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은 일이 초 동안 최성운을 빤히 쳐다보더니 참지 못하게 웃음을 터뜨렸다.“그럼 아까는 왜 그렇게 화를 내셨대요? 혹시라도 싸움이 날까 봐 내가 옆에서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알아요?”최성운은 서정원의 어깨를 둘러 안더니 말했다.“그건 갑자기 질투심이 치밀어 올라서 그런거죠. 다른 남자가 좋아한다며 자신의 와이프의 사랑을 추구하겠다는데 어떻게 질투가 나지 않을 수 있겠어요.”두 사람은 웃으며 얘기를 나누면서 시내 중심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정원 씨, 난 정원 씨랑 빨리 결혼하고 싶어요.”레스토랑으로 향하는 길에서
“조심해.”진윤태는 바텐더와 눈길을 주고받고는 유서혜를 부축했다.“이거 놔요.”유서혜는 진윤태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온몸이 나른해지면서 힘을 쓸 수가 없었다.유서혜의 주량이 너무 좋은 건 아니지만 이처럼 취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녀는 태양혈을 누르면서 정신을 차리려고 했지만, 눈앞이 점점 희미해졌다.‘어떻게 된 일이지?’유서혜는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진윤태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온몸에 힘이 풀려나가면서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었다.유서혜는 정신이 점점 흐릿해지면서 귀가에 들려오던 소리도 희미해졌다.“서혜야?”진윤태
유서혜는 김시우가 건네주는 명찰에 새겨진 그의 이름을 보았다. 그리고 의료용 붕대로 둘러싸인 자신의 팔을 발견했다.유서혜는 김시우를 아래 위로 훑어보더니 확실히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당신이... 날 구해준 거예요?”놀란 마음을 가라앉히고 유서혜는 태양혈을 만지면서 어제 바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히 돌이켜 보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진윤태.’“사실 저 서혜 씨 팬이에요. 서혜 씨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영화를 다 봤었거든요.”김시우는 침대 위에 떨어진 아이스팩을 줍고 입술을 오므리며 웃어
그 말에 유서혜는 처음엔 살짝 놀랐다가 천천히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연애를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다.“제가 무슨 연애를 해요. 지금 바로 회사로 돌아갈게요. 어제 일은 다음에 만나서 얘기해요.”유서혜는 말을 마친 뒤 전화를 끊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충전하고 있던 휴대전화를 뽑았다.“정말 너무 고마워요, 김시우 씨.”유서혜는 앞에 있는 김시우를 보며 고마운 표정으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고맙다는 말 벌써 몇 번이나 했어요.”김시우는 허탈한 듯 고개를 젓다가 낮은 목소리로
그런 생각이 들자 매니저는 고개를 돌려 질책하는 눈빛으로 유서혜를 바라보았다. 유서혜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감히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돌아가면 혼나겠네.’서정원이 제공한 증거가 확실했기에 진윤태는 결국 구류되었다.하지만 진씨 일가에서 뭔가 인맥을 동원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풀려났다.서정원은 진윤태의 배경을 알아낸 뒤 곧바로 팀을 만들어 이 사건을 덮어버렸다. 그 어떤 소문도 새어나가지 않게 말이다.유서혜는 차 안에 앉아서 조심스럽게 옆에 있는 서정원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잠시 뒤에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같은 시각, 서창호는 비행기 안에서 서정원이 그간 잘 지냈을지, 최성운이 서정원을 잘 보살폈을지 생각했다.공항 밖에서 최성운은 차를 주차해 놓은 뒤 서정원과 함께 공항 홀로 향했다.“착륙하려면 십 분은 더 걸릴 거예요.”고개를 들어 스크린을 본 최성운을 말했다.“좀 앉아서 쉴래요? 할아버지는 잠시 뒤에야 나오실 거예요.”최성운은 서정원이 어제 밤새 기뻐서 잠을 자지 못한 걸 알고 있었기에 쉬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다.할아버지를 만난다는 생각에 들뜬 서정원은 한순간도 기다릴 수 없었다. 그녀의 시선은 줄곧 출구를 향해 있었다
최승철이 일어나서 문을 열려고 하는데 최성운이 그를 막으며 미소를 지었다.“할아버지, 제가 갈게요. 정원 씨 할아버지랑 계속 얘기 나누세요.”서정원은 최성운과 함께 문 쪽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자마자 대문 앞에 이진숙과 최지연이 서 있는 게 보였다.이진숙은 서정원과 눈빛이 마주치는 순간 얼굴에서 미소를 지웠다.“네가 왜 여기 있어?”“제가 왜 여기 있으면 안 되죠?”서정원이 무표정한 얼굴로 반문했다.그녀는 미간을 구겼다. 이진숙과 최지연이 갑자기 찾아오다니,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었다.오늘은 할아버지가 귀국하는 날이
‘내게는 음식을 집어주지 않으면서 서정원은 저렇게 살뜰히 보살피다니.’“성운아, 정원이만 챙기지 말고 너도 먹어.”서창호가 웃으며 말했다.서정원의 그릇은 당장이라도 넘칠 듯했다. 갖가지 음식으로 쌓여있는 그녀의 그릇은 그녀를 향한 최성운의 사랑을 여실히 보여주었다.서정원을 향한 최성운의 부드러운 눈빛에 최지연은 질투 때문에 미칠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식탁 앞에서 온순하고 얌전한 척해야 했다.그러다가 도저히 못 참겠는지 이진숙이 일부러 젓가락을 떨어뜨렸다.“어머, 젓가락이 떨어졌네. 정원아, 젓가락 좀 주워주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