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미스터 최!”최성운을 발견한 브루스가 열정적인 인사와 함께 포옹하였다.“오랜만이네요.”최성운은 여전히 다가가기 힘든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서정원은 사무적인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다가가 프랑스어로 인사를 나누었다.“브루스 씨, 안녕하세요!”“아름다운 아가씨는 누구죠?”브루스는 활짝 웃으며 푸른 보석 같은 눈을 반짝이며 서정원에게 물었다.최성운은 미간을 찌푸리며 브루스에게 소개했다.“이분은 서정원 씨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담당자죠.”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서정원의 모습에 최성운은 또 한 번 놀랐다.그
‘디자인 도면을 잃어버려? 심지어 도면 대신 백지가 몇 장 들어있다고?’최성운은 서정원이 이런 저급한 실수를 저지를 리 없다고 생각해 그녀의 설명을 들어볼 생각이었다.그러나 서정원은 해명할 생각이 없는 건지 평온한 표정으로 태연하게 말했다.“일단 이 일은 논의하지 않겠어요.”서정원은 백아영을 바라보며 물었다.“도면 백업했나요?”백아영은 이내 시큰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서정원 비서, 우리 주얼리 디자인 도면은 전부 손으로 그린다는 걸 모르는 거예요? 손으로 그린 건데 어떻게 백업해요? 서정원 비서는 그 정도 상식도 없
반지, 목걸이, 팔찌, 세 개 도면이 생생하게 반짝이고 있었다.더 놀라웠던 건, 서정원이 그린 도면이 디자이너팀의 손으로 그린 도면과 몇 군데 살짝 다른데, 오히려 달라진 점들이 얼음과 불 시리즈 주얼리에 영혼을 불어넣어 사람들을 푹 빠지게 만든다는 점이었다.주얼리 디자인팀의 수석 디자이너도 하지 못한 일을 서정원이 해낸 것이다.시골에서 올라온 그의 약혼녀 서정원은 대체 그에게 얼마나 더 많은 놀라움을 안겨주려는 걸까?하은별은 서정원이 그린 디자인 도면을 한동안 넋 놓고 바라봤다.이럴 수가!‘서정원은 대체 어떻게 겨우 한
“무슨 일이죠?”하은별과 백아영은 동시에 걸음을 멈췄다. 그들은 마음속의 불만을 억누르며 의아한 표정으로 서정원을 바라봤다.서정원은 폴더에서 꺼냈던 백지를 흔들어 보였다.“이젠 이 일에 관해서 얘기해야 할 것 같아서요.”서정원의 손에 들린 백지를 본 순간, 하은별의 눈빛이 저도 모르게 흔들렸다.“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거예요?”서정원은 종이를 들고 최성운의 앞에 서서 그에게 종이를 건넸다.“디자인 도면이 갑자기 백지로 바뀌었는데, 대표님은 의심이 들지 않으세요?”최성운의 마디마디 분명한 큰 손이 백지를 건네받았다. 그
서정원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하은별이 쉽게 인정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하은별이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소용없는 일이었다.서정원은 오늘 하은별이 한 짓을 밝히기 위해 미리 준비해 뒀다.“저한테 증거가 있어요. 당신이 오늘 이 사건의 범인이라는 증거 말이에요.”서정원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최성운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몸은 크고 건장했고 표정은 차갑고 무심했다. 그는 얇은 입술이 일자가 되게 입을 꾹 다물었다.그는 서정원을 힐끗 바라보더니 덤덤하게 얘기했다.“증거가 있다면 얘기해
“네, 대표님.”임창원은 정중하게 대답했다.그는 오늘 아침 서정원이 공항으로 떠나고 나서 다시 회사로 돌아온 그사이의 CCTV 영상을 확보한 뒤 그것을 들고 회의실로 향했다.“대표님, 가져왔습니다.”임창원은 들고 있던 USB를 최성운에게 건넸다.최성운은 USB를 건네받은 뒤 몸을 뒤로 젖히며 눈을 가늘게 떴다.CCTV에는 과연 뭐가 찍혔을까?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USB를 테이블 위에 놓은 뒤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재생하세요.”“네.”임창원은 명령에 따라 노트북을 켜고 화면 미러링을 한 뒤 USB에 담긴 CCTV
분명 서정원이 일부러 거짓말해 하은별을 당황하게 만들 셈이 분명했다.그러니 그녀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해야 했다.십 분 뒤, 영상 속 청소부 유니폼을 입고 있던 중년 여성이 회의실 입구에 나타났다. 그녀는 다름 아닌 김희주였다.“김희주 씨, 안으로 들어오세요.”서정원은 김희주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안으로 들어오라고 눈치를 줬다.김희주는 약간 긴장한 듯 보였지만 결연히 안으로 들어왔다.김희주를 본 순간, 하은별은 안색이 창백해졌다.그녀는 분명 김희주가 사직하여 시골로 내려간 걸 확인했었다. 그런데 김희주가 지금 왜 이곳에
김희주가 녹음용 펜을 꺼내 스위치를 누르자 두 사람의 대화가 흘러나왔다.“김희주 씨, 계좌에 5000만 원 입금했어요. 일이 끝난 뒤에 또 5000만 원 입금할게요. 이 돈이면 아들의 병을 치료할 수 있을 거예요. 김희주 씨도 아들이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죠?”녹음용 펜 안에서 들리는 젊은 여성의 목소리는 하은별의 목소리였다.김희주는 약간의 긴장과 흥분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돈을 이렇게 많이 주시다니... 하은별 부장님, 제가 뭘 하면 될까요?”“간단해요. 그냥 손 좀 써서 서정원 씨 자료를 바꿔치기하면 돼요.”하은
이제 모든 하객이 자리에 앉았다.그들은 서로 축복의 말을 건네며 최성운과 서정원의 행복을 기원했다.최성운과 서정원은 한복을 바꿔입고 피로연을 시작했다. 피로연은 서양식으로 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중간에 뷔페를 준비했다.하여 최성운과 서정원의 한복은 자리와 아주 잘 어울렸다.“하객 여러분, 우리 모두 잔을 들어주세요. 신랑의 감사 인사가 있고 난 후 함께 건배하겠습니다.”사회자의 말을 들은 최성운은 술잔을 들고 중앙으로 걸어왔다.서정원도 옆에 함께 했는데 이제 부창부수 같은 느낌을 주었다. 최성운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이런 능력도 있었어요? 그리고 비행기에 칠 한 그림은 얼마나 낭비예요!”서정원은 비록 입으로는 최성운을 혼냈지만, 그녀의 말투는 아주 부드러웠다. 서정원의 말을 듣고 있는 최성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배운 지는 오래됐어. 다만 면허증이 이제 막 나와서 경험이 풍부한 조수가 필요해.”“내가 경험이 조금 더 풍부해지면, 혼자서 다 태우고 세계여행을 떠날 수도 있어. 그때가 되면 우리는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서정원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최성운이 그 답을
최성운은 서정원의 몸매에 꼭 맞는 웨딩드레스를 몇 벌 제작했다. 이제 서정원이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선택하기만 하면 바로 입을 수 있다.“얼른 마음에 드는 거로 선택해. 난 네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너무 기대돼.”서정원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드레스를 손에 쥐고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며 내려놓기 아쉬워했다.“너는 어떤 걸 입어도 다 잘 어울려. 게다가 너는 참 안목도 좋아. 내 생각에는 성운 씨도 네가 이 드레스를 입기를 바랐던것 같아. 이 장식과 포인트를 봐.”연채린이 드레스 윗부분을 가리키자, 서
“제가 왜 이런 식으로 온 세상 사람들이 저를 비웃게 하는데요?”연채린은 손사래를 쳤다. 둘 사이에는 이미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서정원이 말했던 적이 있다.지금 연채린도 이런 태도로 서정원에게 두 사람 사이에 감사하다는 말이 왜 필요가 없는지 알려줬다.“오히려 비웃음보다 축복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은 누구나 부러울 테니까.”“제가 이 결혼식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최성운이 직접 준비했는데요.”서정원도 마음속으로 매우 행복하다고 느꼈고, 연신 고개를 끄
서정원은 원래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최성운이 이렇게 일찍부터 준비할 줄은 몰랐다.서정원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당황했다.비록 최성운이 외진 곳에 가서 하는 일들을 수없이 생각했지만, 그런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게 현실이 됐으니, 서정원은 설렘도 있고,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밖에 보이지 않았다.“정말 최성운 씨를 보면 혼내야 할지,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알려주세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연채린은 일부러 서정원을 놀렸다. 지금 서정원은 기분도 좋고, 최성운의 계획에 아
연채린이 제공한 답은 오랜 사고 끝에 나온 것이다.연채린은 최성운이 외진 곳에 있으니, 아무리 서정원이 말한 대로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동시에 외국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관계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이 웃음꽃이 피었다.왜냐하면 최성운이 걸어온 전화이기 때문이다.“회장님, 지금 가족분들이 미치도록 회장님을 찾고 있어요.”“최대한 빨리 가족분들이랑 연락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면 어떻게 할지 모릅니다.”최성운은 이 말을 듣고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하는데, 전화 너머 그쪽 회사 운영자가 당분간
연채린은 지금 서정원이 손해를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그 어떤 왜곡된 일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연채린은 최미자보고 최건국에게 알리라고 했다. 언론의 힘을 이용해 해결하려고 했다.만약 그게 네티즌들이 혼자서 소설을 쓰는 것이라면 연채린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최건국은 그런 사람들과 다르게 그런 적이 없다.연채린은 기사를 사서 전체적인 언론 방향을 바로 잡았다. 최건국도 언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그들을 이용해 일을 해결할 줄도 안다.지금 그 방법도 최건국과 매니저가 함께 생각한 방법의 하나이다.“
조사랑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은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아무튼 조사랑이 제안한 방법으로 최성운을 찾을 수만 있으면 된다.서정원도 그들에게 그깟 몇 푼을 빼앗겨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저는 다른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최성운에 대한 소식이 생기면, 바로 전단지에 남긴 전화번호를 걸면 됩니다.”서정원은 또 한 번 감사의 표시를 하고 그들을 내보냈다. 연채림은 소파에 앉아 지켜보았는데, 그들이 도대체 어떻게 하
이 사람들은 기레기다. 전에 최성운한테 한번 당해본 기자들이다.“최성운과 서정원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이익의 문제 때문이다. 회사 경영 문제로 삼아 지금의 다툼이 생긴 모양이다.”“겉으로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서정원이 지금 한 행동 역시, 최성운을 찾아서 회사를 빼앗기 위한 수단이다.”“만약 서정원이 권력을 선에 쥐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일을 하더라도 결국 최성운 밑에서 일을 하는 직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그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언론사 기자들이 쓴 기사들이다.