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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극 중 왕후는 임팩트가 강한 인물이다. 한편으로 치욕을 참아가면서 일을 도모해야 했고, 한편으로 남편의 사랑을 다른 여인들과 나눠야 하는 고통을 치뤄야 했으며, 또 한편으로 국모로서의 인자한 풍모를 갖춰야 했다. 설령 자식을 잃는 고통이 있더라도 왕의 면전에서는 고아한 자태를 유지해야 했다.

그는 항상 국모로서의 본분으로 자신을 채찍질 해왔고, 왕실에서 사랑같은 감정을 가져서는 안되다고 수없이 곱씹으면서 살얼음판을 걷 듯 조심스럽게 한걸음씩 내디뎠다. 하지만 왕이 여주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여태껏 지켜왔던 모든 신념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배신으로 인한 미움이 밀물처럼 밀려와 왕후의 마음을 덮쳤다.

사랑하는데 가질 수 없는 그 안타까움이 미음으로 변한 것이 왕후역의 가장 큰 매력이다.

유현진은 숨을 한번 깊이 들이쉬고는 바로 극 중 인물에 몰입했다.

그의 목소리가 울리자 핸드폰만 보던 사람이 갑자기 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봤다.

유현진은 완전히 왕후배역에 몰입하여 아무런 도구의 도움이 없이도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대사가 또렷하게 들렸고, 감정이 과분하지도 부족하지 않았다. 특히 섬세한 연기가 포인트였다. 그가 왕자를 재우기 위해 달랠 때 보였던 그 웃음은 볼수록 소름이 끼쳤다.

하지만 그가 악역이라는 것을 모르는 상황에서는 더없이 일상적인 웃음이었다.

연기가 끝나자 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이때 차이현이 목을 가다듬더니 입을 열었다.

"다들 자신의 생각들을 말해 봅시다."

몇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기만 하면서 결국 조감독 한 명을 앞세웠다.

조감독은 목을 가다듬고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연기는 괜찮았는데, 너무 젊은 연기자라 기세가 부족할 수 있어요."

차이현은 엄지로 턱을 받치고는 오랫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조감독의 의견은 현실적인 문제였다. 왕후의 역할은 서른이 넘은 여배우가 하기로 했었다. 그래야 분위기상 무거우면서도 일정한 인생 이력을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현진은 얼굴이 너무 예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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