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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유현진은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말했다. "증조할아버지가 강한서를 보고 싶다 하시면 언제 한 번 데리고 가면 안 돼요? 여기 오시면 우리도 출근이라 같이 있어 드릴 시간이 없어요. 증조할아버지는 연세도 많으신데 혹시 사고가 나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말을 끝낸 유현진은 혼자 중얼거렸다. "강한서를 봐서 뭐 한다고. 사람이 다 똑같지,뭐."

강한서는 어이가 없었다.

유상수는 발끈하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너 어릴 때 증조할아버지가 얼마나 예뻐하셨는데. 좋은 건 너만 주고 네 곁에 꼭 붙어있으셨어. 증조할아버지가 살면 얼마나 더 사신다고. 살아계실 때 잘해드려야 할 거 아니야? 너희 사는 모습이 궁금하시다는데 그것도 안 돼? 더군다나 한서는 출근하지만, 넌 집에 있을 거 아니야? 이미 네 삼촌 앞에서 그러겠다 장담했는데 인제 와서 안 된다고 하면 내 체면이 서겠어? 전화 바꿔, 내가 한서한테 직접 말할 테니까."

멋대로 결정하고 내 탓을 해?

강한서한테 얘기할 거면 나한테 얘기하는 게 낫지. 강한서가 얼마나 독하고 민감한데 처음 보는 사람을 집에 들여 생활 패턴을 바꾸겠어?

곰곰이 생각하던 유현진은 차라리 강한서가 독하게 유상수를 거절하는 게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휴대폰을 강한서에게 넘기며 말했다. "우리 아빠가 당신한테 할 말 있으시대."

강한서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더니 전화를 받았다.

유현진은 잠이 다깨어서 강한서의 독설을 기대했다.

유상수의 말이 끝나자 강한서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래요, 내일 손님방 정리하라고 할게요."

유현진은 뻥 져 있었다.

강한서가 통화를 종료한 뒤, 유현진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겠다고 했어?"

강한서는 휴대폰을 넘겨주며 말했다. "당신 아빠가 그렇게까지 얘기하는데 내가 어떻게 거절해?"

개뿔!

거절 못 해? 예전에는 잘만 하더니, 벌써 잊은 거야?

강한서 이 자식 약 먹었어?'

유현진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 "당신이 오라고 했으니 기분 나쁜 일이 생겨도 내 탓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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