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은 요셉의 말을 들었지만 대꾸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녀는 몸을 돌려 발을 구르더니 다급히 요셉의 팔을 어깨에 올려놓고 계속해 앞으로 걸어갔다.그러나 소낙비란 원래 예고 없이 쏟아지는 법이다. 2, 3분가량 천둥이 치더니 큰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고 이내 거센 빗줄기가 사정없이 두 사람 위로 쏟아졌다.“헉.”요셉은 헛숨을 들이켰다. 그는 오늘 옷을 얇게 입고 나왔다. 일기예보를 보고 옷을 고른 탓이었다. 그리고 일기예보에서는 분명 오늘이 아주 화창한 날씨라고 했다.빗줄기가 서정원의 속눈썹과 얼굴 위로 떨어졌다.
당연하게도 그 기사가 나간 뒤 서정원과 요셉의 이름은 곧바로 실검 10위 안에 들었고 많은 네티즌이 댓글을 남겼다. 대부분은 어그로였는데 그중에는 최성운의 팬들도 있었다. 그들은 곧바로 서정원을 비난하고 조롱했고, 반대로 두 사람을 응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 댓글창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정원 씨, 정원 씨!”관광지에 들어선 최성운은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신경 쓸 여념이 없었다. 비바람은 계속해 몰아쳤고 거센 빗줄기는 그의 몸 위에도 떨어졌다. 경호원들은 흩어져서 서정원과 요셉을 찾았다.길이 온통 진흙투성이라 최
유서혜는 힘겹게 몸을 지탱해 일어났다. 매니저가 연락을 몇 번이나 끊는 걸 본 그녀는 미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미안해요, 매니저님. 일도 많으실 텐데 제 옆에 있어 주셔서 감사해요. 저 이제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시고 일 보러 가세요.”“괜찮아요. 회사에는 이미 휴가 냈어요.”매니저는 웃으며 그녀를 위안했지만 하필 이때 또 전화가 걸려 왔다.매니저가 또 전화를 끊으려 하자 유서혜가 급히 그녀를 말리며 말했다.“저 진짜 괜찮아요. 얼른 일 보세요. 괜히 일만 쌓이겠어요. 김시우 씨도 여기 있잖아요. 김시우 씨는 의사인
치료를 통해 유서혜는 정서가 많이 안정되었고, 그녀의 삶과 커리어도 다시 정상 궤도에 들어섰다.“네. 이제 괜찮아요.”유서혜는 연락하면서 나직하게 말했다.“알겠어요. 푹 쉬어요.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연락해요.”전화 건너편에서 김시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요 며칠 계속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웠어요.”거기까지 말한 뒤 유서혜는 문득 김시우가 자신을 많이 도와줬다는 걸 떠올렸다.두 사람은 그렇게 몇 마디 더 나눴고 김시우는 자신을 기다리는 환자가 있어 전화를 끊었다.“또 김시우 씨예요?”매니저가 입을 열어 물었다.“아
고개를 돌린 그녀는 자신이 신경 써서 세팅한 머리카락이 심준호의 옷에 걸려 엉망이 된 걸 발견했다. 그녀는 순간 몸이 굳었다.“조심해야지. 내가 도와줄게.”심준호는 움직이지 말라는 듯이 유서혜의 어깨를 살짝 눌렀다.유서혜는 그 순간 말이 없어졌고 심지어 무안한 기분이 들어 얼굴을 가리려 했다.“진짜 왜 이러는 거야.”유서혜는 작게 중얼거렸다. 살짝 젖혀진 허리가 시큰했다.심준호가 빨리 움직여 준 덕분에 유서혜의 머리카락은 금방 풀렸다.“됐다.”심준호는 피식 웃으며 저도 모르게 유서혜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쓰다듬었다.유
“너무 열심히 하지 않아도 돼요. 이제 막 나았잖아요.”매니저는 조금 걱정됐다.“괜찮아요. 이미 며칠 쉬었잖아요, 걱정하지 마요. 전 먼저 가볼게요.”유서혜가 몸을 돌려 떠났다.심준호의 사무실은 바로 아래층에 있었기에 유서혜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지 않고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문 앞에 섰을 때 그녀는 간단히 옷매무새를 정리한 뒤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나서 방문을 두드렸다.“왔어?”문을 연 심준호는 몸을 살짝 비키며 유서혜에게 들어오라고 했다.“바빠요? 제가 너무 늦게 왔나요?”유서혜는 안을 쓱 둘러보면서 나직하게 말했
그들이 관광지 밖으로 나왔을 때, 그곳에서 밤새워 기다렸던 기자들은 최성운과 서정원을 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 다들 카메라를 들고 그들을 정신없이 찍어댔다. 심지어 어떤 기자는 다가가서 인터뷰하려 했다.“죄송합니다. 저와 제 아내는 인터뷰를 받지 않을 생각입니다. 다들 이만 돌아가세요. 돌아가지 않는다면 회사에서 잘릴 각오를 해야 할 겁니다.”최성운을 인터뷰하려던 기자들은 다들 얼이 빠졌다. 그들은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저도 모르게 길을 비켜줬다.서정원은 줄곧 최성운의 품에 안겨 있었다. 그녀는 최성운이 입고 있는 옷이 젖어
최성운은 처음엔 괜찮았지만 서정원이 그 실검에 관해 얘기하자 안색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그는 한참을 고민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국 한 그릇을 떠서 그녀의 앞에 놓았다.“됐어요. 이제 괜찮아요. 내가 정원 씨를 안고 나오는 걸 그 기자들도 봤거든요. 내일 임창원 씨에게 얘기해서 실검 내리라고 할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서정원은 놀란 표정으로 최성운을 바라보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녀는 떠보듯 웃으며 물었다.“정말 신기하네요. 오늘은 왜 화내지 않아요?”최성운은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서정원을 바라보았다. 질투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