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바꿔.]소년은 억울함에 입을 삐죽였지만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오늘은 형이 이겼어요. 내일도 해요. 내일은 제가 꼭 이길 거예요.][얼른 바꾸기나 해.]소년은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 한참 후, 강한서의 “한현진 일반인 남편”이던 아이디가 한현진 현남친”으로 바뀐 것을 발견했다. 그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왜 이따위로 바꾼 거야?]소년이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형님이 바꾸라고만 하셨지 뭐로 바꾸라는 말씀은 안 하셨잖아요.]강한서는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말이 없었다. 소년이 웃으며 말했다. [형님, 나이가 몇인데 이렇게까지 덕질을 하세요. 그냥 아무렇게나 닉네임 지은 것도 질투하시는 거예요?]질투라는 두 글자가 강한서의 귀에 꽂혔다. 그리고 그는 순간 오늘 밤 자기가 했던 이상한 짓들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소년의 말에 대답은 하지 않고 오히려 되물었다. [어떻게 하면 바꿀래?]소년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한 판만 더 해요. 형님이 이기시면 바꾸라는 대로 바꿀게요.]그리고 때마침 한현진이 욕실에서 나왔다. 강한서는 다급하게 [내일]이라고 답장하고는 휴대폰 화면을 잠갔다. 드라이까지 마친 한현진은 침대 끝에 앉아 부드러운 손길로 머리카락을 빗어 내렸다. 휴대폰 화면이 여전히 켜져 있는 것을 본 한현진은 게임을 끄려고 휴대폰을 가져왔다. 그리고 그녀는 “한현진 일반인 남편”이라는 아이디가 자기를 삭제한 것을 발견했다. “...”‘랭크 티어 올려준다며?’‘역시, 남자 말은 믿을 게 못 된다니까. 나이 많은 놈이고 어린놈이고 똑같아.’게임을 끈 한현진은 휴대폰를 충전해 놓고 이불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몸에선 갓 샤워를 마친 싱그러운 향이 은은하게 풍겨왔다. 옆에 기대어 앉아 있던 강한서는 조금 긴장되는 것 같았다. 그는 시선을 돌리며 책을 넘기는 척했다. 침대에 몸을 뉜 한현진이 몸을 돌려 강한서를 마주했다. “아직도 안 자요?”피곤한 듯 나른한 목소리였다. 강한서는 도무지
종업원은 예의가 없이 말을 내뱉었고 말투를 들어보니 그 여자와 아는 사이인 듯했다. 송민준은 그들과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모욕적인인 발언이 담긴 단어 몇 개는 들을 수 있었다. 뻘쭘한 표정을 짓는 여자를 보니 아마도 그 말을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그들을 한참 동안 바라보던 송민준은 몸을 일으켜 앞으로 걸어갔다. “안녕하세요, 혹시 손은혜 씨 되시나요?”고개를 돌려 송민준을 쳐다본 여자의 얼굴에 놀라움과 경계가 가득했다. “누구시죠?”송민준인 덤덤한 태도로 말했다. “오늘 만나기로 한 사람입니다.”멈칫하던 여자는 그제야 송민준을 자세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눈을 커다랗게 뜨며 말했다. “네가 그때 그 남자아이니?”송민준은 그녀의 말에 대답 대신 앉으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말했다. “앉아서 얘기하시죠.”손은혜는 불편한 듯 쭈뼛거리며 송민준을 따라 룸으로 들어갔다. 룸에는 송민준 외에도 백인 남자가 한 명 있었다. 건장을 체격에 무표정한 얼굴을 한 남자는 겉보기엔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풍겼다. 손은혜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불안해졌다. “손은혜 씨, 앉으시죠.”송민준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손은혜는 품에 안은 가방을 꼭 끌어안으며 잔뜩 겁먹은 채 송민준의 맞은편에 앉았다. 송민준이 손은혜에게 뭘 마시겠냐고 묻자 그녀가 대답했다. “난 마실 건 필요 없어. 나에게 약속한 돈, 정말 줄 수 있어?”송민준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건 손은혜 씨께서 저에게 주실 정보가 그만한 가치가 있냐에 달렸겠죠.”그러나 손은혜는 송민준을 믿지 않았다. 그의 뒤에 서 있는 경호원이 너무 무서웠지만 그녀는 그럼에도 용기 내 말했다. “먼저 돈부터 줘. 안 그러면 한마디도 하지 않을 거야.”송민준은 손은혜를 한참 동안 쳐다보더니 손을 들었다. 그러자 그의 뒤에 서 있던 남자가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리더니 지퍼를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달러가 가득 들어있었다. 송민준은 손을 들어 그중의 절반을 꺼내 손은혜 앞으로 밀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한기를 내뿜는 송민준의 눈빛에 손은혜는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려왔다. 주먹을 꽉 움켜쥔 송민준의 손등엔 핏줄이 울끈 올라왔다. 하지만 그는 화를 내지 않았고 손을 들어 돈 한 뭉치를 손은혜 앞으로 밀었다. “그래서 아기는 누구에게 줬나요?”“우리가 사망한 아기를 산모 보호자에게 맡긴 후 조예단은 바로 나왔어. 당시의 난 혹여 보호자에게 그 사실을 들킬까 너무 무서웠던 터라 조예단을 따라가 언제면 돈을 줄 수 있냐고 물으려고 했지. 만약 들켰을 때를 대비해 대책을 세워야 했거든.”“조예단은 혼자 옥상으로 올라갔어. 난 그곳에서 한 남자와 대화를 주고받는 걸 봤지. 내가 조예단을 부르려는 데 그 남자가 조예단에게 묻더라고. 아이가 죽었냐고 말이야. 난 그 말에 깜짝 놀라 몸을 숨겼어.”“그리고 조예단은 아기는 낳았을 때부터 이미 사망했다고 말했어. 그러더니 언제면 돈을 줄 수 있냐고 물었지. 난 그제야 알게 된 거야. 누군가 아기를 산 것이 아니라, 아기를 죽이려고 했다는 걸 말이야.”그때의 일을 떠올리면 지금도 불안한 듯 손은혜는 부들부들 손을 떨었다. 그녀는 테이블에 놓인 물을 꿀꺽꿀꺽 마시기 시작했다. “나에게 돈을 건넨 조예단은 바로 그 여자 아기를 안고 가버렸어. 그 아기를 어디로 데려갔는지 난 몰라. 난 그 돈을 함부로 쓸 수도 없었어. 그래서 매일 마음 졸이며 출근해야 했지. 그리고 어느 날 조예단은 갑자기 나와 그때 같이 분만실에 있었던 다른 간호사 두 명을 찾아와 우리더러 한주를 떠나라고 했어. 최대한 멀리. 누군가 그때의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면서 말이야.”“우리는 겁이 나서 한 명씩 병원을 그만뒀어. 나와 조예단은 한주가 고향이라 혹시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집으로 도망갈 수도 없었어. 조예단은 나에게 해외로 가 있으라고 했고 난 당시 조예단에게 받은 2억을 들고 M 국으로 왔지.”해외에서의 생활은 그다 좋지 못했다. 손은혜는 여행 비자였던 탓에 해외에 오랫동안 머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감옥에
손은혜의 얼굴이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너... 너 그게 무슨 말이야?”송민준이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질문은 내가 해요.”손은혜는 겁에 질린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난 모르는 일이야. 그런 건 조예단을 찾아가는 게 좋을 거야. 그날 일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난 아이가 바뀐 사실 밖에 몰라. 난산은, 내가 그런 게 아냐. 난 정말 아무것도 몰라.”“난 그저 돈이 욕심났을 뿐이야. 한 번도 사람 생명을 해치려고 한 적 없어. 당시 분만실에 있던 사람은 모두 4명이야. 다른 두 사람에게 물어봐. 그 사람들이 아기를 받았으니 아마 나보다 더 잘 알—”“죽었어요.”송민준이 손은혜의 말을 자르며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모른다고요?”손은혜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녀가 중얼거렸다. “죽었다고? 어떻게 그런 일이?”송민준은 손은혜의 표정을 살폈다. 공포와 충격은 연기는 아닌 듯싶었다. “그 남자 얼굴 잘 떠올려봐요. 만약 저와 함께 돌아가 증인이 되어주시겠다고 하면, 오늘 준 두 배의 돈을 드리죠.”정신을 차린 손은혜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난 돌아가지 않을 거야.”이미 해외에서 20년이 넘도록 생활했다. 부모님도 진작 돌아가셨고 이미 50이 되어가고 있었다. 몇 년만 더 버티면 사회 보조금을 받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그녀의 생활은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귀국한다면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감옥과 형제들의 원망일 것이다. 그러니 타국에서의 생활이 아무리 어려워도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귀국하지 않는다면 최소한 형제들은 그녀가 해외에서 출세해 가족마저도 전부 잊어버려 연락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단 돌아가기만 한다면, 그녀는 그들 앞에서 머리조차 들 수 없을 것 같았다. 송민준도 전혀 다그치지 않고 태연하게 말했다. “시간 되실 때, 제 제안 한번 잘 고민해 보시죠.”말하며 그는 명함 하나를 손은혜 앞으로 밀었다. “혹시 생각 바뀌
‘그리고 그 약...’강한서는 매번 자신이 정신이 흐릿할 때마다 들었던, 풍령이 울리는 듯한 소리를 떠올렸다. 시선을 내린 강한서는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불규칙하게 두드렸다. 강한서의 생각이 궁금했던 민경하가 물었다. “어떻게 아셨어요?”“제가—”강한서가 머뭇거리더니 태연하게 대답했다. “물어봤었어요.”‘물어봤었다고?’‘대표님은 아무런 심리 질환도 없으신데. 누구 대신 여쭤보신 거지?’강한서는 몸을 일으켜 서류를 파쇄기에 넣었다. 그러자 서류는 순식간에 갈기갈기 찢어졌다. 그리곤 강한서는 또 종이 쪼가리들을 재떨에 넣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펄럭이며 흔들리는 화염을 보며 덤덤하게 말했다. “이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요.”민경하에게 나지막이 물었다. “사모님께도요?”강한서가 대답했다.“네.”막 알겠다고 대답하려던 민경하가 순간 멈칫했다. ‘내가 방금 사모님이라고 했는데 반박하지 않으셨어.’민경하가 떠보듯 입을 열었다. “대표님, 혹시 기억이 돌아오신 거예요?”강한서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 “수정하라고 했던 제안서는 다 됐어요?”“...”민경하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조사가 먼저라고 제안서는 천천히 해도 된다고 하셨잖아요.”강한서가 고개를 들어 민경하를 쳐다보았다. “네?”그 눈빛에 민경하가 곧 입을 굳게 닫았다. “지금 수정할게요.”말을 마친 민경하가 막 사무실을 나서려는데 강한서의 휴대폰이 울렸다. 민경하가 슬쩍 휴대폰 화면을 확인하니 송가람이었다. 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우물쭈물하며 테이블 위의 물건을 정리했다. 강한서는 민경하를 신경 쓰지 않은 채 전화를 받았다. “한서 오빠, 저예요.”강한서가 덤덤하게 대답했다. “가람 씨, 어쩐 일이에요?”그의 목소리를 무척이나 다정했다. 하지만 민경하가 본 강한서의 얼굴엔 그 어떤 표정도 걸려있지 않았다. “한서 오빠, 저 친구가 약혼을 하는데 약혼식에 꼭 와달라고 하더라고요. 혹시 같이 가주실 수 있어요?”강한서가 피식 웃더니 말
말이 없던 강한서가 어두워진 얼굴로 이를 악물었다. “내가 무서워할 것 같아요?”민경하가 말했다. “무서운 게 아니라 존중하는 거죠.”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겼다. “그저 약 가지러 가는 것뿐이에요.”민경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하지만 사모님께서도 이해하실 거라 기대하지 마세요. 대표님께서 그러셨잖아요. 사모님은 누구보다 비논리적인 분이시기 때문에 사모님과는 논리를 따지면 안 된다고요.”할 말을 잃었던 강한서가 다시 입을 열었다. “민 실장이 얘기 안 하면 한현진 씨가 어떻게 알아요?”민경하가 실소를 터뜨렸다. “대표님께서는 저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으시네요. 대표님이 모기에게 물리셔도 그 모기가 암컷인지 수컷인지도 알아보는 사모님이신데, 제가 그런 분을 속일 수 있을 것 같아요?”강한서가 이를 악물었다. “그럼 민 실장이 입을 다물고 있으면 되잖아요?”민경하가 똑바로 서서 입술 위로 지퍼를 닫는 액션을 취하더니 물건을 안아 들고 고개를 돌려 사무실을 벗어났다. 민경하가 나간 후에야 강한서는 뒤늦게 깨달았다. ‘수컷 모기가 사람을 물어?’——아름드리.한현진은 거실에 앉아 딸기를 먹으며 책을 읽고 있었다. 강민서가 이곳에서 지낸 지 이젠 이틀이 되었지만 아직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이 자식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그럴수록 한현진은 절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녀는 언제든 전투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강민서는 한현진의 방을 빼앗았을 뿐만 아니라 다음날 사람을 시켜 많은 가구와 옷들을 가져왔다. 그녀는 나머지 방에도 자기 물건을 가득 채웠다. 강한서는 침대를 구매해 게스트룸에서 지내려고 했지만 나머지 방도 전부 강민서가 차지했다. 강한서가 나가라는 말을 꺼내기만 하면 강민서는 울고불고 난리를 피우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천정에 구멍이 뚫릴 것 같았다. 한현진은 비록 강민서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 일에서만큼은 강민서가 어쩌다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게스트룸이 전부 강민서 짐으로
한현진은 몸을 일으켜 딸기를 들고 주방으로 향했다. 마침 위층에서 내려오던 강민서를 마주친 한현진이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나가?”강민서는 한현진을 힐끔 쳐다보고는 그대로 무시했다. 한현진이 또다시 물었다. “강한서에게 딸기 푸딩 해주려고 그러는데, 너도 먹을래?”강민서가 멈칫하더니 한현진에게 네 글자를 내뱉었다. “좋을 대로.”한현진이 이를 악물었다. ‘네가 나 좋은 일 해준 덕분에 봐주는 건 줄 알아. 누군 너 같은 거 신경이나 쓰고 싶은 줄 알아?’한현진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스스로 위로했다. ‘싸가지 없는 애랑 똑같이 굴지 마. 산모는 늘 유쾌한 기분을 유지해야 해. 유쾌한 기분...’한현진은 오랫동안 푸딩을 만들지 않았던 터라 괜히 디저트를 망칠까 봐 차미주에게 전화해 레시피를 다시 전수받은 후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한편, 전화를 끊은 차미주는 한성우에게 말했다. “현진이가 임신하더니 사람이 온화해진 것 같아. 전엔 강민서 얘기만 나와도 싫어하더니 방금 강민서에게도 만들어 줄 거래. 호르몬 영향이 이렇게 무서운 거야?”핸들을 돌리던 한성우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 걸 어른스럽다고 하는 거야. 민서는 아무리 뭐래도 한서 동생이잖아. 그러니 영원히 안 만나고 살 수 있겠어? 민서는 품위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엄마 밑에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을 뿐이야. 주아름이랑은 다르게 본성이 나쁜 애는 아니거든.”“한서가 막 졸업하고 회사를 차렸을 땐 제일 자금난에 시달렸을 때였어. 아주머니가 한서 자금을 전부 빼돌렸거든. 미용실에 투자한다나 뭐라나. 한서가 자금 회수를 위해 찾아갔었지만 돈을 찾기는커녕 오히려 혼나기만 했었어. 그때 내가 같이 따라갔었는데, 말씀을 정말 듣기 거북하게 하셨었지.”“한서 걔는 말이야, 정말 꽉 막힌 답답한 놈이거든. 그렇게 당하고도 할머님께 말씀드리지도 않았어. 할머님께서 알게 되시면 아주머니를 찾아가 대신 화를 내주셨을 텐데 말이야. 아주머니는 감히 할머님을 어쩌지는 못했지만 한서는 손아
차미주는 눈을 부릅뜨고 곧장 테이블로 향하려는 한성우를 잡았다. “네가 말해봐. 송가람이 팔짱 끼고 있는 저 남자, 누구야?”“뭐?”어리둥절한 한성우는 차미주가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는 순간 마음속으로 욕을 지껄였다. ‘제기랄.’“송가람? 송가람이 어딨는데?”차미주의 입가가 떨려왔다. “너 이 개자식. 강한서에게 넌 정말 지X 맞게도 좋은 친구네. 감히 내 앞에서도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이네. 이러고도 내가 널 받아줄 것 같아? 꿈 깨는 게 좋을 거야.”말하며 한성우를 밀어버린 차미주가 송가람 쪽으로 다가가려 했다. 그러자 한성우가 얼른 차미주의 뒤를 따라갔다. “나 농담한 거잖아. 왜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그래? 내가 장님도 아니고 멀쩡히 서 있는 사람이 왜 안 보이겠어?”‘강한서 네 발등은 네가 찍은 거야. 나도 이젠 못 감싸줘. 일단 우리 집안일부터 해결해야지.’차미주는 굳은 표정으로 이를 악물었다. “방금 현진이가 전화 와서는 딸기 푸딩 어떻게 하냐고 물었어. 강한서가 좋아한다면 말이야. 하지만 이게 뭐야? 현진이는 임신까지 하고도 집에서 현모양처처럼 푸딩이나 만들고 있고 강한서 저 개 같은 자식은 손가락과 팔짱 끼고 다른 사람 약혼식에나 참석하다니.”“쟨 기억을 잃은 거야, 아니면 빼앗긴 거야? 강한서는 정말 손가락의 저런 수준 없는 수법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거야? 아니면 너희 남자들은 애초부터 저런 순진한 척하는 여우짓을 좋아하는 거야?”차미주가 한성우를 노려보았다. “넌 강한서보다도 못한 놈이야. 강한서는 눈이라도 높아서 현진을 좋아하기라도 했지. 넌? 넌 그저 몸매만 좋으면 눈을 떼지 못하잖아. 인성이고 뭐고 보지도 않고 아무 여자나 막 만나잖아.”한성우는 조금 어이가 없었다. “날 욕하는 것까진 그렇다 쳐. 왜 너까지 욕하고 그래?”차미주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녀가 손을 뻗어 한성우의 목을 조르려 하자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차미주의 허리를 끌어안더니 나지막이 그녀의 귓가에 속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