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하세요. 최성운 씨. 그냥 오늘의 주인공인 심준호 씨와 안나 씨에게 맡기죠.”서정원은 잔뜩 화가 난 안나와 표정이 어두워진 심준호를 보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그에게 말했다.서정원이 무대에서 내려가려고 할 때 갑자기 천장에 있던 조명이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그녀가 무의식적으로 올려다보니 천장에 있던 유리로 된 조명이 흔들리더니 아무런 조짐도 없이 그대로 머리 위로 떨어졌다.“위험해!”세 남자의 목소리가 동시에 울려 퍼졌다.최성운과 심준호, 그리고 브루스가 동시에 외쳤고 결국은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최성운이 얼른
눈을 가늘게 뜬 서정원이 입을 열었다.그녀는 오늘 그 일이 절대 우연히 벌어진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운성 그룹의 장비는 해마다 안전 점검을 진행했고 촬영장에 있던 유리 조명도 당연히 전문가가 와서 점검한 상태였기에 그녀는 절대 유리 조명이 쉽게 떨어질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아주 우연히, 하필이면 그녀의 머리 위로 떨어진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한 거지?’서정원은 처음에 손윤서가 한 짓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늘 촬영장에서 연기 시범을 보인 건 안나의 연기력 때문에 차마 참지 못한
“무슨 일이시죠?”안나가 의아한 듯 물었다.“안나 씨의 명성은 익히 들었어요. 오늘 이렇게 만나 뵈니 아주 반갑네요.”손윤서는 얼굴 가득 미소를 띠며 말했다.“혹시 시간 되세요? 안나 씨랑 커피 한잔하고 싶은데 안 될까요?”손씨 가문이 해성시에서 명망 높은 가문이었고 게다가 많은 사람이 어떻게든 손씨 가문과 연을 맺으려고 했었다. 게다가 자신에게 다른 의도를 보이며 접근하는 손윤서에 안나는 속으로 은근히 좋아했다.손윤서에게 서정원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었던 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두 사람은 그렇게 운성 그룹
잠옷을 입은 최성운은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아침 햇살이 주방 유리창을 통해 그의 몸에 비치니 한층 더 따듯해 보였다.준수한 외모에 오뚝한 코, 그리고 얇고 섹시한 입술을 보니 눈을 뗄 수가 없었다.평소에 회사에서 보이는 차갑고 시크한 느낌과 달리 지금의 모습은 유난히 더 친근감이 있어 보였고 앞치마를 두르고 있어도 그는 여전히 잘생겨 보였다.서정원은 자신도 모르게 황홀한 눈길로 쳐다봤다.“일어났어요?”들려오는 인기척에 최성운은 고개를 돌려 서정원을 바라보며 물었다.이성을 되찾은 서정원이 의아한
최성운은 긴 손가락 위에 연고를 쭉 짜더니 조심스럽게 서정원의 다리 위에 살살 발랐다.연고의 시원한 느낌과 그의 긴 손가락이 그녀의 살에 닿으니 그녀는 뭔가 찌릿찌릿한 기분을 느끼게 되었다.서정원의 얼굴로 어느새 붉게 물들어버렸다.“다 됐네요.”최성운을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약을 제때 잘 발라야 해요. 안 그러면 흉 질 겁니다.”“네.”약을 바를 때 너무 긴장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었던 탓인지 갑자기 저리는 다리에 서정원도 몸을 일으켰다.서정원은 순간 휘청거리더니 이내 최성운이 있는 쪽으로 몸이 기울어졌다.“조심해
서정원은 집에서 며칠 쉬다 보니 상처가 거의 다 아물었다.그날은 얼음과 불 시리즈 광고 촬영이 정식으로 시작되는 날이었다.서정원은 일부러 촬영 장소에 30분 일찍 도착해 준비가 끝났는지 직원들과 일일이 체크했다.잠시 뒤, 안나와 브루스, 심준호가 제시간에 도착했다.“다 준비됐나요?”점검을 마친 서정원은 문제가 없는 걸 확인한 뒤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물었다.메이크업 아티스트는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메이크업 받으러 오셔도 됩니다.”“전 먼저 옷 갈아입으러 갈게요.”안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서정원을 힐끔 본 뒤 물었다.
잠시 뒤 매니저가 탈의실에서 나왔다.“단추는 없어요. 밖에 떨어진 건 아닐까 찾아볼게요.”“찾을 필요 없어요!”서정원은 안나 앞으로 걸어가서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안나 씨, 단추 내놓으세요!”안나의 안색이 삽시에 달라졌다.“서정원 씨, 무슨 뜻이에요?”서정원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며 또박또박 말했다.“제 말뜻은 안나 씨가 일부러 이 단추를 뜯었다는 거예요!”“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안나의 눈빛에 당황함이 스쳐 지나갔다.그 단추는 그녀가 일부러 뜯은 것이 맞았다. 서정원을 모함하기 위해서 말이다.
최성운의 늘씬하고 꼿꼿한 몸이 촬영장으로 향했다. 그는 차분하게 걸음을 내디뎠고, 잘 다듬어진 양복은 그의 단단하고 완벽한 몸매를 적절히 드러냈다.그의 준수한 얼굴은 조금 차가웠고 날카롭고 깊은 눈매는 매섭게 앞을 바라봤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카리스마에 사람들은 기가 죽었다.그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귀한 아우라에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그의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싶었다.의논이 분분하던 사람들은 그제야 조용해졌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문 쪽으로 향했다.“대표님, 마침 잘 오셨어요.”안나는 최성운을 보자 힐을 신은 채로
이제 모든 하객이 자리에 앉았다.그들은 서로 축복의 말을 건네며 최성운과 서정원의 행복을 기원했다.최성운과 서정원은 한복을 바꿔입고 피로연을 시작했다. 피로연은 서양식으로 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중간에 뷔페를 준비했다.하여 최성운과 서정원의 한복은 자리와 아주 잘 어울렸다.“하객 여러분, 우리 모두 잔을 들어주세요. 신랑의 감사 인사가 있고 난 후 함께 건배하겠습니다.”사회자의 말을 들은 최성운은 술잔을 들고 중앙으로 걸어왔다.서정원도 옆에 함께 했는데 이제 부창부수 같은 느낌을 주었다. 최성운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이런 능력도 있었어요? 그리고 비행기에 칠 한 그림은 얼마나 낭비예요!”서정원은 비록 입으로는 최성운을 혼냈지만, 그녀의 말투는 아주 부드러웠다. 서정원의 말을 듣고 있는 최성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배운 지는 오래됐어. 다만 면허증이 이제 막 나와서 경험이 풍부한 조수가 필요해.”“내가 경험이 조금 더 풍부해지면, 혼자서 다 태우고 세계여행을 떠날 수도 있어. 그때가 되면 우리는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서정원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최성운이 그 답을
최성운은 서정원의 몸매에 꼭 맞는 웨딩드레스를 몇 벌 제작했다. 이제 서정원이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선택하기만 하면 바로 입을 수 있다.“얼른 마음에 드는 거로 선택해. 난 네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너무 기대돼.”서정원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드레스를 손에 쥐고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며 내려놓기 아쉬워했다.“너는 어떤 걸 입어도 다 잘 어울려. 게다가 너는 참 안목도 좋아. 내 생각에는 성운 씨도 네가 이 드레스를 입기를 바랐던것 같아. 이 장식과 포인트를 봐.”연채린이 드레스 윗부분을 가리키자, 서
“제가 왜 이런 식으로 온 세상 사람들이 저를 비웃게 하는데요?”연채린은 손사래를 쳤다. 둘 사이에는 이미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서정원이 말했던 적이 있다.지금 연채린도 이런 태도로 서정원에게 두 사람 사이에 감사하다는 말이 왜 필요가 없는지 알려줬다.“오히려 비웃음보다 축복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은 누구나 부러울 테니까.”“제가 이 결혼식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최성운이 직접 준비했는데요.”서정원도 마음속으로 매우 행복하다고 느꼈고, 연신 고개를 끄
서정원은 원래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최성운이 이렇게 일찍부터 준비할 줄은 몰랐다.서정원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당황했다.비록 최성운이 외진 곳에 가서 하는 일들을 수없이 생각했지만, 그런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게 현실이 됐으니, 서정원은 설렘도 있고,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밖에 보이지 않았다.“정말 최성운 씨를 보면 혼내야 할지,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알려주세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연채린은 일부러 서정원을 놀렸다. 지금 서정원은 기분도 좋고, 최성운의 계획에 아
연채린이 제공한 답은 오랜 사고 끝에 나온 것이다.연채린은 최성운이 외진 곳에 있으니, 아무리 서정원이 말한 대로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동시에 외국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관계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이 웃음꽃이 피었다.왜냐하면 최성운이 걸어온 전화이기 때문이다.“회장님, 지금 가족분들이 미치도록 회장님을 찾고 있어요.”“최대한 빨리 가족분들이랑 연락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면 어떻게 할지 모릅니다.”최성운은 이 말을 듣고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하는데, 전화 너머 그쪽 회사 운영자가 당분간
연채린은 지금 서정원이 손해를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그 어떤 왜곡된 일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연채린은 최미자보고 최건국에게 알리라고 했다. 언론의 힘을 이용해 해결하려고 했다.만약 그게 네티즌들이 혼자서 소설을 쓰는 것이라면 연채린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최건국은 그런 사람들과 다르게 그런 적이 없다.연채린은 기사를 사서 전체적인 언론 방향을 바로 잡았다. 최건국도 언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그들을 이용해 일을 해결할 줄도 안다.지금 그 방법도 최건국과 매니저가 함께 생각한 방법의 하나이다.“
조사랑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은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아무튼 조사랑이 제안한 방법으로 최성운을 찾을 수만 있으면 된다.서정원도 그들에게 그깟 몇 푼을 빼앗겨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저는 다른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최성운에 대한 소식이 생기면, 바로 전단지에 남긴 전화번호를 걸면 됩니다.”서정원은 또 한 번 감사의 표시를 하고 그들을 내보냈다. 연채림은 소파에 앉아 지켜보았는데, 그들이 도대체 어떻게 하
이 사람들은 기레기다. 전에 최성운한테 한번 당해본 기자들이다.“최성운과 서정원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이익의 문제 때문이다. 회사 경영 문제로 삼아 지금의 다툼이 생긴 모양이다.”“겉으로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서정원이 지금 한 행동 역시, 최성운을 찾아서 회사를 빼앗기 위한 수단이다.”“만약 서정원이 권력을 선에 쥐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일을 하더라도 결국 최성운 밑에서 일을 하는 직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그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언론사 기자들이 쓴 기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