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마친 뒤 최성운은 병실을 떠나려 했다.“나 항암 치료 안 해요.”주가영은 끊임없이 기침하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항암 치료 하면 머리도 다 빠지고 못생겨질 거 아니에요. 나 그거 싫어요... 오빠 곧 서정원 씨랑 약혼하잖아요. 예쁜 모습으로 두 사람 축하해 주고 싶어요. 결혼식에 이상한 모습으로 나타나기 싫단 말이에요.”고개를 돌리자 입을 막은 채 기침을 하는 그녀의 모습에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흐르고 있었고 가뜩이나 창백한 그녀의 얼굴은 더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 거짓말
“장난 그만 해요.”서정원은 한발 물러서며 그의 입술을 피했다. 두 사람은 최승철의 병실 문 앞에 멈춰 섰다. 서정원은 조금 전 주가영의 모습을 자세히 떠올렸다.“내 짐작이 맞는다면 주가영은 아픈 척하는 걸 거예요.”“이유는요?”그의 물음에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한의학에서는 얼굴 상태를 보고 병세에 대해 알 수 있어요. 주가영은 비록 얼굴은 창백했지만 눈은 아주 맑았어요. 그리고 걸음걸이가 전혀 맥없어 보이지 않았고 그녀가 토해낸 피도 약간 냄새가 달랐어요. 근데 당신을 속이기 위해 의사와 간호사를 매수하고 가짜 피까지
결혼 얘기가 나오자 여진구는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어르신, 두 사람의 좋은 소식은 곧 다가올 것입니다. 이번에 제가 특별히 부탁해서 좋은 날짜를 받아왔습니다. 이번 달 말이 좋은 날이라고 하니 약혼식을 진행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약혼이라는 말을 듣고 최승철은 너무 기뻐서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그래, 약혼만 하면 결혼도 곧 금방이겠구나.”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최성운을 쳐다보았고 마침 다정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정원아, 약혼식은 우리한테 맡기고 넌 하나도 신경 쓸 필요 없다.”최승철은 혹
다음 날, 퇴근을 마친 서정원과 최성운은 함께 최승철의 병실로 향했다. 병실 안으로 들어가니 천호진 박사가 최승철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었다. 두 사람을 발견한 천호진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최 대표님, 서정원 씨.”“할아버지 상태는 어떠한가요?”“검사 결과 잘 회복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그의 말에 서정원은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다행이네요.”‘보아하니 강석일 아저씨의 말이 맞았어. 할아버지의 몸 상태는 점점 호전되고 있고 곧 있으면 완전히 회복되실 거야.’“성운아, 정원아. 어서 오너라.
그 순간, 간호사와 의사들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고 전전긍긍하며 최성운을 설득했다. “최 대표님, 주가영 씨한테 살아갈 의지를 주세요. 다른 건 옥상에서 내려온 뒤 다시 얘기해도 늦지 않아요.”“성운 씨, 말하기만 해요? 그럼 우린 끝장이에요.”서정원은 차가운 얼굴로 무정하게 말했다. 한편 옆에 있던 간호사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서정원 씨, 한 사람의 목숨이 달린 문제예요. 그냥 주가영 씨가 죽게 내버려 둘 건가요?”“그럼 저 여자가 이런 방식으로 내 약혼자를 빼앗아 가는 걸 보고만 있어요?”그녀의 말에 간호사는
주가영은 눈물을 흘리며 최성운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최성운이 자신을 반드시 구할 거라고 믿고 있었다.“참 고맙네요.”그녀의 말에 서정원은 하찮은 표정을 지었다. 서정원의 말이 끝나자마자 가장자리에 서 있던 주가영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주가영의 가녀린 몸은 아래로 떨어졌고 건물 아래에서 사람들의 비명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그 모습을 보고 서정원은 어안이 벙벙해졌다.‘정말 옥상에서 뛰어내린 거야? 이 여자 정말 대단하네!’한편, 주가영은 뛰어내리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발이 미끄러졌을 뿐인데 진짜로 옥상에서 떨어질
기자들은 흥분된 표정을 지으며 서정원과 최성운을 둘러쌌다. 최성운의 약혼녀와 첫사랑의 싸움, 서정원 때문에 주가영은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이건 엄청난 이슈였다. 기자들은 너도나도 서정원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서정원 씨,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서정원 씨, 듣자 하니 주가영 씨가 옥상에서 뛰어내린 건 서정원 씨 때문이라고 하던데요. 비록 그 전에 주가영 씨가 서정원 씨를 해치긴 했어도 목숨까지는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주가영 씨가 불치병에 걸린 걸 알면서도 서정원 씨는 그녀를 몰아붙였어요. 양심의 가책을 느끼
“그래.”심준호는 서정원이 고집을 부리자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난 그저 네가 더는 상처 받지 않길 바랄 뿐이야.”“상처요? 내가 다른 사람의 말 때문에 타격을 입을 사람이었으면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겠어요?”서정원은 말하면서 노트북을 켜고 대본을 클릭했다.심준호가 뭔가 말하려는데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렸다.“들어오세요.”서정원이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문이 열리고 유나가 검은색 정장을 입고 안으로 부랴부랴 들어왔다.“정원 씨, 인터넷에서 떠도는 소문들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내가 실력이 가장 뛰어난 PR팀에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