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은 집에서 며칠 쉬다 보니 상처가 거의 다 아물었다.그날은 얼음과 불 시리즈 광고 촬영이 정식으로 시작되는 날이었다.서정원은 일부러 촬영 장소에 30분 일찍 도착해 준비가 끝났는지 직원들과 일일이 체크했다.잠시 뒤, 안나와 브루스, 심준호가 제시간에 도착했다.“다 준비됐나요?”점검을 마친 서정원은 문제가 없는 걸 확인한 뒤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물었다.메이크업 아티스트는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메이크업 받으러 오셔도 됩니다.”“전 먼저 옷 갈아입으러 갈게요.”안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서정원을 힐끔 본 뒤 물었다.
잠시 뒤 매니저가 탈의실에서 나왔다.“단추는 없어요. 밖에 떨어진 건 아닐까 찾아볼게요.”“찾을 필요 없어요!”서정원은 안나 앞으로 걸어가서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안나 씨, 단추 내놓으세요!”안나의 안색이 삽시에 달라졌다.“서정원 씨, 무슨 뜻이에요?”서정원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며 또박또박 말했다.“제 말뜻은 안나 씨가 일부러 이 단추를 뜯었다는 거예요!”“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안나의 눈빛에 당황함이 스쳐 지나갔다.그 단추는 그녀가 일부러 뜯은 것이 맞았다. 서정원을 모함하기 위해서 말이다.
최성운의 늘씬하고 꼿꼿한 몸이 촬영장으로 향했다. 그는 차분하게 걸음을 내디뎠고, 잘 다듬어진 양복은 그의 단단하고 완벽한 몸매를 적절히 드러냈다.그의 준수한 얼굴은 조금 차가웠고 날카롭고 깊은 눈매는 매섭게 앞을 바라봤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카리스마에 사람들은 기가 죽었다.그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귀한 아우라에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그의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싶었다.의논이 분분하던 사람들은 그제야 조용해졌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문 쪽으로 향했다.“대표님, 마침 잘 오셨어요.”안나는 최성운을 보자 힐을 신은 채로
“만약 안나 씨가 일부러 단추를 뜯어서 버렸다는 걸 증명할 수 있다면 어떡할 거예요?”서정원의 매서운 눈빛을 마주한 순간 안나의 안색이 달라졌다.“어떻게 증명할 건데요?”탈의실에는 CCTV가 없었고 단추는 이미 하수도에 버렸는데 서정원이 뭘 어떻게 증명한단 말인가?분명 일부러 그런 말을 해서 겁을 주려는 게 분명했다.서정원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안나 씨, 안나 씨는 이 사실을 모를 거예요.”안나는 저도 모르게 물었다.“뭘요?”“당신이 입은 드레스는 운성 그룹에서 특별히 레오 작업실에 부탁해
조명사는 최성운이 동의하자 곧바로 눈치 빠르게 옆으로 가서 스위치를 눌러 조명을 켰다.그는 우선 차가운 색감의 조명을 안나의 등 뒤에 있는 단추에 비췄다. 그러자 단추가 흰색 빛을 반짝였다.잠시 뒤, 조명사가 조명을 붉은색으로 조절했고 단추도 그에 따라 붉은색으로 변했다. 마치 드레스 위로 불꽃이 타는 듯했다.“정말 색이 변하네요!”사람들은 다들 보고 감탄했다.서정원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웃었다.“다들 보셨다시피 다이아몬드 단추에 특수한 물질을 입혀 조명에 따라 색깔이 변해요. 그러면 조명사님, 이제 안나 씨 손에 조명을
“맞아요.”서정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에 차서 말했다.“광고 모델이라면 우선 인성이 중요하죠. 저희 운성 그룹은 절대 인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을 광고 모델로 쓰지 않습니다. 그러니 전 운성 그룹을 대표해서 정식으로 안나 씨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할게요!”“아뇨, 당신은 저랑 계약 해지할 자격이 없어요.”안나는 가련한 표정으로 도와달라는 듯 브루스를 바라봤다.“허니, 빨리 내 편을 들어줘야죠. 당신도 알잖아요. 운성 그룹의 광고 모델이 내 오랜 소망이었다는 걸요. 그리고 나랑 약속했었잖아요. 약속을 지켜야죠.”안나는 브루스
‘전부 서정원 때문이야!’이 모든 건 서정원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서정원이 아니었다면 브루스는 그녀와 헤어지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안나의 손톱이 손바닥을 깊이 파고 들어갔다. 그녀는 이를 악물며 속으로 생각했다.‘서정원, 절대 가만두지 않겠어!’촬영장에 있던 서정원은 재채기를 했다.“괜찮아요?”최성운의 눈동자에 걱정이 스쳐 지났다. 그는 겉옷을 벗어 서정원에게 걸쳐주었다.“감기 걸리지 말아요.”서정원은 고개를 젓더니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옆에 있던 심준호는 그 장면을 보고 저도 모르게 눈빛이 어두워졌다.
사람들의 놀란 시선 속에서 서정원은 드레스를 들고 가위로 드레스 등 쪽의 단추들을 전부 뜯어냈다.사람들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서정원은 뭘 하려는 걸까?왜 단추를 전부 뜯은 걸까? 저러면 드레스가 망가지는 거 아닌가?서정원은 일렬로 된 단추들을 다시 배열한 뒤 바느질로 단추를 꿰맸다.그녀의 능숙한 손놀림에 사람들은 전부 넋이 나갔다.최성운의 그윽한 시선이 서정원에게 고정되었다. 그의 눈빛에서 약간의 호기심이 엿보였다.시골에서 올라온 그의 약혼녀는 또 한 번 그에게 큰 놀라움을 안겨줬다.그 드레스는 레오 작업실에서 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