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혜는 그 말을 하는 김시우를 바라보며 약간의 죄책감을 느꼈다. 필경 아까는 심준호 때문에 홧김에 동의한 거니까.김시우는 유서혜의 시선을 느끼기라도 한 것처럼 고개를 돌려 이내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유서혜는 맑고 깨끗한 그의 눈동자에 자신이 담긴 것을 보고 왠지 모를 간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기자들은 이때다 싶어 서로 애틋하게 바라보는 두 사람의 투 샷을 찍어댔다.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유서혜의 매니저가 서정원의 지시 아래 마이크를 잡고는 드라마에 대한 인터뷰는 후일로 정하고 인터뷰를 끝내버렸다.그렇게 유서혜가 한숨을
"무슨 일 있어요?"서정원이 물었다."별 건 아니고, 회사로 갈 거지? 나도 회사에 가봐야 해서 데려다줄게.""괜찮아요. 나도 차 가지고 왔어요."서정원이 거절하고서야 심준호는 옆에 있는 유서혜에게 눈길을 주었다."오늘 멋있던데? 축하해."심준호는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유서혜를 대했다. 하지만 자신의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심준호는 유서혜가 뭔가 감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유서혜는 심준호의 말에 억지로 환하게 웃어 보이며 자신의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애썼다. 그녀가 심준호에게 원했던 건 이런 후련하다는 반응이 아니었고
유서혜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내가 기분이 안 좋은 건 맞는데요 시우 씨 때문은 아니에요. 새 드라마 캐릭터 해석이 잘 안 돼서 고민이 됐던 것뿐이에요."유서혜가 자세를 고쳐앉으며 고민을 토로했다."나는 이제 어릴 때 내가 아니라서 청춘을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두 사람 사이에 감돌던 어색한 기류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오는 길 내내 얘기를 하다 이윽고 어느 별장 앞에 차가 멈춰 섰다."여기는... 시우 씨 집인 거에요?"유서혜가 어딘가 낯설지 않은 별장을 보며
시도 때도 없이 회사로 찾아오던 미셸이 요 며칠 잠잠하여지자 최성운은 드디어 말이 통했다고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프랑스에 돌아갔든 혼자 쇼핑을 하든 뭐든 좋으니 다시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최성운은 이제야 모든 일이 제자리를 찾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서정원과의 관계도 원만했고 고대하던 약혼식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최성운은 요즘 회사 일을 처리하고 나면 서정원과 함께 웨딩드레스 보러 갔고 반지도 맞추러 갔다. 또한, 쇼핑이 끝나면 그녀와 알콩달콩할 시간도 가졌다. 그의 하루는 마치 서정원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최성운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뭔가 말을 하려고 할 때 갑자기 이상한 냄새가 나는가 싶더니 그는 이내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말았다.미셸은 기절한 남자를 보고 천천히 다가와 무릎을 꿇고는 최성운의 얼굴을 매만지며 웃음을 지었다. 이때 옆에서 경호원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의 손에는 음성변조 기기가 들려있었다.이 모든 것이 최성운을 불러내기 위해 설계된 그녀의 자작극이었다.미셸은 일부러 유괴당한 것처럼 행동해 경호원이 최성운한테 연락할 것을 명했다. 그녀는 이미 프랑스로 가는 티켓도 예약해두었다. 자신이 최성운과 관계를 맺게 되면 그는
‘성운 씨는 부산시에 있는 게 확실해. 그게 아니라면 성운 씨 핸드폰이 여기에서 발견이 됐을 리가 없으니까. 부산시로 향하는 마지막 배가 8시. 그럼 누군가가 성운 씨를 여기서 데려가려고 한다고 해도 그건 아마 내일일 거야.’‘그래, 미셸!’서정원의 머릿속에 미셸이 스쳐 지나갔다. 최성운은 미셸을 구하러 부산시로 온 것이고 그런 최성운이 핸드폰만 남긴 채 사라졌다. 그렇다면 아마 마지막으로 그를 본 사람은 미셸뿐일 것이다.최성운이 일반 사람들한테 당했다고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여 서정원이 내린 결론은 뭐가 됐든 미셸과
약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기에 최성운은 지금 뛰는 것만으로도 숨이 벅차올랐다. 발은 점점 무거워져 갔고 뒤에서는 경호원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최성운이 다시 남아있는 힘을 쥐어짜 앞으로 달려가려고 했지만 이내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그를 비췄고 흰색 세단이 무섭게 돌진하더니 최성운 앞에 멈춰 섰다.최성운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차에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멈췄고 잔뜩 경계태세를 취하며 얼굴을 찌푸렸다. 뒤에서는 미셸의 경호원들이 어느새 그를 둘러싸고 있어 최성운은 이제 독 안에 든 쥐가 되었다.미셸은 천천히 운전석에서
서정원은 최성운이 해주는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얼굴이 굳어져 갔다. 하지만 최성원에게 뭐라고 할 생각은 없었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게 그의 잘못은 아니었으니까.그러다 미셸을 떠올리며 이내 한숨을 쉬었다."하, 난 정말 미셸이 이런 짓까지 벌일 줄은... 하지만 성운 씨가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그런 일이 있었으니 아마 더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거예요. 아니면 미셸의 아버지에게 연락을 넣을까요? 자신의 딸이 이런 짓까지 벌였다는 걸 알면 아마 속상하시겠지만요."최성운은 서정원을 꼭 껴안으며 이제야 마음이 완전히 놓이는 듯 안심
이제 모든 하객이 자리에 앉았다.그들은 서로 축복의 말을 건네며 최성운과 서정원의 행복을 기원했다.최성운과 서정원은 한복을 바꿔입고 피로연을 시작했다. 피로연은 서양식으로 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중간에 뷔페를 준비했다.하여 최성운과 서정원의 한복은 자리와 아주 잘 어울렸다.“하객 여러분, 우리 모두 잔을 들어주세요. 신랑의 감사 인사가 있고 난 후 함께 건배하겠습니다.”사회자의 말을 들은 최성운은 술잔을 들고 중앙으로 걸어왔다.서정원도 옆에 함께 했는데 이제 부창부수 같은 느낌을 주었다. 최성운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이런 능력도 있었어요? 그리고 비행기에 칠 한 그림은 얼마나 낭비예요!”서정원은 비록 입으로는 최성운을 혼냈지만, 그녀의 말투는 아주 부드러웠다. 서정원의 말을 듣고 있는 최성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배운 지는 오래됐어. 다만 면허증이 이제 막 나와서 경험이 풍부한 조수가 필요해.”“내가 경험이 조금 더 풍부해지면, 혼자서 다 태우고 세계여행을 떠날 수도 있어. 그때가 되면 우리는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서정원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최성운이 그 답을
최성운은 서정원의 몸매에 꼭 맞는 웨딩드레스를 몇 벌 제작했다. 이제 서정원이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선택하기만 하면 바로 입을 수 있다.“얼른 마음에 드는 거로 선택해. 난 네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너무 기대돼.”서정원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드레스를 손에 쥐고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며 내려놓기 아쉬워했다.“너는 어떤 걸 입어도 다 잘 어울려. 게다가 너는 참 안목도 좋아. 내 생각에는 성운 씨도 네가 이 드레스를 입기를 바랐던것 같아. 이 장식과 포인트를 봐.”연채린이 드레스 윗부분을 가리키자, 서
“제가 왜 이런 식으로 온 세상 사람들이 저를 비웃게 하는데요?”연채린은 손사래를 쳤다. 둘 사이에는 이미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서정원이 말했던 적이 있다.지금 연채린도 이런 태도로 서정원에게 두 사람 사이에 감사하다는 말이 왜 필요가 없는지 알려줬다.“오히려 비웃음보다 축복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은 누구나 부러울 테니까.”“제가 이 결혼식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최성운이 직접 준비했는데요.”서정원도 마음속으로 매우 행복하다고 느꼈고, 연신 고개를 끄
서정원은 원래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최성운이 이렇게 일찍부터 준비할 줄은 몰랐다.서정원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당황했다.비록 최성운이 외진 곳에 가서 하는 일들을 수없이 생각했지만, 그런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게 현실이 됐으니, 서정원은 설렘도 있고,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밖에 보이지 않았다.“정말 최성운 씨를 보면 혼내야 할지,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알려주세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연채린은 일부러 서정원을 놀렸다. 지금 서정원은 기분도 좋고, 최성운의 계획에 아
연채린이 제공한 답은 오랜 사고 끝에 나온 것이다.연채린은 최성운이 외진 곳에 있으니, 아무리 서정원이 말한 대로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동시에 외국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관계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이 웃음꽃이 피었다.왜냐하면 최성운이 걸어온 전화이기 때문이다.“회장님, 지금 가족분들이 미치도록 회장님을 찾고 있어요.”“최대한 빨리 가족분들이랑 연락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면 어떻게 할지 모릅니다.”최성운은 이 말을 듣고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하는데, 전화 너머 그쪽 회사 운영자가 당분간
연채린은 지금 서정원이 손해를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그 어떤 왜곡된 일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연채린은 최미자보고 최건국에게 알리라고 했다. 언론의 힘을 이용해 해결하려고 했다.만약 그게 네티즌들이 혼자서 소설을 쓰는 것이라면 연채린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최건국은 그런 사람들과 다르게 그런 적이 없다.연채린은 기사를 사서 전체적인 언론 방향을 바로 잡았다. 최건국도 언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그들을 이용해 일을 해결할 줄도 안다.지금 그 방법도 최건국과 매니저가 함께 생각한 방법의 하나이다.“
조사랑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은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아무튼 조사랑이 제안한 방법으로 최성운을 찾을 수만 있으면 된다.서정원도 그들에게 그깟 몇 푼을 빼앗겨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저는 다른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최성운에 대한 소식이 생기면, 바로 전단지에 남긴 전화번호를 걸면 됩니다.”서정원은 또 한 번 감사의 표시를 하고 그들을 내보냈다. 연채림은 소파에 앉아 지켜보았는데, 그들이 도대체 어떻게 하
이 사람들은 기레기다. 전에 최성운한테 한번 당해본 기자들이다.“최성운과 서정원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이익의 문제 때문이다. 회사 경영 문제로 삼아 지금의 다툼이 생긴 모양이다.”“겉으로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서정원이 지금 한 행동 역시, 최성운을 찾아서 회사를 빼앗기 위한 수단이다.”“만약 서정원이 권력을 선에 쥐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일을 하더라도 결국 최성운 밑에서 일을 하는 직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그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언론사 기자들이 쓴 기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