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16화

Penulis: 조십일
안하윤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가 어딜 봐서 저 여자가 소개한 거란 말이에요?"

"방금 사모님한테 선물을 하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저희는 지인이 아니라면 선물을 할 리가 없다고 판단했어요."

이 말을 들은 안하윤은 말문이 막혀 버렸다. 그녀는 가게 직원들을 가리키며 이를 갈았다.

"이 사기꾼들... 기자를 찾아가서 다 말해버릴 줄 알아요!"

안하윤은 또 유현진을 노려보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도 두고 봐요!"

손가락으로 수표를 집어 든 유현진은 미소를 지으며 수표를 흔들어 보였다.

"나중에 또 봐요."

유현아는 안하윤의 멍청함을 속으로 욕하고 있었다. 그녀가 마침 안하윤한테 한 마디 하려고 할 때,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강한서를 발견하고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의기소침해서 가게 밖으로 나갔다.

"사모님, 다른 제품을 보시겠어요?"

매니저가 정중하게 물었다.

이 가게는 한성우의 가게였다. 그리고 강한서가 그녀를 몇 번 데리고 온 적 있는 덕분에 매니저와는 서로 잘 아는 사이였다. 안 그러면 매니저는 방금 전처럼 도와주지 않았을 것이다.

어찌 됐든 유현진은 강한서의 이름을 빌어 위세를 부렸다.

"이 소엽자단 팔찌를 포장해 주세요. 선물할 거예요."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누구한테 선물하게?"

이때 강한서의 목소리가 갑자기 유현진의 귓가에서 들려왔다. 깜짝 놀란 유현진은 귀를 만지작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네 할머니한테 선물할 거야."

강한서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자신의 말투가 쌀쌀맞았다는 것을 알아챈 유현진은 기침을 하며 다시 말했다.

"할머니한테 드리려고."

"넌 1800만 원을 넘게 벌어 놓고 할머니한테는 200만 원도 안 되는 선물을 사는 거야?"

강한서는 방금 전에 일어난 일을 다 알고 있었다.

'나쁜 놈!'

"200만 원이 뭐 어때서? 그 200만 원도 내 돈이야. 너한테서 받은 게 아니라고! 게다가 할머니는 너희 같은 사람들이랑 달라. 할머니는 모든 걸 돈으로 계산하지 않는다고."

강한서는 유현진을 힐끗
Lanjutkan membaca buku ini secara gratis
Pindai kode untuk mengunduh Aplikasi
Bab Terkunci

Bab terkait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17화

    뒤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옷소매를 잡고 있는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강한서는 마음이 약해지기 시작했다."유현진, 너 억지 부리지 마. 나한테는 통하지 않으니까." 강한서는 이렇게 말하며 머리를 돌렸다. 그러자 그의 허벅지까지 오는 여자아이가 그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가 제 꽃을 밟았어요."강한서는 말을 잃었다. 그는 머리를 숙여 자신의 왼발 아래에 있는 종이 백합을 바라봤다. 그는 허리를 숙여 백합을 주워 들고는 여자아이한테 건네줬다."네 어머니는 어디에 있어?"여자아이가 막 말하려고 할 때, 한 남자가 아이의 이름을 부르면서 달려왔다. 여자아이의 아버지는 강한서한테 감사 인사를 하고 아이를 데려갔다.강한서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맞은편의 남성복 가게에서 익숙한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어두운 안색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갔고 유현진은 마침 넥타이를 고르고 있었다. 유현진이 넥타이를 고르고 있는 것을 본 강한서는 답답하던 가슴이 순식간에 뻥 뚫린 것 같았다.두 넥타이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던 유현진은 머리를 돌려 강한서한테 물었다."넌 어느 쪽이 더 예쁜 것 같아?"강한서는 일부러 아무렇지도 않는 듯한 눈빛으로 힐끗 보고는 담담하게 대답했다."파란색 줄무늬."유현진은 강한서의 목에 넥타이를 대보더니 머리를 저으면서 말했다."파란색은 너한테 어울리지만 그 사람한테는 안 어울릴 것 같아."이 말을 들은 강한서는 잠깐 멈칫하더니 표정이 싸늘했다."그 사람? 그 사람이 누군데?"유현진은 강한서의 감정 변화를 발견하지 못한 채 넥타이를 고르면서 말했다."주강운 변호사 말이야. 어젯밤 변호사님이 없었더라면 나는 화장실 안에 한참 더 갇혀 있었을 거야. 마침 어떻게 감사 인사를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백화점에 온 김에 넥타이 선물이라도 해야겠어."유현진이 주강운한테 진 빚은 어떻게라도 갚아야 했다. 함께 밥을 먹는 것은 약간 어색하니 선물을 주는 게 가장 편한 방법이었다.이때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른 유현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18화

    "또 다른 선물도 있어?"강한서는 이렇게 물었다.유현진은 베풀기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강한서가 먼저 이렇게 물어보자 그녀는 쇼핑백을 열고 조잘조잘 설명하기 시작했다.정원사한테 줄 장갑, 가정부한테 줄 안마기, 조련사한테 줄 새 부츠, 그리고 준이한테 줄 작은 머리핀... 유현진은 신이 나서 하나하나 설명했다. 강한서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모든 선물을 설명하고 나서도 상자 하나가 남은 것을 보고 유현진은 슥 꺼내들며 이렇게 말했다."아 맞다. 이건 네 선물이야."강한서는 상자를 힐끗 쳐다봤다. 상자에 새겨져 있는 로고는 유현진이 넥타이를 고르고 있던 그 가게의 로고였다.강한서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덤덤하게 말했다."갑자기 넥타이는 왜 샀어?""넥타이 아니야."유현진은 눈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이 가게에서 오늘 2만 원을 보태면 양말 한 켤레는 주는 행사를 하고 있더라고! 너 이 브랜드 양말 좋아하잖아. 평소에는 한 켤레에 5만 원이 넘는데 오늘은 2만 원밖에 안 해서 정장이랑 잘 어울리는 남색으로 하나 골랐지."이 말을 들은 강한서는 무표정한 얼굴로 상자를 쇼핑백 속으로 던져버렸다."너 지금 뭐 하는 거야?"유현진은 강한서의 태도가 아주 불만스러웠다. 그는 유현진과 함께 쇼핑을 하며 물건을 들어주기는커녕 선물을 받고서도 정색을 했다.강한서는 유현진을 상대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아저씨, 조금 빨리 가죠."유현진은 강한서가 왜 또 화가 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반 시간 후, 둘은 드디어 한주 강씨 가문의 본가에 도착했다. 이 저택은 정인월과 그의 남편이 돈을 벌고 나서 땅을 사 직접 지은 집이었다. 저택은 정원의 형식으로 지어졌고 정자도 만들어져 아주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한주 강씨 가문의 저택은 최근 몇 년 동안 생긴 별장 중에서도 가장 독보적이었다.정인월이 말을 키우기 시작한 후로는 저택 뒤에 있는 땅도 사서 목마장과 채소밭으로 만들었다. 말도 키우고, 채소도 심는 생활은 아주 여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19화

    남자는 시선을 거두며 미소를 지었다."강씨 가문의 손자며느리라면 틀림없을 거예요."아직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유현진을 보고 주강운은 이렇게 설명했다."이쪽은 송민준이라고 해요. 어젯밤 화장실에 있던 그 아가씨가 민준이의 여동생이래요."그뿐만 아니라 송민준의 아버지와 강한서의 아버지는 같은 바지를 입을 정도로 친한 동창 사이였다.몇 년 전, 그들은 막내딸 송가람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대부분 회사를 해외로 옮겼다. 송가람의 병세가 호전되고 나자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송민준의 아버지는 다 함께 국내로 이사할 계획이었다. 해외에 처리해야 하는 회사가 아직 남아 있는 관계로 그는 두 남매를 먼저 국내로 보냈다.어젯밤 남매는 원래 함께 파티에 참석할 계획이었지만 송민준은 다른 일이 있는 관계로 조금 늦게 도착을 하게 되었다. 송가람은 그 새로 화장실에서 발작을 하고 만 것이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병원으로 옮겨진 송가람의 상태가 안정된 후, 송민준은 바로 호텔 측에 연락해 '생명의 은인'을 찾아 나섰다.호텔 매니저의 도움 하에 그는 주강운과 연락을 하게 됐고, 또 한주 강씨 가문의 손자며느리가 송가람을 도와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외에 있던 송 대표는 이 사실을 알자마자 바로 강씨 가문에 직접 방문해서 인사를 하라고 했다. 그렇게 이번 만남이 성사된 것이다.송민준은 아주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 그는 벌떡 일어나서 유현진한테 허리 굽혀 인사를 했다."어젯밤 일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 동생이 어릴 적부터 몸이 좋지 않았거든요. 만약 현진 씨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제 동생은 아주 힘들어졌을 것입니다. 제가 저희 가족을 대신해 이렇게 감사 인사를 드리겠습니다."송민준은 이렇게 말하며 상자 하나를 꺼내 유현진한테 건네줬다."이건 저희 가족의 작은 성의입니다. 부디 받아주세요. 상자 속에 저의 명함도 있으니 혹시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도와드리겠습니다."만약 유현진이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이 상자는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20화

    유현진이 멍하니 주강운을 바라보고 있을 때, 강한서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살짝 잡아당겼다. 유현진은 그를 노려보면서 이렇게 물었다."너 뭐 하는 거야?"강한서는 유현진의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잡고 담담하게 말했다."흰머리가 있길래."강한서의 손끝에는 확실히 하얀 머리카락이 있었다.유현진은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화가 났다. 어찌 됐든 지금은 흰 머리카락을 뽑을 타이밍이 아니었다. 게다가 강한서는 오늘따라 이상한 행동만 찾아서 했다.두 사람이 옥신각신하고 있는 모습은 금세 다른 사람들의 눈에 들어왔다.송민준은 두 사람을 쳐다보면서 미소를 지었다."우리가 저번에 만났을 때는 둘 다 고등학생이었는데 한서 너는 눈 깜짝할 사이에 현명한 아내를 찾아서 가정을 꾸렸구나."유현진은 겸손하게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강한서 곁에 드디어 똑똑한 사람이 나타났다고 생각했다.이때 주강운도 이렇게 입을 보탰다."현진 씨는 제가 아는 여성분 중에서 가장 용감한 사람이에요."주강운은 어젯밤 이야기를 자세히 말하기 시작했다.유현진은 자신이 한 일이 별로 용감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아무리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라고 해도 맨손을 변기 안으로 집어넣는 것은 꽤나 비위 상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어젯밤 일로 주강운은 그녀를 영웅이라고 칭찬을 늘어놓았다. 만약 유현진이 당사자가 아니었더라면 주강운의 말하고 있는 여자가 영웅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이야기를 듣고 난 정인월은 유현진이 아주 자랑스러웠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손자며느리가 얼마나 훌륭한 지를 칭찬하기 시작했다.화제는 어느새 유현진을 칭찬하는 것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처음에는 뿌듯하게 듣고 있던 유현진도 계속되는 칭찬 세례에 슬슬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이 와중에 강한서는 관찰하는 듯한 눈빛으로 유현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그들이 칭찬하고 있는 여자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여자가 맞는지 의심하는 것처럼 말이다.정인월은 말을 하다 말고 이렇게 한숨을 쉬었다."이제는 둘이 나한테 증손주만 만들어 준다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21화

    "내가 요즘 너무 바빠서 자주 못 왔어. 절대로 네가 싫어진 게 아니라고. 왜 화를 내고 그래?""녀석이 알아듣나요?"주강운은 어느새 유현진의 옆으로 다가왔다.유현진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이렇게 대답했다."준이는 이 마구간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에요. 예전에 준이 앞에서 다른 말이 더 예쁘다고 칭찬을 했다가 물 마실 때 일부러 저를 향해 뱉기도 했어요. 사람 말을 못 알아듣는다면 그렇게 했을 리가 없겠죠. 사람도 이 정도로 뒤끝이 길지가 않다고요!"준이는 유현진이 자신을 언급했다는 걸 알고 있는지 불만스러운 듯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러자 유현진은 금세 말투를 바꿔 이렇게 달래줬다."착하지, 준이가 예쁘다고 칭찬해 주는 거야."이때 준이가 머리를 홱 돌려서 유현진과 마주했다.준이의 왼쪽 눈 위로 한 5cm쯤 되는 곳에서부터 시작된 흉터는 왼쪽 눈을 관통하고 있었다. 녀석의 왼쪽 눈은 밝게 빛나는 오른쪽 눈과 다르게 아주 어두웠다.이 흉터는 녀석에게 남다른 정중함을 선사했다. 마치 천군만마 중에서 두각을 나타낸 전쟁의 신처럼 사람을 매료하는 매력이 있었다.준이가 갑자기 몸을 돌린 탓에 유현진은 깜짝 놀랐다. 준이는 그녀가 들고 있는 사과만 낚아챈 채 다시 엉덩이를 들이밀었다. 그 모습에 유현진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주강운은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확실히 현진 씨를 좋아하는 것 같네요."송민준은 멀지 않은 곳에 서서 잠깐 관찰하다가 강한서한테 이렇게 물었다."저렇게 자기주장이 강한 말도 길들여져?"강한서는 준이와 얘기를 하고 있는 유현진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누가 길들이냐에 따라 다르지.""한쪽 눈이 멀었는데도 길들일 수 있다고?""그럼 간단하게 경기라도 해볼래?"송민준은 강한서의 제안이 아주 솔깃했다."그럼 한 두 바퀴 돌아볼까?"강한서는 이렇게 말했다."말을 고르러 가자."송민준은 승마 고수였다. 그가 정인월한테 승마에 관심 있다고 말한 건 겸손에 불과했다. 그는 아마추어 승마 경기에 참가해서 상을 받은 적도 있었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22화

    주강운은 실소를 터뜨렸다.“학생 때나 그랬지, 지금은 그렇게 유치하게 굴지 않아요.”‘서른이 넘은 남자 둘이서 형이라는 호칭 하나로 승마 시합을 하다니, 이러고도 안 유치하다고?’강한서도 역시 그의 제안을 덤덤하게 받아들였다.“그럼 넌 오늘 형 생기겠네.”송민준이 웃더니 자신 있게 말했다.“동생이 생길 수도 있는 거지.”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두 말은 쏜살같이 달려나갔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밤색 말이 준이를 꽤 많이 앞섰다. 두 말 사이의 간격은 점점 넓어지고 있었다.주강운이 말했다.“아무래도 시선이 가려져서 영향을 받나 봐요.”유현진이 입술을 씰룩거리더니 낮은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준이는 절대 지지 않을 거에요.”게다가 준이를 타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강한서였다.그 둘은 환상의 짝꿍이었다. 강한서보다 경마로서의 준이의 프라이드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또 강한서보다 준이를 더 잘 다룰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참.”주강운은 갑자기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이거 현진 씨 거죠?”유현진이 고개를 돌려보니 주강운의 손에 든 것은 그녀가 어젯밤에 착용했던 귀걸이였다.“네, 제 거 맞아요. 어제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감사 인사를 전한 유현진은 주강운의 선물을 챙기지 않은 걸 후회했다. 지금이 선물을 건넬 절호의 기회였는데 말이다.“민서는 뭐 하고 있어요?”주강운이 갑자기 물었다.유현진은 강민서의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전혀 없었기에 건성건성 대답했다.“친구랑 나갔나 보죠.”주강운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한서가 안 혼냈어요?”“왜 혼내요?”“어젯밤 송민영 씨가 꽤 많이 다쳤거든요. 팔에 세 바늘이나 꿰맸어요. 당분간은 광고 촬영도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위약금도 꽤 많이 들었을걸요? 한서가 어젯밤 계속 병원에 있었어요. 걔 성격으로 민서를 엄청 세게 혼낼 줄 알았는데... 한서가 항상 민서를 엄하게 다뤘거든요.”유현진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한서가 어젯밤 계속 병원에 있었어요."주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23화

    헬멧을 벗은 송민준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너 말한테 약이라도 먹였어?”강한서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트집 잡지 말고, 빨리 형이라고 불러.”송민준이 웃으며 말했다.“그래도 내기는 내기니까. 네, 알겠어요. 형.”강한서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주강운을 보더니 물었다.“녹음했어?”주강운이 핸드폰을 흔들며 말했다.“똑똑히 다 녹음됐어.”송민준이 입술을 씰룩거렸다.“왜 그렇게 유치하게 굴어?”강한서는 그의 말을 무시한 채 주강운에게 말했다.“나한테 보내.”송민준은 어이가 없었다. 그는 물을 벌컥벌컥 마시더니 갑자기 물었다.“현진 씨는?”강한서는 그제서야 유현진이 사라졌다는 걸 발견했다. 그의 옷가지는 덩그러니 벤치에 놓여 있었다.주강운이 유현진의 말을 전했다.“해가 너무 비친다고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가겠다고 했어.”송민준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오늘은 구름이 많아서 해가 그렇게 내리쬐지 않았다. 심지어 먹구름이 몰리면서 당장이라도 비가 내릴 기세였다.누가 들어도 해가 비친다는 말은 핑계에 불과했다.송민준이 웃으며 말했다.“여자들이 다 그렇지, 뭐. 내 동생은 흐린 날에도 탈까 봐 양산을 쓰고 다닌다니까.”강한서는 입을 꾹 닫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세 사람이 돌아올 때 유현진은 정인월을 도와 음식을 내오고 있었다.정인월은 돌아온 세 사람을 보며 얼른 손을 씻고 밥을 먹으라고 했다.정인월은 젊은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특히나 그들의 어릴 시절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쭉 옆에서 지켜봤으니 애정이 더 많이 갔다. 그래서인지 오늘 유난히 기분이 좋아 밥맛도 더 좋아졌다.식사를 마친 후 사람들은 차를 마시며 옛날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유현진은 그들의 어릴 적 일들을 모르고 있었기에 얘기에 끼지 않고 과일 깎는다는 핑계로 자리를 떴다.그녀는 주방에 있다가 거치적거린다는 소리를 듣고 곧 가정부에게 쫓겨났다.거실로 돌아가기 싫었던 유현진은 베란다로 에돌아가 잠시 머물기로 했다.목적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24화

    유현진이 멈칫하더니 입술을 꽉 깨물며 말했다.“왜 그렇게 물어요?”주강운이 악플러의 프로필 사진을 확대했다.“이 손을 봐봐요. 송민영 씨의 손 같지 않아요?”유현진에게 지속적으로 악플을 단 사람은 오른손으로 버블티를 들고 있는 프로필 사진을 사용했다.하지만 유현진은 여전히 어안이 벙벙했다. 그녀에게 악플을 남긴 대부분 사람이 송민영의 팬이라 프로필 사진으로 송민영의 사진을 써도 전혀 이상할 것 없었다.“그런데요?”“제가 이쪽 분야의 전문가인 친구한테 물어보니 그 어떤 플랫폼에서도 이 사진이 공유되지 않았대요. 사진 속의 각도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버블티를 든 사람이 직접 찍은 사진 같거든요. 게다가 인스타그램이나 다른 플랫폼에서도 이 사진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어제 송민영 씨가 사인을 해줄 때 제가 유심히 손을 관찰해 봤어요. 사진에 찍힌 손과 똑같이 손아귀에 점이 있더라고요. 손이 가늘지 않은 관계로 송민영 씨는 촬영을 할 때 손을 클로즈업해야 하는 부분에서 대역 써요. 그래서인지 송민영 씨의 손 사진은 특히나 찾기 어렵죠.”주강운이 어제 송민영에게 사인을 받은 이유는 오로지 그녀의 손을 관찰하기 위해서였다.유현진도 바보가 아니었기에 곧바로 그의 뜻을 알아챘다.“그러니까 이 계정이 송민영 씨 본인 거라고요?”“본인은 아니더라도 주변 사람의 계정이겠죠. 아니면 어떻게 송민영 씨가 직접 찍은 사진을 갖고 있을 수 있겠어요?”차미주와 주강운 빼고 그 누구도 ‘선셋 스타’가 유현진의 계정이라는 걸 몰랐다. 주변 사람들도 모르는 걸 송민영은 더욱 알 길이 없으니 개인적인 원한 때문은 아닌 듯했다.그렇다면 이유가 더빙 일 말고는 없을 것이다.송민영과 유현진이 함께 한 작품은 대박을 터트렸다. 하지만 캐릭터를 제대로 살린 유현진의 더빙이 이슈가 된 덕분에 송민영이 받아야 할 관심을 가로채버렸다.송민영은 더빙 배우가 주목을 받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팬들을 이끌고 몇 달 동안이나 악플을 달았다. 연예계에 몸 담근 지 한참 된 송민영은 물론 이번 일

Bab terbaru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76화

    한성우가 흥, 콧방귀를 뀌었다. “형수님도 양심은 없으시네요. 아무리 그대로 강운이가 형수님을 좋아하는 건 사실이잖아요. 이렇게 이용하시면 마음에 안 찔리세요?”한성우의 말에 한현진의 말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좋아하면 강한서를 자극하기 위해 절 간민혜 씨 모습으로 분장시킬 수 있어요? 저와 주 변호사님은 그저 지인 딱 그 정도예요. 말 할 거예요, 말 거예요? 말 안 할 거면 됐어요.”‘강한서에게 덫을 놓은 건 내가 평생 기억하고 있을 거야.’말을 잘못 꺼냈음을 인지한 한성우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얘기하면 되잖아요. 왜 화를 내고 그래요. 하지만 제가 얘기한다고 해서 강운이가 나설 거란 보장은 저도 못해요.”한현진이 덤덤하게 말했다. “할 거예요.”주강운이라는 사람의 모든 면을 잘 안다고 할 수 없었지만 한현진은 변호사로서의 그의 능력은 의심한 적이 없었다. 정서희의 의뢰를 받고 정설희 사건을 조사하고 있으니 당연히 장준도 눈여겨보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제 발로 찾아온 기회는 주강운은 거절할 리가 없었다. 주강운에게 전화해 안부를 묻던 한성우는 돌고 돌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불법 레이싱 교통사고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3명이 죽고 15명이 부상을 입었대. 전부 이제 갓 20살이 된 어린 애들이던데 안타깝게 됐어. 학교나 열심히 다닐 것이지 레이싱은 대체 왜 한 거야. 목숨이 아깝지도 않나 봐.”커피를 한 모금이 마신 주강운이 서류를 넘기며 말했다. “이젠 사회 뉴스도 봐?”“아니, 그냥 우연하게 본 건데 놀라워서 그러지. 바로 주변에서 일어난 일이잖아. 부상자 중에 진수 그룹 막내아들도 있었고. 탄식이 절로 나오더라니까.”물을 한 모금 마신 한성우가 툭 던지듯 물었다. “넌 이런 뉴스 안 봐?”주강운이 말했다. “봤는데 자세히는 안 봤어.”“사건 관련 기사는 아무것도 아니야. 숨겨진 뒷이야기가 더 충격적이야. 그러니까...”“잠깐만.”주강운이 한성우의 말을 잘랐다. “나 할 일이 있어서 나중에 끝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75화

    [아니, 지금 중요한 건 사고 원인을 밝히는 거 아녜요? 대체 왜 부상자 신상정보나 캐고 있는 거예요? 일부러 여론 몰이 하려는 거 아녜요?][그러니까요. 이렇게 큰 교통사고면 한 사람만의 문제는 아닐 텐데, 이 경기의 주최 측에 문제점을 둬야하는 거잖아요.][속도 제한 구간에서 불법 레이싱을 하다 교통사고가 발생했어요. 뭐 더 할 말 있어요? 위에 댓글 혹시 진수 그룹 알바 아니세요?][그래서 진모 씨는 경기에 참가하지 않은 건가요? 피해자라도 된대요? 피해자는 그 인간들 차에 치인 사람이에요. 논리적인 척 하는 거 웃기네요. 쓰레기 같은 인간 때문에 목숨을 잃은 피해자는 나 몰라라 하면서 그것도 인간이라고 신상정보가 털리는 게 안타까워요?][진윤. 남. 서화 대학 전기정보공학과 2학년. 주민등록 번호: XXXX. 전화번호: XXXX.]진윤의 신상정보가 인터넷에 전부 폭로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정보를 공유했다. 심지어 진윤의 수능성적을 폭로하며 그의 성적으로는 서화 대학에 입학할 수 없다며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불법 레이싱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한 사람을 향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고 여론은 이미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었다. 여론 몰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해도 그 대상이 진윤이 될 이유가 없었다. 누군가 진윤을 이용해 사건의 요점을 흐리려는 의도이거나 이번 일을 계기로 진수 그룹에 타격을 주려는 것이 분명했다.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한현진이 한성우에게 연락했다. 진윤의 일로 전화했다는 것을 안 한성우가 말했다. “이번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녜요. 일단 불법 레이싱도 문제이긴 하지만 제일 중요하건 레이싱에 참가한 사람 중 마약을 한 인간이 있다는 거예요. 그게 이번 사고가 일어난 제일 중요한 원인이기도 하고요.”“지금 그 인간을 숨기기 위해 인터넷에서는 이 사건의 모든 화살을 진윤 씨에게 돌리고 있어요. 형수님과 한서는 이번 일에 끼어들지 말아요.”한현진이 멈칫하며 물었다. “그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74화

    한현진은 어쩔 수 없이 민경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약혼식 준비를 하는 민경하를 위해 강한서는 특별 휴가를 지급했다. 그러니 민경하도 지금은 강한서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아주머니 말로는 아침 여섯 시부터 급하게 나갔다고 해요.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돼서요.”한현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야겠어요.”“잠깐만요, 사모님.”갑자기 한현진을 부른 민경하가 나지막이 물었다. “오늘 아침 뉴스 보셨어요?”“아직요. 왜요?”민경하가 말했다. “어젯밤 남서신길에서 레이싱 경기가 있었는데 큰 교통사고가 발생했어요. 3명이 죽고 15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해요. 남서신길 쪽에 저희 자회사에서 시공을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어요.”“오늘 아침 6시쯤에 뉴스가 터진 거니까 대표님께서 급히 나간 게 그 일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남서신길이요?”잠깐 생각에 잠겼던 한현진이 움찔 몸을 떨었다. ‘진윤 씨가 전에 참가하겠다고 고집 부리던 경기잖아?’한현진이 곧바로 진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뿐만 아니라 홍혜림도 연락을 받지 않았다. 비록 진씨 가문과 연이 깊은 것도 아니었고 진윤에게 다가간 것도 홍혜림에게 물어볼 것이 있기 때문이었지만 혹시라도 사고를 당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이 자식! 분명 강한서와 더는 그런 위험한 경기엔 참가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면서. 대체 왜 이렇게 말을 듣지 않는 거야.’아무도 연락을 받지 않자 한현진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한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하리에게 물어봐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진윤의 사촌누나이니 어쩌면 남인 그들보다 먼저 소식을 들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한열이 말했다. “진윤 씨도 다쳐서 아직 깨어나지 못했대요. 신하리 씨도 아까 공항으로 가서 아마 지금쯤 그쪽으로 출발했을 거예요. 아직 사람을 보지도 못했으니 신하리 씨도 상황은 잘 모르고 있을 거예요.”제일 염려했던 일이 결국은 일어나고 말았다. 진윤도 그 사고 현장에 있었다. 그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73화

    염색은 한 시간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잘생긴 포즈로 거울 셀카를 찍은 진윤이 강한서에게 사진을 전송했다. [다시 시작.]강한서는 사진 속 검은 머리에 순해 보이는 젊은이를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의 웃음소리에 읽던 책을 내려놓은 한현진이 고개를 돌려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왜?”강한서가 진윤의 셀카를 한현진에게 보여주었다. 한현진 역시 사진을 보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 “어쩐지 금발에 눈썹도 살짝 밀어버리는 스타일을 고집하더라니. 눈썹 피어싱까지 빼니까 그냥 아기였네. 너무 귀엽게 생겼잖아. 훈이보다 어려 보여.”강한서도 한현진을 따라 웃었다. “선배도 그렇잖아. 50살도 넘은 분이 아직도 30대처럼 보이니까. 성우가 처음 선배를 봤을 때 형이라고 불렀다가 예의 없다고 혼났어. 그러다 다른 애들도 형이라고 하니까 말이 없더라고.”그 장면을 상상한 한현진은 웃음을 멈추질 못했다. “역시 동안이 좋아. 50대가 되어서도 얼굴 하나로 젊은이들의 마음을 살 수 있잖아. 난 왜 동안이 아닐까?”그 말에 멈칫한 강한서가 한현진을 힐끔 쳐다보았다. “누구 마음을 사려고?”한현진이 눈웃음을 지었다. “강 대표님, 몇 십 년 후의 일도 미리 질투하실 거예요?”강한서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 정도는 아냐.”한현진이 의외라는 듯 물었다. “정말?”강한서가 확신에 찬 말투로 대답했다. “안 해, 질투.”예상 밖의 대답에 호기심이 불타오른 한현진이 물었다. 몇 십 년 후엔 사랑보다 정으로 사는 거라 신경 쓰지 않는 거야?”강한서가 대답했다. “그건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어.”“뭔데?”강한서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몸이 살아있는 한 그대들은 그저 첩에 불과해.”멍해졌던 한현진이 폭소를 터뜨렸다. 그녀는 강한서를 품에 안고 뽀뽀 세례를 날렸다. “진지한 얼굴로 실없는 농담을 던질 때 정말 귀여워 죽겠다니까.”강한서가 힐끔 한현진을 쳐다보았다. “이런 걸 바로 조강지처의 자신감이라고 하는 거야.”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72화

    순간 불쾌한 기분에 빠진 진윤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 아마추어 경기는 사석에서 주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전문적인 레이싱 경기도 아니었다. 오직 속도에서 주는 쾌락만을 추구하는 경기였다. 상금이 높은 만큼 위험부담도 컸다. 하지만 진윤이 경기에 참가한 것은 상금 때문이 아니었다. 돈 걱정 없이 산 진윤이 목숨 건 돈에 욕심낼 필요는 없었다. 그는 단지 경기의 주최 측에 F1 레전드 인물도 있다는 소식에 우승을 하면 그 사람과 만나 얘기를 나눌 기회라도 있지 않을까 싶어 참가한 것이었다. 진윤은 그의 팀원들 역시 레이싱에 대한 열정으로 함께 지금까지 뭉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자신을 무시하는 친구의 말은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모든 사람이 진윤처럼 레이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프로 선수가 되길 꿈꾸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이들이 사랑하는 것은 어쩌면 레이싱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지니고 있는 상금이라는 거대한 유혹일 수도 있었다. 팀원 중 위험한 내기 경기에 참석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진윤은 알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경주마처럼 미친 듯이 산길을 휘저었다. 목숨을 내걸고 재벌들의 도박판에서 기꺼이 주사위가 되었다. 아차 하는 사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경기에서 이기면 그만큼 어마어마한 상금이 주어졌다. 불행히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고 해도 그의 가족들은 놀라운 액수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었으니 위험을 감수하고 뛰어드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었다. 처음으로 팀원에게 그 얘기를 들었을 때의 진윤은 충격에 빠졌었다. 하지만 팀원들은 마치 일상적이 대화를 하듯 당연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그때의 진윤은 그저 그들이 비슷한 일을 너무 많이 들은 탓에 익숙해져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 보니 그들은 그렇게 위험 부담마저도 부러웠었던 같았다. 팀원 중 대부분의 사람에게 레이싱은 그저 짧은 시간 사이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도구에 불과했다. 뜬 눈으로 꿈을 꾸고 있는 진윤이야말로 그들에겐 이상한 인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71화

    “아들. 네가 공부가 하고 싶다면 복수 전공이 아니라 10개 전공을 배우겠다고 해도 엄마는 찬성이야. 엄마 지금 너무 기뻐. 만약 농담하는 거라면 지금 당장 거짓말이었다고 얘기해. 안 그럼 엄마는 진심으로 받아들일 거야.”진윤이 웃으며 홍혜림의 팔을 끌어안았다. “엄마. 저도 형처럼 엄마의 자랑이면 안 돼요?”홍혜림이 진윤의 금발을 어루만졌다. “너도 예전엔 엄마의 자랑이었지. 금발로 염색한 후로는 자랑이 아니게 되었지만.”진윤: ...“그럼 다시 염색할게요.”홍혜림이 얼른 헤어숍 VIP카드를 건네며 말했다. “얼른 가. 여긴 새벽 12시가 되어야 영업이 끝나는 곳이야. 지금 가면 아직 시간 있어.”진윤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홍혜림이 얼마나 진윤의 금발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네, 네, 네. 지금 갈게요.”외투를 챙겨주며 문앞까지 배웅 나온 홍혜림이 진윤에게 물었다. “아들. 조금 전에 누구한테 들은 말 때문에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잖아. 그 분 너희 교수님이셔?”“우리 교수님은 아녜요. 하지만 좋은 스승님이긴 해요.”‘사기꾼이기도 해. 하지만 꽤 능력 있는 사기꾼.’홍혜림이 호기심에 가득 찬 말투로 물었다. “그 분 한 마디에 바로 생각이 바뀐 거야? 내가 너한테 얼마나 많이 얘기했었는데, 그땐 들은 척도 안 하더니.”진윤이 말했다. “절 데리고 20km를 뛰었어요. 자길 이기면 날 뉴벨리 팀에 입단시켜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나보다 10살이나 많아서 나이 많은 어르신한테 지겠어? 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졌어요.”진윤이 창피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저보다 빨리 뛴 건 아니었어요. 제가 적을 만만하게 생각한 거죠. 하지만 무서운 사람이에요. 지독하게 강해서 무서운 사람. 그 사람은 못 해낼 일이 없는 것 같아요. 입단은 무슨, 그냥 그 기회를 벌어 저에게 설교를 하려던 것뿐이었어요.”“내가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게 레이싱을 그만두게 하려고. 처음엔 엄마가 보낸 스파이인 줄 알았다니까요. 하지만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70화

    진윤에게 묻는 홍혜림은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랐다. ‘얘기해. 엄마 괜찮아. 파산이라도 하지, 뭐. 돈은 없으면 다시 벌 수 있어. 아빠가 안 된다고 하면 쫓아내면 돼.’처음으로 느끼는 죄책감에 진윤은 고개를 숙였다. 홍혜림이 비록 관리를 잘 하긴 했지만 귀밑머리는 이미 하얀 서리가 내려있었다. 큰형은 어려서부터 얌전하고 말을 잘 듣는 아이라 부모님의 속을 썩인 적이 없었다. 유독 진윤이 고집을 부리며 걸음마를 뗄 때부터 뒤에서 마음을 졸이게 했다. 진윤의 수능성적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지금 그가 다니고 있는 대학교 전공은 전부 부모님이 수많은 돈을 들여 기획한 결과였다. 하지만 진윤은 본인이 좋아하지 않는 전공이라는 이유로 자포자기하며 지냈다. 부모님이 통제욕이 강하다는 것은 그저 진윤이 그들에게 씌워놓은 프레임에 불과했다. 정말 부모님의 통제 속에서 살아가는 친구들은 매일 모든 스케줄, 심지어 먹는 음식까지 전부 부모님에게 보고해야 했다. 그런 사람에 비하면 그의 부모님은 그저 애교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레이싱을 좋아하는 진윤이 못마땅했지만 그럼에도 그저 설득하는 것이 전부였다. 홍혜림은 단 한 번도 진윤의 레이싱 장비를 부순 적이 없었다. 매번 더는 새 장비를 사주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 다짐도 진윤의 애교 몇 번에 곧 무너지고 말았다. ‘언제까지 실망만 안겨드릴 순 없잖아. 나도 엄마의 자랑이 되어야지 않겠어?’“엄마. 저 복수 전공하고 싶어요. 전 레이싱이 좋아요. 도무지 포기가 안 돼요. 저 실력 그 정도 아닌 거 알아요. 하지만 자동차 관련한 전공을 배워보고 싶어요. 지금 전공은 절대, 두 번 다시는 F학점 받는 일 없을 거라 약속 드려요. 복수 전공하게 해주면 안 돼요?”홍혜림: ??“그거 말고 다른 건 없어?”진윤이 멍해졌다. “네?”홍혜림이 말했다. “네가 나에게 하려는 말이 그거야?”진윤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 “네. 그게 아니면요?”홍혜림: “사람을 치거나, 교통사고를 낸 게 아니고?”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69화

    눈에 띄게 변한 진윤의 모습을 홍혜림은 믿을 수가 없었다.집 바로 앞이 학교라 진윤은 기숙사 생활을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집에 자주 들어오는 것도 아니었다. 집에서 레이싱 게임을 할 때마다 부모님의 잔소리가 끊이질 않아 진윤은 큰형 아파트에 몰래 숨어있는 것을 좋아했다. 진윤의 큰형은 일 때문에 그에게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9살이나 더 많은 그의 형은 가끔 부모님보다 더 진윤을 아끼기도 했다. 심지어 가끔은 진윤의 편을 들어 그의 비밀을 지켜주기도 했다. 큰형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가 있었다. 그러니 제발 눈치껏 본가로 들어오라고 홍혜림은 몇 번이고 진윤에게 얘기했었다. 사실 예비 며느리는 그저 핑계에 불과했다. 진윤을 본가로 불러들이는 이유는 진윤이 곁에 없으니 도무지 관리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진윤은 그 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매번 홍혜림이 같은 얘기를 꺼낼 때마다 그는 두 귀를 닫고 못 듣는 척 연기했다. 하지만 이번엔 홍혜림이 먼저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진윤 스스로 본가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진윤에 홍혜림은 혹시 형제가 싸우기라도 한 걸까 전화를 했지만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말에 홍혜림은 생각했다. ‘이 자식 또 무슨 사고라도 치고 돌아와서 얌전한 척 연기하는 거 아냐?’‘교통사고라도 내서 배상해 줘야 하는 건가? 아니면 레이싱 카가 망가져서 새 차를 살 돈이 필요한 건가?’‘설마 사람을 친 건 아니겠지?’진윤이 집에서 열심히 공부할수록 홍혜림은 점점 더 사람을 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녀는 매일 밤 아무 일도 없는 척 진윤의 방 앞을 서성이며 생각했다. ‘먼저 잘못을 인정하면 요즘 얌전하게 지냈던 걸 정상참작해서 욕을 좀 덜해야겠어.’하지만 3일이 지나도록 진윤은 홍혜림을 부르지 않았다. ‘이상해.’‘너무 이상하잖아!’‘설마 사람을 친 것보다 더 큰 사고는 아니겠지?’‘대체 얼마를 배상해야 하는 거야?’1 주일이 지나자 더 이상 참지 못한 홍혜림은 진윤의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68화

    진윤: ...강한서가 진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싫다면서 현 상황을 바꿔보려고 하지도 않은 거야?”진윤: ...‘왜 선생님께 혼나는 기분이 드는 거지? 진지하게 핵심만 꼬집고 있잖아.’입을 달싹이던 진윤은 변명이라도 해보고 싶었지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한참만에야 입을 열었다. “그런 생각은 안 해봤어요.”진윤은 그동안 어떻게 반항해야할지, 그런 생각만 하고 있었다. 강한서가 말했다. “네 인생은 네 거야. 네가 열심히 살든, 대충 살든 네 하루하루는 다름없이 흘러가고 있어. 네 태도에 따라 싫었던 그 경험들이 사라지지 않아. 단지 네가 싫다는 이유로 아무 문제도 해결하지 않고 대충 흘려보냈을 뿐 그것들은 계속 존재해.”“대충 공부해서 대충 졸업하면 또 대충 취직이나 하겠지. 아니면 아예 너희 회사로 입사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 다음에? 그렇게 평생을 대충 흘려보낼 거야? 그게 네가 원하는 인생이야?”멍하니 강한서를 쳐다보던 진윤이 한참만에야 대답했다. “아뇨.”부모님이 선택해준 전공이 싫어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얼른 졸업하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강한서의 말처럼 졸업 후엔? 전공에 맞는 직업을 찾아 그저 그런 삶을 살아갈까, 아니면 부모님 회사에 입사해 되는대로 살아갈까. 어떤 선택이든 그건 진윤이 원하는 인생은 아니었다. 4년이란 시간을 허무히 흘러 보내고 나면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전 이미 3학년이에요. 전과를 하기엔 늦었잖아요. 이젠 뭘 하려고 너무 늦은 것 같아요.”속상한 듯 대답하는 진윤의 말에 한현진이 말했다. “진윤 씨는 완전 MZ세대잖아요. 이제 갓 이십 대 초반인데 뭘 해도 늦지 않은 나이예요. 너무 빨리 본인의 가능성을 단정 짓지 말아요. 60세에 대학생이 됐다는 기사 못 봤어요?”“진윤 씨보다 나이가 훨씬 많아도 늦었다고 생각 안 하는데, 진윤 씨가 왜 겁을 내요?”“전...”입술을 달싹이던 진윤이 한참이 지나서야 한숨을 내뱉었다. “두 사람 문제아 갱생

Jelajahi dan baca novel bagus secara gratis
Akses gratis ke berbagai novel bagus di aplikasi GoodNovel. Unduh buku yang kamu suka dan baca di mana saja & kapan saja.
Baca buku gratis di Aplikasi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