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진은 머리를 끄덕였다.그러자 주강운은 이렇게 물었다."혹시 T대생이에요?"유현진은 잠깐 멈칫하다가 웃으면서 대답했다."이 부근에만 해도 대학이 6개나 있는데 왜 T대라고 생각했어요?""저희가 카페에서 만났을 때, 제가 패드로 무언가를 보고 있었던 게 기억나나요?"유현진은 머리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는 이게 그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묻는 듯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주강운은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저는 더빙 작품들을 보고 있었어요, 더빙 테크닉이 아주 훌륭한 것으로 봐서 더빙을 전문적으로 배웠겠다 싶었죠. 그리고 이 부근에서 더빙을 배워주는 곳은 T대 예술대학밖에 없어요."유현진은 얼굴이 빨개졌다.스크린을 사이 두고 칭찬을 받는 것은 아주 자랑스러운 일이었지만 면전에 대고 직접 칭찬을 받자 약간 부끄럽고 당황스러웠다."제 추측이 맞나요?"주강운은 웃으면서 물었다.유현진은 머리를 끄덕였다."진짜 대단하네요. 그나저나 대학로에 있는 식당은 어떻게 알고 찾아왔어요? 혹시 강운 씨도 대학로에서 대학을 다녔어요?"주강운은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갑자기 한 가지 추측이 떠오른 유현진은 이렇게 떠보듯이 물었다."설마 강운 씨도 T대 출신이에요?"주강운은 피식 웃으면서 유현진한테 악수를 청했다."저는 T대 법대 11학번 주강운이에요."'어떻게 이런 우연이 다 있지?!'유현진은 반박자 느리게 악수를 받아줬다."... 선배님, 안녕하세요."유현진의 호칭을 들은 주강운은 웃으면서 따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이름으로 불러줘요."오후의 햇빛은 아주 뜨거웠다, 그 뜨거운 햇빛은 마침 식당 입구에서 줄을 서고 있는 유현진한테 비쳤다. 덕분에 유현진의 하얀 피부는 약간 발그레 해졌고 코끝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주강운은 잠깐 생각하다가 유현진이 손을 놓으려는 찰나 그녀를 힘껏 끌어당겨 자신과 자리를 바꿨다.주강운이 몸으로 만든 그늘을 유현진을 가리기에 딱 좋았다.넋이 나가버린 유현진과 달리 주강운은 자연
한성 그룹, 임원 회의실.부사장이 발표를 하고 있을 때, 강한서는 조용히 머리를 숙이고 자료들을 훑어봤다.이때 책상 위에 놓여있던 휴대폰이 진동을 했다, 하지만 강한서는 문자가 왔다는 것만 확인하고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빨리 재미를 보고 싶었던 한성우는 강한서가 답장이 없는 것을 보고 슬슬 답답해지기 시작했다.그래서 그는 두 사람의 손이 잘 보이도록 사진을 확대해서 다시 강한서한테 보내줬다."네 와이프가 외간 남자랑 손을 잡았어."강한서는 마침내 휴대폰을 들고 사진을 클릭했다.사진을 멀리서 찍은 관계로 피사체의 이목구비가 약간 흐릿하기는 했지만 강한서는 옷만으로도 유현진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와 손을 잡고 있는 남자는 길가에 있는 식물에 의해 얼굴이 가려져서 전혀 보이지 않았다.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렸다.한성우는 불이 제대로 타지 않을까 봐 계속 땔감을 넣으며 부추겼다."네 와이프는 새 애인이 생겨서 이혼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야?""근데 저 새 애인 너무 수준 떨어지는 것 같아, 어떻게 여자를 데리고 구멍가게에 갈 수 있어? 네 와이프는 도대체 왜 저런 사람을 좋아하는 거야? 청순함 때문인가?"강한서는 한창 날뛰고 있는 들짐승을 무시하고 유현진한테 문자를 보냈다."너 어디야?"유현진은 주문을 하고 있다가 강한서의 문자를 봤다. 그녀는 휴대폰을 힐끔 보고는 바로 꺼버렸다.주문을 하고 나니 휴대폰에는 문자가 잔뜩 쌓여있었다."왜 답장 안 해?""문자 보면 답장 좀 해줘.""넌 눈이 멀었어?""유현진 너 일부러 내 문자를 씹는 거지!"유현진은 입꼬리를 실룩거렸다.예전에는 하루 종일 밖에 있어도 문자 한 통 보내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이상하리 만큼 말이 많아졌다.유현진이 다시 휴대폰을 끄려고 할 때, 강한서가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이는 유현진이 어제 강한서한테 서명을 하게 한 재산 처리 동의 계약서였다.강한서가 계약서를 갖고 자신을 협박하는 것을 보고 유현진은 입꼬리가 살짝 떨렸다.유현진은 바로 강한서한테 답장을
한성우는 차 유리를 내렸다, 그러자 교통경찰이 이렇게 말했다."차가 벤틀리네요."한성우 잠깐 멈칫하다가 무의식적으로 말했다."맞아요, 그건 왜요?"교통경찰은 그를 힐끔 보며 말했다."아무리 벤틀리라고 해도 여기서 주차하시면 안 돼요, 앞쪽으로 가주세요."한성우는 말문이 막혔다. 그는 구경을 마저 하지도 못한 채 교통경찰한테 쫓겨나고 말았다.----"대학에서는 무슨 전공을 배웠어요?"주강운은 유현진한테 시원한 음료를 건네주며 물었다.유현진은 휴대폰을 끄고 머리를 들었다."저는 연극 영화과였어요."주강운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저는 당연히 더빙 전공일 줄 알았어요, 그런데 왜 전공을 살려 일을 하지 않았어요?"다른 사람한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던 유현진은 애매모호하게 대답했다."그건 말하자면 좀 길어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그때 다시 말해줄게요."유현진이 대답하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것을 깨달은 주강운은 웃으면서 말했다."좋아요.""그러고 보니 변호사 수임료는 많이 비싼가요?"유현진은 갑자기 이렇게 물었다.유현진은 주강운과 몇 번 만나면서 그의 옷차림이 수수하고 크게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를 입고 있기는 하지만 손목시계와 넥타이 클립은 다 고가의 제품이었고 차도 2억이 넘는 모델을 몰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유현진은 연봉이 얼마나 되어야 이렇게 자유롭게 고급 브랜드를 살 수 있는지 궁금했다.주강운은 이렇게 대답했다."저는 친구의 사무소에 다니고 있어서 수임료가 높지 않아요, 그 부분은 걱정할 필요 없어요."유현진은 멈칫하다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수임료는 받을 만큼 받으세요. 저는 그냥 단순히 변호사는 돈을 얼마나 버는지 궁금했을 뿐이에요, 값을 깎을 생각은 전혀 없어요."주강운은 웃으면서 말했다."변호사는 그래도 돈을 꽤 많이 버는 축이에요, 하지만 그것도 어떤 사건을 하는지에 따라 다르죠. 제 친구 중에 부자들의 이혼 소송을 주로 하는 애가 있어요. 재산분할을 위주로 하고 있는데
안내원은 움찔 놀라더니, 내밀던 손을 부들부들 떨며 얼른 거두어들였다.“강, 강 대표님...”유현진은 고개를 돌려보았다.강한서가 언제부터 그곳에 서 있었는지 몰랐다. 마치 빚쟁이를 기다리듯 싸늘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유현진은 그를 본 순간, 갑자기 움찔했고 생각에 잠겼다. 강한서가 설마 그녀를 볼 때마다 주머니에서 내놓아야 할 2000억을 떠올리고 그녀한테 언짢은 기색을 보이는 게 아닐까 싶었다.그녀는 바로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강 대표님, 오래 기다렸어?”강한서는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다.“오긴 오는 거였네!”유현진은 웃으며 대답했다.“원래는 30분 정도 일찍 올 수 있었는데, 옷 가지러 갔다가 신상들이 꽤 괜찮아 보이더라고, 너 주려고 셔츠 두 벌 사느라 조금 늦은 거야.”강한서는 가볍게 피식 웃었다.“이유는 그럴듯하구나.”말투는 조금 전보다 훨씬 다정해졌다. 이어서 그는 유현진을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빨리 안 가고 뭐해?”유현진은 너그럽게 웃음 지으려 애를 썼다. 그녀는 그제야 안내원의 손에서 물건들을 건네받았고, 이어서 간식이 담긴 쇼핑백을 건네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방문안내원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사모님, 이건 제 일이니, 정말 괜찮습니다. 받을 수 없습니다.”“일과 별개로 지난번에 촬영해 줬던 게 고마워서 드리는 겁니다.”방문안내원은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되었고 다리까지 후들거렸다.그 일이 있은 뒤로, 매번 강한서가 안내 데스크를 지날 때마다, 그는 가시방석에 놓인 것 같이 초조한 기분이 들었다. 다행히도 최근 일주일은 무탈하게 지나가던 중이라, 그는 약간 마음을 내려놓고 있었다.결국 유현진이 찾아옴으로써 무탈한 시간은 종료되었다. 고개를 들지 않아도 그는 강한서의 차가운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그만 좀 꾸물거려!”강한서가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어휴, 또 트집을 잡는구나!’유현진은 간식을 건네고는 짐을 들고 강한서를 따라갔다.안내원은 간식을 들고 강한서가 떠나기 전 쳐다보
유현진은 눈을 찡긋했다.“그럴 필요까지는 없어, 강 대표님께서 약속만 잘 지켜주면 돼! 한성 그룹을 손에 넣으면 약속대로 2000억 내어주고 이혼해 줘.”강한서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차 한잔 타줘.”유현진은 새로 산 옷의 태그를 뜯느라 바빴다.“민 실장님 밖에 있잖아, 민 실장님한테 부탁해.”강한서는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2000억의 절반은 민 실장이랑 나눌 건가 봐?”유현진은 멈칫하더니 자리에서 일어서며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어이쿠, 바로 다녀오겠습니다! 강 대표님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그의 집무실에서 나온 유현진은 낮은 목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돈 몇 푼 가지고 감히 나를 도우미처럼 부려? 나중에 돈만 받으면 강한서 얼굴에 던질 거야. 무시당하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려줄 거야!’그의 집무실을 나간 뒤, 유현진은 바로 민경하를 마주쳤다. 민경하는 서류를 들고 잔걸음으로 빨리 걸어왔고 유현진한테 인사했다.유현진은 그를 불러 세우고 물었다.“민 실장님, 탕비실 어디예요?”“탕비실이요?”민경하는 흠칫 놀라더니 다시 물었다.“사모님 차 드시려고요?”“강한서 씨가 필요하대요, 근데 저는 탕비실이 어디 있는지 몰라서요.”민경하는 일자로 입술을 꾹 닫고 생각에 잠겼다.‘비서실에 커피를 내리는 등 대표님의 일상생활을 돕는 비서가 따로 있는데, 게다가 집무실에 정수기도 있고... 대표님은 왜 사모님한테 직접 다녀오라고 시킨 걸까?’그는 여전히 어리둥절했지만 더는 묻지 않고 유현진한테 탕비실 위치를 알려줬다.유현진이 떠난 후, 그는 발걸음을 대표님 집무실로 옮겼다.노크하고 들어가는 순간, 강한서는 휴대폰을 들고 소파 옆에 서서 쇼핑백에서 옷을 주섬주섬 꺼내고 있었다.그의 행동은 여유로워 보이면서도 어딘가 어색했다.“무슨 일이시죠?”강한서는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진 않았고 그저 휴대폰으로 뭔가를 하고 있는 것 같았고 민경하는 담담하게 말했다.“대표님 장인 어르신... 유상수 대표님이 연현 테크에 투자를
민경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주 대표님의 말에 의하면 당시 유상수는 여유가 있고 자신도 있었다고 합니다. 전혀 허세 같지 않았고 게다가 대표님과의 각별한 관계도 있으니, 바로 거절하지는 않았고 주주들과 상의해 보고 답변드린다고 했다고 합니다.”강한서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유상수가 요즘 어떤 사람들과 접촉하고 뭘 하고 다니는지 알아봐 주세요.”“네, 알겠습니다. 주 대표님 쪽은 어떻게 할까요?”“개발 연구에만 신경 쓰라고 하세요. 다른 일은 제가 처리한다고 전해주시고요.”“네, 그렇게 하겠습니다.”민경하는 업무보고를 마치고 이만 나가보려고 했다. 바로 그때, 강한서가 그를 불러 세웠다.“잠깐만요.”민경하는 멈칫했고 강한서는 담담하게 물었다.“사진 찍을 줄 알아요?”민경하는 천천히 대답했다.“... 네!”강한서는 핸드폰을 건네며 말했다.“여기 옷들 사진 좀 찍어줘요, 예쁘게 찍어주세요.”민경하는 어리둥절했지만 더 묻지 않고 강한서의 휴대폰을 건네받고는 간단히 구도를 잡고 사진을 찍었다.“강 대표님, 이 정도면 될까요?”강한서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좋아요.”사무실을 떠날 때, 민경하는 머리가 어질했다.‘강 대표님이 언제부터 촬영에 흥미를 느끼셨지?’이때, 미녀와 시간을 보내던 한성우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휴대폰 잠금 화면을 해제한 그는 자칫 휴대폰 액정에 물을 뿜을뻔했다.강한서는 새로 선물 받은 셔츠 사진을 보내주었고, 지나친 것은 곧이어 보내온 메시지였다.“30년 살면서, 엄마 말고 너한테 옷 사준 사람 있었어?”“난 있지!”한성우는 입꼬리를 씰룩거렸다.‘자랑은! 고작 누더기 셔츠 두 벌 가지고! 나도 있어!’그는 생각할수록 기분이 언짢았다. 최근 몇 년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왔기에 주변에 늘 사람이 있었지만 결국엔 오래도록 머무른 사람은 없었고 모두 떠나갔다. 때문에 그를 챙겨주고 옷까지 사주는 사람은 있을 수가 없었다.잠깐 한성우의 옆에 머물다 떠났던 여자들은 아마 그의 옷 사이즈를 모르고, 아예 관심조
그 여자는 눈썹을 찡그리며 그를 잡았다.“이렇게 가운 내렸는데, 정말 갈 거야?”한성우는 그녀를 힐끔 쳐다보고는 이내 냉정하게 말했다.“그리고 앞으로 연락하지 마, 여기서 끝내.”그 여자는 마침내 안색이 변했고 다시 샤워가운을 걸치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한성우, 그렇게 살지 마! 그러고도 사람이야?”한성우는 그저 차가운 코웃음을 지었다.“서로 좋았으면 그만이야, 스스로가 피해자인 척 하지 마.”이어서 그는 수표 한 장을 꺼내어 그녀의 샤워가운에 넣어주며 말을 이었다.“하지만 딱한 건 그냥 지나치지 못해서 말이야, 이거로 보상받아.”여자의 안색이 살짝 변했고 수표를 받으면서도 욕설을 퍼부었다.“나쁜 새끼! 지질한 놈! 반드시 업보를 받을 거야!”한성우는 예상했단 듯이 어깨를 으쓱하고는 고개를 돌리고 떠났다.한편, 강한서는 식사를 마치고 미팅에 참석했다. 유현진은 먼저 가려다가 강한서가 스타일링하러 가야 한다며 무조건 기다리라고 했다. 먼저 가면 이혼 위자료는 한 푼도 없을 것이라고 못까지 박았다.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협약서에 사인한 뒤로부터 유현진은 2000억에 묶여 살았다. 오늘도 그저 집무실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강한서의 사무실은 정말 단조로웠다. 책상과 소파, 그리고 책장이 인테리어의 전부였고 심지어 색상도 블랙, 화이트 그리고 그레이 세 가지였다.그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은 거의 반은 영어 서적이었고 나머지들은 전문적인 서적이었는데 그 중간중간 세계적인 명작들이 섞여 있었다.하지만 소설은 단 한 권도 보이지 않았다.유현진은 한참을 뒤척이더니 결국엔 “자치통감”이라는 중국 송대 역사 서적을 한 권 들고 소파로 가서 시간을 보내려 했다.하지만 책을 펼친 순간, 그녀는 머릿속이 몽롱해졌다.이 책은 조금도 번역되지 않아 알아볼 수가 없었다.한 페이지를 넘겼지만 머릿속엔 “지호자야”라는 몇 글자만 겨우 남아있었다.강한서 유죄 인간!유현진은 다시 책을 덮어두고 휴대폰을 꺼냈다.그제야 본인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
이상의 댓글들은 그나마 완곡하게 작성된 악성 댓글들이다. 이런 것들 외에도 죽으라고 저주를 퍼붓는 댓글, 피 냄새나는 협박 글들이 득실거렸다.유현진은 순간 혈압이 치솟았다.‘어떻게 이 정도로 뻔뻔하게 대놓고 호박씨를 까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입만 벌리면 거짓말이 아닌가!’‘강한서, 이 멍청한 자식! 사업은 그렇게 성공했으면서 여자 보는 눈은 어떻게 장인이나 다름없는 거야?’밑으로 내려 댓글을 읽을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던 그녀는 참지 못하고 차미주한테 문자를 보냈다.“야, 송민영이란 여자 대체 무슨 매력이 있어? 강한서는 왜 아직도 그 여자한테 미련을 갖고 있는 거야!”차미주는 대본을 수정하느라 정신이 가출한 상태였다. 그러던 중, 유현진의 문자를 확인하고는 그저 담담하게 회신했다.“제 버릇 개 못 준다잖아!”유현진은 할 말을 잃었지만 차미주의 무례한 말에서 조금의 깨달음을 얻고 마음을 조금은 내려놓았다.송민영이 먼저 도발했으니, 아주 독기를 품고 짓밟아 주리라 다짐했다.‘누군 비겁하게 굴 줄 몰라서 가만히 있었나? 딱 기다려!’‘가만히 있으니 사람을 등신으로 아나 보지?’십분 뒤, 유현진은 음성 파일 하나를 업로드하며 아래와 같이 코멘트를 달았다.“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확실히 ‘정상에서’ 더빙 배역 오디션에 참가했지만 아쉽게도 탈락했습니다. 떠도는 글처럼 계약을 체결하려다 해지한 건 아니라는 점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정상에서’ 제작팀은 제가 본 가장 프로페셔널한 제작팀이니, 분명 심사숙고를 거치고 오디션 결과를 공표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는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리고 ‘정상에서’ 팀과 다시 협력할 기회가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여러분 @송민영 씨한테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제가 본 가장 노력하는 여배우거든요. 그저 오디션장에서 그녀와 마주치지 못한 점이 아쉬울 뿐입니다. 첨부된 파일은 저의 오디션 과정이 녹화된 음성 파일이니, 재미 삼아 들어주시고 너무 민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