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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그이가 누군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차미주는 알고 있었다.

감정에 냉담한 그로서는 사랑의 늪에 깊이 빠진 유현진의 생각이 가끔은 이해가 가지 않지만 둘도 없는 친구가 자신감을 되찾고 낙관적으로 변한 것에 대해서는 내심 기뻤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하지만 작업실의 외관을 보고 유현진은 자신이 잘못 찾아온 줄 알았다. 작업실이라는 곳에 글쎄 제대로 된 문 하나 없었다.

그나마 유리로 된 미닫이문이 있긴 했는데, 거기에 붙여놓은 '이'자는 'ㅇ'이 절반 찢어진 상태였다.

이를 본 차미주가 빈정댔다.

"차이현 사기당한 거야? 작업실이 이게 뭐야?"

사실 환경을 보면 그다지 낙후한 건 아니었다. 그저 차이현의 명성에 비해 작업실이 지나치게 소박하다고나 할까?

두 사람이 작업실에 들어서자 맞아주는 이 한 명 없었다. 엄청 큰 공간에 몇 사람밖에 보이지 않았다.

유현진은 지나가는 한 사람을 붙잡고 물었다.

"실례지만 차이현 감독님 지금 어디에 계세요?"

한 손에 문서를 가득 안은 그 사람은 다른 한 손으로 안경다리를 받치고는 유현진을 아래위로 훑었다.

"없는데, 무슨 일로 온 거죠?"

"차 감독님이 아홉시 반에 오디션을 보겠다고 저더로 오라고 하셨어요?"

그 사람은 눈썹을 찡그리면서 답했다.

"오디션? 무슨 오디션이요? 전 들은 바 없는데."

유현진이 답했다.

"차 감독님이 어젯밤에 보낸 문자여서 아마 미처 말을 못했을 수 있어요."

"그럼 어떤 작품에 어느 배역을 오디션 보러 온 거죠?"

"영롱전이요."

"그럴 리 없는데!"

그 사람은 바로 부인했다.

"영롱전의 배역은 모두 정했어요. 뭘 또 오디션을 봐요. 보아하니 낯선 얼굴인데, 누가 찔러 넣은 거죠?"

"저는 신인이에요. 전에 제작진이 주도한 오디션을 본 적 있긴 한데, 아마 못 보셨을 거예요."

유현진은 웬만하면 화를 잘 안 내는 유순한 성격을 가졌다.

"그럼 당시에 어느 배역을 오디션 본 거죠?"

"귀비역이요."

이 말을 듣던 그 사람은 갑자기 놀란 기색을 보이면서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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