강검진에 나오지는 않아. 이런 걸 치료하지 않으면 이제 임신하더라도 아이가 위험해.”유현진은 입을 다물었다.신미정은 그제야 그녀가 자신의 말을 듣는다는 생각에 또 말했다.“둘째가 최근 시장님의 따님이랑 가깝게 지내잖아. 혼사가 이루어진다면 둘째가 너희보다 아이를 먼저 가질 거야. 그렇게 된다면 한서가 회사에서 입지가 어렵게 돼. 할머니께서 장손을 귀하게 여기는 건 잘 알잖니.”‘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람? 어차피 이혼할 마당에 강한서가 어떻게 되든 뭔 상관이라고.’또한 그녀는 강한서가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생각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다.‘아니, 한서는 나와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거야.’“네 엄마는 지금까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네 아빠도 50이 되지 않은 나이인데 앞으로 재혼할 수도 있잖아. 그때가 되면 유씨 집안에 네가 돌아갈 자리가 있을 것 같아? 하지만 아이는 너의 것이다. 네가 의지할 사람이라고. 현진아, 너도 미래를 생각해야지.”유현진은 신미정이 그녀를 위해 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강씨 일가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철저하게 계산했는데 그들에게 그녀는 바둑알에 불과할 뿐이다.“알겠어요, 어머니.”유현진은 시선을 떨구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얌전하게 답했다.신미정은 더 이상 얘기하지 않고 유현진에게 어서 약을 먹으라고 재촉했다.피할 곳이 없던 유현진은 울며 겨자 먹기로 단숨에 약을 들이켰다.‘이혼 한 번 쉽지 않네. 재산을 반드시 더 많이 가져갈 거야!’그녀가 약을 다 마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한서가 돌아왔다.목적을 이룬 신미정은 식사를 계속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오후에 약속 있어서 이만 갈게. 너희는 식사 계속해.”강민서 역시 재빨리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나도 친구랑 쇼핑하기로 했어. 엄마, 나 좀 데려다줘요.”강한서와 유현진
솔직해지는 게 어때?강한서의 비즈니스는 모두 몇 조가 넘는 가격이었고 협력사에서 고가의 물건을 선물하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니었다.작년에도 누군가 오팔 귀걸이를 그에게 선물했는데 역시나 가격이 만만치 않은 것이었고 강한서가 그녀에게 줬을 때 유현진은 아주 기뻤다.파티에서 잃어버리고 며칠 동안 밥도 먹지 못했는데 강한서는 그런 그녀가 한심하다고 나무랐다.그가 몰랐던 건 그녀가 아까운 건 귀걸이가 아니라 그가 선물한 것에 의미가 있다는 것이었다.지금 생각하면 강한서에게 그건 다른 사람이 선물한 쓸모없는 물건이었을 뿐이었다. 그의 성의는 하나도 담기지 않은 물건 말이다.유현진은 박스를 닫아서 그에게 주며 말했다.“이혼할 때 자산 분할하잖아. 그때 다시 보자.”강한서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유현진! 너 정말 그만두지 못해? 네가 나한테 이혼을 들먹거릴 자격이 있어? 네가 재산분할 운운할 자격이 있냐고! 네가 지금 먹고 입는 것 모든 게 내가 해준 거잖아. 이혼하면 이런 사치스러운 생활은 하지 못하게 되는데 네가 그걸 견딜 수 있을 것 같아? 너는 생존하기도 어려울 거야!”유현진은 손이 떨렸다. 매번 강한서의 독설에 내성이 생겼다고 생각할 때면 그는 촌철살인의 독설로 다시 그녀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한참을 말이 없는 그녀를 보며 강한서의 말투도 누그러졌다.“네가 잘못을 인정하면 예전의 일은 따지지 않을게. 안주인 자리는 여전히 네 거야. 원하는 게 있다면...” 뭐든 해 줄게.“퍽이나 관대하네.”강한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현진이 피식 웃으며 그의 말을 끊었다.“내가 통곡하며 너한테 빌기라도 해야 해?”강한서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너한테 기회를 주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자비로움에 눈물이 날 지경이군. 나는 그런 기회를 받을 자격이 없으니까 필요한 사람에게나 줘.”강한서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유현진! 내가 어디까지 널 봐줘야 돼! 호의를 베푸면 그냥 좀 받아!”“나는 그게 어려워서 말이야. 강한서, 우리 내기할래?”
유현진은 헤어 드라이기 전원을 끄고 말리다 만 머리를 빗으며 말했다.“연기 전공하지 그랬어. 너한테 제격인 것 같은데.”차미주가 조심스럽게 가방을 만지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오늘 얘랑 같이 잘 거야. 꿈에서 부자 돼야지!”“마음대로 해. 하지만 자기 전에 그것 좀 예쁘게 찍어줘.”차미주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사진은 왜? 설마 인스타에 업로드하려고? 누구 샘나게 해서 죽일 일 일어?”“아냐.”유현진이 앉으며 답했다.“팔려고.”“뭐?”“내일 강한서랑 이혼하러 가. 이혼하고 집 하나 장만하려고. 남산 병원과 가까운 곳이면 좋겠어. 인테리어도 마쳐서 바로 들어가서 살 수 있는 곳으로. 엄마도 더 가까이에서 모실 수 있고 얼마나 좋아. 예전에 근처 집들 알아본 적 있는데 마음에 드는 집은 가격이 비싸더라고. 나한테 있는 돈으로는 집 마련하고 나면 얼마 남지 않아. ‘정상에서’ 쪽에서 연락이 왔는데 내가 오디션에서 떨어졌대. 이혼하면 돈이 부족할 테니 그거라도 팔아서 보태야겠어.”“오디션에서 떨어졌다고?”차미주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네가 붙은 건 이미 정해진 일이었잖아. 계약서만 준비하면 된다며. 왜 갑자기 탈락이래?”“나도 물어봤는데 그냥 나랑 안 맞대. 투자자 한 명이 내 목소리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하나 봐. 음색이 너무 성숙하다나.”“흥! 분명 누군가 연줄로 따냈을 거야. 아니면 어떻게 정해진 결과를 번복할 수 있어? 누구랑 계약했는지 알아?”“됐어. 계약서도 쓰지 않았고 구두로 약속한 건 원래 효력이 없어. 그냥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하지 뭐.”차미주는 씩씩대며 “낙하산” 을 욕하다가 강한서를 욕했다.“너는 너무 물러 터졌어. 나였으면 바로 강한서가 바람난 증거를 모아서 재산을 몽땅 차지하겠어. 가만두지 않았을 거라고!”“상관없어.”유현진이 시선을 떨구며 말했다.“이젠 신경 쓰지 않아.”오늘 강한서가 내뱉은 말과 그녀를 거리에 버린 사건으로 인해 유현진은 현실을 직시하고 빨리 이혼하여 관계를 청산하기만을
유현진은 얘기하려고 했던 말이 가시처럼 목에 걸려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그래, 강한서가 어떻게 내 버팀목이 되겠어.’“유현진?”강한서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상대방의 이상한 침묵에 그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몇 초 뒤, 유현진의 목소리가 들렸다.“오늘은 일이 있어서 힘들겠어. 다음에 하면 안 될까?”강한서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다음에 하자고? 유현진, 내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 같아? 이혼을 입에 달고 살던 사람은 너야. 관건적인 순간에 사라진 사람도 너고. 대체 뭐 하자는 거야?”창백한 안색의 유현진은 갈라진 목소리로 답했다.“오늘은 정말 일이 있어. 거기로 갈 수가 없는 상황이야. 네가 편한 시간으로 정해. 무조건 갈게.”“네 장단에 맞춰 놀아줄 시간 없어!”쌀쌀맞게 답한 강한서는 전화를 끊어버렸다.유현진은 폰을 손에 들고 자조적으로 웃었다.매번 강한서를 필요로 하는 순간에 그는 없었다. 실망이 계속되면 기대도 없는 법이다.그녀는 홀로 쓸쓸하게 조용한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억겁의 시간과도 같은 한 시간이 흘렀고 간호사가 그녀에게 병동을 옮긴다는 소식을 전했다.하현주는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의사는 유현진에게 그녀의 신체 기능이 쇠퇴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일렀다.유현진은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간병인더러 따뜻한 물을 받아달라고 했다.그녀가 수건을 가지러 가는 모습에 간병인이 급히 말했다.“유현진 씨, 제가 할게요.”“괜찮아요. 제가 할게요. 언니는 쉬세요. 필요하면 부를게요.”그녀의 말에 간병인 역시 병실을 나갔다.유현진은 수건을 적셔 하현주의 몸을 닦았다.사고가 나고 지금까지 6년이 흘렀다. 하현주 역시 이런 상태로 6년 동안 누워있었다.그녀의 모든 근육은 수축되었고 병상에 누워있는 그녀의 몸은 마치 산송장과도 같았는데 매일 수액으로 목숨을 유지할 뿐이었다. 몸도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졌다.그녀는 언제라도 유현진을 떠날 수 있을 것 같았다.인간은 이상하다. 유현진이 어릴 때 하현주
낮에 날씨가 따뜻한 덕분에 훈훈한 저녁 바람이 불어왔다. 유현진은 집으로 돌아가는 대신 옥상에 바람 쐬러 올라갔다.휴대폰에는 페이스북 DM을 제외하고 차미주가 보낸 카톡밖에 없었다. 그녀는 어디로 갔는데 아직도 돌아오지 않냐고 물었다.유현진은 그녀에게 답장을 보냈다.“엄마 보러 왔어.”차미주는 재빨리 답장했다.“어머님은 괜찮아?”“그냥 그래.”“무소식이 희소식이라잖아. 어느 날 갑자기 기적이 찾아오면 의식을 회복할지도 몰라.”그녀의 위로에 유현진은 그나마 기분이 좋아졌고, 이내 답장했다.“네 말처럼 됐으면 좋겠어. 저녁에 먼저 자, 오늘 좀 늦게 들어갈 것 같아.”“알았어. 일 있으면 연락해.”유현진은 그녀에게 하트 이모티콘을 보냈다.“찰칵.”순간 주위가 번쩍 빛이 났다. 재빨리 고개를 돌린 유현진은 몇 미터 떨어진 곳에 휴대폰을 들고 있는 모범생처럼 생긴 남자를 발견했는데, 마침 렌즈가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꿈쩍도 하지 않고 그녀만 쳐다보았다.고개를 돌린 그녀를 보자 남자는 살짝 놀란 듯 멋쩍게 웃어 보였다.유현진은 입을 꾹 닫고 걸음을 옮겨 남자를 향해 다가가 휴대폰을 낚아채더니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남의 사진을 함부로 찍으면 초상권 침해라는 걸 몰라요? 비번이 뭐죠?”어리둥절한 남자는 피식 웃으면서 숫자 몇 개를 말했다.“0712요.”화면 잠금을 해제하자 갤러리에는 방금 찍은 아래층 야경 사진이 한 장 있었는데, 그녀의 사진은 보이지 않았다.플래시가 터지고 나서 휴대폰을 빼앗기까지 단 몇 초밖에 걸리지 않았기에 상대방은 사진을 삭제할 틈이 없었다. 유일한 가능성은 애초에 그녀의 사진을 찍지 않았다는 것이다.유현진은 할 말을 잃었다. 이러한 대형 참사를 대체 어떻게 만회해야 한단 말인가.방금까지 기세등등하던 그녀는 무슨 수로 이미지를 회복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상대방이 먼저 말을 걸었다.“죄송합니다. 단지 아래층 경치가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했을 뿐, 오해하게 할 의도는 없었습니다.”유현진도
“약 잘못 먹었냐?”주강운은 들어서면서부터 얼굴에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그와 오랫동안 알고 지낸 한성우는 늘 차분하고 점잖은 그의 모습만 보다가 이렇게 어리숙한 표정은 처음인지라 괜스레 등골이 오싹했다.주강운은 옆 테이블에 기대어 앉아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방금 옥상에서 어떤 여자를 만났어.”“뭐?”“내가 도촬하는 줄 알고 휴대폰을 빼앗아가더니 나한테 막 뭐라 하는 거야.”한성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그런데 기분은 왜 좋아 보이는 거지? 그 여자가 마음에 들었냐?”주강운은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성우도 문득 호기심이 들었다. 그는 강한서, 주강운과 소꿉친구였는데, 집안 세력만 따져보았을 때 살짝 약한 편에 속했다. 반면, 한주 주씨 가문과 한주 강씨 가문은 한주시에서 거의 막상막하였고, 주강운 역시 강한서처럼 외동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후계자 교육을 철저하게 받고 자랐다.하지만 몇 년 전 주강운이 병에 걸려서 회복하는데 무려 2년이 넘게 걸렸고, 그 뒤로 부모님들도 생각을 바꾸셨는지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그가 하고 싶은 대로 놔두고 아들의 행복을 우선순위로 정했다.그동안 그는 음악도 배우고, 그림도 그렸으며, 스키도 하고, 레이싱에 빠진 적도 있었다. 관심있는 분야가 한 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하필이면 이성을 멀리해서 사생활이 백지장처럼 깨끗했다. 결국 한성우는 한동안 그의 성적 취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마저 했었다.따라서 지금 여자한테 관심을 보이는 그를 보자 호기심을 감출 수가 없었다.“네가 말한 그 여자 예뻐?”주강운은 방금 마주친 유현진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녀는 반쯤 말린 긴 머리를 어깨에 늘어뜨린 채 고개를 살짝 들어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는데, 어슴푸레한 불빛 속에서도 매끈하고 탄력이 넘치는 피부와 또렷한 이목구비가 돋보였다. 어쩌면 생얼마저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로 아름다운 사람일지도 모른다.물론 그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가는 모습이 더욱 흥미진진하며 임펙트가 강했다.“예뻐.”“이
”이혼이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주강운은 궁금한 듯 물었다.강한서가 결혼 했을 당시 그는 병을 치료하느라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게다가 대부분 외국에서 지냈기에 강한서의 아내를 만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지만, 한성우를 비롯한 사람들한테서 자주 전해 들었다. 얼굴은 예쁜데 너무 착해서 오히려 매력이 떨어지는 그런 여자라고 했다.그때 양심이 하나도 없는 친구 놈들은 단톡방에서 강한서가 3개월 안에 무조건 이혼한다고 내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 또 다른 3개월이 흘러갔고, 눈 깜짝할 사이에 벌써 3년이 훌쩍 넘었다.이제 두 사람의 사이가 꽤 돈독해졌을 거라는 생각과 달리 돌아오자마자 이혼한다는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한성우의 말투에서 유추해보면 강한서의 아내가 먼저 이혼을 제기했다는 건데, 결국 그는 호기심을 감추지 못했다.이 화제를 언급하는 순간 한성우는 통증 따위 잊어버리고 흥미진진한 얼굴로 말했다.“있잖아, 며칠 전에 우리 둘이 회사에서 한서의 와이프를 마주쳤단 말이야. 한서는 와이프가 자기를 미행하는 줄 알았는데, 와이프 분은 안중에도 없는 듯 한바탕 난리를 피우더니 그냥 가버렸어. 그런데 이놈이 글쎄 부부싸움이라고 우기는 거 있지?”강한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그 입 닥쳐.”한성우는 혀를 찼다.“차였으면서 말도 못 하게 해?”강한서의 이마에 핏줄이 불끈 솟아올랐다.주강운이 한성우의 다리를 툭 치자 그는 이쯤에서 물러나 때맞춰 화제를 바꿨다.“참, 한서가 남산 병원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잖아. 지인을 통해 그 여자 좀 알아봐달라고 하면 안 돼?”강한서가 물었다.“웬 여자?”한성우는 방금 병원에서 일어난 일을 한껏 과장해서 설명했다.강한서도 한성우와 마찬가지로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지만, 예상외로 거절하지 않고 자세히 캐물었다.“어떻게 생겼는데?”한성우가 너스레를 떨었다.“강운의 말을 들어보면 이 세상에 내려온 천사이지 않을까 싶어.”주강운이 피식 웃었다.“뭐, 분위기는 제법 비슷한데, 한 성깔 하던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