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년! 방귀 뀐 놈이 성내도 유분수지.차미주가 막 입을 열려던 찰나, 유현진이 그를 잡아당겼다. "차 감독님, 방금 전에 이 언니가 감독님 안 오셨다길래 오늘 오디션을 까먹은 줄 알았어요."그러자 안색이 어두워진 여인은 급하게 핑계를 찾았다."감독님 언제 오셨어요?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오지 않았다고 해서 아직 안 나오신 줄 알았죠."차이현은 세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세 사람 모두 머뭇거리고 있자 그는 담담하게 한마디 했다. "다들 따라오세요."차이현은 세 사람을 데리고 사무실 같은 널직한 공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방금 전의 그 여인을 불러내고, 유현진과 차미주더러 잠깐 기다리라고 했다. 두 사람이 나가자 차미주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차미주가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뒤지자 유현진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뭘 찾는 거야?"차미주가 말했다. "방금 전 저 여자 엄청 낯익은데 어디에서 봤던지 기억이 안나. 저 사람들이 올린 단체사진을 찾고 있어."차미주는 말이 끝나기 바쁘게 사진을 찾아냈다. "이 사람이군.""누구?""한세정."이름을 듣자 유현진이 눈썹을 찡그렸다. "이 이름 왜 이렇게 귀에 익지?""네가 녹음했던 인가? 영양가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 드라마 있잖아. 그거 이 여자 찍은 거잖아. 자신이 바로 청춘 드라마 출신이면서 청춘 드라마를 폄하하고 있어. 진짜 웃겨!"차미주가 설명해주자 유현진도 기억이 떠올랐다. 한세정이라는 이름은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그런데 저 사람이 왜 차 감독 작업실에 있지?""그건 잘 모르겠는데, 듣는 데 의하면 한세정 남편이 엄청 대단하대. 한세정이 처음에는 쓰레기같은 드라마들만 찍었는데, 그래도 항상 자금줄이 끊기지 않았대. 그 후로 인터넷 드라마가 뜨면서 한세정은 탑 인기를 누리는 인터넷 소설의 저작권을 사서 한창 잘 나가고 있는 인기 배우들만 찾아다니면서 작품을 찍은 거지. 그리고 돈도 많이 벌고.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엄청 잘 나가고 있지. 나 저 여자랑 싸운
극 중 왕후는 임팩트가 강한 인물이다. 한편으로 치욕을 참아가면서 일을 도모해야 했고, 한편으로 남편의 사랑을 다른 여인들과 나눠야 하는 고통을 치뤄야 했으며, 또 한편으로 국모로서의 인자한 풍모를 갖춰야 했다. 설령 자식을 잃는 고통이 있더라도 왕의 면전에서는 고아한 자태를 유지해야 했다.그는 항상 국모로서의 본분으로 자신을 채찍질 해왔고, 왕실에서 사랑같은 감정을 가져서는 안되다고 수없이 곱씹으면서 살얼음판을 걷 듯 조심스럽게 한걸음씩 내디뎠다. 하지만 왕이 여주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여태껏 지켜왔던 모든 신념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배신으로 인한 미움이 밀물처럼 밀려와 왕후의 마음을 덮쳤다. 사랑하는데 가질 수 없는 그 안타까움이 미음으로 변한 것이 왕후역의 가장 큰 매력이다.유현진은 숨을 한번 깊이 들이쉬고는 바로 극 중 인물에 몰입했다.그의 목소리가 울리자 핸드폰만 보던 사람이 갑자기 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봤다.유현진은 완전히 왕후배역에 몰입하여 아무런 도구의 도움이 없이도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대사가 또렷하게 들렸고, 감정이 과분하지도 부족하지 않았다. 특히 섬세한 연기가 포인트였다. 그가 왕자를 재우기 위해 달랠 때 보였던 그 웃음은 볼수록 소름이 끼쳤다.하지만 그가 악역이라는 것을 모르는 상황에서는 더없이 일상적인 웃음이었다.연기가 끝나자 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이때 차이현이 목을 가다듬더니 입을 열었다. "다들 자신의 생각들을 말해 봅시다."몇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기만 하면서 결국 조감독 한 명을 앞세웠다. 조감독은 목을 가다듬고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연기는 괜찮았는데, 너무 젊은 연기자라 기세가 부족할 수 있어요."차이현은 엄지로 턱을 받치고는 오랫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조감독의 의견은 현실적인 문제였다. 왕후의 역할은 서른이 넘은 여배우가 하기로 했었다. 그래야 분위기상 무거우면서도 일정한 인생 이력을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유현진은 얼굴이 너무 예쁘게
이 말에 유현진은 조금 놀랐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방윤아가 드라마 여주라고 했는데, 아닌가?차미주도 뭔가 수상했다. 방윤아가 여주라는 소식은 그가 동료들과의 단톡방에서 본 내용이다. 당시 여러 사람이 그 소식을 전송하고 난리였는데, 이제 와서 보니 다 거짓 정보였다. 이건 한세정의 짓임이 틀림없다.우선 분위기를 조성하여 팬들에게 기대를 주다가, 나중에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으면 팬들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으면서 화제거리가 되려는 타산이겠지. 수단 좋아! 한세정이 추천한 배우의 이름을 듣자 차이현이 입을 약간 오므렸다. "그 친구 작품을 보긴 했는데. "그러자 한세정이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어때요? 오디션 보겠다고 하면 지금 바로 연락해서 오라고 할게요. "그런데 차이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친구 연기는 기교밖에 없어요. "한세정은 차이현의 평가를 칭찬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차이현이 덧붙인 한마디는 그의 예상을 빗나갔다."감정이 없잖아요. 눈물을 그렇게 많이 흘리는데 눈이 빨개지지도 않고 멀쩡하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아무리 멍청하더라도 차이현의 조롱하는 어투를 못 알아들을 한세정이 아니었다. 그의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자 다른 한 조감독이 나서서 얼어붙은 분위기를 완화하려 했다. "워낙 청춘 드라마는 팬들한테 보여주는 거니까 자신의 실력을 다 발휘하지 않았을 수도 있죠. "그러자 차이현이 발끈했다. "팬들 덕에 먹고 살면서 그 따위 작품으로 팬들에게 보답을 한다고요? "조감독은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더이상 말하지 않았다. 차이현은 업계에서 독설로 유명하다. 하지만 작품이 좋기 때문에 그의 독설에도 불구하고 저마다 그의 파트너가 되기를 원했다. 차이현 세 글자는 퀄러티의 보장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감독한 드라마 중 뜨지 않은 게 없었다. 하지만 한세정은 달랐다. 그의 작품은 더 많이는 자본시장을 겨냥했다. 드라마 방송 기간에 대량의 자본을 마케팅에 투입하여 팬들로부터 어마어마한 돈을 거둬갔다.
다른 제작진들도 차이현과 얘기를 잠시 나누다 자리를 떴다.곧 회의실에는 유현진과 차미주, 차이현, 그리고 차이현의 비서만이 남아있었다.사실, 이 바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계약서와 별다를 게 없었다. 단지 을의 조항에 두 가지가 추가되었다.하나는 계약 기간 내에 드라마 홍보를 위해 인스타그램 계정을 다시 하나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홍보 기간 내에 절대 다른 일을 하면 안 되는 것이다.유현진의 전 직업을 염려해서 새로 만든 조항인 듯했다.그녀에게 ‘선셋 스타’는 비장의 카드와도 같은 존재였다. 너무 일찍이 선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유현진이 사인하려고 하자 차미주가 그녀의 팔을 잡아당기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현진아, 출연료가 너무 적은 거 아니야?”드라마 전체 출연료가 세전으로 4억이었다. 촬영 기간은 120일이었다.분량이 적은 배역은 아니었기에 출연료가 낮은 편이긴 했다.세금을 내야 하고 또 스태프를 따로 고용해야 할 뿐만 아니라 촬영장에서의 지출, 또 홍보할 때의 비용까지 덜어내면 유현진은 돈을 얼마 벌지 못할 것이다.유현진도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먼저 같은 배를 타야 하지 않겠어? 평생 이 돈만 버는 것도 아닐 테고. 만약 이 드라마가 대박을 터트리면 나를 스카우트하려는 작품도 많아지고 제작사들도 줄을 서겠지.”차이현이 차 한 모금을 마시며 유현진의 사인을 기다렸다.‘이 사람들이, 내가 귀먹은 줄 아나?’회의실에는 에코가 울렸기도 하고 네 사람밖에 없었기에 아무리 두 사람이 목소리를 낮춘다고 해도 그녀들의 대화를 못 들을 수가 없었다.차미주도 유현진의 말을 듣더니 일리가 있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사람은 역시 멀리 내다봐야 해.’유현진은 곧 사인을 하고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차이현에게 손을 내밀었다.“감독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차이현은 그녀와 악수를 하며 덤덤하게 말했다.“앞으로 같은 배를 타는 사이인데 날 그렇게 어려워하지 않아도 돼.”유현진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바로
유현진은 입술을 씰룩거렸다.“장난치지 말고 빨리 전화 받으라고 해요.”“현진 씨,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 못 믿으시겠으면 한서한테 전화해 봐요. 사람이 혼수상태에 빠졌는데 어떻게 전화 받을 수 있겠어요? 어젯밤 그 두 X끼가 겁도 없이 칼을 들고 있었어요. 작정하고 달려들었는지 경찰이 아니었으면 한서는 죽을 뻔했다고요. 저 그렇게 많은 피는 처음 봤어요.”유현진은 가슴이 타들어 갔다. 어젯밤 그녀는 정신을 잃었기에 사건의 경과를 전혀 몰랐다. 하지만 오늘 아침 일어날 때, 옷자락에 피가 묻어있긴 한 것 같았다.‘커피인 줄 알았는데 설마 피었어?’“현진 씨, 얼른 오세요. 한서가 정말 깨어나지 못할까 봐 두렵네요.”그러고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유현진이 다시 전화를 걸어보니 전화는 통하지 않았다. 강한서의 휴대폰도 전원이 꺼진 상태였다.유현진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차미주는 가게 안에서 그녀를 불렀다. 유현진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돈을 물고는 차미주에게 말했다.“집에 일이 좀 있어서, 난 가봐야겠어. 너 천천히 골라, 내가 나중에 연락할게.”하얗게 질린 그녀의 얼굴을 보며 차미주가 다급하게 물었다.“무슨 일인데? 많이 급해? 내가 같이 가줄까?”유현진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나중에 다시 얘기해.”그러고는 문 앞에서 택시를 잡아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가는 길에 휴대폰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한성우인 줄 알았으니 발신자가 유상수인 걸 확인하고는 미간을 구겼다.머릿속이 이미 뒤죽박죽이었기에 유현진은 휴대폰을 무음 모드로 하고는 휴대폰이 진동하기를 내버려 뒀다.그녀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마침 신미정과 강민서와 마주쳤다. 그녀들 옆에는 유현진의 아버지인 유상수도 있었다.유현진은 그 세 사람이 왜 같이 병원에 나타났는지 알아내지도 못했는데 강민서가 그녀에게 달려들며 물었다.“오빠는? 우리 오빠 어떻게 됐어?”유현진이 입술을 꼭 다물며 말했다.“몰라, 나도 방금 도착했어.”그 말을 들은 강민서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방금
이때, 문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거기서 뭐해?”유현진이 흠칫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병실 문 앞에는 환자복을 입은 강한서가 팔을 깁스한 채 덤덤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한성우가 서 있었다.둘의 모습을 보더니 유현진은 어이가 없었다.“오빠!”강민서가 강한서에게 달려가며 말했다.“나 엄청 놀랐단 말이야!”사실 강한서가 원래 709호실에 있었던 건 맞다. 하지만 709호실에 햇빛이 잘 안 들어 강한서가 아침에 704호실로 바꿨다. 병원 시스템에 입력되지 않았는지 강한서의 병실이 아직 709호로 되어있었고 그 때문에 이 사달이 난 것이다.“팔은 왜 그래?”신미정은 겨우 감정을 추스르며 말했다.강한서가 말하기도 전에 한성우가 대답했다.“어젯밤 경찰을 도와 나쁜 놈을 잡다가 그놈들한테 당했어요.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일곱 바늘이나 꿰맸어요.”‘일곱 바늘 꿰맸다고?’유현진은 두 손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강한서가 덤덤하게 말했다.“크게 다치지 않아 알릴 생각이 없었는데 성우가 너무 호들갑을 떨어서.”한성우는 강한서가 잠든 틈을 타 친한 친구들이 있는 여러 단톡방에 보내려고 그가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사진을 찍었는데 그만 잘못 눌러 동창 단톡방에 보냈다. 마침 누군가가 그 사진을 캡처하고는 강민서가 있는 단톡방에 전달했다.신미정이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일곱 바늘이나 꿰맸는데 크게 다치지 않았다니!”언성이 높아질까 봐 한성우는 바로 상황을 수습했다.“먼저 병실로 돌아가서 천천히 얘기하는 건 어때요? 돌아가신 분은 존중해야 하지 않겠어요?”확실히 언성을 높이며 얘기하기 마땅한 곳은 아니었다.강한서가 유현진을 힐끔 봤다. 유현진이 가만히 있자 그는 입술을 얇게 오므리며 말했다.“언제까지 여기서 무릎 꿇을 생각인데?”유현진은 어이가 없었다.‘내가 무릎 꿇고 싶어서 꿇냐고? 지금도 무릎이 엄청 아프단 말이야.’강민서가 아니꼬운 얼굴로 말했다.“창피하게 이게 뭐야. 모르는 사
강한서의 침대는 신미정과 강민서, 유상수에게 둘러싸여 유현진이 끼어들 자리가 없었다.그때 한성우가 말했다.“민서야, 물 좀 받아와. 오빠 아직 약 못 먹었단 말이야.”강민서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저기 그냥 서 있는 사람 있잖아.”“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한성우가 무슨 말을 더하려던 그때 유현진이 물컵을 건네받고는 덤덤하게 말했다.“제가 갈게요.”마침 유현진도 더는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았는데 잘된 일이었다.문을 닫자마자 신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어젯밤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어?”“별일 없었어요.”강한서가 짧게 말했다.“술 마실 때 시비를 거는 놈들이 있었고 싸움으로 번졌어요.”“어떻게 싸웠길래 사람 팔을 이렇게 만들어? 널 다치게 한 사람은? 지금 어디 있어?”“엄마, 제가 알아서 잘 처리할 거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그 말을 들은 신미정은 기분이 언짢았다.“내가 상관하지 않아도 되겠어? 네가 어젯밤에 이렇게 큰 사고를 당했는데 나는 이제야 알게 되었잖아. 너를 챙겨주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마음이 놓이지, 혼자 온 밤 동안 병원에 있었고 끼니나 물을 챙기는 사람도 없었는데 내가 어떻게 마음이 놓이겠어?”유현진은 입술을 씰룩거렸다.신미정의 말은 그녀를 저격한 것이었다.남편이 사고를 당했는데 아내로서 아무것도 몰랐다는 건 말도 안 되었다.이때 강한서의 목소리가 또 들려왔다.“제가 알려주지 않았어요. 피를 무서워하는 걸 알고 있었고, 또 저를 보고 놀라서 칭얼거릴까 봐 귀찮아서 안 불렀어요.”유현진은 어이가 없었다.하지만 기분이 그래도 좋아져 컵을 들고는 물을 받으러 갔다.“그게 귀찮았다고? 할머니가 지금 네 모습을 보면 얼마나 속상하시겠어? 나는 또 얼마나 속상하겠어?”“오빠, 지금이 어느 땐데 아직도 그 사람 편을 들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다면 지금 병원으로 찾아왔겠어?”강한서가 미간을 구겼다.“너는 무슨 불난 집에 부채질하고 그래?”강민서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그 말을 들은 신미정은
병실에서 나온 후 유상수는 바로 신미정을 불렀다.“사부인, 요새 얼굴색이 좋아 보이네요.”신미정이 덤덤하게 말했다.“그럭저럭 괜찮아요.”“전에 제가 현진이를 통해 보내드렸던 트러플은 받으셨어요? 어떠셨어요?”신미정이 미간을 구겼다.“무슨 트러플이요? 저는 모르는데요.”유상수가 흠칫했다.“그럴 리가 없어요. 사부인께 전하라고 현진이에게 직접 건네줬었는데 어떻게 못 받으셨을까요?”“그게 무슨 말씀이세요?”강민서가 목소리를 높였다.“우리 엄마가 받고도 못 받은 척한다는 말씀이세요? 엄마가 그깟 트러플을 못 먹어본 것 같아요? 유현진이 오빠와 결혼했다고 신분 상승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우리 집안에서 뭣도 아닌 게.”유상수의 얼굴색이 어두워졌다.신미정은 강민서가 말을 다하고서야 그녀를 혼내는 말투로 말했다.“민서야, 어른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니?”강민서는 콧방귀를 뀌고 더는 유상수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오십 넘은 유상수가 어린 여자애한테 혼나게 되니 체면이 서질 않았다.신미정이 말했다.“얘가 성격이 좀 세요. 사돈어른, 너무 마음에 두지 마세요.”유상수는 억지로 미소를 짜내며 말했다.“사부인,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민서의 말을 마음에 둘 리가 있겠나요?”“사실 사돈어른은 절 찾아올 필요도 없어요. 회사 일은 한서가 보고 있고 저는 이미 물러났으니 별 영향력이 없어요.”유상수는 신미정에게 부탁을 하고 싶어도 이 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했다.유상수가 웃으며 말했다.“사부인, 부탁드리려고 온 게 아닙니다. 사부인께서 현진이를 이렇게 잘 보살펴주셨는데 아비로서 고마운 마음에 선물을 하고 싶었습니다. 두 사람 사이가 더 화목해지길 바랍니다.”신미정이 그를 힐끔 보며 말했다.“우리 강씨 집안에 신경을 써준다면 저야 당연히 현진이를 잘 챙겨주겠죠. 혹시나 다른 마음을 품고 있을까 봐요.”그 말을 들은 유상수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경찰 제복을 입은 남자가 물을 받고 있어 유현진은 어쩔 수 없이 옆에서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