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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5화

강한서가 유현진을 곁에 두고 싶어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녀를 가두어 두려던 적은 없었다.

다만 오랫동안 그의 곁에서 지내온 유현진이 밖으로 나가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마치 사슬에 묶인 어린 코끼리처럼. 충분히 사슬을 끊을 능력이 있음에도, 그럴 용기가 없어 가만히 있기만 했던 코끼리처럼 말이다.

지금의 유현진은 이제 그 사슬에서 벗어났다. 유현진이 스스로 돌아오지 않는 한, 절대 그의 손으로 다시 그녀를 묶어두는 일은 없을 것이다.

민경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오디션이 한창 진행 중인 방을 지나친지 얼마 되지 않는 곳에서 강한서가 발걸음을 멈췄다.

발밑 카펫의 촉감이 이상했다.

그가 고개를 숙여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발밑은 어쩐지 축축해져 있었고 카펫의 다른 곳은 밝은 빨간색이었지만 강한서의 발이 닿은 곳은 어둡고 짙은 빨간색이었다.

그 물에 젖은 자국은 그의 발밑에서부터 몇 미터 떨어진 아주 좁은 문까지 이어져 있었다.

민경하가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물이 샌 것 같네요. 아닌데, 이거 술 냄새 아니에요?”

힐끗 쳐다본 강한서가 다시 걸음을 옮기려는데, 갑자기 문틈에서 많은 액체가 줄줄 흘러나오는 것이 보였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웨이터 한 명이 달려 나오더니 잔뜩 긴장한 얼굴로 사과했다.

“손님, 이쪽으로 걸으시죠. 창고에서 술이 새서 지금 바로 치우라고 하겠습니다.”

술이 샜다기에는...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수준에 더 가까웠다.

술이 새어 나오는 문을 훑어보던 강한서가 갑자기 말했다.

“문 열어요.”

흠칫 놀란 웨이터가 말했다.

“죄송합니다, 손님. 여긴 직원들 탈의실입니다. 직원 개인 물품도 많고, 사생활 보호...”

“열어!”

강한서가 얼굴을 일그러트린 채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강한서가 화를 내자 숨기고 있던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왔다. 그에 웨이터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포식자가 가진 위압감은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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