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집에서 요양하던 중 처음으로 결혼 상대 강시우의 전화를 받았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서윤 씨, 안녕하세요. 저는 강시우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내 결혼은 강시우와 연결되어 있었지만 20년 넘게 나는 그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머릿속으로 상상한 그는 그렇게 잘생기지도 않고, 아니면 다른 부분이 부족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재벌인 그가 내가 혼인을 거부한 후에도 여전히 혼담조차 없을 리가 없었다. “안녕하세요.” 나는 살짝 불안해졌다. 혹시 그가 이 전화를 걸어 결혼을 거절하려는 게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한민기와 민은우와의 얽힌 관계가 소문으로 떠들썩하게 퍼진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뜻밖에도 그는 이렇게 물었다. “전에 맞춰놓은 웨딩드레스가 가게에 도착했다고 하네요. 오늘 한번 입어볼까요?” 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좋아요, 이따 뵐게요.” 웨딩숍에 도착했을 때 강시우는 오지 않았다. 나는 소파에 앉아 카탈로그를 넘기고 있었는데 세 명의 익숙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민기와 민은우가 임지유를 데리고 가게로 들어온 것이다. 임지유는 두 다발의 꽃을 들고 있었고, 양옆으로 팔짱을 낀 모습이 꽤 행복해 보였다. 나를 보자마자 임지유의 얼굴이 굳어졌다. 먼저 한민기가 다가와 따져 물었다. “서윤아, 너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야? 왜 전화도 안 받고, 메시지도 답이 없어! 우리가 너 찾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임지유는 한민기가 나에게 가까이 가지 못하도록 그의 팔을 꽉 잡았다. “민기 오빠, 화내지 마. 서윤이가 지금 결혼 준비하느라 바쁜 거잖아. 우리한테 신경 쓸 겨를이 없었을 거야.” 화가 한풀 꺾인 한민기는 그녀의 말을 듣고 다시 불타오르듯 화를 냈다. “너 진짜 강씨 집안과 결혼하려는 거야?! 우리를 대체 뭘로 보는 건데?!” 나는 카탈로그를 던지며 말했다. “뭘로 보냐고? 공기.” 한민기가 아무 말도 못
최신 업데이트 : 2025-01-07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