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아직도 귓가에 선명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던 잠겨버린 황찬성의 목소리가.“유나야, 행복해야 해.”그녀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전화는 그렇게 끊겨 버렸다.‘황찬성, 제발 조금만 더 버텨줘!’1시간 뒤, 비행기는 대전시의 어느 한 공항에 착륙하게 되었다.“다 왔어요!”서정원은 유나를 이끌고 비행기에서 내렸다.최성운은 이미 대전시의 구조대들에게 서정원을 마중을 나가라고 연락을 했었다.“지금은 어떤 상황인 거죠?”서정원이 구조대 대장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물었다.대장은 서정원 앞으로 다가가 말했
손씨 가문 본가.손윤서는 소파 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인터넷엔 전부 그녀가 그날 밤 휴게실에서 호스트남과 뒹굴었다는 기사들로 도배되었다.손태진이 아무리 기사를 없애보려고 노력했지만 없앨 수가 없었다.“네가 한 짓을 봐! 우리 가문의 먹칠은 네가 다 했어!”손태진은 한심한 눈길로 손윤서를 보면서 실망감을 드러냈다.“오빠,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단 말이야!”손윤서는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내 계획은 완벽했다고. 그런데 최성운이 그렇게 버틸줄은...”손윤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태진이 말허리를 잘라 버렸다.“너 지금 잘
최성운은 미간을 찌푸렸다.“인터넷에 도배된 게 내가 지시한 일이라고 생각한 거야?”“네가 아니야?”손태진은 어리둥절했다.최성운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차갑게 웃었다.“아니야.”그는 그저 임창원에게 호스트남을 보내라고 지시했을 뿐이었다. 그다음으로 일어난 일들에 그는 손을 쓴 적이 없었다.“그럼 누구지?”손태진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최성운의 성격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최성운이 아니라면 분명 그가 아니었다.그렇다면 뒤에서 일을 키운 사람은 다른 사람이라는 소리였다.‘대체 누구지?’‘손씨 가문과 원한을 살
“성운이가 병원에 왜 간 걸까? 할아버지께선 이미 퇴원하셨다 하지 않았어?”손윤서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 백유란을 향해 말했다.“어르신께서 퇴원을 하셨다면, 그럼 최 대표님은 분명 주가영을 만나러 간 것일 거야.”백유란이 곰곰이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우리도 가보자.”최성운이 다른 여자를 만나러 간다는 생각에 손윤서는 질투가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두 사람은 그렇게 병원으로 오게 되었고 백유란은 주가영의 병실 번호까지 알아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병실 문 앞까지 도착했다.두 사람은 병실
마음이 딴 곳에 가 있었던 최성운이 입을 열었다.“성운 오빠, 좀 더 제 곁에 있어 줘요. 네?”급하게 자리를 뜨려는 최성운에 주가영은 그의 팔을 꽉 잡았고 기대하는 눈빛으로 보았다.손윤서와 백유란도 마침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주가영이 최성운의 팔을 꽉 잡고 있자 손윤서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하이힐 소리를 또각또각 내며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성운아, 여기 있었어? 아까 회사로 찾아갔는데 없다고 하더라고.”고개를 돌린 최성운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바로 손윤서였고 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무슨 일인데?
‘손윤서, 부잣집에서 태어난 것 말고 네가 잘난 게 뭔데? 싸가지 없고 교만한 년!’서씨 가문에게 잘 보이기 위해 백유란은 늘 손윤서의 비위를 맞추었다. 그동안 손윤서의 심부름꾼을 자청하며 그녀는 손윤서가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왔고 손윤서의 모든 요구를 들어줬다. 그러나 손윤서는 그녀를 사람 취급조차 하지 않았다. 시녀를 부리듯 그녀를 대하였고 무슨 일이든 그녀에게 뒤집어씌웠으며 서정원을 최성운 옆에서 떼어내기 위해 몇 번이나 서정원과 심준호가 같이 있을 기회를 만들었다. 심준호는 그녀가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둔 남자였다. 근데
“시간 없어.”최성운은 차가운 말투로 단칼에 거절하였다. ‘손윤서가 자살한 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내가 왜 손윤서를 보러 병원까지 가야 하냐고? 정말 어이없군.’매정하게 거절하는 최성운의 말을 듣고 손태진은 화가 치밀어올랐다. “윤서는 너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 병원에 와서 윤서를 위로해 줄 수는 없어?”“내가 자살하라고 한 게 아니잖아.”최성운은 차갑게 말을 한 뒤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통화음이 끊기자 손태진은 화가 나서 핸드폰을 꽉 쥐었다. 최성운이 손윤서를 좋아하지 않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 때문
“이 키르탄서스는 네가 윤서한테 전해줘.” 그는 차에서 꽃다발을 꺼내 최성운한테 건네주었다. 최성운은 미간을 찌푸리며 꽃다발을 받아쥐었다. 최성운이 병실에 도착할 때, 손윤서는 허약한 모습으로 병상에 누워 최성운 생각을 하고 있었다.인기척에 손윤서는 고개를 들었고 입구에 서 있는 훤칠한 최성운의 모습을 보고 그녀는 기쁜 표정을 지었다.“성운아, 드디어 왔네?”그녀는 아픈 것도 잊은 채 벌떡 일어나 들뜬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한편, 최성운은 그녀의 손목에 생긴 상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손윤서가 정말로 자살할 줄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