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돌이킬 수 없는 과거

사랑은 돌이킬 수 없는 과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5-01-07
By:   작만이  Completed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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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정상에 올라가 저체온증에 걸렸다. 목숨 걸고 나를 지키겠다고 맹세했던 두 소꿉친구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한 명은 모든 옷을 임지유에게 입히느라 바빴고, 다른 한 명은 자신의 체온으로 임지유를 데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는 얼어붙어 심장마비가 올 지경에 이르러 애원하며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화를 내며 말했다. “서윤아! 지금 이 상황에서 질투를 해야겠어? 추우면 뛰어다녀!” “돌아가면 패딩 백 벌 사줄 테니까 지금은 절대 지유랑 옷 가지고 다투지 마!” 구조대가 도착해 간신히 목숨을 건졌고, 병원에 일주일간 입원했지만 그들은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대신 그들의 SNS에는 임지유의 생일 파티 사진이 가득했다. 10년 넘게 함께한 소꿉친구가 운전기사 딸의 미소만큼도 못했다. 나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 강씨 집안과의 혼인 저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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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내가 말을 끝내자마자 병실 문이 벌컥 열렸다. 일주일 동안 연락도 없던 한민기랑 민은우가 들어왔다. “뭐? 결혼한다고?” 두 사람 모두 기세등등한 모습이었다. 나와 아버지의 대화를 들은 게 분명했다. 하지만 난 굳이 설명할 생각조차 없었다. “너희랑 상관없는 일이야.” 짐을 챙겨 나가려는데 두 사람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평소 거칠기만 한 한민기가 버럭 소리쳤다. “서윤아, 너 지금 제정신이야? 가족의 이익을 위해 결혼 도구가 되고 싶지 않다며? 그래서 우리가 네 부모님한테 찍히는 한이 있어도 너 편들어줬잖아. 그런데 이제 와서 말 바꿔?” 한민기의 말투는 전혀 사정 봐주는 기색이 없었다. 평소 늘 나에게 부드럽게 대해주던 민은우는 아무 말없이 한민기의 화를 지켜만 봤다. “너 말 좀 해! 아니면 우리 둘이 널 괴롭히는 거 같잖아. 어떻게 좀 해명해 봐!” 나는 민은우를 힐끔 쳐다.봤다. 그는 내 시선을 피했다. 이런 상황은 전에도 종종 있었다. 한민기는 성격이 급해서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곤 했지만 그럴 때마다 민은우는 항상 내 앞에 나서서 그를 나무랐다. 그리고 나서 한민기는 곧잘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민은우는 가만히 있고, 한민기도 사과할 기색이 없었다. 나는 깊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가 왜 너희들한테 설명해야 돼? 누구랑 결혼하든 내 맘이야” “비켜. 내 길 막지 말고?” 순간 병실은 조용해졌다. 한민기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민은우는 고개를 숙인 채 나를 쳐다봤다. “서윤아, 설마 우리가 지유한테 옷 준 것 때문에 기분 나빠서 일부러 이러는 거야?” 내 숨이 순간 멎었다. 산 정상에서 저체온증으로 생명이 위태로웠고, 병원에 실려 와 사흘 만에 깨어났다. 그런데 그는 이 모든 일을 단순히 옷 때문에 화난 걸로 치부해버렸다. 내가 아직 입도 떼지 못했는데 한민기가 이미 소리를 질렀다. “옷 몇 벌 가지고 왜 이래! 좋아, 지금 당장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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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내가 말을 끝내자마자 병실 문이 벌컥 열렸다. 일주일 동안 연락도 없던 한민기랑 민은우가 들어왔다. “뭐? 결혼한다고?” 두 사람 모두 기세등등한 모습이었다. 나와 아버지의 대화를 들은 게 분명했다. 하지만 난 굳이 설명할 생각조차 없었다. “너희랑 상관없는 일이야.” 짐을 챙겨 나가려는데 두 사람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평소 거칠기만 한 한민기가 버럭 소리쳤다. “서윤아, 너 지금 제정신이야? 가족의 이익을 위해 결혼 도구가 되고 싶지 않다며? 그래서 우리가 네 부모님한테 찍히는 한이 있어도 너 편들어줬잖아. 그런데 이제 와서 말 바꿔?” 한민기의 말투는 전혀 사정 봐주는 기색이 없었다. 평소 늘 나에게 부드럽게 대해주던 민은우는 아무 말없이 한민기의 화를 지켜만 봤다. “너 말 좀 해! 아니면 우리 둘이 널 괴롭히는 거 같잖아. 어떻게 좀 해명해 봐!” 나는 민은우를 힐끔 쳐다.봤다. 그는 내 시선을 피했다. 이런 상황은 전에도 종종 있었다. 한민기는 성격이 급해서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곤 했지만 그럴 때마다 민은우는 항상 내 앞에 나서서 그를 나무랐다. 그리고 나서 한민기는 곧잘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민은우는 가만히 있고, 한민기도 사과할 기색이 없었다. 나는 깊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가 왜 너희들한테 설명해야 돼? 누구랑 결혼하든 내 맘이야” “비켜. 내 길 막지 말고?” 순간 병실은 조용해졌다. 한민기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민은우는 고개를 숙인 채 나를 쳐다봤다. “서윤아, 설마 우리가 지유한테 옷 준 것 때문에 기분 나빠서 일부러 이러는 거야?” 내 숨이 순간 멎었다. 산 정상에서 저체온증으로 생명이 위태로웠고, 병원에 실려 와 사흘 만에 깨어났다. 그런데 그는 이 모든 일을 단순히 옷 때문에 화난 걸로 치부해버렸다. 내가 아직 입도 떼지 못했는데 한민기가 이미 소리를 질렀다. “옷 몇 벌 가지고 왜 이래! 좋아, 지금 당장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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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민은우는 케이크를 내던지고 나가며 나를 돌아보았다. “서윤아, 너도 반성해. 기분 내키는 대로 구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정말 반성해야 할 것 같다. 지난 십여 년 동안 내가 이 두 남자를 너무 과대평가한 건 아닐까 하고. 병원에서 집까지 가는 길이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어릴 적부터 한민기와 민은우는 항상 내 곁을 지켜줬다. 내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그들은 함께했다. 병원에서 혼자 일주일이나 보내본 적도, 혼자 집으로 돌아온 적도 없었던 내가 이젠 완전히 혼자였다. 집 문을 열자마자 느껴진 싸늘한 공기에 내 마음은 또다시 깊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열여덟 살 때 집을 나와 이 별장에서 살기 시작한 이후 그들의 존재는 내 일상 속에 늘 있었다. 나는 물고기를 키우는 걸 좋아했다. 집에는 큰 수족관이 있었고, 수조 안의 작은 물고기들에게 각각 이름을 붙여줬다. 한민기와 민은우는 늘 내가 아이 같다며 웃었지만 그리고 나서는 내가 원하는 물고기를 구하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곤 했다. 내가 집에 없을 때도 그들은 와서 물고기들을 돌봐줬다. 하지만 지금은 열댓 마리의 물고기들이 배를 뒤집고 수면 위에 떠 있었다. 완전히 죽어버린 상태였다. 수족관 앞에 멍하니 서서 물고기들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가슴속이 터질 듯이 아팠다.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던 날, 나는 이 두 사람을 처음 만났다. 그들은 나를 인형처럼 예쁘다고 칭찬하며 철없는 목소리로 내 기사가 되겠다고 하였다.사람들은 아이들의 말을 믿지 말라고 하지만 그 15년간의 동행은 진짜였다. 그들은 정말로 나를 공주로 여겼다.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면 학교 일진인 한민기는 나를 업고 골목으로 뛰어가 결투를 벌였다.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도 그는 이렇게 소리쳤다. “다시 한 번 서윤이를 괴롭혀 봐! 내가 가만히 두나!” 내가 그들과 같은 대학에 진학하지 못해 오열할 때 공부 잘하던 민은우는 명문대의 기회를 포기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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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한 마디 한 마디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심장을 갈가리 찢었다. 이렇게까지 아플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순간 내 심장이 멎어버린 것 같았다. “서윤아, 너 언제 돌아왔어?” 문을 열고 나온 임지유는 나를 보자 깜짝 놀라며 말했다. 마치 내가 이 집의 불청객이라도 된 듯한 표정이었다. “이 집은 내 집이야. 내가 내 집을 들어오는데 네 허락이라도 받아야 해?” “그런 뜻이 아니야...” 임지유는 눈물을 글썽이며 애처롭게 울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의 낡은 가방을 발밑에 던져버렸다. “네 짐 챙겨서 나가.” “아야! 너무 아파...” 임지유는 갑자기 허리를 숙이며 발가락을 감싸 쥐었다. 한민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내 어깨를 세게 밀쳤다. “서윤아! 너무하는 거 아니야? 아무리 화가 나도 가방으로 사람을 때리면 안 되지!” 내가 비틀거리며 쓰러지려고 할 때 민은우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서윤아, 화가 나면 우리한테 풀어. 하지만 지유에게 그러지 마. 지유는 이미 충분히 힘들어.” ‘임지유가 불쌍하다면 나는?’ ‘산에서 저체온증으로 심장이 아파오고 몸이 떨릴 때는? 내가 두려움 속에서 그들에게 애원했을 때는?’그들은 임지유를 품에 안고 얼굴이 붉어진 임지유를 감싸주느라 바빴다. 병원에서 혼수상태로 누워있을 때 임지유는 SNS에 여러 장의 사진을 올렸다. 그녀와 그들이 함께 즐겁게 놀고먹고 마시는 모습이었다. [너희들 덕분에 너무 행복해.]올린 글이 유독 눈에 띄었다. 예전엔 그 모든 것이 내 것이었는데 말이다.“임지유, 너는 내가 준 돈으로 먹고 입고 살면서 이제 사람까지 뺏으려고 하니? 다음엔 우리 부모님도 뺏으려는 거야?” 병원에서 막 퇴원한 내 몸은 이런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었다. 심장은 다시 아파왔고, 나는 가슴을 움켜쥔 채 바닥에 쓰러졌다. 민은우의 눈이 크게 뜨였다. “서윤아!” 한민기도 급히 나를 향해 달려왔다. “서윤아!” 하지만 둘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5-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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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오랜 침묵 끝에 민은우가 입을 열었다. “일단 서윤이를 병원에 데려가자. 얘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서씨 가문에 얘기 못 해.” 그 말이 떨어지자 한민기가 마지못해 나를 일으켜 세웠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는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고 몸을 기댈 수밖에 없었지만 그는 불편한 듯 몸을 피하고 한 손으로만 나를 잡았다. 차에 타자마자 임지유는 망설임 없이 조수석에 앉았다. 한때 앞자리에 붙어 있던 “서윤 공주님 전용 좌석” 스티커는 어느새 “지유 공주님 전용 좌석”으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창밖으로는 어느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병원에 거의 다다랐을 때 임지유가 갑자기 민은우를 다급히 바라보며 말했다. “은우 오빠, 내 목걸이가 서윤이 집에 떨어진 것 같아! 그건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에 내 생일 선물로 주신 거야. 꼭 찾아야 해!” 민은우는 얼굴이 심각해졌다. “그렇게 중요한 물건이라면 찾아야지.” 한민기도 덧붙였다. “그럼 뭘 망설여? 당장 유턴해!” 나는 식은땀에 젖은 옷을 움켜쥔 채 두 사람에게 애원할 수밖에 없었다. “먼저 병원에 좀 데려다줄 수 없을까?”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민기는 나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또 시작이네! 대체 언제까지 질투질을 할 거야! 그건 지유 아빠가 남긴 유품이라고!” 민은우도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 “안 데려다준다는 게 아니잖아. 목걸이 찾고 나서 데려다줄게.” 병원까지는 이제 한 번만 꺾으면 되는 거리였다. 하지만 나는 이미 고통으로 거의 기절할 지경이었다. 일주일 전 산에서 저체온증으로 쓰러졌던 순간이 다시 떠올랐다. 더는 내 목숨을 걸고 이들이 돌아올 마음이 있을 거라 믿을 수 없었다. 나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코너 하나만 돌면 병원이야. 나를 길가에 내려줘. 내가 혼자 병원에 갈게.” 차 안은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러자 한민기가 갑자기 문을 열며 쏟아지는 비 속 거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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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며칠간 집에서 요양하던 중 처음으로 결혼 상대 강시우의 전화를 받았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서윤 씨, 안녕하세요. 저는 강시우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내 결혼은 강시우와 연결되어 있었지만 20년 넘게 나는 그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머릿속으로 상상한 그는 그렇게 잘생기지도 않고, 아니면 다른 부분이 부족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재벌인 그가 내가 혼인을 거부한 후에도 여전히 혼담조차 없을 리가 없었다. “안녕하세요.” 나는 살짝 불안해졌다. 혹시 그가 이 전화를 걸어 결혼을 거절하려는 게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한민기와 민은우와의 얽힌 관계가 소문으로 떠들썩하게 퍼진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뜻밖에도 그는 이렇게 물었다. “전에 맞춰놓은 웨딩드레스가 가게에 도착했다고 하네요. 오늘 한번 입어볼까요?” 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좋아요, 이따 뵐게요.” 웨딩숍에 도착했을 때 강시우는 오지 않았다. 나는 소파에 앉아 카탈로그를 넘기고 있었는데 세 명의 익숙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민기와 민은우가 임지유를 데리고 가게로 들어온 것이다. 임지유는 두 다발의 꽃을 들고 있었고, 양옆으로 팔짱을 낀 모습이 꽤 행복해 보였다. 나를 보자마자 임지유의 얼굴이 굳어졌다. 먼저 한민기가 다가와 따져 물었다. “서윤아, 너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야? 왜 전화도 안 받고, 메시지도 답이 없어! 우리가 너 찾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임지유는 한민기가 나에게 가까이 가지 못하도록 그의 팔을 꽉 잡았다. “민기 오빠, 화내지 마. 서윤이가 지금 결혼 준비하느라 바쁜 거잖아. 우리한테 신경 쓸 겨를이 없었을 거야.” 화가 한풀 꺾인 한민기는 그녀의 말을 듣고 다시 불타오르듯 화를 냈다. “너 진짜 강씨 집안과 결혼하려는 거야?! 우리를 대체 뭘로 보는 건데?!” 나는 카탈로그를 던지며 말했다. “뭘로 보냐고? 공기.” 한민기가 아무 말도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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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임지유는 얼굴이 급격히 굳었다. 한민기와 민은우가 무의식적으로 나에게 다가오려 하자 임지는 갑자기 울며 말했다. “아빠가 살아 계셨으면 좋았을 텐데...” 한민기와 민은우는 깜짝 놀라 다시 그녀에게로 돌아섰다. “지유야, 왜 그래?” “갑자기 아빠 생각이 난 거야?” 임지유는 두 사람 사이에 둘러싸여 눈물을 쏟아냈다. “아빠가 살아 계셨다면 내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보고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근데 이제는 볼 수 없어...” 그녀의 눈물은 끝이 없었다. 한민기는 가슴 아픈 듯 임지유의 눈물을 닦아주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지유야, 울지 마...” 내가 이 광경을 즐기고 있던 중 민은우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나를 향해 고함쳤다. “서윤야, 지유에게 당장 사과해.” 나는 귀를 의심하며 말했다. “내가 왜 사과해야 하는데?” 민은우는 임지유 앞을 가로막으며 정의로운 얼굴로 말했다. “지유 아빠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잊었어? 너 아니었으면 그런 일이 없었을 거야!” 한민기도 그의 말에 동조하며 말했다. “그래! 그날 네가 데리러 오라고 하지 않았다면 길에서 심장마비로 돌아가시는 일도 없었을 거야!” 나는 어이없어 웃음이 나왔다. “그 사람은 내가 돈을 주고 고용한 운전기사였어. 날 데리러 오는 건 그 사람 일이라고!” “그리고 심장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숨긴 건 그 사람이야!” “지난 반년 동안 내가 임지유에게 쓴 돈이 몇억은 돼! 근데 내가 왜 걔한테 사과해야 해?” 하지만 한민기는 듣지 않았다. “돈 있다고 다야? 사람이 죽었어! 당장 사과해!” 민은우는 한 걸음 나아오며 내 손을 잡아끌어 임지유 앞에 끌고 갔다. 나는 휘청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임지유가 갑자기 얼굴을 감싸며 말했다. “때리지 마! 때리지 마!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아빠 얘기를 하지 않을게! 제발 때리지 마!” 민은우와 한민기는 동시에 멍하니 굳어졌다. 두 사람이 나를 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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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도와줘서 고마워요.” 차에 오르자마자 나는 강시우와 거리를 두었다. 비록 곧 결혼할 예정이지만 그에 대해선 아직 낯설기만 했다. 강시우가 집에 데려다줄 거라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그는 차를 레스토랑으로 몰았다. “먼저 식사부터 해요. 다 먹고 나서 이야기합시다.” 놀랍게도 강시우가 주문한 음식은 전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식사를 거의 마쳤을 무렵 레스토랑 안에 로맨틱한 피아노 선율이 울려 퍼졌다. 강시우는 내 앞에 다가와 한쪽 무릎을 꿇고, 커다란 다이아몬드 반지를 들고 있었다. 그의 깊은 눈빛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반지는 오래전부터 서윤 씨를 위해 준비한 거예요. 내가 직접 서윤 씨한테 끼워주고 싶었어요.” 나는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우리 단순한 정략결혼이 아니었나?’ 그는 내 혼란스러움을 눈치채곤 미소를 지었다. “우린 같은 병원에서 태어났고, 지금까지도 서윤 씨를 지켜봐 왔어요.” “서윤 씨는 내가 갑자기 다가왔다고 생각하겠지만 난 이미 오래전부터 서윤 씨한테 빠졌어요.” “포기하지 않길 잘한 거 같아요. 드디어 오늘을 바라왔잖아요.” 강시우가 내 손에 반지를 끼워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는 민은우와 한민기가 진짜 소꿉친구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진짜 소꿉친구는 강시우였다. 그는 조용히 나를 지켜주었고 내가 가장 힘들 때마다 나타나 나를 보호했다. 나는 그의 품에 안기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레스토랑을 나선 후 그는 나를 바닷가로 데려갔다. 단순히 모래사장을 걷는 거라 생각했지만 갑자기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불꽃으로 변하는 글자는 내 이름이었다. 압도적인 감동이 가슴을 울렸다. 고개를 돌리자 그는 다시 한 트럭 가득한 선물을 가리켰다. “이건 20년 동안 네게 직접 전하지 못한 생일 선물과 명절 선물이야. 천천히 풀어봐.” 민은우와 한민기는 몇 마디 말에 나에 대한 애정을 거두었지만 강시우는 온갖
last updateLast Updated : 2025-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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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비가 내리는 밤이었다. 마치 그들이 나를 차에서 내던지던 날처럼 말이다. 다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나는 처마 밑에 서 있고, 그들은 비를 맞으며 서 있었다. 두 사람은 흠뻑 젖은 모습으로 구겨진 정장을 입고 있었다. 한민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서윤아! 우리 이사회에서 쫓겨났고 이 바닥에서 매장됐어! 이제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다고! 너 어떻게 이럴 수 있어?!” 그 말을 듣고 나는 웃었다. 내가 던졌던 부메랑이 결국 그들 가슴에 꽂힌 것이다. 그들과 인연을 끊기로 결심했던 날, 나는 내가 가진 모든 주식을 처분했다. 그 주식은 다른 사람에게 준 것이 아니라 그들의 가장 큰 경쟁사에 넘겼다. 경쟁사는 회사 최대 주주가 되었고, 두 사람과 오랜 갈등이 있었기에 이사회를 소집해 그들을 해고했다. 민은우는 내 웃는 얼굴을 보며 표정이 변했다. “왜 미리 우리에게 알리지 않았어? 우리는 회사 이사야. 주식 변동을 사전에 알 권리가 있다고!” ‘그러면 너희들이 대응할 수 있었을 테니까.’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임지유한테 메시지를 보냈어. 너희들한테 알리라고 했는데, 왜? 걔가 얘기 안 했니?” 두 사람의 표정이 급격히 변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였다. 임지유는 두 사람이 상황을 알면 나와 다시 엮일까 두려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 순간, 한민기는 임지유를 변호하기 시작했다. “지유가 깜빡했을 거야. 일부러 안 말한 게 아니야!” 민은우도 거들었다. “지유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서윤아! 더 이상 걔를 괴롭히지 마! 네가 유언비어를 퍼뜨렸다고 지유를 모함해서 걔는 며칠 동안 구금돼 있었어. 빨리 풀어줘!” 한민기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나를 쏘아봤고, 민은우는 차갑게 나를 응시했다. 그제야 나는 그들이 자신들을 위해 변명하러 온 것이 아니라 임지유를 위해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전에 내가 변호사를 데리고 가서 신고했을 때 유언비어를 퍼뜨린 사람이 이미 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5-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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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진심이란 순간마다 변하기 마련인데 이렇게 빨리 변할 줄은 몰랐다.내가 막 입을 열려던 찰나 머리 위로 커다란 우산이 펼쳐졌다.강시우가 내 뒤에 나타나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다 얘기 끝났어요? 집에 가요.”강시우의 눈빛에는 불안이 서려 있었다.그는 두려워하고 있었다.단 한 달의 짧은 시간이 내가 이 두 사람과 함께한 수십 년의 기억을 이기지 못할까 봐.하지만 그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진심은 변할 수 있다는 것.한민기와 민은우가 변할 수 있다면 나 또한 변할 수 있다.나는 강시우의 손을 잡고, 눈앞의 괴로워하는 두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맹세도 변할 수 있어. 지금 나는 강시우를 선택할 거야.”그렇게 나는 강시우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왔다.다음 날 아침, 결혼식을 준비하며 화장을 하고 있을 때였다.그 두 사람이 밤새도록 집 아래에서 서 있다가 새벽이 되어 휘청거리며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어도 내 마음은 아무런 흔들림이 없었다.오직 곧 있을 결혼식에 대한 설렘만 있었다.그러나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결혼식 당일, 신랑 강시우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하객들 사이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퍼지며 강시우가 도망갔다고 수군거렸다.그 이유는 나와 민은우, 한민기 사이의 소문 때문이라고 했다.나는 믿을 수 없었다.직접 그를 찾아 나서려는 순간 민은우와 한민기가 턱시도를 입고 예식장으로 뛰어들어왔다.그들은 반지와 폭죽을 들고 나타나 결혼식을 방해했다.그리고 무릎을 꿇고 나에게 말했다.“서윤아, 나랑 결혼해! 강시우가 널 버렸어도 난 널 원해!”“서윤아! 나랑 결혼해! 난 강시우처럼 너를 버리는 짓은 절대 하지 않을 거야!”많은 하객들 앞에서 두 사람의 절절한 고백에 사람들은 감동하는 눈치였다.하지만 나는 두 사람을 차갑게 바라볼 뿐이었다.“걔가 나를 버린다 해도, 내가 평생 혼자 산다 해도, 너희 둘 중 누구도 선택하지 않을 거야.”바보가 아니고서야 같은 강물에 두 번 빠지지는 않는다.한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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