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가슴 떨리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제작발표회의 본격적인 시작을 손꼽아 기다렸다.서정원은 여유롭고 당당한 걸음걸이로 한 걸음 한 걸음 무대 정중앙으로 향했다.“안녕하세요! 운성 그룹의 ‘얼음과 불’ 주얼리 제작발표회에 참석하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서정원은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브리핑을 시작했다.그와 동시에 우레와도 같은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무대 위 태연하고 여유로운, 마치 여왕처럼 우아하고 고귀한 서정원의 모습을 본 손윤서의 눈동자에 짙은 질투가 스쳐 지나갔다.손윤서는 오늘 오빠에게 운성 그룹 기자발표회에 데려
“서정원 씨는 운성 그룹의 ‘얼음과 불’이 러브앤어펙션의 ‘제멋대로’ 보다 앞섰다는 걸 증명할 증거가 있으신가요?”기자가 날카롭게 추궁을 이어갔다.서정원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운성 그룹의 홍보 영상은 3일 전에 찍은 것이고 ‘얼음과 불’ 샘플은 일주일 전 완성되었습니다. 그 점은 많은 분이 증명할 수 있습니다. 저희 홍보 영상에 나온 모델들도 증명할 수 있어요.”“맞아요. 제가 증명할 수 있어요.”게스트석에 앉아있던 심준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진지하게 말했다.“운성 그룹은 일주일 전 절 광고 모델로 초대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소리에 사람들은 회의실 입구를 바라봤다.눈처럼 흰 피부에 뚜렷한 이목구비, 웨이브가 들어간 머리에 정장을 입은 외국 여자가 힐을 신고 안으로 들어왔다.서정원의 눈빛이 여자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눈을 살짝 가늘게 떴다.잘못 본 게 아니라면 그 여자는 마릴린, 러브앤어펙션이 스카우트한 수석 디자이너이자 ‘제멋대로’를 디자인한 사람이었다.마릴린은 힐을 신고 기세등등하게 무대 앞에 도착했다. 그녀는 기자의 마이크를 들고 큰 목소리로 말했다.“서정원 씨는 러브앤어펙션이 운성 그룹을 표절했다고 하는데 그건 모함이에요! 러브
서정원이 말을 끝맺기 무섭게 마릴린의 안색이 흐려졌다. 그녀는 화를 내며 입을 열었다.“서정원 씨, 이건 모함이에요! 만약 운성 그룹이 제게 사과하지 않는다면 신고하겠어요!”“좋아요.”서정원은 웃음을 터뜨리며 마릴린을 비꼬았다.“표절한 사람은 당신이니 신고하면 오히려 좋죠.”옆에 있던 기자는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다급히 물었다.“서정원 씨, 마릴린 씨가 표절했다는 증거가 있으신가요?”“그래요, 서정원 씨. 저희에게 얘기해주실 수 있나요? 왜 마릴린 씨가 표절했다고 하는 거죠?”“물론 증거가 있죠!”서정원은 마릴
“그게 무슨 뜻이죠?”마릴린은 원래도 좋지 않던 안색이 더욱 나빠졌다.최성운의 잘생긴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의 차가운 눈빛이 가라앉았다.“조명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것 외에도 당신의 ‘제멋대로’ 디자인의 몇 군데가 ‘얼음과 불’ 디자인과 흡사해요. 그건 당신이 서정원 씨의 디자인 도면을 가져가기 때문이죠. 그리고 당신은 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제멋대로’를 완성했어요.”마릴린은 최성운의 강력한 카리스마와 그의 말에 저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었다.그녀는 심호흡을 몇 번 하며 침착하려 했다.“증거 있나요?”최성운의 날카
파티장 입구.서정원과 최성운은 파티장 입구에 나란히 섰다. 바로 앞에 있는 회전문 유리에 두 사람의 모습이 비쳤다.최성운은 고개를 돌려 옆에 서 있는 여자를 바라봤다. 그의 그윽한 눈빛이 서정원의 매혹적인 몸매로 향하는 순간, 최성운의 눈동자에 약간의 놀라움이 언뜻 스쳐 지나갔다.최성운은 팔을 살짝 굽히며 무거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팔짱 껴요.”서정원은 잠깐 망설이다가 손을 뻗어 그의 팔짱을 꼈다.오늘 저녁 서정원은 최성운의 파트너로 파티에 참석하는 것이었기에 팔짱을 끼는 것은 예절이었다.그의 말에 순순히 따르는 서정
백유란이 옆에서 불난 집에 부채질했다.손윤서는 들고 있던 와인을 내려놓고 서정원을 매섭게 쏘아봤다.“흥, 남자들 꼬시는 거 좋아하니까 오늘 저녁에 마음껏 꼬시게 해줄 거야.”“네 뜻은...”백유란은 조금 궁금했다.손윤서는 백유란의 귓가에 대고 뭐라고 속삭이더니 마지막엔 코웃음을 쳤다.“난 오늘 밤 서정원을 위해 큰 선물을 준비했어. 아주 볼만할 거야!”백유란은 손윤서의 계획을 듣더니 깨달은 표정으로 손윤서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윤서야, 너 정말 너무 똑똑하다! 이렇게 하면 서정원을 해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최성운은 말을 마치자마자 차분한 걸음걸이로 한 걸음 한 걸음 서정원을 향해 다가갔다. 그는 우아하고 예의 바르게 서정원을 향해 길쭉하고 큰 손을 내밀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함께 해줄래요?”눈앞의 왕 같은 남자를 본 서정원은 잠시 아찔했다.최성운이 이런 상황에서 그녀와 함께 춤을 추자고 하면 거절할 수가 없었다.“당연하죠.”서정원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흔쾌히 최성운의 손 위에 자신의 작은 손을 올렸다.최성운은 서정원을 데리고 댄스 플로어로 향했다.감미로운 음악 소리와 함께 최성운과 서정원은 댄스 플로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