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관광지 밖으로 나왔을 때, 그곳에서 밤새워 기다렸던 기자들은 최성운과 서정원을 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 다들 카메라를 들고 그들을 정신없이 찍어댔다. 심지어 어떤 기자는 다가가서 인터뷰하려 했다.“죄송합니다. 저와 제 아내는 인터뷰를 받지 않을 생각입니다. 다들 이만 돌아가세요. 돌아가지 않는다면 회사에서 잘릴 각오를 해야 할 겁니다.”최성운을 인터뷰하려던 기자들은 다들 얼이 빠졌다. 그들은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저도 모르게 길을 비켜줬다.서정원은 줄곧 최성운의 품에 안겨 있었다. 그녀는 최성운이 입고 있는 옷이 젖어
최성운은 처음엔 괜찮았지만 서정원이 그 실검에 관해 얘기하자 안색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그는 한참을 고민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국 한 그릇을 떠서 그녀의 앞에 놓았다.“됐어요. 이제 괜찮아요. 내가 정원 씨를 안고 나오는 걸 그 기자들도 봤거든요. 내일 임창원 씨에게 얘기해서 실검 내리라고 할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서정원은 놀란 표정으로 최성운을 바라보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녀는 떠보듯 웃으며 물었다.“정말 신기하네요. 오늘은 왜 화내지 않아요?”최성운은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서정원을 바라보았다. 질투하지
그날 저녁, 최성운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서정원은 벌써 집에 와 있었다. 최성운은 서정원의 다리를 베고 한참을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미셸 씨가 해성시로 온 거 당신 알고 있었어요?""네? 해성시로요?"서정원은 미셸의 이름을 듣고 최성운을 바라보았다. 역시 그녀가 예상했던 대로 미셸은 최성운을 좋아하고 있었다."몰랐어요. 당신 보러 온 건가 보죠."서정원의 뼈가 있는 말에 최성운이 그녀의 기분을 눈치채고 일부러 웃으면서 장난스럽게 답했다."맞아요. 저 보러 왔다고 했어요. 오늘 회사에 찾아와서는 나를 좋아한다고 나와 같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경호원을 보고도 미셸은 얼굴을 찌푸리기는커녕 눈을 반짝였다."그 방법이 진짜 먹힐까?""저도 드라마에서나 봤던 거라서요. 하지만 공주님처럼 매일 최성운이라는 분 얼굴 보겠다고 무작정 찾아가는 것보다는 나은 듯해요..."미셸이 그 말에 표정을 확 굳히고는 무섭게 말했다."나가."미셸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경호원들은 그녀의 차가운 한 마디에 얼른 문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방 침대에 혼자 누워있던 미셸은 눈을 가늘게 뜨며 방금 경호원이 말한 제안을 곰곰이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그래, 내가 못
유서혜는 그 말을 하는 김시우를 바라보며 약간의 죄책감을 느꼈다. 필경 아까는 심준호 때문에 홧김에 동의한 거니까.김시우는 유서혜의 시선을 느끼기라도 한 것처럼 고개를 돌려 이내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유서혜는 맑고 깨끗한 그의 눈동자에 자신이 담긴 것을 보고 왠지 모를 간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기자들은 이때다 싶어 서로 애틋하게 바라보는 두 사람의 투 샷을 찍어댔다.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유서혜의 매니저가 서정원의 지시 아래 마이크를 잡고는 드라마에 대한 인터뷰는 후일로 정하고 인터뷰를 끝내버렸다.그렇게 유서혜가 한숨을
"무슨 일 있어요?"서정원이 물었다."별 건 아니고, 회사로 갈 거지? 나도 회사에 가봐야 해서 데려다줄게.""괜찮아요. 나도 차 가지고 왔어요."서정원이 거절하고서야 심준호는 옆에 있는 유서혜에게 눈길을 주었다."오늘 멋있던데? 축하해."심준호는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유서혜를 대했다. 하지만 자신의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심준호는 유서혜가 뭔가 감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유서혜는 심준호의 말에 억지로 환하게 웃어 보이며 자신의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애썼다. 그녀가 심준호에게 원했던 건 이런 후련하다는 반응이 아니었고
유서혜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내가 기분이 안 좋은 건 맞는데요 시우 씨 때문은 아니에요. 새 드라마 캐릭터 해석이 잘 안 돼서 고민이 됐던 것뿐이에요."유서혜가 자세를 고쳐앉으며 고민을 토로했다."나는 이제 어릴 때 내가 아니라서 청춘을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두 사람 사이에 감돌던 어색한 기류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오는 길 내내 얘기를 하다 이윽고 어느 별장 앞에 차가 멈춰 섰다."여기는... 시우 씨 집인 거에요?"유서혜가 어딘가 낯설지 않은 별장을 보며
시도 때도 없이 회사로 찾아오던 미셸이 요 며칠 잠잠하여지자 최성운은 드디어 말이 통했다고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프랑스에 돌아갔든 혼자 쇼핑을 하든 뭐든 좋으니 다시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최성운은 이제야 모든 일이 제자리를 찾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서정원과의 관계도 원만했고 고대하던 약혼식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최성운은 요즘 회사 일을 처리하고 나면 서정원과 함께 웨딩드레스 보러 갔고 반지도 맞추러 갔다. 또한, 쇼핑이 끝나면 그녀와 알콩달콩할 시간도 가졌다. 그의 하루는 마치 서정원을 중심으로 돌아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