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L?”최성운은 차갑게 굳은 얼굴로 손가락으로 책상을 툭툭 두드렸다.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어 물었다.“그 회사 자료 있어요?”최성운에게서 느껴지는 압박감에 임창원은 들고 있던 서류를 뒤진 뒤 최성운에게 보고했다.“인터넷에서 찾아본 자료를 보면 BPL은 최근 몇 년간 설립된 회사로 경영 범위가 아주 넓습니다. 부동산, 주얼리, 화장품, 의류 등 여러 가지 업종에 걸쳐 있으며 회사가 설립된 이후 빠르게 발전하여 규모가 아주 커졌고 실력도 만만치 않습니다.”임창원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그리고 BPL 배후가
‘영원히 헤어지지 않는다고, 하.’그날 일을 떠올린 서정원은 잠시 넋을 놓았다.바로 그때, 주가영이 커피 한 잔을 들고 대표이사실로 들어오며 다정한 어투로 말했다.“성운 오빠, 어제 밤새 자지 못했을 텐데 피곤하죠? 커피 마시고 잠 좀 깨요.”서정원은 주가영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주가영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서정원이 듣기에는 귀에 무척이나 거슬렸다.‘밤새 자지 못해서 피곤하다고...’두 사람이 어젯밤 뭘 했는지 굳이 머리를 쓰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성운 오빠, 이것 좀 마셔봐요. 이건 제가 직접
주가영은 멀어져가는 서정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동자가 음험하게 빛났다.‘일부러 못 들은 척한 거야!’주가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질투와 증오를 거두어들인 뒤 눈을 접어 웃으면서 최성운을 바라봤다.“성운 오빠, 조금 전에 서정원 씨가 말한 북해 프로젝트는 뭐예요?”“최근 운성 그룹에서 하려고 하는 부동산 프로젝트야.”최성운은 건성으로 대답했다.사실 서정원에게 이 프로젝트를 맡길 생각은 없었다. 그녀는 당장 ‘얼음과 불’ 프로젝트도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하지만 서정원의 냉담한 태도와 공적인 일만 얘기하겠다는 말에 최
‘벌써 심준호의 생일이라고?’서정원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했다. 진짜인 듯했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머리가 아팠다.매년 생일 때마다 심준호는 그녀에게 고백했었다.비록 매번 에둘러 거절했었지만 그래도 뜻은 명확했다. 하지만 심준호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다.“정원아?”서정원의 침묵에 심준호는 다소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정원아, 왜 그래? 듣고 있어?”“듣고 있어요. 참석할게요.”서정원은 덤덤히 말했다.“때가 되면 내가 좋은 소식을 하나 알려줄게.”이틀 뒤면 서정원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심준호의 입가가 저도 모
“몰라요.”“저 사람 정원 씨를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던데요?”유나는 고개를 돌려 남자의 뒷모습을 보았다. 어쩐지 이상한 사람이었다.서정원은 어깨를 으쓱였다.“누가 알아요? 상관하지 마요.”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금 전 화제를 이어갔다.“정원 씨, 사실 최성운 씨 정도면 진짜 보기 드문 좋은 남자예요. 절대 포기하지 말아요.”“내가 언제 포기한다고 했어요?”서정원은 손을 뻗어 이마에 드리워진 앞머리를 정리하며 눈빛이 차가워졌다.사실 그녀의 마음은 모순적이었다.최성운은 그가 오랫동안 사랑했던 시아를 찾았고, 도도하
차가운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오자, 서정원은 우뚝 멈춰서서 머리를 돌렸다. 침대 위에 누워있던 남자는 어느샌가 정신을 차리고 잔뜩 찌푸려진 미간과 깊은 두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꾹 닫은 얇은 입술은 감히 접근하지 못할 차가운 느낌을 더해 줬다.서정원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조금 전에 차 사고가 일어나서 제가 함께 병원으로 왔어요.”“그게 사실이에요?”남자의 의심하는 듯한 눈빛에 서정원은 머리를 끄덕였다.“네, 걱정하지 마세요. 병원에 오자마자 정밀검사를 했는데 큰 문제 없대요. 이제 가족한테 연락하세요
손윤서는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백유란과 함께 서정원의 앞으로 걸어갔다.“이 넥타이는 제가 찜했어요!”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와서 머리를 들자, 오만한 자태로 머리를 쳐들고 있는 손윤서와 백유란이 서정원의 시선에 들어왔다.직원은 약간 난감한 표정으로 손윤서를 향해 조심스럽게 말했다.“죄송하지만 이 넥타이는 먼저 오신 고객분께서 보고 계셨는데...”“두배의 가격을 줄게요!”손윤서가 서정원을 죽어라 노려보며 말했다. 그녀는 RD 명품샵에서 서정원이 드레스를 선수 친 일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는 대신 나서줄 사람
“당장 비켜요!”백유란이 계속 길을 비켜주지 않자, 서정원은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녀를 곁으로 밀어내고는 문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오늘이 외출하면 안 되는 재수 없는 날이라도 되는지 하필이면 이 두 사람을 만나 기분이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진 참이었다.서정원이 몇 발짝 가지도 못했을 때, 손윤서와 백유란이 귀신처럼 쫓아가며 소리를 질렀다.“서정원 씨, 거기 서요!”“또 뭔데요?”서정원은 누가 들어도 짜증 가득 섞인 말투로 말하며 멈춰 섰다.‘사람을 귀찮게 하는 데는 아주 도가 텄네, 도가 텄어.’백유란은
이제 모든 하객이 자리에 앉았다.그들은 서로 축복의 말을 건네며 최성운과 서정원의 행복을 기원했다.최성운과 서정원은 한복을 바꿔입고 피로연을 시작했다. 피로연은 서양식으로 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중간에 뷔페를 준비했다.하여 최성운과 서정원의 한복은 자리와 아주 잘 어울렸다.“하객 여러분, 우리 모두 잔을 들어주세요. 신랑의 감사 인사가 있고 난 후 함께 건배하겠습니다.”사회자의 말을 들은 최성운은 술잔을 들고 중앙으로 걸어왔다.서정원도 옆에 함께 했는데 이제 부창부수 같은 느낌을 주었다. 최성운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이런 능력도 있었어요? 그리고 비행기에 칠 한 그림은 얼마나 낭비예요!”서정원은 비록 입으로는 최성운을 혼냈지만, 그녀의 말투는 아주 부드러웠다. 서정원의 말을 듣고 있는 최성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배운 지는 오래됐어. 다만 면허증이 이제 막 나와서 경험이 풍부한 조수가 필요해.”“내가 경험이 조금 더 풍부해지면, 혼자서 다 태우고 세계여행을 떠날 수도 있어. 그때가 되면 우리는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서정원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최성운이 그 답을
최성운은 서정원의 몸매에 꼭 맞는 웨딩드레스를 몇 벌 제작했다. 이제 서정원이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선택하기만 하면 바로 입을 수 있다.“얼른 마음에 드는 거로 선택해. 난 네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너무 기대돼.”서정원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드레스를 손에 쥐고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며 내려놓기 아쉬워했다.“너는 어떤 걸 입어도 다 잘 어울려. 게다가 너는 참 안목도 좋아. 내 생각에는 성운 씨도 네가 이 드레스를 입기를 바랐던것 같아. 이 장식과 포인트를 봐.”연채린이 드레스 윗부분을 가리키자, 서
“제가 왜 이런 식으로 온 세상 사람들이 저를 비웃게 하는데요?”연채린은 손사래를 쳤다. 둘 사이에는 이미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서정원이 말했던 적이 있다.지금 연채린도 이런 태도로 서정원에게 두 사람 사이에 감사하다는 말이 왜 필요가 없는지 알려줬다.“오히려 비웃음보다 축복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은 누구나 부러울 테니까.”“제가 이 결혼식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최성운이 직접 준비했는데요.”서정원도 마음속으로 매우 행복하다고 느꼈고, 연신 고개를 끄
서정원은 원래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최성운이 이렇게 일찍부터 준비할 줄은 몰랐다.서정원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당황했다.비록 최성운이 외진 곳에 가서 하는 일들을 수없이 생각했지만, 그런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게 현실이 됐으니, 서정원은 설렘도 있고,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밖에 보이지 않았다.“정말 최성운 씨를 보면 혼내야 할지,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알려주세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연채린은 일부러 서정원을 놀렸다. 지금 서정원은 기분도 좋고, 최성운의 계획에 아
연채린이 제공한 답은 오랜 사고 끝에 나온 것이다.연채린은 최성운이 외진 곳에 있으니, 아무리 서정원이 말한 대로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동시에 외국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관계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이 웃음꽃이 피었다.왜냐하면 최성운이 걸어온 전화이기 때문이다.“회장님, 지금 가족분들이 미치도록 회장님을 찾고 있어요.”“최대한 빨리 가족분들이랑 연락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면 어떻게 할지 모릅니다.”최성운은 이 말을 듣고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하는데, 전화 너머 그쪽 회사 운영자가 당분간
연채린은 지금 서정원이 손해를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그 어떤 왜곡된 일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연채린은 최미자보고 최건국에게 알리라고 했다. 언론의 힘을 이용해 해결하려고 했다.만약 그게 네티즌들이 혼자서 소설을 쓰는 것이라면 연채린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최건국은 그런 사람들과 다르게 그런 적이 없다.연채린은 기사를 사서 전체적인 언론 방향을 바로 잡았다. 최건국도 언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그들을 이용해 일을 해결할 줄도 안다.지금 그 방법도 최건국과 매니저가 함께 생각한 방법의 하나이다.“
조사랑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은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아무튼 조사랑이 제안한 방법으로 최성운을 찾을 수만 있으면 된다.서정원도 그들에게 그깟 몇 푼을 빼앗겨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저는 다른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최성운에 대한 소식이 생기면, 바로 전단지에 남긴 전화번호를 걸면 됩니다.”서정원은 또 한 번 감사의 표시를 하고 그들을 내보냈다. 연채림은 소파에 앉아 지켜보았는데, 그들이 도대체 어떻게 하
이 사람들은 기레기다. 전에 최성운한테 한번 당해본 기자들이다.“최성운과 서정원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이익의 문제 때문이다. 회사 경영 문제로 삼아 지금의 다툼이 생긴 모양이다.”“겉으로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서정원이 지금 한 행동 역시, 최성운을 찾아서 회사를 빼앗기 위한 수단이다.”“만약 서정원이 권력을 선에 쥐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일을 하더라도 결국 최성운 밑에서 일을 하는 직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그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언론사 기자들이 쓴 기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