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할 거 없잖아. 여령아, 진짜 ‘열반’이 어떤 건지 보여줘!”윤여령은 등 떠밀려 이사라 곁에 섰다. “열반”은 말 그대로 봉황을 연상시키는 무용이었다. 음악이 울려 퍼지자 두 사람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사라는 몸을 약간 구부리고 두 팔을 교차하여 가슴을 안았다. 이 안무는 잔뜩 움츠러든 채 미지의 세상을 탐험하는 갓 부화한 어린 새를 표현한 것이었다. 음악의 흐름에 따라 이사라는 점차 두 팔을 벌렸다. 그녀는 하늘을 나는 한 마리의 독수리 같았다. 슉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는 날개가 끊어진 새처럼 추락했고 곧 온몸이 활활 타오르더니 다시 태어났다. 그야말로 불과 함께 다시 태어난 봉황이었다. “펑—”허리를 올리는 동작을 할 때, 힘 조절 실패로 등 전체가 바닥에 떨어졌다. 현장의 모든 사람이 유현진의 실수인 줄 알고 깜짝 놀랐다. 유현진은 창백해진 얼굴로 몸을 일으켜 앉고는 빨개진 눈으로 옆에서 하늘하늘 춤을 추는 사람을 쳐다보았다. 이사라는 어떻게든 꼭 윤여령을 이기고 싶었다. 과도한 승부욕은 말도 안 되는 실수로 이어졌다. 주변에는 사람들의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이사라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고 그녀의 눈빛은 분노와 시기로 가득했다. 오디션 현장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잠시 멍해진 안창수는 몇초 후에야 입을 열었다. “컷—”유현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힘이 풀린 유현진은 이미지를 신경 쓸 여력도 없이 바닥에 풀썩 앉았다.방금까지 오랜 시간을 방에 갇혀 있었던 터라 이런 춤을 추는 장면을 연기하는 것은 꽤 힘들었다.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연기에 충격을 받고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송민영은 어두운 얼굴을 하고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유현진의 연기는 사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었다. 몇 마디의 대사만으로 송민영도 유현진의 연기에 사로잡힐 뻔했다. 여주인공은 분명 송민영 자신이었다. 하지만 방금 유현진과 대사를 맞추었을 때, 송민영의 대사에서는 가난한 주인공 특유의 그런 끈기가 전혀 느껴지지
옆 방에선 강한서가 모니터를 통해 현장 라이브를 보고 있었다. 그는 입을 앙다물고 말이 없었다. 그는 처음으로 유현진이 이런 춤을 추는 모습을 보았다. 사실 그녀는 가끔 집에서도 춤을 추었다. 유현진에게는 지금껏 유지해 온 좋은 습관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매일 시간이 날때마다 스트레칭을 하고 무용의 기본기를 연습한 것이었다. 가끔은 기분에 따라 춤을 추고는 했었는데 대체로는 웃기는 춤이었다. 예를 들어 외계인이 추는 춤, 개구리가 추는 춤, 자이언트 판다가 추는 춤 같은 것들이었다. 매번 이런 춤을 흉내 낼 때면 그녀는 꼭 강한서를 불러 원본 동영상을 틀어놓고 자신은 모니터를 보며 TV 를 보며 이상한 안무를 따라 했다. 강한서는 알고리즘에 뜨는 동영상을 보지 않았다. 때문에 처음 그런 것들을 보았을 때, 이상하게만 느껴졌다. 유현진은 TV속 인물의 동작을 거의 동시에 따라 하며 춤을 흉내 냈다. 그때 강한서는 처음으로 사람의 반응속도가 이토록 빠를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 유현진이 노란 옷을 입고 추는 외계인 춤은 아직도 그의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다. 그가 참석했던 비지니스 파티 현장에서 누군가 이 춤을 춘 적이 있었다. 그때 무용가 출신의 사모님이 이런 춤은 보기엔 간단해 보이지만 기본기가 좋아야하기에 몇 번 만에 따라 출 수 있는 사람은 모두 기본기가 탄탄한 사람이라고 했다. 때문에 유현진이 안창수에게 실력이 별로라고 한 것은 그야말로 겸손한 발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녀는 겸손함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었다. 음, 아니면 그녀는 겸손이 아니라 반전을 위해 고의로 그렇게 말한 걸지도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유현진이 제일 좋아하는 일이 바로 그런 식의 자랑을 하는 것이니까. 동기들 그룹 채팅에서처럼 말이다. 자신의 남편이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는지 자랑하는 동기들이 유현진에게 그녀의 남편은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물었었다. 유현진은 우리 남편은 그저 평범한 사람이고 작은 사업을
오늘 오디션에 지각한 일은 확실히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 듯 했다. 비록 그녀의 연기력으로 이미지를 조금 만회하긴 했지만 말이다. 유현진이 대답했다. “안 감독님, 두 번 다시 지각하는 일은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그녀의 대답에 안창수가 흐뭇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계약서 확인해 봐요. 문제없으면 사인하시면 돼요.”유현진이 말했다. “매니저와 영상통화로 계약서를 확인해달라고 해도 될까요?”안창수가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그의 비서가 말했다. “이런 계약서는 거의 다 비슷해요. 그냥 사인하시면 돼요. 안 그래도 시간도 늦었는데, 굳이...”안창수가 손을 들어 비서에게 그만 말하라는 눈치를 줬다. 그러고는 유현진에게 말했다. “그렇게 해요. 뭐든 조심하는 건 좋은 일이니까.”이준에게 전화를 하겠다는 유현진의 말에 서영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유현진은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제작진 몇 명과 함께 휴대폰 신호가 있는 곳에서 이준에게 전화를 걸어 계약서의 내용을 전했다. 아직 기차에 있던 이준이 계약서 내용을 확인하고는 물었다. “이사라 역을 오디션 봤어요?”유현진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오늘 제가 늦게 도착했거든요. 도착했을 땐 윤여령 역은 이미 결정이 끝났더라고요. 그래서 이사라 역을 오디션 보겠다고 했어요. 저도 그 역할이 더 좋았고요.”사실 이준도 이사라 역이 더 마음에 들었다. 영화로 상을 받으려면 극 중 제일 복잡하고 어려운 역할을 하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송민준이 꼭 여주인공 역을 고집했기에 이준은 어쩔 수 없이 유현진이 윤여령 역을 오디션 보도록 했다. 송민준은 사업가였다. 그는 투자만 할 줄 알았지 연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송민준이 보기엔 여주인공만이 제일 좋은 역할이었다. 하지만 이준은 이쪽 업계에서는 프로였다. 그는 어떤 캐릭터가 극에서 더 드라마틱한 역할을 하는지, 어떤 배우가 어떤 역할을 맡는 게 더 좋은지 잘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니 유현진이 이사라 역을 하는 것은 오히려 더 나은 선
“믿는지 아닌지는 시도해보면 되잖아요?”유현진이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 “이렇게 하찮은 수단으로 제가 오디션 볼 기회를 날리게 한 건, 대체 뭐가 두려워서죠?”잠시 멍 해있던 송민영이 이내 정신을 차리고 받아쳤다. “수단이라니, 무슨 얘기를 하는 거예요?”송민영도 멍청이는 아니었다. 본인이 직접 한 일이 아니니, 당연히 인정하지 않았다. ‘유현진 이 미친 게 녹임 중일 수도 있어. 약점을 잡힐 수는 없지.’“다들 실력으로 경쟁하는 자리였어요.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한 건 본인 잘못이니 대가를 치러야죠. 남 탓하지 말고.”유현진이 입술을 씰룩거렸다. ‘눈치는 빠르네.’송민영은 웃는 듯 마는 듯하는 유현진의 표정을 보며 갑자기 유현진에 의해 바다에 빠졌던 일을 떠올렸다. ‘이 미친년은 항상 상식적으로 나오지 않았어. 오늘 일도 너무 성급하게 처리했는데 계속 이렇게 부딪혔다가는 꼬투리를 잡힐지도 몰라.’송민영은 유현진을 매섭게 째려보고는 콧방귀를 뀌며 한마디 했다. “두고 보자고요.”그러고는 몸을 돌려 자리를 벗어났다. 서영은 멈칫거리며 유현진을 쳐다보았다. 유현진은 가만히 그 자리에 서서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그저 서영을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 그녀는 심지어 서영과 눈이 마주치자 살짝 미소를 지었다. 비웃는 눈빛에 어쩐지 서영은 불안해졌다. 그러나 서영은 바로 마음을 다잡았다. 아직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었다. 조금 매력적인 외모와 연기력을 지닌 것이 전부였다. 라이징 스타가 될 수 있을지 없을지는 관중에게 달렸다. 아무리 연기력이 좋아도 관중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절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전부 자리를 비우자 강한서와 민경하가 룸에서 나왔다. 강한서를 마주한 유현진은 어쩐지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아까 방에 갇혀 숨도 쉬어지지 않을 때, 그녀는 누구든 와주기를 바랐다. 그게 남자든 여자든, 그곳에서 그녀를 꺼내주기만 한다면, 무엇이든 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게 이 한 몸 바치는 것일지라도.하지만 그
로비에 도착하자마자 뒤에서 주강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린 유현진은 주강운을 보고 조금 놀라고 말았다. “주 변호... 강운 씨, 여긴 어쩐 일이에요?”주강운이 다가오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건 때문에요.”그는 유현진이 입고 있는 무용복을 보더니 물었다. “이게...”“오디션이 있었거든요. 금방 끝났어요.”주강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디션을 마치고 조금 신나있던 유현진이 물었다. “통과했는지 안 물어요?”“물어볼 필요가 있겠어요?”주강운이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유현진이 다급하게 말했다. “물어봐 줘요, 네?”‘자랑 좀 해야지.’주강운이 피식 웃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유현진 씨, 오디션 통과 하셨나요?”유현진이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대답했다. “한 번에 통과했어요! 감독님께서 절 보시는 눈빛이 반짝거렸다고요!”기뻐하는 유현진의 모습을 보며 주강운이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대단한걸요? 축하해요.”유현진이 눈이 휘게 예쁜 미소를 지었다. 주강운이 유현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머리가 벗겨진 중년 아저씨가 그에게 다가왔다. “주 변호사님, 한 번만 다시 생각해 주세요. 돈은 제가 얼마든지 드릴게요. 그런 건 일도 아닙니다. 그 여자가 일전 한 푼도 못 받고 나가게만 해주시면 변호사 비용은 제가 배로 드릴게요.”고개를 돌린 주강운의 얼굴에는 더 이상 조금 전의 미소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의 눈빛에는 오직 냉정함이 감돌았다. “도 대표님, 아까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전 지금 사모님의 변호사입니다. 도 대표님 변호를 맡을 수 없어요.”도 대표가 말했다. “그럼 그 여자 변호도 하지 말아주세요. 돈은 제가 드릴게요. 네?”주강운은 이미 끝없이 질척거리는 도 대표가 귀찮게 느껴졌다. 그는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도 대표님, 그 돈으로 차라리 다른 변호사를 고용하시죠. 아니면 사모님께 사정해 보시던가요. 그간 부부로 산 정을 봐서 고소를 취하해 주실지도 모르잖아
유현진은 딥블루의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강한서는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행동을 눈치챈 주강운이 또 물었다. “아직 친구분이 안에 계세요?”잠시 침묵하던 유현진이 잠시 후 대답했다. “아뇨.”‘내가 그 사람을 왜 기다려, 말도 가려서 할 줄 모르는 바보를!’“그냥 택시 타고 가면 돼요. 괜찮아요.”잠시 말이 없던 주강운이 입을 열었다. “현진 씨, 친구 사이에 서로 도와주는 건 전혀 실례가 아니에요. 그리고 이렇게 늦었는데, 혼자 택시 타고 가는 것도 위험하고요. 데려다줄게요.”주강운의 마지막 한 마디는 조금 부탁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유현진은 누가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을 제일 무서워했다. 귀가 얇은 그녀는 쉽게 다른 사람의 말에 넘어가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결국 얼떨결에 주강운의 차에 올라탔다. “지금 클라우드 아파트에서 지낸다고요?”주강운이 핸들을 돌리며 물었다. 유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에서 마련해 줬어요. 지금 친구랑 거기서 살고 있고요.”주강운이 손가락으로 핸들을 툭툭 건드리더니 말했다. “거기에 살면 안전하겠네요. 클라우드의 보안이 제일 좋잖아요.”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 유현진의 휴대폰이 울렸다. 민경하였다. 유현진이 통화 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았다. “사모님, 어디 계세요?”“저 집이요.”“혼자 차 타고 가신 거예요?”“네—”“친구 전화예요?”유현진이 막 민경하의 말에 대답하려는데 옆에서 주강운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 순간, 싸늘한 느낌이 들었다. 보지 않아도 강한서가 얼마나 냉기를 뿜고 있을지 느껴졌다. 유현진이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휴대폰 저편에서 강한서의 이를 악문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강운이 데려다줬어?”유현진은 어쩐지 잘못을 저지른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조금의 죄책감을 다시 잠재웠다. 그녀는 강한서와 이미 이혼했고 주강운과도 아무 사이가 아니었다. ‘내가 왜 죄책감이 들어야 해!’강한서가 그녀의 앞에서 송민영을 안은 채 그녀를 지나쳤을 때, 강
주강운이 작게 웃었다. “어르신들 눈에 한서는 확실히 좋은 애죠. 능력도 있고 책임감도 있고. 부모님들이 좋아할 사윗감이긴 해요. 한서를 좋아하는 여자들도 많고. 집안 어르신들도 이젠 다그치실 텐데. 외동이잖아요. 안 그러면 대가 끊기니까.”그의 말에 유현진이 움찔 행동을 멈췄다. 그녀의 마음이 작게 떨려왔다. 그녀는 입술을 앙다물고 말이 없었다. 그녀는 다만 손가락으로 옆에 있던 유리를 긁어댔다. 잠시 후, 차량은 클라우드 아파트에 도착했다. 유현진이 차에서 내리려는데 주강운이 그녀를 불러세웠다. 그는 차량 수납 박스에서 핑크색 토끼 모양의 물건을 유현진에게 건넸다. “회사 동료가 제작한 휴대폰 액세서리에요. 핑크색이라 전 쓰지 않아서요. 여자분들은 좋아하시죠.”꽤 정교하게 만들어진 액세서리였다. 유현진의 마음에 쏙 들었다. 하지만 유현진은 주강운의 선물을 거절했다. “제가 휴대폰 케이스를 안 해서요. 저도 쓸 일은 없을 것 같아요. 나중에 좋아하는 여자분한테 선물하세요.”주강운이 놀라며 물었다. “케이스를 안 써요?”“네.”“왜요? 여자들은 대부분 예쁜 케이스를 좋아하던데.”주강운은 조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유현진이 말했다. “싫어하는 건 아니고요. 그냥 비싼 휴대폰을 만지지 않고 싸구려 케이스만 만지고 있으려니까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래서 안 하고 다녀요.”주강운은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그는 유현진의 휴대폰을 살폈다. “설마 필름도 안 붙인 건 아니겠죠.”유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싼 화면은 그대로 두고 싸구려 플라스틱 필름만 만지면 얼마나 아까워요.”주강운: ...그는 드디어 유현진의 이상한 사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비싼 것은 그것을 즐기는 것이지, 아까워 모셔두는 것이 아니다. 유현진이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주강운은 휴대폰 액세서리를 꺼냈다. 그것을 한참 보고 있던 그는 아파트 단지의 쓰레기통에 액세서리를 휙 던지고 자리를
‘개자식, 감히 나한테 화를 내?’송민준은 전화를 끊은 후 인사팀에 곧바로 연락을 넣으며 잔뜩 굳어진 얼굴로 말했다.“당장 서영 씨를 회사에서 내쫓으세요! 다시는 이 바닥에서 그 여자의 이름이 제 귀에 들리지 않도록 조치하세요!”그는 두 마디로 통화를 종료하였다.서영이 이튿날 회사로 출근하자 인사팀의 팀장이 직접 그녀에게 연락해 이직 절차를 밟으라고 했다.서영은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닌지 귀를 의심했다.“장 팀장님, 그게 무슨 소리세요?”“얼른 인사팀으로 가서 이직 절차를 밟으라고요. 당신은 해고라고요.”서영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회사가 무슨 이유로 절 해고하는 거죠? 전 회사를 위해 배우를 3명이나 캐스팅했어요. 전 심지어 회사에서 제일 핫한 배우를 케어하고 있는데 왜 저를 해고하려는 거죠?”장 팀장이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이건 송 대표님이 결정하신 겁니다. 저와 당신은 모두 송 대표님의 결정을 거스를 순 없어요.”장 팀장은 서영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생각했다.‘고작 이런 매니저를 대표님께서 직접 해고한다고?’서영은 이를 꽉 물고 말했다.“전 이미 회사와 3년 계약을 했어요. 정당한 이유 없이는 이렇게 해고하실 순 없습니다!”그녀는 이직만 벌써 세 번째였다. 만약 브랜드 뉴 엔터테인먼트에서도 자기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이렇게 해고당한다면 그녀는 더 이상 대형 기획사에 취직하지 못할 것이다. 그랬기에 그녀는 순순히 이직할 수 없었다.장 팀장은 웃음을 보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회사 처음 다녀봐요? 대표님이 당신을 해고하려는데 이유가 있으시겠죠. 아니면 알아서 소송을 거시던가요. 회사는 언제든지 이길 준비가 되어있거든요. 하지만 그래도 조용히 이직 신청하는 걸 추천해 드리죠. 일을 크게 벌여봤자 당신에게도 좋을 거 없잖아요.”대형 기획사에 입사하지 못하면 작은 기획사에 취직하면 그만이었다. 송 대표와 마주치지만 않는다면 먹고 살 정도는 벌 수 있었다.장 팀장은 이어서 말했다.“절차 신청할 거면 얼른 하세요. 인사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