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장 입구.서정원과 최성운은 파티장 입구에 나란히 섰다. 바로 앞에 있는 회전문 유리에 두 사람의 모습이 비쳤다.최성운은 고개를 돌려 옆에 서 있는 여자를 바라봤다. 그의 그윽한 눈빛이 서정원의 매혹적인 몸매로 향하는 순간, 최성운의 눈동자에 약간의 놀라움이 언뜻 스쳐 지나갔다.최성운은 팔을 살짝 굽히며 무거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팔짱 껴요.”서정원은 잠깐 망설이다가 손을 뻗어 그의 팔짱을 꼈다.오늘 저녁 서정원은 최성운의 파트너로 파티에 참석하는 것이었기에 팔짱을 끼는 것은 예절이었다.그의 말에 순순히 따르는 서정
백유란이 옆에서 불난 집에 부채질했다.손윤서는 들고 있던 와인을 내려놓고 서정원을 매섭게 쏘아봤다.“흥, 남자들 꼬시는 거 좋아하니까 오늘 저녁에 마음껏 꼬시게 해줄 거야.”“네 뜻은...”백유란은 조금 궁금했다.손윤서는 백유란의 귓가에 대고 뭐라고 속삭이더니 마지막엔 코웃음을 쳤다.“난 오늘 밤 서정원을 위해 큰 선물을 준비했어. 아주 볼만할 거야!”백유란은 손윤서의 계획을 듣더니 깨달은 표정으로 손윤서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윤서야, 너 정말 너무 똑똑하다! 이렇게 하면 서정원을 해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최성운은 말을 마치자마자 차분한 걸음걸이로 한 걸음 한 걸음 서정원을 향해 다가갔다. 그는 우아하고 예의 바르게 서정원을 향해 길쭉하고 큰 손을 내밀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함께 해줄래요?”눈앞의 왕 같은 남자를 본 서정원은 잠시 아찔했다.최성운이 이런 상황에서 그녀와 함께 춤을 추자고 하면 거절할 수가 없었다.“당연하죠.”서정원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흔쾌히 최성운의 손 위에 자신의 작은 손을 올렸다.최성운은 서정원을 데리고 댄스 플로어로 향했다.감미로운 음악 소리와 함께 최성운과 서정원은 댄스 플로어
“맞아. 서정원의 좋은 날은 끝났어!”노래가 끝나자 파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최성운은 모두가 아첨하려는 인물이었기에 파티에서 사람들에게 겹겹이 둘러싸였다. 그는 차갑고 냉담하게 느껴지지만 예의 바르게 사람들을 상대했다.술이 오가는 사이 최성운은 이미 술을 몇 잔 마셨고 그가 고개를 들었을 때 서정원은 자리에 없었다.이런 북적거리는 곳을 좋아하지 않는 서정원은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그녀가 먹을 걸 좀 가지러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정원아, 나 여기 앉아도 돼?”서정원은 고개를 들었다.
“성운아, 네 마음속에 내가 있을 줄 알았어.”손윤서는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최성운에게 찰싹 달라붙었다.최성운은 그녀를 덤덤히 바라보는 것 같았지만 곁눈질로는 구석에 있는 서정원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댄스 플로어에서 최성운과 서정원은 서로를 바짝 끌어안고 있었고 서정원은 왠지 모르게 짜증이 솟구쳤다.보이지 않으면 짜증도 나지 않을 거란 생각에 서정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파티장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정원아, 어디 가?”심준호는 그 모습을 보고 황급히 따라갔다.서정원은 우뚝 멈춰서더니 고개를 돌려 차갑게 말했다.“몸이
서정원은 잔을 들고 마시는 척하며 날이 어두운 틈을 타 몰래 술을 쏟았다.안나는 발견하지 못했다. 서정원이 약을 탄 와인을 반 넘게 마신 걸 본 안나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성공했어! 서정원이 드디어 약을 탄 술을 마셨어. 잠시 뒤에 본때를 보여줘야지!’서정원은 안나의 표정을 포착하고 몰래 냉소를 흘렸다.서정원은 일부러 비틀거리면서 왼손으로 잔을 들고 오른손으로 머리를 짚었다.“어머, 왜 이렇게 머리가 어지럽지.”“서정원 씨, 왜 그래요? 괜찮아요?”안나는 걱정하듯 물었다.“머리가 어지러워요. 더워요...”
“조금 전에 서정원 씨가 어떤 남자랑 굉장히 다정하게 2층 휴게실로 올라가는 걸 봤어.”손윤서는 일부러 더 과장하며 말했다.“서정원 씨도 참, 자기 신분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 공공연히 다른 남자랑 애정행각을 하다니, 네가 안중에도 없다는 거잖아.”손윤서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최성운이 온몸에서 차가운 냉기를 뿜으며 긴 다리를 내뻗어 곧장 2층으로 올라가는 걸 보았다.2층 휴게실.안나는 소파에 누워 끊임없이 자신의 옷을 잡아당겼다. 그녀는 온몸에 불이 붙은 것처럼 무더웠다.그런데 바로 그때 휴게실 문이 열리고 노
기자들의 질문 폭격에 안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분노에 찬 눈빛으로 서정원을 노려보았다. ‘이 모든 건 다 서정원 때문이야! 서정원이 나한테 와인을 억지로 마시게 한 바람에 내가 사람들 앞에서 추태를 부리게 된 거라고.’“서정원, 이게 다 당신 때문이에요!” 잔뜩 화가 난 안나는 서정원을 향해 소리를 지르며 그녀의 뺨을 때리려 했다. 그러나 안나의 손이 닿기도 전에 서정원은 한 손으로 그녀를 붙잡아 바닥으로 세게 밀쳤다. 안나가 고개를 들어 쳐다보는데 그녀의 시선에 브루스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의 짙은 파란색 눈동자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