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알아요.”서정원은 이마를 문지르며 말했다.“러브앤어펙션은 지금 전 사이트에 그 디자인을 퍼뜨리고 있어요. 이틀 뒤에 저희 제작발표회가 열리면 사람들은 아마 우리가 표절했다고 생각할 겁니다.”러브앤어펙션 측에서 비록 몇 장의 디자인 초안을 공개했다고 하지만 먼저 공개하는 사람이 임자였고 사람들은 그렇게 러브앤어펙션이 표절당한 측이라고 생각할 것이다.분명히 의도적으로 운성 그룹을 겨냥한 것이 틀림없었다.하지만 마릴린이 어떻게 그녀의 디자인 초안을 얻어낼 수 있었는지 서정원은 알 수가 없었다.‘설마 운성 그룹에 스파이가
“그 말, 무슨 뜻이죠?”백아영의 표정이 확 뒤바뀌더니 이내 화를 내며 물었다.‘지금 또 날 사람들 앞에서 비웃고 있는 거야?’서정원은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말 그대로예요.”“말 돌리지 말아요. 지금 중요한 건 당신이 표절했다는 거잖아요.”백아영의 목소리가 사무실에 울려 퍼졌고 전 세계 사람들도 들릴 듯이 크게 말했다.애초에 ‘얼음과 불’ 시리즈 디자인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였다.하지만 지금 백아영이 이렇게 소리를 질러대니 비서팀 전체 직원들도 알게 되었다.주위에 있던 직원들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서정원을 쳐
“최 대표님.”최성운을 발견한 백아영은 바로 달려갔다.“혹시 기사 못 보셨어요? 러브앤어펙션에서 출시한 제품 디자인이 서정원 씨의 ‘얼음과 불’ 시리즈 디자인과 똑같더라고요.”“그래서요?”최성운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래서라니?’그의 대답을 들은 백아영은 어리둥절하였다.그녀는 서정원이 표절을 했으니 응당 최성운이 서정원을 해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녀는 고개를 들고 최성운을 바라봤다.“그러니까 이건 서정원 씨가 표절한 게 틀림없잖아요.”최성운이 아무런 반응도 없자 백아영은 러브앤어펙션이 공개한 디자인 초안을 보여주면
“열어봐요.”최성운은 미소를 지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서정원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도시락통을 열었다. 그러자 향긋한 밥 냄새가 풍겨왔고 안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반찬들로 가득했다.“어디서 나셨어요?”서정원은 냄새를 맡았다. 조금 전까지 그녀는 업무에 몰두하느라 저녁을 거르고 있었고 향긋한 밥 냄새를 맡으니 바로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최성운은 미묘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제가 만든 거예요.”그는 서정원이 업무에 몰두하기만 하면 저녁밥조차 거르고 있을 것을 알고 있었기에 퇴근하자마자 그는 직접
“당연히 아니죠!”서정원은 최성운을 더 확 밀어내고는 진지한 어투로 말했다.“최성운 씨, 지난번 본가에서 제가 이미 똑똑히 말한 것 같은데요? 전 시아가 아니고, 시아의 대체품은 더더욱 아니에요!”최성운의 그윽한 눈빛에 실망의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이내 표정을 지우고 고개를 끄덕였다.“가요.”한편 파리 바.브루스는 친구들이랑 같이 바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안나는 그런 브루스를 쫓아 파리 바까지 들어왔다.“브루스 씨.”안나는 룸의 문을 열고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브루스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네가 여긴
안나의 눈엔 질투와 음험한 눈빛이 스쳐 지나갔다.“서정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손윤서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가더니 이내 무심코를 가장하여 말을 던졌다.“아참, 이틀 뒤에 운성 그룹에서 ‘얼음과 불’ 시리즈 주얼리 제작발표회를 연다고 하던데요. 주최자가 서정원이라고 들은 것 같기도 하네요...”‘이틀 뒤라고?!’안나는 주먹을 꽉 쥐더니 이를 갈며 말했다.“서정원, 딱 기다려! 내가 반드시 브루스 씨에게도 너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 거야!”시간은 빠르게 지나 이내 제작발표회 당일이 되었다.서정원은 아침 일찍 일어나
그것은 가슴 떨리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제작발표회의 본격적인 시작을 손꼽아 기다렸다.서정원은 여유롭고 당당한 걸음걸이로 한 걸음 한 걸음 무대 정중앙으로 향했다.“안녕하세요! 운성 그룹의 ‘얼음과 불’ 주얼리 제작발표회에 참석하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서정원은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브리핑을 시작했다.그와 동시에 우레와도 같은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무대 위 태연하고 여유로운, 마치 여왕처럼 우아하고 고귀한 서정원의 모습을 본 손윤서의 눈동자에 짙은 질투가 스쳐 지나갔다.손윤서는 오늘 오빠에게 운성 그룹 기자발표회에 데려
“서정원 씨는 운성 그룹의 ‘얼음과 불’이 러브앤어펙션의 ‘제멋대로’ 보다 앞섰다는 걸 증명할 증거가 있으신가요?”기자가 날카롭게 추궁을 이어갔다.서정원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운성 그룹의 홍보 영상은 3일 전에 찍은 것이고 ‘얼음과 불’ 샘플은 일주일 전 완성되었습니다. 그 점은 많은 분이 증명할 수 있습니다. 저희 홍보 영상에 나온 모델들도 증명할 수 있어요.”“맞아요. 제가 증명할 수 있어요.”게스트석에 앉아있던 심준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진지하게 말했다.“운성 그룹은 일주일 전 절 광고 모델로 초대했습니다.
이제 모든 하객이 자리에 앉았다.그들은 서로 축복의 말을 건네며 최성운과 서정원의 행복을 기원했다.최성운과 서정원은 한복을 바꿔입고 피로연을 시작했다. 피로연은 서양식으로 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중간에 뷔페를 준비했다.하여 최성운과 서정원의 한복은 자리와 아주 잘 어울렸다.“하객 여러분, 우리 모두 잔을 들어주세요. 신랑의 감사 인사가 있고 난 후 함께 건배하겠습니다.”사회자의 말을 들은 최성운은 술잔을 들고 중앙으로 걸어왔다.서정원도 옆에 함께 했는데 이제 부창부수 같은 느낌을 주었다. 최성운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이런 능력도 있었어요? 그리고 비행기에 칠 한 그림은 얼마나 낭비예요!”서정원은 비록 입으로는 최성운을 혼냈지만, 그녀의 말투는 아주 부드러웠다. 서정원의 말을 듣고 있는 최성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배운 지는 오래됐어. 다만 면허증이 이제 막 나와서 경험이 풍부한 조수가 필요해.”“내가 경험이 조금 더 풍부해지면, 혼자서 다 태우고 세계여행을 떠날 수도 있어. 그때가 되면 우리는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서정원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최성운이 그 답을
최성운은 서정원의 몸매에 꼭 맞는 웨딩드레스를 몇 벌 제작했다. 이제 서정원이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선택하기만 하면 바로 입을 수 있다.“얼른 마음에 드는 거로 선택해. 난 네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너무 기대돼.”서정원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드레스를 손에 쥐고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며 내려놓기 아쉬워했다.“너는 어떤 걸 입어도 다 잘 어울려. 게다가 너는 참 안목도 좋아. 내 생각에는 성운 씨도 네가 이 드레스를 입기를 바랐던것 같아. 이 장식과 포인트를 봐.”연채린이 드레스 윗부분을 가리키자, 서
“제가 왜 이런 식으로 온 세상 사람들이 저를 비웃게 하는데요?”연채린은 손사래를 쳤다. 둘 사이에는 이미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서정원이 말했던 적이 있다.지금 연채린도 이런 태도로 서정원에게 두 사람 사이에 감사하다는 말이 왜 필요가 없는지 알려줬다.“오히려 비웃음보다 축복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은 누구나 부러울 테니까.”“제가 이 결혼식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최성운이 직접 준비했는데요.”서정원도 마음속으로 매우 행복하다고 느꼈고, 연신 고개를 끄
서정원은 원래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최성운이 이렇게 일찍부터 준비할 줄은 몰랐다.서정원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당황했다.비록 최성운이 외진 곳에 가서 하는 일들을 수없이 생각했지만, 그런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게 현실이 됐으니, 서정원은 설렘도 있고,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밖에 보이지 않았다.“정말 최성운 씨를 보면 혼내야 할지,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알려주세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연채린은 일부러 서정원을 놀렸다. 지금 서정원은 기분도 좋고, 최성운의 계획에 아
연채린이 제공한 답은 오랜 사고 끝에 나온 것이다.연채린은 최성운이 외진 곳에 있으니, 아무리 서정원이 말한 대로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동시에 외국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관계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이 웃음꽃이 피었다.왜냐하면 최성운이 걸어온 전화이기 때문이다.“회장님, 지금 가족분들이 미치도록 회장님을 찾고 있어요.”“최대한 빨리 가족분들이랑 연락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면 어떻게 할지 모릅니다.”최성운은 이 말을 듣고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하는데, 전화 너머 그쪽 회사 운영자가 당분간
연채린은 지금 서정원이 손해를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그 어떤 왜곡된 일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연채린은 최미자보고 최건국에게 알리라고 했다. 언론의 힘을 이용해 해결하려고 했다.만약 그게 네티즌들이 혼자서 소설을 쓰는 것이라면 연채린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최건국은 그런 사람들과 다르게 그런 적이 없다.연채린은 기사를 사서 전체적인 언론 방향을 바로 잡았다. 최건국도 언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그들을 이용해 일을 해결할 줄도 안다.지금 그 방법도 최건국과 매니저가 함께 생각한 방법의 하나이다.“
조사랑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은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아무튼 조사랑이 제안한 방법으로 최성운을 찾을 수만 있으면 된다.서정원도 그들에게 그깟 몇 푼을 빼앗겨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저는 다른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최성운에 대한 소식이 생기면, 바로 전단지에 남긴 전화번호를 걸면 됩니다.”서정원은 또 한 번 감사의 표시를 하고 그들을 내보냈다. 연채림은 소파에 앉아 지켜보았는데, 그들이 도대체 어떻게 하
이 사람들은 기레기다. 전에 최성운한테 한번 당해본 기자들이다.“최성운과 서정원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이익의 문제 때문이다. 회사 경영 문제로 삼아 지금의 다툼이 생긴 모양이다.”“겉으로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서정원이 지금 한 행동 역시, 최성운을 찾아서 회사를 빼앗기 위한 수단이다.”“만약 서정원이 권력을 선에 쥐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일을 하더라도 결국 최성운 밑에서 일을 하는 직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그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언론사 기자들이 쓴 기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