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진은 약상자안에서 소독밴드와 면봉을 찾았다. 하지만 의료용붕대는 찾지 못했다.차미주의 덜렁대는 성격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 약상자도 할인세일할때 샀었던 거였다.안에 들어있는 약들은 모두 평소에 감기가 걸렸을때 먹고 남은것들이였다, 모두 다 유통기한이 지난 것들이였다.일회용 밴드랑 소독용 알콜을 찾을수 있는건 강한서의 운이 좋다고 할수 있겠다.그녀는 면봉을 소독용 알콜에 적신후 그의 상처를 치료했다.유현진은 팩을 아직 떼어내지 않았었기에 그녀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알수가 없었다, 하지만 늘어뜨린 눈동자에서 강한서는 마음이 또 한 번 약해졌다.차미주의 약상자에 들어있는 면봉은 그런 커다란 의료용 면봉이 아니라 평소 화장할때 쓰는 끝에 면이 적은 면봉이라 상처에 바를때 살짝 아팠다.통증에 한 번만 닦았는데도 강한서는 눈썹을 찌푸렸다.유현진은 그를 한 번 쳐다봤을뿐 굳이 말을 하진 않았다.강한서는 입술을 만지며 물었다."그런 부드러운 면봉은 없어?"유현진은 눈이 떨리더니"도련님, 여긴 당신 집이 아니거든. 왜 이렇게 투덜대? 내가 문을 열어준것만으로도 감지덕지 해야지? 계속 불평할거면 집으로 돌아가!"강한서는 할수없이 입을 다물수밖에 없었다.유현진은 소독을 끝낸후 일회용 밴드를 들고 강한서의 손등을 오랫동안 쳐다봤다. 가로로 그의 손등에서 돌출된 뼈부분에 두장 붙히니 완벽하게 모든 상처를 덮을수 있었다.강한서의 이마에 삼지창처럼 주름이 생겼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테이프부분도 상처에 붙었어.""아하."유현진은 약상자를 닫으며 태연하게 대답했다."내가 다친것도 아닌데 뭐, 조금만 참어."강한서는 하마트면 사레가 들릴뻔 했다.그녀는 이 모든게 귀찮고 짜증이 났다.강한서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약상자를 직접 탁자에 올려다놓았다.그가 몸을 돌려 뒤를 돌아봤지만 유현진은 이미 마사지팩을 떼러 화장실로 가고 없었다.강한서는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차 세트에 놓인 책 한 권을 손에 들었다.'어린 왕자' 였다.
강한서는 밀당의 고수도 아니였고 상냥함과도 거리가 멀었었지만 거칠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 키스는 유현진으로 하여금 뭐가 진짜 거친 키슨지 톡톡히 깨닫게 하기엔 충분했다.그는 깨물듯이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날렸고, 고삐 풀린 말처럼 그녀의 입술을 범했다.순식간에 일어났던 일이라 유현진은 저항도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예상치 못한 행동에 깜짝 놀랐고 밀려오는 수치와 분노에 홧김에 콱 물어버리려고 했다.강한서는 그녀한테 몇번이나 골탕을 먹은적이 있었기에 이것도한 예상을 했던지라 그녀가 이빨을 드러내자마자 강한서는 그녀의 턱을 잡았다.유현진의 한 손은 잡혀있었고 다른 한 손엔 물이 들려있었기에 그녀는 생각도 않고 컵에 담겨있던 물을 강한서의 얼굴에 뿌렸다.강한서는 그냥 멈칫 할뿐 미동도 않았다.그의 눈썹에 달려있던 물방울은 코대를 타고 코끝에 맺혔다.강한서가 고개를 숙이자 코끝에 달려있던 물방울은 유현진의 입술에 떨어졌다.모든 행동이 느려지자 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유현진은 얼굴을 붉힌채 컵을 꽉 쥐고는 강한서의 머리를 쳐다보며 몇초동안 머뭇거리다가 결국 그의 어깨에 내리쳤다.이에 강한서는 눈썹을 찌푸리더니 입술을 풀어줬다.그는 손으로 그녀 얼굴에 맻혀있는 물방울을 닦아주면서 낮은 소리로 읊조렸다."내가 당신을 아내로 맞이한건 어느 가문의 귀한 딸이라서가 아니야, 그런건 상관 없어."유현진은 그한테 턱을 잡혀있었기때문에 말을 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분노를 삼키며 손을 풀라고 지시했다.강한서는 그제서야 손을 거두었다.유현진은 현관에 걸려있는 먼지털이를 손에 들고 마구 패기 시작했다."내가 그런것까지 알아야돼? 당신이 아까 말한건 뭔데? 누가 당신보고 키스하라고 허락했어?"그녀는 자비없이 내리쳤다, 강한서는 되받아치지 않고 그저 팔로 다가오는 공격들을 막고 있었다.먼지털이가 그의 팔꿈치에 닿자 강한서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이에 유현진은 멈칫 하더니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아픈 척하면 내가 그만할줄 알고?"강한서
(차 하나 옮기는데 시간이 왜 이렇게 오래걸리는 거야?)유현진은 핸드폰을 꺼내 차미주한테 전화르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연결이 되었다."미주,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거 아니야?"전화저편에서 걸려오는 목소리는 다름 아닌 한성우의 목소리였다."형수님, 미주는 지금 저랑 같이 있어요."유현진은 이에 눈썹을 찌푸리며"걔가 당신이랑 같이 있다고요?""조 선생님이 같이 나와서 놀자고 데이트 신청을 했는데 부끄러워서 저를 불렀어요."유현진은 이해를 할수가 없었다.(미주가 언제부터 한성우랑 이렇게 친해졌던거지?)차미주는 잠옷바람으로 집밖을 나갔어서 데이트를 그런 의상으로 갈꺼라곤 생각이 들지 않았다."미주한테 전화 바꿔주실수 있나요? 몇마디 잠시 하려고요.""그래요."한성우는 알았다고 한뒤로 시간이 조금 지나고 전화 저편에서 차미주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현진아, 나 오늘 좀 늦게 들어갈것 같아."유현진은 놀라면서 물었다."진짜로 조 선생님이랑 데이트하러 갔어?"하지만 돌아오는건 차미주의 애매한 대답이였고 뒤이어 낮은 목소리로"걱정 안 해도 돼, 실컷 놀고 돌아갈테니까.""알았어, 일찍 들어와.""응응."전화를 끊고 차미주는 옷으로 가슴을 가리고 두 눈가는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이제 됐지? 빨리 여기에서 꺼져!"한성우는 입꼬리를 슬쩍 올리더니 그녀의 얼굴을 꼬집으며 익살스럽게 대답했다."옷은 마음대로 골라도 돼, 이 오빠가 몇벌 정도 사줄게. 데이트는 무조건 성공할거야."차미주는 바로 달려가서 이 개자식의 얼굴을 헤집어 놓고 싶었다.(이 양아치같은 개자식!)유현진은 전화를 끊기 무섭게 뭔가가 타고 있는 냄새를 맡았다.그녀가 주방으로 다가가보니 천쪼각들이 이미 강한서의 손에 의해 누렇게 변해있었다.그녀는 눈가가 파르르 떨리더니 가스를 잠그고 그의 손에서 옷을 빼앗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강한서는 유현진이 어디에선가 소형난로를 가져와 셔츠를 그위에 놓고 베란다에서 말리고 있는걸 볼수 있
"괜찮아."유현진은 고개를 들지도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이 안건은 내가 이미 주 변호사한테 맡겼어, 중간에 변호사를 바꾸는건 말도 안돼. 내가 변호사를 바꾸면 주 변호사님이 뭐라고 생각하겠어? 아마도 내가 주 변호사님의 능력을 믿지 못한다고 생각하겠지. 나는 죽어도 말 못해."이에 강한서는"당신이 말할 필요없어, 내가 대신 말할게.""당신이 말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야?"유현진은 약간은 감정이 섞인 말투로"이미 돈도 다 냈어. 이제와서 다시 돌려달라고는 할수 없잖아.""그게 뭐 어때서?"강한서는 눈썹을 찌푸렸다."걔가 그 돈이 모자랄까봐?""그게 아니라 체면 깎는 일이잖아."유현진은 그를 째려보면서 말을 계속해 이어갔다."그래서 말인데. 내 일에 신경 좀 꺼줄래?"강한서는 이에 인상을 쓰고 한 마디 더 하려고 했으나 유현진이 바로 말을 가로챘다."한 번 더 언급하면 집에서 쫓아내버릴거야."강한서는 할수없이 입을 다물수밖에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강한서는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국내에서 저명한 산부인과 교수한테 당신 몸상태를 얘기했어, 다음달에 한주시에 와서 강연한다고 하니까 당신이 한 번 가서 봐봐."유현진은 주먹을 불끈 쥐였다.몇분이 지나고 강한서는 상반신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채 아파트에서 쫓겨났다, 그리고 그 뒤로 셔츠 한 벌이 던져졌다.......- - - -"조 선생님."차미주는 손을 턱에 받치고 눈은 반달모양을 한채 취기를 빌려 물었다."선생님은 이상형이 뭐예요?"조준은 잔에 담겨있던 술을 마신후 그녀의 표정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전에 생각해봤었는데 지금 보니까 그런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요. 진짜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다 의미가 없어지더라고요. 좋아하는 사람이 이상형이 아닐까 싶어요.""그거 좋네요."차미주는 바보같이 웃었다."제 이전의 이상형은 권상우였거든요, 하지만 선생님을 만난뒤로는 저도 그런게 다 의미없다고 여겨졌어요."조준은 작은 소리로 웃음을 내었다.그는 눈앞의 아
차미주는 몇번이나 몸부림을 치다가 조용해졌다, 그녀는 한성우의 품에 안겨있었다.조준은 이 광경을 목격하고는 갑자기 말문을 열었다."진짜 친척이 맞아?""당연하지."한성우는 거짓말을 눈도 깜짝 안 하고 했다."먼 친척이야."조준은 이에 미소를 짓더니"남자친구 사귄적이 없대, 깨끗하네."한성우는 하던 행동을 멈추었다.똑같은 남자로써 그는 숨은 말뜻을 알수가 있었다.남자친구를 사귄적이 없다 = 처녀조준같이 여자를 많이 만나본 사람일수록 여자쪽이 처녀인지 아닌지에 큰 신경을 썼다.한성우는 전에는 별로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취미가 어떻든 그와는 상관이 없었기 때문에.하지만 방금 들었던 말에서 뭔가 형용할수 없는 불쾌함이 밀려왔다.비록 차미주가 처음을 그한테 주긴 했지만 그건 사고였었기에 그녀가 깨끗하지 않은건 아니였다.한성우는 그를 한 번 흘깃 쳐다보고는 입을 열었다."우리 사촌동생은 순수해서 만약 너가 이상한 짓이라도 한다면 내가 가만 안둬."이에 조준은 가볍게 웃으며"이런 꼬맹이한테는 흥미가 없어."한성우는 더 이상은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는 허리를 숙이고 차미주를 안고 룸을 벗어났다.이튿날 아침, 유현진은 아침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차미주는 새벽 한시에 한성우가 바래다 주었었고 지금까지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유현진은 굳이 그녀를 깨우지 않았다.내일은 할머니 생신 날이라 그녀는 선물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했다.시간은 빠르게 흘러서 생신잔치 날이 다가왔다.생신잔치은 저녁에 진행하고 불꽃놀이가 있어서 저녁에 관람하는게 적합했다.이 생신잔치는 유현진이 책임을 맡았으나 할머니생신이 오기도 전에 강한서랑 이혼을 하고 말았다.신미정은 첫째 며느리라는 명분을 통해 책임자는 자신이 되어야 한다며 모든 일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송민희도 당연하게 지지 않으려고 발 벗고 나섰다.신미정은 장소를 마련했고 송민희는 프로그램을 설계했다.할머니께서 누가 맡아야된다고 말을 꺼내지 않은 이상 너도나도 고물 좀 얻으려
신미정의 안색은 아니나다를까 훨씬 나아졌다.그녀 마음속의 며느리는 바로 송가람같은 명문 아가씨였다, 그녀는 원래부터 유현진의 출신이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오늘날 유현진이 하현주가 바람을 피워 낳은 사생녀라는 사실이 밝혀진 이상 마음속은 더욱더 혐오로 가득찼다.다행히도 한서랑 이혼을 했고 이후에 송가람과의 혼사가 성공되었을경우 송씨 가문을 뒷백으로 쓸수도 있고 한서도 자신의 깊은 뜻을 알아줄날이 올거라 생각했다."불꽃놀이 준비도 다 했겠지?"전여사는 고개를 끄덕였다."특제 폭죽을 준비했어, 큰 사모님 자화상이랑 축사. 이정도면 충분하죠, 큰 사모님께서 아주 좋아하실꺼예요.""그래도 너가 일을 잘해."전여사는 고개를 숙이고 순종하는듯한 말투로 답했다."미정 언니가 예전에 날 많이 도와줬었잖아. 이건 보답하는거야. 근데 그 일에 대해선......"신미정은 멈칫 하더니 답을 냈다."한서가 최근에 이혼한지 얼마 안돼서 그 건에 대해선 말을 꺼내기가 좀 그래. 걱정 하지 않아도 돼, 이제 시간이 좀 지나고 나면 내가 해결해줄게."실제론 강한서가 그녀의 매달마다의 월급을 끊은것도 모자라 전에 진행했던 신씨 가문쪽 생산라인에 문제가 생겨 수입이 눈에 띄게 준 상태였다.하지만 신미정은 이 모든게 잠시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강한서가 유현진이랑 결혼한지 3년이고 개를 키워도 3년이면 정이 드는데 화가 나는건 일시적이라고 생각했다. 이 시기만 지나면 모든게 정상으로 돌아올거라 생각했다.그녀는 신분이 낮은 여자 한명에 대한 감정이 그들의 혈육의 정을 뛰어넘을수 없으리라 생각했다.전여사는 신미정을 말을 듣고서 그제서야 마음이 놓이는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민서야, 최근에 좀 살이 빠진것 같네."강민서는 공주머리를 하고서 레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전에 유현진한테 맞았던 상처가 요양을 통해 조금 정도는 진정이 된것같았다.오늘날 상처가 낫고 살도 많이 빠진탓에 얼굴에 살집도 많이 빠졌다. 오관은 더 선명하게 드러났기에 신미정은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다
송가람은 청순계라 그녀한테서 뿜어져나오는 카리스마가 군중을 압도하고 있었다. 아무런 행동 없이도 뼛속까지 새겨져있는 고귀함이 드러났다.강민서는 신미정이 당부한 말을 회상하면서 앞으로 나아가 말을 걸었다."가람 언니."송가람은 고개를 돌리고 강민서가 사람들을 거느리고 있는 모습을 보며 잔잔한 미소를 띄웠다."민서야, 오랜만이야.""가람 언니, 몸은 좀 어때요?"강민서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전에 있었던 일은 제가 죄송해요."송가람이 곰곰히 생각하더니 아마도 강한서한테 꾸지람을 들었을꺼라고 생각했다.그러자 그녀는 웃으면서 부드럽게 대답했다."한서 오빠가 이미 저한테 사과했어, 민서 너도 일부러 한건 아니니까."강민서는 놀랐다.그녀는 오빠가 자신의 편을 들어줬을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녀는 송가람에 대한 호감이 갑자기 샘솟기 시작했다, 이것만으로도 그 유현진보다는 백배 낫다고 생각했다.그리고 아마도 자신의 형수가 될 사람이였기에 열정을 내서 대화를 나눴다."가람 언니, 오늘 입고 온 드레스 너무 예뻐요. 어디서 사셨어요?""이거 말하니?"송가람은 입꼬리를 올렸다."이건 내가 직접 디자인한거야."이에 강민서는 놀람을 금치 못하며"손재주가 정말 좋으세요, 언니랑 정말 찰떡궁합이네요. 어느 유명한 곳에서 주문제작한건줄 알았어요."강민서가 입을 열자 뒤에 서있던 그녀의 친구들도 따라서 칭찬을 하기 시작했다.송씨 가문의 아가씨, 비록 귀국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는 해도 체면는 차려줘야 했다.송가람은 이런 상황은 이미 수도없이 겪어봤었다, 처세술에 능통한 그녀는 아주 능숙하게 대화를 이끌어갔다. 모두들 대화속에서 그녀의 고풍스러운 교양과 명문가문의 긍지를 느낄수 있었다.이와 같은 시각, 강한서는 이미 아파트1층에서 유현진을 한시간이나 넘게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눈썹을 찌푸리며 손목시계를 한 번 확인하곤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려고 했다.이에 한성우가 막아서며"인내심이 이렇게나 없는데 어떻게 너 와이프 마음을 돌리려고 그래?""저
강한서는 고개를 돌려 시선을 한성우에게로 향했다."조수석에 가."한성우는 이에 혀를 차면서 한심한 눈길로 그를 한 번 쳐다봤다."너는 내가 편하자고 뒤에 앉은줄 알어? 내가 뒷좌석에 앉지 않으면 이제 벌어질일들을 알려줄까? 형수님은 아마도 너랑 같이 있는게 싫어서 되도록 멀리 떨어져 앉을걸?"한편으론 강한서를 잡아끌며 말했다."여기 중간에 앉어."그리고는 손을 뻗어 뒤에 놓여있던 물병이라던가 베개같은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조수석에 던져버렸다. 뒤이어 민경하한테"민경하, 내려서 문 열어드려."라고 지시했다.이에 민경하는 안전벨트를 푼후 차에서 내렸다.민경하는 강한서의 곁에서 몇년동안이나 같이 일을 했었지만 매번마다 사모님의 미모에 깜짝깜짝 놀라곤한다.그녀의 화장은 언제나 그때그때 알맞춤했다.그는 왜서 강 대표님이 사모님을 외부활동에 잘 데려가지 않았는지 조금은 알것 같았다.한 벌의 예쁜 옷은 입지 못해서 안달이 나겠지만 희대의 보석들은 감추고 자신만 누리려고 하는게 인지상정 아니겠는가.유현진이 가까이 다가오자 민경하는 미소를 지으며"사모님, 안녕하세요."유현진은 예의있게 그를 향해 웃어보였다, 그리고 민경하는 대신 차문을 열어주었다."사모님, 안으로 드세요."유현진은 치미자락을 손으로 잡은후에 뒷좌석에 앉아있는 강한서와 한성우를 보고는 그만 굳어버렸다.한성우는 고개를 빼들고 강한서를 피해서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형수님, 안녕하세요."유현진은 입꼬리를 내리더니 고개를 돌려 민경하한테 말했다."저는 앞에 앉을게요, 뒷좌석은 자리가 없어서."강한서는 그만 할 말을 잃었다.한성우가 한 말이 정확하게 들어맞을줄 생각도 못했었다.민경하는 이에 죄송한 얼굴로"사모님, 조수석은 물건들로 꽉 찼습니다, 그중엔 큰 사모님께 드리는 선물도 있어서 앉을 자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햇빛가리개도 없어서 피부에 안 좋습니다."한성우는 유현진의 시선이 닿지 않는곳에서 민경하를 향해 엄지를 날렸다.유현진이 확인해보니 진짜로 조수석엔
식사 자리가 마무리된 후 홍혜림을 배웅하러 나온 서해금의 뒤를 오성빈이 따라나서며 나지막이 물었다. “서 대표님이 말씀하신대로 했으니 약속하신 건...”“걱정마세요.”서해금이 시선을 거두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일만 잘 마무리 되면 약속드린 건 꼭 지켜드리죠.”“그럼 최대한 빨리 해결하도록 할게요. 질질 끌어봐야 좋을게 없으니까요.”“부탁드려요.”고개를 끄덕인 서해금이 성월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서해금의 뜻을 바로 알아들은 성월이 곧바로 오성빈을 배웅했다. 사실 학교에서는 진윤의 부정행위에 관해 아무런 결론도 내린 것이 없었다. 여론은 여전히 뜨겁기만 했다. 하지만 그런 때일수록 여론에 흔들리지 말아야 했다. 만약 조사 결과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그 여론은 오히려 학교에 독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성빈은 학교 임원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며칠 동안이나 홍혜림의 연락을 무시했다. 물론 그 역시도 최대한 빨리 이 일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진윤이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증거는 전혀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오성빈이 모든 증거 수집을 마치고 드디어 진윤의 누명을 벗겨주는 쇼를 하려던 그때, 경찰이 갑자기 학교로 찾아왔다. 진수 그룹에서 진윤의 시험 부정행위 문제로 경찰에 신고를 한 탓이었다. 교장의 연락을 받은 오성빈은 그만 멍해졌다. 제일 먼저 서해금이 떠올랐지만 그녀가 약속했던 일을 떠올린 그는 곧 주먹을 꽉 움켜쥐고 서해금에게 연락하고 싶은 충동을 꾹 참으며 홍혜림의 연락처를 눌렀다. 홍혜림이 전화를 받자마자 오성빈이 물었다. “사모님, 어제 분명 진윤 학생 일은 잘 처리해 드리겠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왜 신고를 하신 거예요?”홍혜림이 놀란 말투로 말했다. “신고라뇨? 전 신고한 적 없어요.”“사모님이 신고하신 게 아니라고요?”의아한 듯 묻는 오성 빈에게 홍혜림이 대답했다. “전 신고한 적 없어요. 교수님께서 이미 윤이가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찾으셨다면서 조치를 취하시겠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래서 계속
장준의 아버지는 요직을 맡고 있었고 장씨 가문엔 그의 아버지를 제외하고도 수많은 정치인들이 있었다. 그랬기에 가족 중 단 한명이라도 꼬리를 밟힌다면 그의 가문은 수습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기도 했다. 장준이 저질렀던 인간 같지도 않은 일들이 하나하나 밝혀지기 시작했다. 폭행, 음주 운전, 도박, 성폭행...피해자들이 하나둘 인터넷에 장준의 진짜 모습을 폭로했다. 수많은 피해자의 목소리를 누를 수 없었던 장씨 가문의 스캔들이 결국 전부 드러나고 말았다. 홍혜림 역시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곧 회사 계정으로 진윤은 그날 운전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발표와 함께 그와 관련된 증거들과 범죄경력증명서를 전부 공개 했다. [그러니까 진윤은 또 다른 도련님의 기사를 막기 위해 총알받이가 됐다는 거네?][어쩐지 뭔가 이상하더라니.][그렇게 심각한 교통사고에 진윤 한 사람만 공개 처형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역시 여론을 부추기는 사람이 있었다는 거네요.][발 빼려고 하지 마. 장준이 주범이었다고 하더라도 진윤이 그 경기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건 아니잖아. 끼리끼리는 과학이라고 했는데 그놈이 그놈 아니겠어? 서화 대학에서도 진윤의 재시험 부정행위를 인정 했잖아.][학교엔 이미 소문을 파다해요. 이번 일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도 언젠가는 비슷한 사고를 쳤을 거예요. 장준이나 진윤이나 크게 다를 거 없잖아요.][저기요. 두 사람을 싸잡아 욕 하지는 마요. 한 명은 범죄자고 다른 한 명은 그저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것뿐이에요. 그게 어떻게 같아요? 얼른 진상 규명이나 하시죠. 피해자에게 피해 보상은 해야 하잖아요.]...휴대폰을 한 쪽으로 던져버린 서해금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준이었어? 어쩐지...”성월이 그녀에게 차를 건네며 나지막이 물었다. “대표님, 진윤 씨 일은 이미 어느 정도 해결이 된 것 같아요. 그럼 저희 계획은 어떻게 해요?”“아직 끝나지 않았어요.”서해금이 찻잔을 들어 올리며 덤덤하게 말했다. “홍혜림은 누구보다
장씨 가문 아들이라는 이유로 여론이 들끓는 것을 염려한 탓인지 기사는 간단한 몇 마디 말로 상황을 간결하게 보도했다. 하지만 한현진은 감추려고 할수록 일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 생각했다. 드디어 주강운이 손을 쓴 모양이었다.고개를 들어 강한서를 바라보는 한현진의 눈이 별처럼 반짝였다.“여보, 장준이 잡힌 것 같아.”강한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누가 그래?”한현진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강한서에게 한성우가 보낸 기사를 보여주었다. “시간, 교통사고, 장 모 씨, 약물. 이 단어들만 봐도 누군지 뻔하잖아.”강한서가 놀랍다는 듯 말했다. “장 모 씨가 정말 장준이야? 어떻게 잡힌 거지? 누가 신고라도 한 건가.”“나쁜 짓을 그렇게 많이 했으니 벌을 받는 거지. 피해가 한두 명이면 집안 세력으로 어떻게든 막을 수 있겠지만 그 수많은 피해자를 전부 막을 수는 없잖아?”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기사에 다른 얘기는 없어?”“없어. 그냥 언급만 한 수준이야. 하지만 이 기사를 시작으로 진실을 밝혀 나가려는 사람은 분명 있을 거야. 그건 우리가 상관할 일이 아니지.”한현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장준과 관련된 기사가 퍼져 나가기 시작하면 사모님께 이 기회를 빌려 진윤 씨에 관련한 입장 발표를 하시라고 말씀 드려.”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아침 연락드릴게.”강한서는 이상할 정도 순순히 대답했다. 예전이라면 어떻게 된 일이냐며 꼬치꼬치 캐 물었을 것이 분명했다. 지금처럼 쉽게 넘어갈 리가 없었다.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한현진의 시선에 강한서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가 다정한 목소리로 한현진에게 물었다.“왜?”하지만 한현진은 곧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산책 가자.”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옷 가지고 올게.”강한서의 뒷모습을 지긋이 바라보던 한현진이 휴대폰을 들어 한성우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강한서가 좀 이상해요. 평소엔 꼬치꼬치 따지더니 오늘은 기사를 보여줘도 아무것도
멈칫한 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겼다. “누가 어딜 들어갔다고?”강한서의 목소리에 수화기 너머의 사람은 순간 조용해졌다. 그러더니 곧 어색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한서야, 야근 안 했어? 오늘은 일찍 퇴근했네.”강한서는 화제를 돌리는 한성우의 말에 전혀 동요하지 않은 채 다시 물었다. “방금 누가 어딜 들어갔다고?”“방금 내가 뭐라고 했어?”한성우가 모른 척 대답했다. “갑자기 네가 튀어나오는 탓에 다 잊어버렸잖아.”강한서가 말했다. “강운이가 장준을 처넣었다며.”한성우: ...후회 막심한 얼굴로 자신의 입을 툭 친 한성우가 웃으며 대답했다. “어, 맞아. 바로 그거야. 나도 방금 어디서 그 소식을 듣고 형수님과 수다나 떨려고 전화한 거야. 너도 알잖아. 형수님과 내가 뒷담화 할 땐 죽이 척척 맞는 거.”“그래?”강한서가 담담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난 두 사람이 나한테 뭔가 숨기는 게 있는 줄 알았지.”“그럴 리가 있겠어?” 한성우가 당당하게 말했다. “우리가 널 속일 수는 있고? 두 사람 요즘 진윤 씨 일 때문에 걱정이 많잖아. 그래서 나도 신경 좀 썼지. 봐, 소식을 듣고는 바로 알려 주려고 전화했잖아.”“그래.”강한서의 대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한성우의 귓가로 곧 다시 강한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진이가 강운이한테 뭐라고 했는데?”한성우: ...한성우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뭐? 형수님이 강운이와 연락했어?”잠시 침묵하던 강한서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너한테 전해달라고 한 말이 뭐냐고.”의심이 아닌 확신에 찬 말투에 한성우는 머리가 찌릿, 할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조금만 참았다가 나중에 전화할 것이지, 난 왜 하필 지금 한 거야?’어차피 한강서가 전부 눈치 챈 마당에 더는 숨길 필요가 없어진 한성우는 결국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형수님이 너한테 숨겼다고 뭐라고 하지 마. 형수님이 강운이에게 연락한 게 아냐. 나한테 눈치를 주라고 부탁하셨어. 강운이네는 줄곧 장씨 가문과 사이가 안 좋았잖아
“실망이라니. 엄마는 단 한 번도 널 창피하게 여긴 적 없어. 넌 엄마가 배 아파 낳은 내 자식이야. 내가 널 몰라? 엄마는 그냥 네가 이번 일 때문에 힘들어 할까봐 그래. 엄마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즘 네가 말도 없고 조용하기만 해서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진윤의 등을 어루만지며 홍혜림이 나지막이 말했다. “이런 일은 아무것도 아니야. 인생 살면서 이런 일 안 겪는 사람은 없어. 이겨내면 돼.”고개를 끄덕인 진윤이 홍혜림을 꽉 끌어안았다. ...아름드리.“그러니까 아주머니가 뒤에서 여론몰이에 동조했다는 거야?”한현진이 자몽을 까며 강한서에게 말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절묘한 타이밍에 나타나서 알아봤더니 오성빈 교수라는 사람, 성 비서님의 먼 친척이시더라고. 그러니까 그분이 나서서 얘기만 해주면 잘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잠시 생각하던 한현진이 말했다. “그래서 일부러 홍혜림 씨가 신세를 질 수밖에 없게 만드시겠다? 홍혜림 씨를 다시 뺏어가려는 거야?”“그럴 수도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아.”한현진이 눈을 반짝이며 강한서 곁으로 다가갔다. 꿍꿍이 가득한 얼굴로 한현진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는 그걸 지켜보면 되겠네. 본인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 다음대체 뭘 하려는 생각인지 지켜보자고.”강한서가 어쩐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한현진을 쳐다보았다. 그 표정에 어리둥절해진 한현진이 물었다. “왜 그렇게 웃어? 뭐야, 그 음흉한 웃음은.”강한서가 나지막이 대답했다. “근묵자흑이라는 단어가 너무 맞는 말인 것 같아서.”한현진: ?“설명 똑바로 해. 누가 그 묵인데?”강한서는 씩 웃으며 한현진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한현진이 깐 자몽을 가져가 한 입 베어 문 강한서의 표정이 곧 강한 신맛에 잔뜩 일그러졌다. 자몽을 겨우 삼킨 강한서가 인상을 찌푸린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넌 이걸 대체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먹을 수 있는 거야.”한현진이 눈을 깜빡였다.
[그래도 학교 측에서 끝까지 부정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재수강하라고 하면 어떡해요?]강한서가 웃으며 말했다. [넌 언제든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마. 내가 대신 신고해줘?]진윤은 그제야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번뜩 정신이 들었다. 인터넷에 도배된 악플로 잔뜩 지친 진윤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일에만 몰두해 있었다. 그는 심지어 학교 측에 새로운 시험 문제를 내도록 제안한 후 라이브 방송을 통해 부정행위가 없었음을 증명할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한서의 한마디는 진윤의 모든 고민을 한 방에 해결했다. 스스로의 결백을 증명하는 건 결국 그 사람들이 파놓은 함정에 뛰어 드는 것 과 다를 바가 없었다. 사람들은 애초부터 그가 부정행위를 했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니 진윤이 라이브 방송으로 결백을 증명한다고 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또 미리 답을 알고 있으면서 카메라 앞에서 쇼를 하는 것이라며 의심하게 뻔했다. 부정행위의 증명해야 할 사람은 진윤이 아니라 그를 의심한 사람들이었다. 진윤이 순간 눈을 반짝였다. [얼른 엄마를 말려야겠어요. 교수님에게 부탁할 필요가 없잖아요. 전 당당하니까 얼마든지 조사하라고 해요.][잠깐만.]강한서가 진윤을 불렀다. [잠깐만 기다려 봐.][왜요?]입술을 깨물던 강한서가 중얼거렸다. [고작 학생인 네가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여론이 이 정도로 들끓는게 처음부터 이상했어. 이제야 의문이 조금 풀리는 것 같네.][그게 뭔데요. 얼른 얘기 해줘요.]성격 급한 진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강한서 때문에 괜히 마음만 조급해졌다. 강한서가 말했다. [넌 지금 아무것도 하지 마. 어머님께도 오 교수님이라는 분 만나보라고 해. 뭐라고 하는지 얘기나 들어 보고 다시 대책을 세워야해.]진윤이 조금 전처럼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형님,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그 인간들의 계략을 역이용하시려는 거예요?]강한서가 쯧, 혀를 차며 말했다. [매형이라고 불러]진윤: ...홍혜림과
법적 장모님이라는 여섯 글자에 멍한 표정을 짓던 강한서가 물었다. [서해금 대표 말하는 거야?][네. 그 분, 현진 누나 새엄마잖아요. 그럼 형님에겐 법적 장모님 아녜요?]강한서: ...‘맞긴 하네.’[난 오성빈 교수님과는 전혀 모르는 사이야.]멈칫하던 강한서가 물었다. [그건 왜 묻는데?]강한서의 말에 기분이 축 처진 진윤이 한참만에야 대답했다. [학교에서 제 재시험 성적을 취소하더니 재수강하래요.]강한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학교에서는 네가 부정행위를 했다고 판단한 거야?][명백하게 얘기한 건 아닌데 사실은 그런 셈이죠. 하지만 다른 처분은 없이 그냥 재수강만 하래요. 친한 친구에게 들은 건데 학교에 신고 전화가 빗발쳤었데요. 홈페이지에도 전부 부정행위 진상 규명을 바라는 댓글로 도배됐다고 하더라고요.][아마도 학교의 이미지 회복을 위한 판단이었던 것 같아요. 저에게 적당한 책임을 전가할 수도 있고 대중들에게는 그들이 원하던 조치를 취했다고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강한서는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그럼 교수님에게는 무슨 일로 연락을 하려는 거야?][조교님께서 이번 일은 오 교수님 담당이라고 하셔서요. 비록 재수강으로 결론이 났다고 하지만 아직 완전히 결정된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엄마는 오해를 풀기 위해 오 교수님을 한 번 만나 얘기를 나누고 싶어 하세요.][아는 분께 부탁해 오 교수님과의 자리를 만들어보려고 했지만 결국은 연락이 닿지 않았어요. 하지만 마침 형님 법적 장모님께서 제 병문안을 오셨다가 그 얘기를 들으시더니 오 교수님과 아는 사이라고 하더라고요.][꽤 가까운 사이인 것 같아 엄마는 만약 가능하다면 그분께 다리를 놔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세요.]진윤이 한숨을 내쉬었다. [워낙 지적인 얼굴을 하고 계서서 좋은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던데요. 딸인 현진 누나에게도 가식적으로 대하는 것 같던데 전 그런 사람이 진심으로 저희를 도와줄 리가 없잖아요.][방금 형님과 얘기를 하면서 혹시 형님도
홍혜림이 서해금에게 얘기를 꺼내려던 그때, 진윤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 “잠깐 실례할게요.”홍혜림이 곧바로 하려던 말을 삼키고 몸을 일으켰다. “엄마가 부축해줄게.”“네.”진윤이 대답했다. 진윤을 부축하며 병실을 나서는 홍혜림을 쳐다보던 서해금이 고개를 돌려 성월에게 물었다. “아무 문제없이 잘 해결했죠?”성월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님께서 지시하신 대로 했어요.”멈칫하던 성월이 나지막이 물었다. “대표님, 정말 사모님께서 저희에게 부탁하러 오실까요?”서해금이 덤덤하게 말했다. “평소라면 부탁하지 않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궁지에 몰린 상황이라면 분명 부탁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홍혜림은 지금 아들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안달이 나 있는 상황이에요. 그러니 저를 통해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아무리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해도 결국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어요.”“조향 대회의 마지막 경기는 OM향 협회의 투표로 승패가 결정돼요. 홍혜림은 OM향 협회의 오래된 회원이에요. 게다가 이번 조향 대회 열 명의 심사위원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고요.”“홍혜림은 누구보다 의리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제가 큰 도움을 준다면 어떻게든 그 빚을 갚으려고 할 거예요. 전 준비가 안 된 싸움은 시작하지 않아요.”피식 웃음을 흘린 서해금의 눈빛이 멸시로 가득했다. “전 조금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어요.”성월은 이토록 치밀한 서해금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성빈의 친척과 친분이 있다는 얘기를 꺼내는 서해금의 모습에 성월은 그녀가 단지 빼앗긴 고객을 다시 찾아가기 위해 던지는 미끼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서해금이 바라는 것은 자신에게 마음에 빚을 진 홍혜림이 조향대회에서 관건적인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었다. 서해금이 이렇게까지 서포트 해주고 있으니 송가람은 조금만 노력해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순간 뭔가를 떠올린 성월이 목소리를 잔뜩 낮추며 물었다. “대표님, 인터넷에서 진윤 씨에 관한 여론이 들끓고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 가면 걔들은 거짓말을 들킨 네가 양심에 찔려서 해외로 도피하는 거라고 생각할 거야.”진윤이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걔들이 뭐라고 생각하든 저랑 무슨 상관이에요. 어차피 출국하면 아무것도 듣지도 보지도 못할 텐데.”“그럼 너 평생 해외에만 있을 거야? 안 돌아올래?”입술을 달싹인 진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당연히 그럴 수는 없었다. 부모님도, 집도, 가족도 전부 한주에 있으니 지금 당장 해외에 나간다고 해도 결국 돌아와야만 했다. 홍혜림이 의미심장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윤아, 사람의 명성이라는 게 한 번 나빠지면 다시 좋아진다는 건 어려운 일이야. 해외로 도망쳐 이번 일을 지나보낸다고 해도 졸업하면 결국 여기 동기들과 다시 마주해야 한 텐데, 걔들이 널 보고도 옛날 얘기를 꺼내지 않을 것 같아?”“다들 널 안 좋게 보고 있는 지금, 네가 끝까지 네 결백을 증명해야 나중에 걔들이 다시 이 얘기를 꺼내도 억울하지는 않을 거야. 알겠어?”“결백을 뭐로 증명해요? CCTV도 없고 아무것도 없잖아요. 전 당당하다는 걸 아무도 증언해줄 사람이 없어요. 절 믿는 사람도 없다고요.”진윤이 잠김 목소리로 물었다. “엄마, 저 어떡해요?”홍혜림은 미어지는 가슴을 붙잡고 아들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위로를 건넸다. “아무도 널 안 믿어도 엄마는 널 믿어. 네 아빠, 형 그리고 네 형수님도 널 믿어. 그러니까 아들, 괜찮아. 엄마가 있는 한 아무도 우리 아들 못 건드려. 엄마가 꼭 네가 정정당당하게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게 할게.”홍혜림이 말에 진윤이 대답하려던 그때, 누군가 병실 문을 두드렸다. 진윤이 고개를 돌려 얼굴을 닦으며 감정을 추슬렀다. 홍혜림 역시 심호흡을 하고는 몸을 일으켰다. 문을 열자 보이는 의외의 인물에 홍혜림의 눈이 동그래졌다. 서해금이었다.서해금은 성월과 함께 진윤의 병실로 찾아왔다. 두 사람은 손에 선물을 잔뜩 들고 서 있었다. 병실 문이 열리자 서해금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