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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뒤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옷소매를 잡고 있는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강한서는 마음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유현진, 너 억지 부리지 마. 나한테는 통하지 않으니까."

강한서는 이렇게 말하며 머리를 돌렸다. 그러자 그의 허벅지까지 오는 여자아이가 그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저씨가 제 꽃을 밟았어요."

강한서는 말을 잃었다. 그는 머리를 숙여 자신의 왼발 아래에 있는 종이 백합을 바라봤다. 그는 허리를 숙여 백합을 주워 들고는 여자아이한테 건네줬다.

"네 어머니는 어디에 있어?"

여자아이가 막 말하려고 할 때, 한 남자가 아이의 이름을 부르면서 달려왔다. 여자아이의 아버지는 강한서한테 감사 인사를 하고 아이를 데려갔다.

강한서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맞은편의 남성복 가게에서 익숙한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어두운 안색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갔고 유현진은 마침 넥타이를 고르고 있었다. 유현진이 넥타이를 고르고 있는 것을 본 강한서는 답답하던 가슴이 순식간에 뻥 뚫린 것 같았다.

두 넥타이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던 유현진은 머리를 돌려 강한서한테 물었다.

"넌 어느 쪽이 더 예쁜 것 같아?"

강한서는 일부러 아무렇지도 않는 듯한 눈빛으로 힐끗 보고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파란색 줄무늬."

유현진은 강한서의 목에 넥타이를 대보더니 머리를 저으면서 말했다.

"파란색은 너한테 어울리지만 그 사람한테는 안 어울릴 것 같아."

이 말을 들은 강한서는 잠깐 멈칫하더니 표정이 싸늘했다.

"그 사람? 그 사람이 누군데?"

유현진은 강한서의 감정 변화를 발견하지 못한 채 넥타이를 고르면서 말했다.

"주강운 변호사 말이야. 어젯밤 변호사님이 없었더라면 나는 화장실 안에 한참 더 갇혀 있었을 거야. 마침 어떻게 감사 인사를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백화점에 온 김에 넥타이 선물이라도 해야겠어."

유현진이 주강운한테 진 빚은 어떻게라도 갚아야 했다. 함께 밥을 먹는 것은 약간 어색하니 선물을 주는 게 가장 편한 방법이었다.

이때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른 유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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