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끊기자 주가영은 순식간에 얼굴이 굳어졌다. ‘방금 서정원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 같은데? 성운 오빠랑 서정원이 같이 있는 거야?’예전에는 그녀가 조금이라도 아픈 척하면 최성운은 한걸음에 달려왔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려오기는커녕 그녀의 전화를 끊어버렸다. ‘어떻게 된 일이지? 이건 다 서정원 때문이야!’그녀는 원래 운성 그룹의 입찰 가격을 누설한 죄를 서정원에게 뒤집어씌울 작정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서정원한테 그 계획이 쉽게 들통나게 되었고 최성운한테 실망만 사게 되었다. 그 생각을 하니 주가영은 화가 치밀어 올
그의 거침없는 키스에 그녀는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익숙한 느낌에 취해 최성운은 저도 모르게 그녀의 입술을 더 파고들었다. 그가 그녀의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고 미친 듯이 키스를 퍼부었다. 순식간에 주방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잠시 후, 탄 냄새가 그녀의 코끝은 자극했다. ‘무슨 냄새지?’자세히 냄새를 맡아보니 고약한 냄새가 점점 더 짙어지는 것 같았다. 주위를 살피던 그녀는 가스레인지 위에 있는 계란이 시커멓게 타고 냄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그녀는 최성운을 힘껏 밀며 큰 소리로 외쳤다.
주가영은 상처를 움켜쥐고 고통스러운 척하며 가련한 얼굴로 최성운을 쳐다보았다. “성운 오빠, 너무 아파요!”최성운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서정원은 앞으로 다가가 그녀를 내려다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다쳤으면 병원에 있을 것이지 왜 이렇게 막 돌아다녀요? 저번에는 입찰 가격을 누설한 사람이 나라고 모함하더니 이제는 내가 당신을 밀었다고 모함하는 거예요?”“당신이 분명 날 밀었잖아요.”주가영은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흘렸다. 옆에 있던 최성운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는 임창원한테 지시했다.“시아 병원에 데려다줘요.”“네, 대
기자들은 이승호를 순식간에 에워쌌다. “이 대표님, 이번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이 대표님, 이번 일은 겉으로 보기에는 BPL에서 북해 프로젝트를 따낸 것이지만 사실상 최후의 승자는 운성 그룹 아닌가요?”정곡을 찌르는 한 기자의 말에 이승호는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그는 기자들을 무시한 채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는 자리를 떴다.이승호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최성운의 눈빛이 복잡해졌다. ‘정원 씨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던 건가? 모든 일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단 말인가? 주가영이 BPL에 입찰 가격을 넘기고 자신에게 뒤집
“그럼?”이해가 안 됐던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저녁이 아니라면 뭐지? 설마 성운 씨가 또...’그녀는 얼핏 짐작되었지만 확신이 서지 않았다.“정원 씨, 이것 좀 먹어봐요.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거잖아요.”그의 다정한 목소리에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마워요.” 최성운은 새우 껍질을 발라 그녀의 그릇에 놓아주었다. 그녀는 새우를 집어 들고 맛있게 먹었다. ‘맛있네.’맛있게 먹는 그녀를 보며 최성운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새우 하나를 더 까서 그녀의 그릇에 놓아주었다.“많이 먹어요.”“내가 할
어제 시상식에서는 심준호가 프러포즈했고 오늘은 최성운이 프러포즈를 했다. 이틀 연속 두 남자한테서 프러포즈를 받은 그녀는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어젯밤 시상식과는 달리 지금 그녀의 기분은 조금 들떠있었다. 아직도 최성운을 사랑하고 있으니까.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는 남자를 보며 서정원은 마음이 흔들렸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에 대한 그의 마음이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가 없었다. 주가영에 대한 그의 태도는 그녀도 똑똑히 봐왔다. 다만 최성운도 말했다시피 주가영은 그에게 생명의 은인이고 그는 주가영을 모른 척할 수가 없다. 오늘
“여보세요, 심준호 씨.”서정원은 옆에 있는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한기를 무시하고 태연한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심준호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전파를 타고 들렸다.“정원아, 쉬고 있었어? 혹시 내가 방해한 거야?”“아뇨, 무슨 일로 전화했어요?”서정원은 덤덤히 물었다.“에서 너랑 잘 어울리는 캐릭터를 몇 개 선정했는데 네가 뭘 마음에 들어 할지 몰라서 말이야. 너 언제 시간 돼? 시간 될 때 같이 의논해 보자.”심준호가 전화 건너편에서 물었다.서정원은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내일 저녁에 만나요.”“그래, 내일 저녁에 봐
“당신 태도를 보겠다고 했잖아요.”서정원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최성운을 힘껏 밀어내고 덤덤히 입을 열었다.떠나가는 서정원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최성운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다가 이내 결연해졌다.그는 기필코 서정원이 그에게 긍정적인 대답을 들려주게 할 생각이었다.그리고 그는 자신이 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집으로 돌아온 뒤 서정원은 조금 피곤했다. 원래는 ‘얼음과 불’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할 생각이었지만 잠깐 뒤로 미뤄두기로 마음먹었다.나른하게 침대 위에 누운 서정원의 뇌리에 오늘 밤 최성운이 그녀에게 낭만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